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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3/03/22 20:23:38
Name 눈시BBbr
Subject [일반] 갑자사화 - 삭제, 삭제

그래. 내가 키라 아니 왕이다

" 회묘(폐비 윤씨)께서 선왕께 죄를 얻기는 하였지만, 어머니는 자식으로 하여 귀해지는 것이니, 묘호를 고치는 것이 어떠한가? 그때 일을 내가 친히 보지는 못하였지만, 일찍이 듣건대, 그렇게 한 자가 있으니, 이는 나의 불공 대천(不共戴天)의 원수이다. 백년 안에 처치하지 못한다면, 백년 뒤에 뼈를 가루낸들 어찌 잊겠느냐?"

3월 23일, 그는 어미의 추숭을 본격적으로 밀어붙입니다. 대신들은 이를 긍정한 반면 대간들은 반대하죠. 연산은 그들을 국문하게 합니다. 폐비 윤씨는 이렇게 제언 왕후로 추증되죠. 이 때 연산의 말입니다.

"성인의 칠거의 법이 있으니, 만일 그런 죄라면 버리고 말 것이지 하필 죽여야 하는가? (중략) 성종께서 명철한 임금이시지만, 어찌 잘못한 일이 없겠는가? 그때의 재상들이 극력 간하였다면 반드시 위의 마음을 돌릴 수 있었을 것이다"

시작은 이렇게 어머니의 원수를 갚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엄씨와 정씨의 자식들은 유배보내고, 이세좌의 숙부인 이극균도 붙잡아 국문했죠. 이어 폐비 윤씨에 관련된 모든 이들의 명단을 만듭니다. 당연히 사초가 활용됐죠. 그리고 심심할 때마다 진정한 목적을 말합니다.

"재상과 조사들은 이렇게 처벌하니, 조정에서 반드시 포악한 정사라 할 것이나, 지금 세상을 보면 위를 업신여기는 풍습이 있어 아랫사람들이 한갓 서로 동류들을 비호하기만 하고, 10분에 1분도 국가를 돌아보며 생각하는 일이 없으니, 만일 이런 풍습을 통렬히 고치지 않는다면, 삼한 땅의 오래도록 멀리 서로 전해오는 기업이 어찌 그릇되지 않을 것인가?"

설령 사관에 의해 폭군으로 적혀도 지금은 이걸 고쳐야 된다는 거였죠.

3월 30일, 이세좌에게 사약이 내려집니다.

"이세좌는 선왕조에 큰일을 당하여 힘써 다투지 않았고, 오늘에 와서는 나이와 지위가 모두 높아지자 교만 방종이 날로 방자하여, 내가 친히 주는 술을 기울여 쏟고 마시지 않았다."

그와 함께 김순손이라는 내시의 목을 베죠. 무오사화 이후부터 그 때까지 내시와 궁녀들은 계속 맞고 죽어가고 있었습니다. 왕의 명을 밖으로 퍼뜨렸다는 거였죠. 이 직후 가야지라는 기녀가 궁의 비밀을 누설하려 했는데 그녀 역시 참수됩니다. 연산은 이를 승정원의 승지들에게 똑똑히 보라고 명령했죠.

이세좌는 금부도사에게 명을 들은 후 이렇게 말했다 합니다.

"신이 중죄를 범하였는데 몸과 머리가 나누어짐을 면하게 되었으니, 성상의 은혜가 지극히 중한데 감히 조금인들 지체하겠습니까?"

그러면서 자진하기가 어렵다면서 옆의 나무에 목을 맬 수 있지만 가릴 것이 필요하다면서 민가에 들어가서 목을 맵니다. 유언은 '내가 죽은 뒤에 개가 찢어먹지 못하게 하기를 바랄 뿐이다.'였죠.

연산은 그가 입은 옷과 죽을 때의 안색을 물었고 평상시와 같았다 하자 분노합니다.

이세좌의 숙부 이극균에 대해서도 처벌이 가해집니다. 그는 죽음을 받아들이고 모시로 목을 맨 후 밖에서 당기게 했는데 당기기 직전 멈추게 한 후 이런 말을 남깁니다.

"신의 나이 70이 다 되고, 몸에 병이 쌓여 있으니, 죽어도 다른 생각이 없겠습니다만, 신이 소시부터 변방에서 일하였으며, 나라 일에는 크고 작은 것 없이 모두 진심 갈력하였습니다. 신이 반복하여 생각해 보아도, 한가지 죄도 없습니다. 이 말을 주상께 전달하기 바랍니다."

다음 타겟은 윤필상, 세조 때부터 공신으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재상으로 잘 먹고 잘 살던 이였죠.

"필상이 세조조의 공신이기는 하지만, 성종조에 세자가 엄연이 있는데, 사직의 안위를 생각지 않고 말하였으니, 죄가 매우 크다. 율로 죄를 과하라"

그의 죽음은 이랬죠.

"신이 필상을 불러 전지를 선포하니, 필상이 읽기를 마치고는 ‘신이 이미 이렇게 될 것을 알았다.’ 말하고, 종을 불러서, 주머니 속의 비상가루를 꺼내어 술에 타서, 두 번 절하고 마셨습니다. 그러나 한참 있어도 효과가 없으므로, 곧 명주 이불 한 폭을 가져다가 제 손으로 목매어 죽었습니다"

사관은 능력도 좋고 잘못도 없었지만 욕심이 많아 축재를 했으며 왕의 뜻을 너무 쫓았다고 비판합니다. 그래도 죄 없이 죽었으니 애도했죠.

아무튼 이런 태도는 연산의 화를 부채질합니다.

"이극균은 죽으면서 ‘무죄다.’ 하고, 윤필상은 또 ‘이미 이렇게 될 줄을 알았다.’고 하였다 하니, 이것은 모두가 성내어서 하는 말이다. 신하된 도리에 어찌 이럴 수가 있느냐? 정부와 한성부·육조를 불러 다시 그 죄를 의논하게 하라."

임금의 명을 따라 죽으면서도 당당했다 이거죠. 연산이 바란 거과는 전혀 달랐거든요.

재상으로서 살아남은 이는 성준, 하지만 사초를 상고해본 결과 그 역시 폐비 윤씨의 사사에 연루된 게 밝혀졌고, 끌려나와 죽습니다. 병 때문에 업고 왔는데 연산은 이에 분노, 끌고오게 합니다. 말 그대로 땅에 질질 끌리며 왔죠.

산 사람에게만 이게 가해진 게 아니었습니다. 갑자년 전에 죽었던 재상 한치형부터 그 유명한 한명회, 정인지, 정창손 등은 부관참시 당합니다. 죽은 이세좌, 윤필상, 이극균 등도 부관참시했고 이어 부관능지(시체의 사지를 자름), 쇄골표풍(뼈를 갈아 바람에 날림)이 이어졌죠. 뭐 죽은 뒤니까 고통은 없었겠지만 유교 사회에서 죽은 이에게 내려지는 최악의 형벌이었습니다. 이렇게 위가 갈립니다. 그들의 자식들도 귀양간 후 죽었고 재산은 몰수되고 집은 파헤쳐져 연못으로 만듭니다.

그 대상은 아래에도 해당됐죠.

조지서는 세자 시절 서연관으로 그를 교육했습니다. 연산이 즉위할 즈음 상소를 올렸는데 이런 내용이 있었죠.

"신이 본래 요속으로 있었으니 조금이라도 깨쳐드리는 도움이 있었다면, 전하께서 어찌 이런 과실이 있었겠습니까? 이것은 신이 부덕한 소치입니다"

그는 국문 중 사망했고, 연산은 그의 머리를 효수하게 한 후 이런 찌를 달게 합니다.

"제 스스로 높은 체하고 군상을 능멸한다"

정성근은 성종이 죽자 3년간 소식합니다. 연산은 그걸 거짓 충성이라 여겼고 그의 죄를 찌에 써서 달게 합니다. 죄명은 이거였죠.

"성근은 간사한 생각, 거짓 충성으로 은밀히 아첨하는 생각을 가지고, 시제를 어기어 가며, 3년간 소식을 한 죄이고, 취인은 용렬한 무리로 국사를 생각지 않고 헛소리를 부연하여 수령에게 말한 죄이다."

그는 신하들의 과거 행적 하나하나를 추적해 갑니다. 자기에게 불쾌하게 했던 이들을 말이죠. 사냥을 반대했거나 사치를 비판한 이들은 살아있다면 죽이고, 죽었다면 부관참시를 명합니다. 어머니의 추숭을 반대한 이들은 당연했죠. 대신이고 대간이고 날이면 날마다 끌려와 국문을 받았고 삭제돼 갔습니다.

가장 어이없는 건 이 경우죠.

"특별히 제주 목사를 제수하였는데, 그곳이 험하고 먼 것을 꺼려 병을 칭탁하고 사피했으며, 응제시를 한 수 더 지어 혼자만이 여러 사람과 다르게 하고, 또 내농포에 공상하는 데 쓰는 을 주어 짓게 하는 것은 합당하지 못한 일이라고 계달하여 무례한 죄다"

다른 것도 있지만 남들 시 한 편 쓰는데 한 편 더 냈다는 이유는 참 웃기죠 (...)

이렇게 되니 대신이고 대간이고 왕의 딸랑이가 되지 않으면 출세는 둘째치고 목숨을 포기해야 했습니다. 자연히 연산의 주변은 예스맨으로 가득 찼죠. 연산 자신은 이렇게 능상의 풍습이 고쳐져 간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생각했죠.

6월 2일, 이에 대한 얘기를 연산이 다시 꺼내자 박열 등은 이렇게 답합니다.

"이제 죄를 입은 사람은 죄명을 써서 효유하면, 누가 놀라워하리까. 신 등이 보옵건대, 풍속이 이미 크게 변하여 대소 신민이 누구나 마음을 고쳐서 저마다 그 직분에 성실합니다."

비위를 맞춰주면서 이제 고만하자는 말을 꺼낸 것이죠. 연산은 이렇게 답합니다.

"풍속이 어찌 문득 변할 수 있으랴. 천천히 10년을 살핀 뒤에야 그 변함을 알 수 있으리라."

이 말을 듣고 신하들이 얼마나 두려워했을지는 두말할 필요 없겠죠.

갈려나간 피만큼 연산의 절대권력은 강해집니다. 하지만 그만큼 위험도 커졌죠. 그걸 막기 위해 또 많은 피가 뿌려지는 악순환이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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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편은 분석을 좀 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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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ychus Findlay
13/03/22 20:35
수정 아이콘
甲 중 甲
사티레브
13/03/22 20:42
수정 아이콘
ost센스보소 크크크

절대권력은 절대로 부패한다 라는 클리시에한 길로 돌입하는 슬픈 사람이네요
.Fantasystar.
13/03/22 20:52
수정 아이콘
본래 속에 끙 앓다가 폭발시키면 무섭듯이
연산도 참고 참아서 기회를 엿보아 터트리니 피비린내가 진동하게 되었네요.....
13/03/22 21:12
수정 아이콘
사실 여기까지가 한계점이었습니다. 딱 이까지만 했으면 또 몰랐겠죠.....
강력한 왕권을 만들기 위해서는 신권을 누르지만 신권을 아예 없애버리면 반발이 일어난다는거.

이후는 스포일러가 되겠지만 참 못볼꼴 많이 나옵니다. 크크크. 목만 안짤리면 된다 이건지~
Je ne sais quoi
13/03/22 21:40
수정 아이콘
권력은 정말 바닷물인가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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