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 같은 나무가 두 곳에 위치할 수도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두 나무들 사이에 거리가 1마일 이상 떨어질 수도 있다고 합니다. 식물들도 동물들처럼 DNA를 가지고 있는데 이 쌍둥이 나무들의 경우 인간의 일란성 쌍둥이들처럼 DNA가 똑같습니다. 그런데 이들이 인간의 쌍둥이들과는 다른 점이 있습니다. 우선 인간의 일란성 쌍둥이들은 둘의 나이가 똑 같지만 똑같은 DNA를 가진 나무들의 경우에는 한 나무는 나이가 더 많고 다른 한 나무는 젊습니다. 그리고 일란성 쌍둥이들은 모습이 똑 같지만 같은 DNA를 가진 그 두 나무들은 형태가 거울에 대고 비춘 것처럼 똑 같지는 않다고 합니다.
이러한 마법(?)을 부릴 줄 아는 나무들 가운데 하나가 버드나무입니다. 만약 여러분이 강변을 걷다가 멋진 버드나무 한 그루를 발견했다고 칩시다. 만약 여러분의 그 버드나무를 지나쳐 상류 쪽으로 계속 걷다보면 틀림없이 또 다른 버드나무를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아까 강 아래쪽에서 발견한 버드나무와 이 버드나무가 같은 버드나무일 가능성이 꽤 있습니다. 이 둘이 같은 나무라고 하더라도 아마 모양은 서로 다를 겁니다.
버드나무...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는 것일까요? 버드나무가 자라게 되면 점점 아래쪽 가지들은 쓸모없어지게 된다고 합니다. 자신들 위쪽으로 뻗은 새로운 가지들과 잎들 때문에 늘 그늘이 지게 되어 햇빛도 잘 받지 못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광합성 같은 것을 하기도 힘들어 지겠지요. 그렇게 되면 버드나무는 이런 이미 사용한 가지들에 양분들을 저장하고 살을 찌우고 튼튼하게 만든다고 합니다. 그런 다음 버드나무는 이런 가지들의 줄기와 연결된 밑동 부분의 수분을 없애서 가지가 줄기로부터 깨끗하게 분리가 되도록 만듭니다. 그럼 가지가 강물로 떨어지게 되고 강물을 따라서 하류 쪽으로 떠내려가게 된다고 합니다.
이렇게 강물을 따라 떠내려가던 가지가 강둑에 얹어져서 다시 심어지게 되면 이 가지는 그때부터 더 이상 가지가 아니라 줄기처럼 작용하게 된다고 합니다. 즉, 아래쪽으로는 다시 뿌리가 내리고 위로는 새로운 가지들이 돋아나는 것이지요. 오래지 않아 아까 위쪽에서 보았던 버드나무와 유사한 버드나무가 아래쪽에도 탄생하게 되는 거지요. 이 두 나무들의 DNA는 정확하게 일치한다고 합니다.
버드나무들은 매년 본인의 가지고 있는 가지의 약 10%를 이런 식으로 흘려보낸다고 합니다. 물론 모든 가지들이 다 이런 식으로 안착하여 새로운 버드나무로 탄생하는 것은 아닙니다. 만약 수십 년의 시간 동안 그동안 떠내려 보냈던 가지들 가운데 하나나 둘 정도만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자신과 똑 같은 도플갱어 버드나무가 아래쪽에서 탄생하는 것이지요.
지구상에 존재하는 가장 오래된 식물군 가운데 속새류(Equisetum)이라는 식물군이 있다고 합니다. 이들은 약 3억 9천 5백만 년 전에 처음 지구상에 출현했다고 하는데 현재는 약 15종 정도가 남아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런 속새류 식물군 가운데 ferrissii라는 종이 있는데 이 종은 오직 위에서 말한 버드나무와 같은 방식으로만 종을 퍼뜨린다고 합니다.
이렇게 생긴 놈이라고 합니다...
우리 인간들은 어쩔 수 없이 동물인지라 식물을 동물의 관점으로만 바라보게 되는데 어떻게 보면 식물이 동물보다 더 지구 환경에 잘 적응한 것이 아닌가 합니다. 식물 없이는 우리 동물들도 생존할 수 없겠지요. 정신을 쏙 빼놓는 최첨단 스마트폰은 만드는 삼성이나 애플로 결코 자신들의 공장에서 나무와 풀은 만들 수 없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뭣이 중헌가?...--;;
본문은 Hope Jahren의 저서
[Lab Girl]의 내용을 참조하여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