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6/08/17 17:26:52
Name Neanderthal
Subject [일반] 너희가 이러고도 원죄가 없다고 할 수 있겠느냐?
1520년대 독일 태생의 스위스 의사이자 연금술사였던 파라켈수스는 유전과 관련한 아주 기발한 아이디어를 내놓습니다. 그의 생각은 피타고라스의 주장과도 일맥상통하는 것이었는데 그에 따르면 인간의 정자 안에는 완벽한 형태의 "미니 인간"이 들어있어서 정자가 여성의 자궁에 착상하게 되면 이 정사 속에 있던 "미니 인간"의 크기가 확장되게 되어 태아로 발전하게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즉, 파라켈수스 역시 피타고라스처럼 여성은 인간 성장의 환경을 제공하고 모든 것은 남성의 정자 속에 있다는 패러다임을 유지한 것이었습니다.



파라켈수스...


다시 말해서 파라켈수스의 주장은 정자와 난자가 만나서 수정하고 세포분열을 하고 뭐 이런 복잡한(!) 과정을 거칠 것도 없이 애초부터 모든 장기가 다 완벽하게 있는, 오직 크기만 아주 작은 인간이 정자 속에 들어 있다는 것이고 정자가 여성의 자궁에 착상이 이루어지고 나면 미니 인간은 오직 크기만 점점 커지게 될 뿐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이 이론의 매력적인 지점은 바로 이 이론은 필연적으로 "순환구조"를 지향할 수밖에 없다는 데 있습니다. 애초부터 수정이나 세포분열의 가능성을 배제했기 때문에 성인의 정자에는 완벽하지만 크기만 아주 작은 "미니 인간"이 들어 있고 그 미니 인간 속에는 또 그보다 크기가 훨씬 더 작은 또 다른 "미니 인간"이 있어야 하고 세 번째 미니 인간의 정자 속에도 또 다른 미니 인간이 있어야 되고 이게 무한 반복이 돼야 하는 것입니다. 만약 여러분의 몸속에 있는 미니 인간이 자신의 몸속에는 또 다른 미니 인간이 없다면 여러분들의 자식은 태어나고 난 후 더 이상 후손을 남길 수가 없게 되는 셈이니까요. 이건 마치 큰 인형 속에 작은 인형이 들어가 있고 작은 인형 속에는 더 작은 인형이 들어가 있는 러시아 인형 마트로시카와 같은 형태가 된다는 것이 파라켈수스가 주장하는 내용이었습니다.

파라켈수스의 이론이 맞는다면 최초의 인간인 아담은 현재까지 지구상에 나타났던 모든 인간들과 앞으로 태어날 모든 인간들을 자신의 정자 속에 보관하고 있던 셈이 되고 여러분들이나 저는 지금 앞으로 태어나게 될 수많은 "미니 인간들"을 현재 정자들 속에 보관하고 있는 셈이 되는 것입니다. 앞으로 태어날 수십, 수백, 수천, 수만 세대의 인간들이 현재 여러분들과 저의 몸속에 들어 있는 것이지요.

딱 봐도 어처구니가 없어 보이는 이 이론은 그래도 한 가지 쓸모가 있었는데 바로 기독교에서 얘기하는 원죄를 설명하기에 이 이론이 그럴 듯했다는 점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최초의 인간 아담이 에덴동산에서 선악과를 따 먹는 죄를 저지르고 쫓겨났고 아담의 후손들인 우리도 그 죄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고 했을 때 어떤 사람들은 "아니 왜 그때 태어나지도 않은 내가 선조가 저지른 죄를 물려받는다는 거임?"하고 이의를 제기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막말로 여러분의 10대 선조가 조선 시대에 나라에 잘못을 저질렀기 때문에 여러분들이 현재 취업에 제한이 생긴다고 한다면 "어휴~! 우리 조상님은 왜 그때 그런 잘못을 저질러가지고...하여튼 조상은 잘 만나야 한다니까...--;;"하면서 그냥 선선하게 수긍하실 분은 아무도 없으실 겁니다.

하지만 파라켈수스의 이론을 적용한다면 이런 원죄라는 개념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아담이 선악과의 맛있는 과즙을 맛보고 있을 때 여러분들도 "미니 인간"의 형태로 아담의 "사타구니 안에서 떠다니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여러분들도 아담과 함께 그 과일의 달콤함을 맛보았기 때문에 분명하게 죄를 지은 것이 되는 것입니다...


먹지 말았어야 했거늘...


아무튼 파라켈수스가 틀려서 다행입니다...--;;


본문의 내용은 Siddhartha Mukherjee의 저서 [The Gene: An Intimate History]의 내용을 참고하여 작성되었습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페스티
16/08/17 17:31
수정 아이콘
원죄 거 유전정보에 들어있는거 아니었습니까? 만화로 그렇게 배웠습니다만 (머쓱)
Knights of Pen and Paper
16/08/17 17:42
수정 아이콘
OAGAATTGGTATTAATGCTGCTTTAAGTATTAAT

라고 써있을지도 모르겠군요
산적왕루피
16/08/17 18:00
수정 아이콘
0101001111101010 일껍니다?
Knights of Pen and Paper
16/08/17 18:09
수정 아이콘
사실 제가 쓴걸 잘 해독해보시면 어떤 단어를 만나실 수 있을겁니다 흐흐
산적왕루피
16/08/17 21:29
수정 아이콘
G...GTA??? 그것 외에는 도저히 모르겠네요ㅠㅠ
Knights of Pen and Paper
16/08/17 21:40
수정 아이콘
아미노산 DNA 코드입니다 흐흐.
각 아미노산별로 알파벹 한 글자씩이 할당되어있거든요. 맨 앞의 O는 할당된 아미노산이 없어서 그냥 O로 했습니다.

해석해보면 "Origin sin" 즉 원죄 입니다 흐흐
산적왕루피
16/08/17 23:02
수정 아이콘
아니 이양반이!? 아....아니....;;;;;;;;;아니 이분이!!!!!??
저같은 돌머리는 그저 웁니다. 흑흑~~ ㅜ.ㅜ;;

아미노산도 여라가지가 있군요. 신기하네요. 비타민처럼 여러종류인가 보네요?
비타민A는 아방가르드 비타민B는 방구뿡~ 대충 이런 느낌일라나...(먼산..)
Knights of Pen and Paper
16/08/17 23:05
수정 아이콘
생물체가 만드는 단백질의 빌딩 블럭으로 이용되는 천연 아미노산은 20종류가 있습니다. 허허.

https://namu.wiki/w/아미노산
Knights of Pen and Paper
16/08/17 17:32
수정 아이콘
저분들이 인간 DNA를 WGS 돌려서 며칠만에 그 정보를 USB 하나에 들어갈 파일로 만든다는걸 알게 된다면 어떤 표정을 지을지 궁금하네요.
flowater
16/08/17 17:39
수정 아이콘
평생의 숙원을 풀었다고 좋아하실 것 같네요.
16/08/17 17:33
수정 아이콘
재밌는 글 감사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minyuhee
16/08/17 17:38
수정 아이콘
원죄는 앱스테르고가 추천하는 애니머스로 돌려보면 체험해볼수있겠죠.
Marco Reus
16/08/17 17:45
수정 아이콘
반 페르시의 작은아이 드립에는 이런 뜻이..!
정어리고래
16/08/17 18:31
수정 아이콘
내 안의 작은 아이가 왼쪽으로 향했...
속마음
16/08/17 18:05
수정 아이콘
.
16/08/17 19:29
수정 아이콘
아 이런 저질 댓글은 제발 처리해주세요 여기 남자들만 오는 곳인줄 아시나본데, 이따위 댓글 때문에 피지알 떠난 여성 분들이 주변에 좀 있습니다.
본문글도 이 정도 수준이라고 말씀하시려구요?
속마음
16/08/17 19:35
수정 아이콘
불편하시다면 삭제하죠 처리를 원하시면 신고를 하세요 조치 받겠습니다
인간흑인대머리남캐
16/08/17 18:29
수정 아이콘
후 내안의 미니 인간들아 미안해ㅠ
유유자적
16/08/17 18:30
수정 아이콘
달달하네요~ 감사합니다. 크크크크
독수리가아니라닭
16/08/17 19:19
수정 아이콘
오늘도 수천만 수억의 인간들을 죽였습니다
16/08/18 14:07
수정 아이콘
두 번째 그림을 보면서 의문점이 생기는데..
그림상으로는 이브가 사과를 먹기 전 이라고 보여지는데,
그때는 부끄러움이 없던 시기 아닙니까?
그렇다면 잎사귀로 팬티를 만들어 입고 있는 것은 적절치 못 함 입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67172 [일반] 사드 제 3후보지 논쟁은 논점일탈이다. [22] 이순신정네거리5498 16/08/23 5498 1
67171 [일반] [야구] 잔여경기로 본 4,5위 경쟁팀 필요성적 [32] 이홍기6323 16/08/23 6323 1
67170 [일반] 절독자들을 표지로 조롱했다는 의혹을 받는 시사IN [216] pgr-29251318691 16/08/23 18691 8
67169 [일반] [계층] 공학 수학을 공부해봅시다 - 미방이란? [83] OrBef9976 16/08/23 9976 50
67168 [일반] [에필로그] 한 여름 밤의 꿈, 그리고 I.B.I(1) [10] 몽필담4899 16/08/23 4899 17
67167 [일반] '쉐이빙가즘' part. 1 [17] 삭제됨4372 16/08/23 4372 1
67166 [일반] 요즘 일본에 대해 다시 생각하고 있습니다. [141] 아이폰6s Plus13994 16/08/23 13994 7
67163 [일반] [야구] 2017 롯데의 신인 드래프트 픽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 [26] 키스도사7989 16/08/22 7989 3
67162 [일반] 2년 후 평창올림픽 개막식은 무엇을 보여줄까요? [49] 자전거도둑9165 16/08/22 9165 0
67161 [일반] [K리그] 아무도 모릅니다. [24] 흐흐흐흐흐흐4099 16/08/22 4099 0
67160 [일반] [스압] 우리는 변화를 한 번만 겪은 것이 아닙니다 [9] cienbuss10788 16/08/22 10788 10
67159 [일반] [야구] 한화 김민우 어깨 관절와순 손상 [116] 이홍기11442 16/08/22 11442 1
67158 [일반] 불편해 할 권리 [247] 토다에11372 16/08/22 11372 4
67157 [일반] 게임에의한 폭력성이 이번에도... [41] 보드타고싶다8604 16/08/22 8604 1
67156 [일반] 동물의 고백(3) [15] 깐딩5096 16/08/22 5096 6
67155 [일반] 슈틸리케 호, 9월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소집 명단 발표 [43] 닭, Chicken, 鷄8220 16/08/22 8220 0
67154 [일반] [KBO] 2016 KBO 신인 2차 드래프트가 오늘 열립니다. [28] ll Apink ll5191 16/08/22 5191 0
67153 [일반] [KBL] 2016 프로-아마 최강전이 개막 알림과 개막전 감상. [10] ll Apink ll5836 16/08/22 5836 0
67152 [일반] 뉴스1- LG페이의 꿈 [31] blackroc8053 16/08/22 8053 1
67151 [일반] 일회용 컵을 씻어서 쓰는것에 대하여 [44] 차가운 온수13861 16/08/22 13861 2
67150 [일반] FNC 서바이벌 프로그램 DOB의 결과물인 댄스팀이 데뷔확정됐습니다. [11] 다크슈나이더4541 16/08/22 4541 0
67148 [일반] 하루 3만보 노동에… 쉴 곳은 다리도 못 펴는 화장실칸 [15] 브론즈테란8957 16/08/22 8957 9
67147 [일반] 장르소설에서 볼게 너무 없어요. [112] MirrorShield16033 16/08/22 16033 5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