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정의닦이나 고무닦이에서도 보았듯이, 비주얼적인 요소는 괜찮습니다. 인챈트리스의 후반부 분장이 다소 실소를 머금게 합니다만, 이 부분을 제외한 다른 부분은 그럭저럭 봐줄만 합니다. 하지만 각본이 연출을 따라가지 못한 탓에, 이 부분을 극대화시킬 방법이 없었습니다.
2. 영화를 보는 내내 재미없다는 생각보다는 '왜 이 것 밖에 못해' 라는, 답답하고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각본을 겨우 6주만에 해결하라 했다는 폭로가 나왔으니, 이 부분은 어쩔 수 없습니다만.) 배우도 나름 쟁쟁하게 썼고, 그 캐릭터들의 개성도 원본에서 결코 부족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캐릭터들의 개성이 살아나지 못했습니다. 주연급인 데드샷, 그리고 디아블로를 제외하고는 다른 캐릭터들은 조연이 아니라, 거의 단역 수준으로 묻혔습니다.
3. 할리퀸은 정말 사람들이 말한대로 예고편에서 나온 부분이 전부입니다. 할리퀸을 버리고, 크롱이에게 집중하는 것이 차라리 나을 수도 있습니다.
4. 이 영화의 가장 큰 문제점은 집중에 실패했다는 점입니다. <킹스맨>이나 <앤트맨>, 혹은 <데드풀> 처럼 B급 감성을 완전히 발휘하려면은 작정하고 하거나, 정 그게 마음에 안든다면 <캡틴 아메리카 시리즈> 처럼 정극으로 몰아붙일 필요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정말 이도 저도 아닌 느낌입니다. B급 감성인데, 어줍잖게 '나는 A급이다!' 라고 흉내내는 듯한 모습입니다. 개그도 없고, 액션도 없고, 그렇다고 관객을 압도하는 빚얼이나 각본도 없습니다.
5. 캐릭터의 개성 부족이 있다보니, 얘네가 왜 나오나 싶을 정도로 비어버리는 캐릭터들이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캡틴 부메랑과 조커가 있겠군요. 얘네는 그냥 각본 상 빠져도 티도 안날 정도입니다. 솔직히 할리퀸도 마고 로비의 비주얼이 아니었다면, 무관심이었을겁니다. (그 정도로 할리퀸은 각본 상으로는 아무 역할도 하지 못합니다.) 물론 <어벤저스 시리즈>에서도 호크 아이가 점점 병풍화가 되어간다지만, 그럼에도 <어벤저스 시리즈>에서는 호크 아이에 대한 캐릭터를 포기하지 않습니다. (물론 이 부분은 마블이 대단한 것입니다.) 그런데 얘네는 시작부터 다 포기해버리네요.
6. 영화 초반부에 비해서, 중반부와 후반부의 연결 공백, 그리고 캐릭터들의 밸런스 문제가 너무나도 심합니다. '왜 갑자기 쟤가 저러지?', '뭐야. 쟤 갑자기 왜 저렇게 세(혹은 저런거에 당하나)?', '도대체 그 포스는 다 어디 간거야.' 등등. 강해보였던 친구가 갑자기 너무나도 병약해보이거나, 약해보였던 친구가 갑자기 강해보이는 현상이 너무 심각합니다.
7. 그나마 고무적인 사실은 이 영화가 전쟁닦이나, 고무닦이보다는 낫다는 것입니다. 하기사 쟤네 둘보다 못만드는게 더 어렵긴 합니다만. 워너 브라더스는 정 문제점이 무엇인지 모르겠으면 그냥 마이클 베이 감독처럼 닥치고 때려부수는게 나아보입니다.
대충 정리하자면, '문제점은 너무나도 많이 보이는데 그렇다고 못 봐줄만한 영화는 아니다' 정도가 되겠네요. 주관적인 기준에서 비슷한 평가를 매긴 영화가 <해무>,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 리그>, 그리고 <메이즈 러너: 스코치 트라이얼>이 있네요. 이 세 영화를 모두 보신 분은 제 평가가 어느 수준인지(...) 아실 수 있을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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넵. X맨과 판타스틱4는 마블 스튜디오가 아니라, 20세기 폭스가 들고 있거든요.
그런데 <X맨: 아포칼립스>도 혹자에게는 멸망닦이 수준의 소리를 듣고 있어서... (제가 봐도 X맨 최근 3부작 중 최악이었습니다.) 제발 빠른 시일 내에 마블로 판권을 넘겼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보고 느낀게 전형적인 우리나라 신파극을 보는 느낌이 들었습니다.왜 악당들을 주역으로 내세우고 저리 만들었는지 이해가 안되더라구요.제대로 공투한거도 아니고 사연팔이 조금 같이 했다고 명색이 악당이라는 놈들이 우리는 친구! 우리는 가족! 이러는게...웬만한 일본 소년만화에서도 이러지는 않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