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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2/18 12:08
멜로나 드라마 장르의 영화에서 무엇을 최고로 치는지 궁금하네요.
스토리야 클래식이니 진부할 수 있다해도 인물묘사와 배우들의 연기 그리고 촬영기법이 거품이라고 평가받을 영화인가 싶은데 말입니다. 소재나 스토리에 호불호는 있을 수 있어도 말이죠.
16/02/18 12:22
정말 많은 평론가들이 빠짐없이 극찬한 영화인데 제 주변만 하더라도 일반인들 사이에서는 호불호가 확실히 갈립니다.
영화를 본 후 다수의 평론글을 읽었는데 생각보다 역사적인 배경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작품이기도 하더군요. 개인적으로는 두 주인공을 비롯한 인물들의 열연, 아름다운 영상만 놓고 보더라도 충분히 좋은 영화였지 않나 싶습니다. 첫 만남에 대해서는 너무 극적인 느낌을 원하신 것 같은데 어떻게 하면 신선할지 감이 잘 오지 않습니다. 제가 볼 때는 백화점 내에서 캐롤의 모습은 테레즈의 시선을 끌만큼 충분히 우아했으며 대화에서도 캐롤의 매력이 풀풀 풍기던데요. 테레즈와 친구가 영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 역시 너무 깊은 의미를 부여하신게 아닌가 싶습니다. 영화에서 테레즈와 캐롤의 사랑은 말이 아닌 부분에서 더 많은 상호작용이 일어나고 더 큰 의미를 보여줬거든요. 테레즈가 우는 장면은 어느 정도 개연성이 부족하다고 느낄 수도 있겠습니다만, 이미 그 전부터 캐롤에 대한 감정이 대단했던 테레즈 입장에서는 그 뒤로도 계속 무력감을 표명했던 것을 보면 처음으로 무력감을 겪게 되는 과정 속에서 당연해 보이기도 합니다. 테레즈는 유럽 여행에 대해서 꾸준히 확답을 망설였습니다. 그런 과정에서 캐롤이 등장한 것이고 남자친구보다 이미 캐롤이 더 큰 존재가 된 상황이구요. 남자친구 입장에서야 화가나는 상황이지만 그거야 본인 사정이고 테레즈는 자신이 그런 모습을 강요한게 아니라고 말하지요. 총알 장면은 딱히 무어라 이야기할 부분이 없네요. 의미를 부여하고 싶지만 딱히 의미가 없는 장면일 수도 있으니까요. 그냥 더 크게 캐롤과 테레즈의 무력감을 표현해주는 효과를 주고 싶지 않았나 생각해 봅니다. 전반적으로 리니시아님께서 너무 테레즈와 캐롤을 논리적인 인물로 생각하고 접근하시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이 영화에서 테레즈와 캐롤은 처음부터 서로에게 사랑에 빠졌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아마도 첫 장면에 대한 실망감 때문에 첫 눈에 빠진 설정이 받아들여지지 않으셨고 그 때문에 영화 내내 몰입감이 방해된 것 같습니다.
16/02/18 13:03
덧글 감사드립니다.
사실 저도 첫 만남에 극적인 느낌이 어때야 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분명한건 첫 만남 이후가 저에겐 더 아쉬운부분으로 남았는데 글로는 미쳐 적지 못했네요. 이 덧글에 이야기를 하자면 두 사람이 식당에서 만나 이야기하는 하는 대화가 더 아쉬웠던 것 같습니다. 그 장면을 두고 많은 사람들이 둘의 계급차를 보여주는 장면을 여실히 보여준다고 말합니다. 예를들어 식당에 먼저 도착한 테레즈, 뒤늦게 나타난 캐롤. 그리고 유창하게 식사를 주문하는 캐롤과 그것을 따라하는 수준에 지나지 않는 테레즈. 무심결에 피는 담배. 그리고 이동진 평론가는 카메라의 높낮이로 이 둘의 계급까지 표현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캐롤은 좀 더 높은 위치에서, 테레즈는 좀 더 낮은 위치에서. 근데 사실 대화를 들어보면 제가 생각했던 '사랑' 이라는 느낌에서 많이 먼 느낌입니다. 이제 처음 식사하는 데 '당신은 정말 하늘에서 내려온 사람같군요' 라는 대사에 갸우뚱 했습니다. 사랑이라는게 물론 느낌과 끌림이라지만 서로의 대화를 통해서도 이러한 것이 전개가 되야하는데 너무 느낌으로만 가기 때문이지요. 가령 가장 따뜻한 색, 블루 에서는 대화가 좀 더 현실적으로 와닿습니다. 본인이 레즈비언인지 고민하고 있는 아델에게 엠마는 대화를 통해서 아델의 결핍을 알아가고 점점 호감을 갖게 됩니다. 반대로 엠마는 서툴고 방황하지만, 서로의 마음을 다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대해 줍니다. 이러한 섬세함. 단순히 느낌만으로 '우리 두사람은 첫눈에 반했어요~!! 우리 둘은 너무나 사랑해요~!!' 이런 느낌적인 느낌이 아니기 때문에 좀더 아델괴 엠마의 사랑이 좀더 공감이 가고 설득력을 갖게되죠. 테레즈가 우는 장면은 그 전부터 이미 감정이입이 안되었기에 당연해 보이지가 않았습니다.. 테레즈가 유럽 여행에 대해서 꾸준히 확답을 망설였는지 기억이 잘 나진 않습니다만, 캐롤이 더 큰 존재가 된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청혼까지 받았고 사랑을 약속한 사람이 더 큰 존재가 생겼다고 그렇듯 무책임한 말투로 말한다는건, 호감이 갈만한 행동은 아닌것 같습니다. 사실 제가 너무나 논리적인 시선으로 두 사람을 보는 것이 맞습니다. 그 논리적이라는 것은 저의 논리이기에 주관적인 것이 당연하구요. 하지만 로맨스 영화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더 논리적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첫 장면에 실망감이 조금 들었지만 이야기가 진행될 수록, 맹목적인 것 같은 사랑 때문에 MoveCrowd 님 말씀대로 확실히 받아들이기 어려웠던것 같습니다 ^^
16/02/18 13:16
개인적으로는 캐롤이 왜 테레즈를 좋아하게 되었는가가 좀 설명이 부족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말씀하신 천사같다는 말이나 이후 꾸준히 호감을 보이는 부분이나 말이죠. 테레즈의 시선으로 시작과 끝이 처리되서 그런지..
16/02/18 13:30
확실히 저도 좀 의문입니다.. 뭐 의문과 별개로 캐롤이라는 캐릭터를 워낙 매력적으로 블란쳇이 소화를 해서 그럭저럭 넘어가는것 같기도합니다.
16/02/18 13:51
전 설명이 필요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 영화는 컷의 템포가 그리 빠르지 않기 떄문에 미장센이 강조되어 인물들의 감정 상태를 카메라로 그대로 전달하는 영화입니다. 스피디한 영화였다면 그냥 아무 의미없이 흘러갈 컷들이 침묵과 응시와 더불어 느리게 진행되기에 묵직한 울림을 갖게 되죠. 여기에 객관적 상관물들도 빈번하게 쓰이고요. 첫 장면만 하더라도, 이미 캐롤이 계산대에 장갑을 내려놓으며 테레즈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그리고 장갑을 두고 가죠. 그리고 테레즈가 이 장갑을 배송해주는 것으로 해당 시퀀스가 종료가 됩니다. 그러면서 둘 간의 커뮤니케이션은 완료가 된 거죠. 더 이상의 말은 사족이라고 생각합니다.
식당에서 대화를 나누는 장면만 하더라도, 대화로 때웠으면 그냥 비포 시리즈 되고 마는 거죠. 그 장면의 묘미는, 두 사람 간에 열망은 이미 공인되어 있는데, 첫 대면이라는 특성과 둘 사이의 정체성/개성의 차이가 어색함을 낳고, 이렇게 감정적/주관적인 끌림과 상황적/객관적인 거리감이 상충하고, 그 사이에 위에도 언급한 침묵과 응시가 밀도 깊게 연출되면서 묘한 긴장감과 감정적 고조를 유발한다는 데에 있죠. 마치 범죄를 공모하듯이. 그렇게 포르노가 아니라 로맨티시즘을 보여주고요. 전혀 다른 영화지만, <킬 빌>에서 보여지는 고어함과 경쾌함이 한 쌍을 이루면서 그 사이에서 오는 위화감과 괴리감이 관객에게 묘한 미감과 자극을 가져다주는 것에 비유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한 마디로 말하자면 '자막이 필요 없는 영화'라고 생각하네요.
16/02/18 14:22
설명이라는 것은 단지 말이 아니라 다른 요소도 지칭하는 말이었습니다.
테레즈가 캐롤을 봤을 때는 테레즈의 시점, 눈빛, 장갑을 두고 고민하는 과정만 봐도 아 이 사람이 지금 캐롤에게 엄청난 호감을 가지고 있구나가 와닿았거든요. 생각해보면 캐롤이 처음 테레즈에게 느낀 감정은 테레즈가 캐롤에게 느꼈던 호감과 그 무거움이 좀 다르지 않나 싶네요. 캐롤은 힘든 상황에서 테레즈가 가지고 있는 젊음?-순수하고 아직 미성숙한 모습-에 대한 끌림을 시작으로 점점 발전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캐롤과 애비의 초반부의 대화-너가 지금 테레즈를 만난다는게 어떤 의미인지 알지? 뭐 이런 식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를 생각해보면 더 큰 무언가가 있나 싶기도 하고.. 이게 그냥 하지와의 이혼 소송에서 불리하다는걸 말하는건지.. 자막이 필요 없는 영화라는 말에 공감합니다.
16/02/18 14:15
유럽 여행은 확답을 안 했죠. 유럽 여행 가는 것 = 결혼 수락하는 것
라서... 일단 만약을 대비해 돈은 마련해두었지만, 안 갈 수도 있다는 의사는 꾸준히 말해둔 상태입니다. 리차드가 그러니까 계속 가자고(결혼 하자고) 조르는 거고요.
16/02/18 12:31
영화를 보다보면 어떤 한 얼굴로 기억되는 영화가 종종 존재하더라고요. 저에게 이 영화는 블란챗의 어떤 표정으로 기억되는 영화였던거 같습니다.
16/02/18 12:44
잘 만들어진 영화이지만, 멜로드라마 장르에 충실한 영화라고 생각됩니다. 그러나 아주 대중적인 재미를 보여주진 않고요.
전 멜로영화를 좋아하지 않는데, 그냥 저냥 그랬습니다. 아무래도 첫눈에 반한다던가 하는 멜로드라마의 상황이 감정적으로 와 닿지 않으니까요. 제가 볼 때도 어떤 의미에서는 거품이라고 느낄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장르영화에 언제부터 평론가들이 극찬을 했는지 모르겠어요. 오랜만에 나온 멜로영화의 수작이지만, 너무 큰 기대는 안하고 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16/02/18 12:46
모든 예술은 아는 만큼 더 많이 느낄 수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모르는 사람도 감화시킬 수 있는 것 또한 예술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술이 아닌 학문의 영역에서도 아름다움(美)을 찾을 수 있습니다. 오일러의 등식은 '이 세상의 어떤 다이아몬드보다 멋지고, 어떤 보물보다 진귀한 등식'이라는 평을 받기도 하죠. 하지만 이건 수학을 어느 정도 공부하지 않으면 느낄 수 없는 아름다움일겁니다. 예술에서도 해당 분야를 많이 공부해야만 아는 아름다움이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런 '지식'이 없어도 감화할 수 있는 것이 예술이죠. <쇼생크 탈출>에서 감옥 안에 아리아가 울려퍼질 때, 이를 듣던 죄수들에게 무슨 음악적 지식이 있었을까요. 그래도 그들은 감동받았고, 자유를 느꼈습니다.
그런 만큼 남들이, 전문가들이 칭송하는 것을 따라갈 필요는 없습니다. 내가 좋으면 좋은 작품이 되는 거죠. 그리고 비평은 내가 좋게 느낀 바로 그 감정을, 또는 내가 실망한 바로 그 감정을 다른 사람에게 잘 설명하는 거고요. 내가 어떻게 느끼느냐가 제일 중요하다고 봅니다. 내가 기준이 되지 못하면 때로는 모순에 빠지기도 하죠. 명성이 없는 작품에는 '공감을 부르지 못한다.'고 하면서 명성 높은 작품에는 '내가 더 고민해봐야 한다.'고 하는 식이 되는 거죠. 다른 관객들의 후기, 평론가의 평, gv, 인터뷰... 이런 것들 이전에 나를 중심에 두고, 내가 뻑가는 지점을 찾는 게 예술을 올바르게 감상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캐롤>이 별로였다면, 별로인 이유만 말하면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그런 면에서 남들과 다른 주장을 할 수 있고, 그 주장의 근거를 잘 설명하고 있는 이 글은 좋은 비평이라고 생각합니다.
16/02/18 13:03
전 이영화 불호.. 이 영화에 대한 제 평을 한문장으로 말한다면
"동성애라서 아름답다고 말할 수 있다면 동성애라서 더럽다고도 말할 수 있다" 그냥 내로남불이야기. 두 사람이 여성이라는 동성이라는 것 외에는 부잣집 기혼자 바람둥이 선수가 가난하고 젊음과 아름다움을 가진 미혼자와 불륜을 저지르며 우리 사랑은 아름다워라고 외치는 이야기일 뿐이죠. 자신들의 불륜을 로맨스로 포장하기 위해 멀쩡한 다른 연인들은 이상한 사람 만들고 말입니다. 원작소설은 안 읽어봤지만 영화내에서 주인공들이 "레즈비언"이라서 겪는 특별한 어려움은 보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들의 어려움은 기혼자, 애정없는 연인, 가난에 의한 것이죠. 양육권 다툼은 캐롤이 남자고 테레즈가 여자였거나, 거꾸로 캐롤이 여자고 테레즈가 남자였어도 똑같은 이유로 졌을 겁니다. 캐롤이 이성애자라고 합시다. 옛날 애인을 현재 배우자와 사이의 자식의 대부나 대모로 세우는 게 정상적인 일일까요? 그리고 자식과 함께 옛날애인을 자주 만나는 게 괜찮은 일인가요? 이에 대해서 현재 배우자가 화를 내고 의심하는게 이상한가요? 이들이 한 행동은 그냥 지탄받을만한 일이라 지탄받는거지 동성애자라서 받는 지탄이 아니에요. 그들의 사랑을 담은 장면들은 매우 감성적으로 세련되게, 아름답게 필름에 담았지만 거기 담긴 내용은 불륜치정극인데 당사자들이 동성애자인 것뿐입니다. 불륜치정극을 동성애라는 이유만으로 아름답게 포장을 했어요. 동성애라서 더럽다는 말은 일고의 가치도 없는 틀린 말이죠. 그런데 그건 동성애라서 아름답다는 말도 마찬가지에요. 동성애든 이성애든 그냥 사랑입니다. 아름다운 사랑과 더러운 불륜을 구별하는 건 기존 파트너에 대한 신뢰의 배신여부에요. 그래서 전 이영화가 싫습니다.
16/02/18 13:13
아 제가 놓치고 있던 불편한 부분들을 꼬집어주셨군요.
저도 많은 고민을 하면서 캐롤이 남자이거나, 테레즈가 남자였다면. 혹은 둘 다 남자였다면 어땟을까 생각 했었습니다. 사악군님 덧글에 많은 부분이 공감갑니다.
16/02/18 13:36
사실 영화보고 와서 미묘한 기분에 글을 하나 쓸까도 생각했었는데 귀차니즘에 그냥 넘어갔었거든요..
리니시아님의 좋은 비평글을보고 생각나서 댓글로 편승했습니다. 흐흐
16/02/18 13:19
아이의 성장 상태와 영화 속 증언으로 판단해보건데 대모로 세운 시점은 바람이 난 시점 이전이 아닐까 합니다. 그러니까 대모로 세우고 나서 나중에 연이 생긴거죠.
그리고 이미 캐롤과 하지는 별거 중인 상황입니다. 하지가 억지로 붙잡고있다지만 이혼 소송 중인 상태라..
16/02/18 13:33
영화속 얘기를 보면 그 옛애인은 아예 하지를 만나기 전부터 연인이었을 겁니다. 아주 어릴적 소꿉친구에서 연인이 되었던 사이죠.
그래서 연인이 아닌 지금도 절친이고. (그러나 보면 옛애인은 캐롤에 대한 연정이 어느정도 남아있는 상태더군요. 테레즈를 질투하기도 하고. 그런데 막상 캐롤은 아주 명확하게 옛애인을 친구로만 생각합니다. 이것도 쿨한 바람둥이 캐릭터들의 특성이죠..) 영화속 인물의 이야기에 따르면 캐롤이 하지와 결혼한 이후 그 옛연인과는 바람을 피지 않았을 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부적절하다는거죠. 그리고 영화속에서 캐롤의 태도는 딱 부잣집 선수입니다.. 테레즈에게 던지는 멘트 하나하나가 다 선수의 그것이에요. 전 캐롤보면서 그해여름의 이병헌이 떠오르더라구요..-_- 사실 꽤 비슷한 이야기라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진짜 사랑하기는 하지만, 다른 중요한 문제 앞에서는 버릴 수도 있는 그런 진짜 사랑. 그런 얘기가 그려지지는 않았지만 테레즈 이전에도 수많은 외도가 있었을 겁니다. 그게 자연스러운 추측이에요. 생각해보세요. 안그러면 하지가 아내의 성적 취향은 어떻게 알고 테레즈를 어떻게 의심합니까? 탐정을 어떻게 보냅니까? 딱한번 우연한 잘못은 그런 식으로 걸릴 수가 없어요. 반복되니까 잡을 준비를 하고 잡는거지.
16/02/18 14:29
사실 관계를 잘못 파악하고 있으십니다. 영화 속에서 애비가 테레즈에게 말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캐롤 결혼 후 5년이 지나서 둘이 같은 방을 쓴 적이 있고 그 때 무언가 달라졌다구요. 물론 캐롤이 이병헌과 비슷한 사람이라는 말씀에는 동의합니다. 이동진 평론가도 이런 말을 했더라구요. "테레즈에게 캐롤 같은 사람은 다시 있을지 모르겠지만, 캐롤에게 테레즈같은 사람은 또 있을 수 있다." 그렇다고해서 완전 대놓고 쓰레기 바람둥이로는 인식되지 않습니다. 물론 이게 '처음'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캐롤이 사랑의 과정에서 보였던 내적 갈등은 충분히 진지했어요.
16/02/18 14:55
첨언하자면 소설에서는 캐롤이 애비와 처음으로 관계를 가지면서 스스로가 동성애자임을 자각하게 된 것이 불과 몇 달 전 - 그래서 테레즈가 기함을 하고 애비를 더 질시하고 경계하지요 - 으로 묘사됩니다. 아마 영화에서는 캐롤을 보다 더 입장이 분명하고 자기 정체성에 대한 판단이 끝난 인물로 그리기 위해서 변경을 한 듯 하네요.
16/02/18 15:53
앗 그랬었나요 제가 착각한 모양이네요. 이병헌 비슷하네 생각하다가 아예 얘기를 착각해버렸나.. 애비가 테레즈에게 이야기하는 장면에서
저는 머릿속으로 고등학생쯤 되보이는 소녀 둘이 여름 대낮에 소나기를 맞다가 비를 피하기 위해 작은 집에 들어가 비를 피하다 성정체성을 깨닫고 밤을 보낸 후 연인으로 지내다 헤어져 친구가 되고 캐롤이 결혼하면서 애비가 손수건을 적시는 이미지...-_-까지 스쳐지나갔는데 애비가 우린 소꿉친구였다고 얘기한데서 제 상상력이 마음대로 만든 이미지였나봐요..크크크 제 망상이었던걸로. 사실 '레인보우 체이서'라는 만화의 남자주인공도 생각났었습니다.
16/02/18 13:13
7. 에서 테레즈가 우는 이유는 캐롤과 로맨틱한 크리스마스를 기대하고 왔는데 남편이 돌아와 추궁당하고
집에 혼자 돌아가게 되면서 '아직 플라토닉한 관계에서 남편의 추궁이 지나치다는 억울함' '그러나 남편의 추궁에 내심 아주 떳떳이 부정할 수도 없는 죄책감, 자괴감, 당혹감' '자신들의 아름다운 시간이 망가진 실망감'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 환상에서 깨어나 가난한 현실로 홀로 되돌아가는 듯한 절망감' 등 여러 복잡한 심경이 버무려진 결과 밀려오는 '서러움'때문에 울었던 것이죠. 전 왜 우는진 알겠는데 그에 공감보다는 짜증이 나더라구요. 아, 이런 식으로 우는 애들 있지. 이런 기분.
16/02/18 13:17
그보다는 자신이 명확하게 갈피를 잡지 못하고 막연히 흐름에 끌려가기만 한 결과, 자신 때문에 캐롤이 곤경에 빠지게 되었다고 생각하고 자책하는 것이지요. 테레즈가 캐롤에게 '나는 항상 수락만 하는 게 문제다'라고 말하는 식의 대사가 있으므로, 이외의 해석의 여지가 차단됩니다. 영화 내내 테레즈는 스스로의 힘으로 걸으려 하지만 그렇지 못한 자신에 대해 자괴감과 컴플렉스를 강하게 가지고 있는 인물로 그려지지요.
16/02/18 13:26
테레즈라는 인물이 가진 근본적인 문제는 그거죠. 그 복잡한 심경에 캐롤에 대한 미안함과 자책도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사실 7. 상황만 볼때는 아직 딱히 자책할만큼 끌려간 것도 아니었거든요. 소위 미안할 일도 아니지만 미안한 기분인 상태인거죠. 그렇기 때문에 자신이 수락만 하는 소극적인 사람이라는 것만이 7. 상황에서 눈물의 이유가 되기는 부족합니다. 테레즈더러 자기가 우는 이유를 말하라고 하면 본인도 '캐롤한테 미안해서요 ㅠㅠ'라고 말할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저는 그게 자신이 우는 이유를 어느정도 포장한 결과라고 보는거죠. 실수를 저지르고 선배에게 갈굼당하던 후배가 울음을 터트리고 죄송하고 미안하고 내가 못나서 자책감에 눈물이 났다고 이야기해도 까임당하고 욕먹는게 서러우니까 운거잖아. 갈굼 안당했어도 울었을꺼야? 라고 속으로 까는 심정인 겁니다. (솔직히 제가 좀 악의적으로 해석하는 게 맞긴 합니다.. 크크크)
16/02/18 13:45
테레즈가 명확한 자기이해와 정체성이 확립된 인물이고, 뚜렷한 주관에 의거해서 결단을 내린 것이라면야 그게 미안할 상황도 아니고 울 상황도 아니겠지요. 하지만 테레즈는 그렇지가 않습니다. 자신이 누군지도 모르고, 지금 뭘하고 있는지도 정확히 모르죠. 그저 처음 경험하는 감정에 뭣도 모르고 좋기만 해서 끌려가는 거죠. 근데 그렇게 뭣도 모르고 끌려만 가다보니 자신과 주변을 파괴해버릴 수 있다는 것을 체험하게 되는 거고요. 자기 스스로 확실하게 사리분별을 해서 행동한 것이 아니고, 감정에 이끌린 것이며, 무엇이 옳고 그른지, 무엇을 추구하고 무엇을 기피해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관점이 안 서 있으니까 그냥 모든 게 자기 잘못 같고 자기 책임 같은 거죠. 저 나이 땐 보통 다 그렇지 않나 싶은데...
뭐 저도 굳이 비유하자면, 선배에게 갈굼을 당한 후배라기보다는 자신 '때문에'(일반 사회 기준으로는 죄도 아니고 군대같은 부조리한 폐쇄적 환경에서나 죄이지만, 사리분별 못하는 초임병 입장에서는 죄의식을 지닐 수밖에 없고 자신의 책임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는 케이스가 해당되겠죠) 신나게 갈굼 먹고 온 선배를 보고 죄책감을 느끼는 후배라고 생각합니다. 알 거 다 알고 닳고 닳은 사람이라면야 처벌이 가해지든 말든 자신의 정당성을 확신할 수도 있을 테고, 자신이 양보해야하는 지점과 물러설 수 없는 지점, 자신의 잘못과 잘못이 아닌 것을 구분할 수 있겠지만, 쥐뿔도 모를 땐 그런 거 없죠. 그냥 싸그리 자신이 한심스럽고 한탄스러울 뿐..
16/02/18 13:48
영상미는 참 돋보였습니다. 다만 워낙 호평이 많아 기대를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태였는데, 정작 스토리 흐름과 인물 묘사는 사악군님 댓글대로 동성애를 떠나 진부한 전개라고 생각되어 실망도 꽤나 하였습니다.
16/02/18 13:54
사실 저는 극장갔다가 어떤 영화인지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검사외전은 보기 싫은데 이거밖에 없네? 해서 봤는데
처음에 캐롤과 테레즈가 있다가 헤어지는 첫 장면에서 분위기가 이상한데? 동성애 관련 영화일 것 같아 하고 맞췄습니다.. 그만큼 영화 촬영을 잘 한거죠. 별다른 대사도 없이 영상에서 풍기는 분위기만으로도 인물들의 미묘한 감정을 관객에게 전달했으니까요. 그런데 그 호소력있는 영상에 담긴 이야기가 맘에 안듦...-_- 영화적 완성도는 훌륭하지만요.
16/02/18 13:56
저도 재밌게는 봤는데 극찬할 정도까지는... 갸우뚱 했습니다. 멜로영화를 별로 안 좋아해서 그러는 걸지도요.
브로크백 마운틴을 보고 감동을 쓰나미로 받았던 걸 보면 제가 남자라서 캐롤 영화 속 여인들 감정선에 공감이 안 갔던 것 같기도 하고요.
16/02/18 13:58
제 생각과 완전히 같습니다. 블로그에다가 정리하고, 피지알에 올리려고했는데 리니시아님 글이 정확히 제 생각을 대변하네요 :)
케이트 블란쳇의 연기는 아름다웠습니다.
16/02/18 14:04
상당히 공감가는 글입니다. 갸우뚱한 모든 부분이 저와 같네요. 시대적배경 등 다른 요소를 고려하더라도 충분히 몰입이 안되더라구요. 같은 날 본 드레스메이커가 개인적으로 더 괜찮었었네요.
16/02/18 15:04
주변에서 호불호가 갈려서 의아했는데 깔끔하게 정리해주셨네요.
저는 좋게봤습니다. 엔딩 그 한 장면만 보더라도 돈내고 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이 들더군요.
16/02/18 15:20
필연적으로 따라올수밖에없는 주변인물들과의 인과적인 묘사가 부족함이 아쉬웠습니다.
영화시간상 어쩔수없었다싶은데 차라리 30분정도 더 늘리는것도 괜찮지않앗나 싶어요
16/02/18 15:22
전 기대감을 좀 빼고갔는데도
보고나서 응 그 정도로 난리날 영화였나 싶더라구요 토요일에 스포트라이트 보러가는데 그건 진짜 기대중이긴 합니다
16/02/18 17:30
캐롤의 남편은 부자인가요? 캐롤은 원래 부자집 여성 인가요?
영화야 취향이니 멜로는 딱 질색이라 전문가 영화평이 어떠던 볼 마음은 없는데 평를 정성스럽고 수긍가게 써 주셔서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보고싶을 정도로요.
16/02/18 18:16
극중에 캐롤의 남편이 명문대 출신의 돈잘버는 남편이고, 굉장히 바쁜사람으로 묘사되어 있습니다.
남편의 집도 잘사는 집으로 보이구요. (기사가 차를 운전해 주더군요) 캐롤은 남편이 너무나 바빠 항상 새해를 혼자 보냈고 남편이 바쁜것에 굉장히 힘들어하는 이야기를 합니다. 캐롤같이 지대하게 평가가 좋은 영화를 두고 '그냥 난 별론데?' 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왜 별론지 나름 생각하고 고민한 바를 적다보니 이렇게 길어졌네요.. 감사합니다 ^^
16/02/18 19:15
저렇게 다수의 동서양 평론가 양쪽이 다 이구동성으로 극찬하는 영화가 거품이기는 쉽지 않죠. 그냥 글쓰신분 취향에 안맞는거일 가능성이 99프로.
16/02/18 20:34
거품이라는게 역대 최고냐, 아니면 좋은 영화중에 하나인지 어느쪽에 방점에 찍히느냐에 따라 다르겠죠. 글쓰신분이 이 영화를 나쁘다고 평한게 아니라 좋은 영화지만 극찬할 만큼의 영화인가에 대해서 의문이시라는 거죠. 글쓰신 분께서는 그 의문을 글로 충분히 풀어내셨는데 취향이라고만 말씀하신다면 곤란합니다.
전미비평가협회에서 상을 받았지만 반대로 아카데미에서는 노미네이트 자체가 안되기도 했습니다. 이를 통해 전문가들 또한 이 영화에 대해서 완전히 최고인지는 의견이 갈리고 있다고 볼수도 있죠. 충분히 이의있는 제기라고 봅니다.
16/02/18 19:30
테레즈가 남자친구와의 여행을 취소하고 캐롤을 따라가는 장면은 언뜻 무책임해 보이지만 그런 테레즈의 선택마저도 아직까지 흔들리는 테레즈의 성정체성의 경향을 드러내는거죠. 캐롤이 남자였다면 이건 그냥 불륜영화였겠지만 테레즈가 막 동성애를 자각한 여성이기에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과정으로 읽힐 수 있습니다.
또 기차씬은 테레즈가 캐롤과 크리스마스를 제대로 보내지 못하고 캐롤에게 방해만 된 것 같은 미안함과 다시 캐롤이 불러주길 바라는 기대, 나같은게 무슨..같은 테레즈의 체념이 뒤섞여 자기도 모르게 눈물을 쏟는 장면으로 봤구요. 처음 캐롤이 테레즈와 만나는 과정의 건조함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얼버무리는 글처럼 읽히는건 너무 나간걸까요. 영화의 감정선을 따라가는데 실패해서 나온 리뷰 같습니다.
16/02/18 20:48
분리수거님의 말씀대로 캐롤과 테레즈의 만남에서 감정선을 따라잡지 못한 체 시작되었습니다.
다만 그 이후에 둘의 대화를 통해 충분히 공감될 수 있는 여지가 있었지만 제기준엔 그렇지 못하더군요. 그 이유는 MoveCrowd 님께 달은 덧글로 갈음 하겠습니다
16/02/19 08:13
토드 헤인즈 전작들을 생각하고 갔다가, 오~ 정통 멜로네. 그것도 동성애든 이성애든 상관없는 보편적 멜로잖아, 라면서 좀 놀랐습니다. 평론가들이 이런면에서 후한 평점을 주지 않았나 싶습니다. 동성애의 사랑과 토드 헤인즈표 영화라면 뭔가 더 스타일리쉬하고 음악도 독특해야는데 이것은 <밀회> 같은 정통 멜로 작품이네.
16/02/19 10:48
마치 색맹이나 미맹과 같이 감성적인 영역에 맹점이 존재한다고 설명하면 될까 싶네요.
이것은 정상과 비정상의 문제는 아니고 본문에 공감하는 분들도 많듯이 사람의 종류가 다르기 때문일 뿐이겠지요. 공감하기 힘들어하시는 영역은 여성들이 많이 가지고 있는 감성으로 논리적으로 설명되지 않는다고 생각하신 테레즈의 행동들이 그 감각을 통해서는 아주 분명하게 그려져서 이 영화가 여성, 레즈비언의 감성을 다루고 있다는 점을 고려했을때 더욱 훌륭하게 평가받는 요소가 됩니다. 남성과 여성을 이분법으로 나눴던 과거의 시선이 옳진 않지만 그렇게 사회적인 착각이 존재했을 정도로 '젠더'에 따른 본질적인 다름이 존재한다는 것은 어느 정도까지는 의미가 있다고 보입니다. 리니시아님께서 진지하게 고민하시고 궁금해하셨던 부분이 느껴져서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어드릴 수 있을까 싶어 리플을 남깁니다.
16/02/19 15:16
pgr에서 납득할 만한 답을 받지 못하였지만, 홍차넷에서 어느정도 납득이 되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남자로써 느낄 수 있는 논리와 이해의 범위, 그리고 여성들이 느끼는 감정과 이해가 다르다는 것을 피드백 받았습니다.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이 영화가 왜 제가 이해하는 것에 한계를 느꼈는지 알 것 같습니다. 애초에 저 혼자 고민하고 답을 찾을 수 없는 영화이더군요, iswear 님의 말씀대로 남성과 여성을 이분법적으로 느끼는 젠더의 본질적인 다름을 인정하고 감상을 해야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덧글 감사합니다 ^^
16/02/29 17:01
감정선 전개가 다소 급작스럽거나 엉성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두 여자의 변화 과정을 보여주는 데엔 성공했고요.
근데 본문 내용 중 첫 눈에 반한 장면의 연출이 더 극적이고 아름다웠어야 하지 않았나 라고 하신 지적엔 동감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시각적인 꾸밈 없이 담백하게 반하는 장면을 처리한 게 맘에 들었어요. 거기서 더 연출을 했다가는 과한 연출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그 어떤 이성과 논리로 설명되지 않음에도 본인의 마음은 움직이는 것이 사랑이라고 봐요. 아름답지 않은데 끌리고 분명 별 것 아님에도 감정이 동요하는 것이니까요. 그래서 전 남자 관객임에도 캐릭터의 상황이나 감성은 잘 와닿았어요.
16/03/02 09:12
확실히 과한 연출이 되었을것 같습니다.. 하지만 계속된 만남에서 공감이 안갔던건, 제가 사랑을 아직 잘 몰라서 그런건 아닌지(...)
아니면, 리콜한방님 말씀처럼 전개가 급작스러웠고 엉성했다 라는 말씀이 맞는 것 같습니다
16/11/19 00:54
그렇게 보셨을 수 있었을 것 같아요. 저는 <캐롤> 너무 좋았어요. 올해 본 최고의 영화로 꼽고싶을 정도로. 근데 결국 몰입의 문제 같아요. 저는 인물들의 감정선에 몰입하게 되니깐, 디테일 하나하나가 절절하게 느껴지고, 그랬거든요. 연기, 영상, 소품, 촬영, 음악, 연출 다 좋았답니다.
이 영화에 대한 호불호가 제 주위에도 있는데, 들어보면 결국 몰입의 유무가 큰 것 같더라고요. 그건 완성도의 문제도 개입될 거고, 취향도 타고 그런 것 같아요. 세상엔 좋은 영화가 많으니, 나에게 좋은 영화는 또 있기 마련이죠. 리뷰 잘 봤습니다. 팟캐스트도 들어볼께요 ^-^
16/11/19 11:01
오래된 글이었는데... 답변 감사합니다 ^^
생각해보니 작년에 참 재미있는 영화가 많았더라구요.. 그에 반해 올해는 정말 영화 가뭄... 지금 다시 캐롤을 생각해보니 지금 나오는 웬만한 영화들 보다 괜찮다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팟캐스트도 감사드리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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