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들어가며]

피지알도 시간이 지나면서 많은 유부남을 배출하게 되었습니다.
유부남들 중 많은 이들이 고부갈등의 문제속에서 힘들어 하고, 그런 푸념의 글들이 많은 공감을 받는 요즘입니다.

이 글은 특별히, 고부갈등으로 힘들어하는 부부들에게 약간의 도움을 드리고자 하는데에 그 목적이 있습니다.
이른 나이에 부부상담을 경험한 경험담을 토대로 상담의 과정과 느낀점을 덧붙여 이야기 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고시공부를 할 때, 합격수기를 보며 도움을 얻는 것처럼
암환자가 암 투병을 이겨낸 이들의 글을 읽고 희망을 얻는 것처럼 그렇게 편하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 우리 부부의 이야기 ]

(먼저 우리부부의 이야기를 드려야 겠네요. 이하 이야기는 제가 적은 예전 어느 글의 댓글 일부입니다)

우리 부부는 시댁부모와의 관계로 상담까지 받았습니다. 그때 제 나이 29세, 아내 27세였습니다.
저 젊은 나이에 상담받을 정도면 말 다했죠.

제 아버님은 가부장적이시고, 제 어머님은 1%의 시어머니로써, 모든 일에 잔소리가 심하신 분입니다.
몇가지 굵직한 사항을 말씀드리면,

결혼 전, 아내가 상처받은 일입니다.
아내가 아토피가 있습니다.
어머님께서 아토피가 있으면 부부사이의 금슬이 좋지 않다는 허황된 말과 아이도 아토피로 고생한다는 이유로 곱게 보진 않았습니다.
심지어 아토피가 아니라 다른 피부병이 아니냐는 억측까지 하셨죠.
결국 제 어머님은 아내를 데리고 대학병원에 가서 피부조각을 약간 뜯어내는 정밀검사까지 받았고,
결혼전이었던 제 아내는 정신적인 충격으로 그로기상태까지 간적이 있습니다.
당시 예비군 동원훈련이라 연락이 닫지 않았는데, 그때를 이용하신 것이죠.

결혼준비
본문에서의 예처럼 결혼준비의 여러부분에서 많이 다퉜습니다.
결혼식장을 이리저리 알아보고 그래도 제가 교직원이라 공제회관이라는 약간은 저렴한 곳으로 정했는데, 어머님께서 발끈하신 경우.
집장만에 돈이 부족하긴 했는데, 여기서 밑도끝도없이 처갓댁에 돈을 좀 보태라고 해서 양가가 당황했던 경우.
12평집에 둘 곳도 없는데 김치냉장고는 있어야 한다며 아내를 설득하고, 침대를 사려했던 아내에게 방바닥 생활을 강요하신 경우.
전화는 하루 한번은 해야한다며 해도 잔소리, 안해도 안한다고 잔소리.. 아내 폭발.. 이런 경우.
이런건 세발의 피였고, 결혼전에 이런 폭풍이 그저 잔잔한 파도였을 뿐이었습니다.
결혼 후에는 헬게이트가 열렸죠.....

그 이후로 시댁과 아내와의 관계는 강간범과 피해자의 관계가 되었습니다.
피해자인 아내는 시댁에 전화만 와도 부들부들 떨었고, 심지어 문자도 스팸등록해놓는 정신적으로 피폐해지는 경우까지 갔습니다.
여기에 덧붙여 부산에서 만나 직장때문에 천안으로 이사와서 아는 이들도 없는 고립된 생활까지 갔죠.

거기서 터진 아버지의 간암판정 그리고 시한부 생활..
이 사건은 가족적으로는 굉장한 불행이었지만,
이 일을 계기로 아내에게 더 며느리로서의 의무를 강조하게 되고 아내의 상황은 극도로 악화되었습니다.
여러가지 요구와 잔소리는 도를 넘어섰고, 시댁의 부모님들이 서로 사랑받지 못하는 그들의 채워지지 않는 부분을
우리에게 충족받기를 원하는 각종 요구들을 했고, 우리의 최선이 부모님의 최선이 되지 않아 더 많은 스트레스를 받게 됩니다.

다른사람들에게 이 사실을 이야기해도 '간암투병중이신 부모님의 그 요구하나 못들어주냐'는 핀잔과
'불효'를 무기로 되려 역공당하는 여러 상황속에서 급기야 우리 부부는 상담을 받기에 이릅니다.

상담을 받았습니다..
음.. 감정에 이끌려 더 이상 쓰기는 그런데, 원하시면 다음에 뒷 이야기 어쩌면 헤피엔딩인 이야기를 해 드릴게요.

--

뒷 이야기를 올려달라는 많은 분들의 요청이 있었는데, 이제서야 올리게 됩니다.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2. 부부상담의 시기]

상담을 받으며, 상담사인 교수님이 해준 이야기가 있습니다.

"파란무테님의 가정은 젊은 나이에, 초기에 이렇게 상담을 받게 되어서 참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고부갈등의 문제로 상담을 받는 대부분의 내담자들은 문제가 터지고 터지고 썪어 고름이 나온 시점에서 상담을 받는 경우가 참으로 많습니다. 이 경우, 그들도 힘들고 상담을 진행하는 저도 힘듭니다."


감기가 걸리면 병원을 갑니다. 심하지도 않는데 가곤 하죠.
감기가 1주일이 지나고, 2주일이 된다면 빨리 병원에 가봐야 합니다. 폐렴일 수도 있고, 천식일 수도 있죠.
우리의 몸이 아프면 그 문제의 해결을 위해 병원이나 한약 등을 구하러 빠른 액션을 취하는데, 우리의 마음이 아픈 경우엔 꽤 느긋한 경우가 많습니다.
사실, 자살하는 이유의 대부분은 몸이 아프기 때문이 아니라 마음이 아프기 때문임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어쩌면 우리의 삶에는 마음의 쉼이 더욱 필요한 법입니다.

감기가 만성감기를 넘어 폐암이 되어서야 병원에 가는 일은 되도록이면 피하시길 바랍니다.



[3. 부부상담의 오해]

부부상담을 받으러 온 대부분의 부부들은 이 상담을 통하여 단번에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바람을 가지게 됩니다.
상담 한방에 나의 혹은 답답해보이는 아내의 문제점을 발견해서 해결이 가능하리라 믿는 것이죠.
이는 암이 발견된 즉시, 몇일만에 낫기를 바라는 태도입니다. 절대로 그런 것은 없습니다. 네버.

일반적으로 부부상담은 기본적으로 4주를 소요하며, 심각할 시 치유프로그램을 동반하여 8주 이상의 시간을 요합니다.
(저는 4주간의 상담을 받은 케이스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에서 다루겠습니다.



[4. 고부갈등 문제의 주체 - 3가지]


[(1) 발단 - 가부장적인 시댁의 문화]

결혼한 어느 남자가, 퇴근 후 집에오자마자 티비를 켜고 주는밥 차려먹고 설거지도 안하고 지 할것 다 하고 잔다면 엉덩이를 걷어차일 것입니다.
하지만 옛날에는 위의 생활이 보편적이었죠. 좋게 말하면 남편으로서의 가호가 있었고, 나쁘게 말하면 가장의 삐뚤어진 권위가 있었을 뿐이죠.
이런면에서 최근의 고부갈등은 구시대와 신시대를 사는 서로의 생활의 차이에서 기인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별히 가부장적인 시댁의 문화는 시작의 발단이 되겠지요.

[(2) 전개 - 효자인 남편]

효자는 칭찬을 듣습니다. 주위 사람들로부터 칭찬을 듣고, 부모님께도 기쁨이 되죠. 일반적으로 그렇습니다.
그러나 결혼 후의 효자는 양날의 검입니다. 단 한사람, 아내에겐 칭찬을 듣지 못하는 경우가 많죠.
암묵적으로 부모를 거스르지 않고 살아온 효자가 결혼 후에도 아내보다 부모를 우선순위에 둘 때 더욱 그러합니다.
부모님의 말에 복종하는 것이 효라고 배워 온 남자들은 고부갈등에서 어려운 위치에 처하게 되고 이를 전개시켜 갑니다.

[(3) 절정 - 자기주장을 하는 아내]

현대사회의 여성은 남성과 동등하며, 이는 결혼생활에서도 잘 드러납니다.
시댁과 문제가 있을 때, 아내들은 두가지 유형으로 반응합니다.
그 즉시 이를 바로잡거나 지적하고자 하거나, 본인의 약간의 희생을 통해 참거나.. 모든 아내는 그렇게 반응합니다.. 남편 지못미..
상담학적으론 앞부류의 여성이 좋습니다. 왜냐하면 빨리 문제의 근원을 알 수 있기 때문이죠. 초기 암진단과 같은.
후자의 여성은 데미지를 모아두었다가 폭발하게 되고, 남편은 놀라게 되죠. 마치 갈리오 궁처럼 말이죠.
어찌 되었든 아내의 문제제기는 수면밑으로 가라앉은 고부갈등을 본격적으로 절정으로 치닫게 합니다.



[5. 상담의 과정 - 이 글의 메인 주제]

(4주과정)

[1주차 - ]
많은 기대를 가지고 첫 상담을 시작합니다. 일반적으로 2시간 남짓 혹은 그 이상의 시간을 소요하는데요.
첫 상담에서의 내담자는 급한 마음이 많습니다. 빨리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하기 때문이죠.
그러나 상담사는 남편과 아내의 본가정의 배경을 끊임없이 질문합니다. 심지어 가계도를 그리면서 우리네의 어린시절 이야기와 부모님들의 어린시절 이야기를 듣습니다.
당장의 문제가 아닌 옛 나의 모습과 옛 부모님의 모습을 수면위로 끌어올리는 작업이 꽤 어렵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그러나 상담의 전 과정을 마쳤을 시점이 되면 왜 이런 시간이 필요한지에 대해 알게 됩니다.
내가 지금의 나의 모습인 이유는 일반적으로 어려서부터 커온 가정환경이 가장많은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이고, 부모님도 동일하게 할아버지 할머니의 영향을 받았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서로를 아는 것이 1주차의 포인트였습니다.
그리고 숙제를 내 줍니다. 우리부부는 '책'소개를 받아서 서로 읽고 느낀점을 적어오라고 했습니다.


[2주차 - ]
드디어 본 문제에 들어갑니다.
시댁과, 친정은 어떤 차이가 있었는가.. 그리고 왜 고부갈등이 시작되었는가 본격적으로 이야기 하기 시작합니다.
왜 우리는 그런 반응을 하게 되는가.. 왜 그런가, 왜 그런가.. 대해 알아갑니다.

이 시기에서 중요한 행동을 제시하였는데 이는 시댁과의 연락을 일시적으로 제한하고 부부의 시간을 가지라는 것이었습니다.
살아오면서 부모와 연락을 끊는 것은 불효자식이 아니고서야 하지 않는 엄청난 일임에도 불구하고, 가정의 더 나은 발전을 위해서 간헐적 혹은 직접적으로 연락을 제지하였습니다.
이유는 2가지입니다.
첫째, 시댁과의 계속된 연락을 겸하여, 상담을 받는 것이 아무런 유익이 되지 않음이었고,
둘째는 부부의 공교하고도 결속된 자립을 위함이었습니다.

이 시기를 통해 남편은 생전 처음 겪는 불효의 마음과 아내의 소중함을, 아내는 미안함과 동시에 편안함을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3주차 - ]
가정의 질서를 배우다.
가장의 역할이 무엇인지, 휘둘림이 무엇인지, 아내가 어떤 역할인지.. 배우게 됩니다.
상담사의 전공에 따라 코치의 내용이 판이하게 다르며, 종교에 따라서도 내용이 다릅니다만,

제가 수긍한 우리 가정에서의 질서란,
가장인 남편은 아내의 요구를 듣되 휘둘리거나 끌려다니지 않으며 자기 주장을 할 때 가장답다는 것이었고,
아내는 남편을 돕는 자로, 모든 가정의 대소사 문제에 있어, 남편을 믿고 지지해 줄 때 아내답다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우리가정은 아내의 감정상태에 따라 남편인 제가 올바른 판단을 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였고,
결국 가정의 주인은 우리가 아닌 아내의 감정상태에 끌려, 남편이 판단하는 건강하지 못한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옛 가정에서 결혼을 통해 새로운 가정을 탄생시킨 두 사람이 어떤 가정이 되어야 할지 고민하는 서로에게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외부의 공격에는 아군은 힘을 합쳐야 함에도, 아군끼리 지리멸렬한 상태였던 것이죠.
결혼은 서로를 든든히 지원하고 지지해주는 올바른 아군이 되는 것이며, 고부갈등은 함께 헤쳐가야할 문제였던 것입니다.


[4주차 - ]
연약함을 배우다.

이론을 알았습니다. 나를 알았고, 아내를 알았고, 부모님을 알았고, 심지어 삐둘어진 가정관과 나의 상처까지도 알았습니다.
그.러.나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습니다.
시댁은 바뀌지 않았으며, 우리의 상황은 변함없습니다.

이제 모르고 해결하는 상황에서 아는데 해결해야하는 그래서 더욱 무겁고 책임감이 따르는 고독하고도 함께하는 싸움이 다시 시작되는 것입니다.
같이 상담해준 상담사는 우리를 변화시켜줄수도 없고, 우리대신 싸워줄수도 없습니다.
결국 문제의 해결은 내가 우리부부가 감당할 것은 감당하느냐, 아니면 부딪힐 여건을 줄이거나 연락을 줄이거나의 선택으로 가기도 합니다.
어찌 되었든, 변한 것은 없고....
우리는 연약했다는 것을 배웁니다.
그리고, 연약할 뿐더러 해결을 위해서는 장시간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낍니다.




[6. 결혼이란?]

결혼이란 무엇일까요? 개개인에 따라 많은 정의가 있겠지만,
[옛 가정의 내가 완전히 독립하여 새로운 가정을 이루는 것]이라고 봅니다.

독립은 아래 3가지를 모두 충족해야 합니다.
(1) 경제적 독립 - 용돈을 받지 않는 것으로부터, 집이나 차의 구입을 부모님의 영향을 받았느냐 문제까지.
(2) 위치적 독립 - 함께 살지 않는 것으로부터, 결혼하여 따로 사는 것의 문제까지.
(3) 정서적 독립 - 부모가 자녀를 놓아주는 것으로부터, 자녀또한 부모님의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상태까지.

그리하여,
부부는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주는 것을 넘어 서로가 올바로 독립된 두 존재로써 하나됨을 추구하는 존재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7. 끝으로 몇가지]

(1) 상담을 마친 지금은 시댁과의 고부갈등은 어떤가요?
여전합니다. 여전히 부모님의 문자는 우리를 두렵게 하며, 혼돈으로 몰아넣습니다.

(2) 상담 후의 필요한 자세는 무엇이라 생각하나요?
피지알에 맞는 비유를 하겠습니다.
똥이 나오려고 하면 당장에 나오지 않게 항문을 막는 방법이 있겠으나, 결국 똥은 나오게 될 겁니다.

[일은 덮어두는 것이 아니라 해결해야 한다는 마인드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반드시 동반자와 함께]


두서없는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든 고부갈등속에 끼인 남편분들에게 특히 이 글이 도움이 되셔서 행복한 가정이 되시길 기원합니다.
보드타고싶다님께 이 글을 바칩니다.(이제서야 적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