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은 아시죠?"
"네? 아.. 지부장님?"
"0000 부도난 거 아시죠?"
"네?"
불과 지난 주 까지 연락이 오던 그 번호가 아닌데 낯익은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소문을 들은 건 4월 1일 만우절이었습니다. 많은 이들이 술렁였지만 초짜인 저에게 장난을 치기 위해 농담을 건네고 있는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일 때문에 강의 일정이 밀려서 일주일 정도 쉰 후에 다시 일을 나가야 할 것 같다고 지부장님께 양해를 구하고 공부를 하고 있던 탓에 혼자만 모르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8년 만에 내 힘으로 월급을 받는 날을 앞두고 50년이 넘도록 건재했던 메이저 회사가 부도라니..
어제 부터 오늘 까지 멘붕에서 헤어나올 수가 없네요.
기나긴 수험생활... 끝은 보이지 않고, 언제까지고 가족들에게 지켜봐달라고 할 염치가 없어서 걷어치우고, 나이도 있는 터라 일반 기업엔 원서를 내는 일 조차 무의미한 처지(친구들이 과장급인 나이입니다...)가 되어, 취업할 수 있는 자격증 공부나 서너 개월 하면서 책값이나 벌어 볼 요량으로 시작했던 보조출연 아르바이트가 이렇게 끝나고 말았습니다.
엔지니어로써, 화공 기사로써 꿈을 펼치고자 했었는데... 그럭저럭 나쁘지 않은 조건으로 취업한 회사...
졸업이 늦은 터라 취업과 동시에 결혼을 할 거라 생각했던, 7년이나 추호의 의심도 없이 함께 할 미래를 꿈꾸어 주었던... 여전히 지워내기 힘든 그 사람......
그 온전하고도 편안해 보였던 기회를 수 개월도 채 지나기 전에 버리고 택한 수험생활... 그 지리멸렬한 세월을 보낸 후, 아무것도 남지 않는 상황에서 이제 생활인이 되고 싶다는 새로운 기대를 하며, 그저 자급이나 하려고 시작한 일이 이렇게 되고 보니 그렇게 될 운명인가 보다 싶기도 하고 그저 망연자실하게되네요.
질게를 제외하곤 꽤 오래도록 자게에도 유게에도 글을 쓰지 않았는데 로긴을 하고 불과 몇 분 만에 주르륵 글을 써내려가는 걸 보면 누군가에게 넋두리라도 하고 싶었나 봅니다.
이 글을 남기기 직전까지 질게에 몇 차례 도움을 청한 일을 제외하곤 띄엄띄엄 자게 눈팅이나 하며 들르다 보니 몰랐었는데, 글을 쓰기 직전에 남겨진 자게 댓글을 보니 낯익은 분이 여전히 같은 닉네임으로 활동 중이시네요. 꽤 오래 전에 오프 모임에서 뵙고 참 사람 좋은 느낌을 주는 분이이라 생각했는데...
다들 2,3차를 거치면서 그럭저럭 얼큰하게 풀어진 분위기였고, 저도 슬그머니 교분을 쌓을 수도 있었을 텐데 왜 그 때 00이 형~이라고 부르며 살갑게 굴지 못했나 아쉽네요.
혼자 술을 한 잔 걸치고 보니 하루 쯤은 기대고 싶은 사람에게 술 한 잔 사달라고 하고 싶은 날이에요.
- 혼자서 꽤나 거나하게 취하도록 마신 터라 혹시 내일 이불킥을 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에 구구절절 얘기를 풀어내기는 부담스러워서 그리 친절한 글이 되진 못한 것 같아요.
가끔은... 아주 가~끔은 내일을 생각하지 않고 무어라도 일상을 얘기하고 싶은 날이 있나봐요. 그런 날이 꽤 많았던 것도 같은데 잘도 참아내며 지냈네요. 피지알 여러분 사... 사... 쿨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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