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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2/10/18 15:50:39
Name The xian
Subject [일반] 또 다시 꿈을 내려놓아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조금 근천스러운 이야기라 해도 오늘은 제 이야기를 늘어놓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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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가 되고 싶어하던 저는. 고등학교 2학년까지 성적이 절망적이었지만. 원하는 대학에 예상 외로 손쉽게 들어갔습니다.
연구실에 더부살이 하며 대학원에 들어가기도 전에 논문에 이름을 올리는 행운을 얻었습니다.

그러나 그 동안 해 오던 연구가 내 뜻이 아닌 이유로 작살나고. 흩어지고. 늦은 나이에 군대에 가야 했습니다.
스물 여덟에 제대하고 나니 남은 것은 아무도 없었고 어떤 것에도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반 폐인이 되었습니다.
학업만 바라보고 그 동안 쌓아 왔던 모든 것들이 날아갔기 때문입니다. 이젠 없는 꿈을 다시 내려놓기까지 다섯 달쯤 걸렸습니다.

다시 무언가를 할 수 있는 모티베이션이 생길 만한 일자리를 찾았고, 그래서 오게 된 업계가 게임이었습니다.


지난 거의 10년간의 시간 동안 주업무는 기획이었지만. 프로그래밍을 제외하면 그야말로 이것저것 해 왔습니다.
한때는 몇십 명의 직원을 가르치기도 했고 한때는 대기업이 주도하는 게임사업 부서에 들어가 오랫동안 있기도 했습니다.
호기심에 시작했던 필자 일은 지금도 좋은 트레이닝 기회와 그나마 입에 풀칠을 할 수 있도록 해 주는 원동력이 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나고 나니 저는 변변한 성공 프로젝트 없이 7년 간의 경력을 가진 게임인이었고 원치 않는 휴식을 약 일 년간 해야 했습니다.
거의 일년 동안 빚을 져 가며 이리저리 동분서주하며 깨달은 것은. 제가 그렇게 매력 있는 구직자가 아니라는 것이었지요.
나이도 나이고 성공한 프로젝트도 없고. 누구 말마따나. 열심히 안 한 것은 아니지만 열심히 안 했다고 간주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이전 직장에서 본부장님으로 계셨던 분의 회사에 다시 합류했지만. 그것도 채 일 년을 가지 못할 상황입니다.

제가 모신 분들 중 최고의 상사이고 사장님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는 분이었는데. 이젠 그 분께서 많이 힘들어하십니다.
그 동안 최소 몇억은 사재를 털어 회사를 운영해 왔지만(제가 아는 것만 그 정도라는 이야기입니다) 한계에 부딪치셨더군요.
게다가 붙잡고 있는 게임마저 어떤 작자 때문에 더 이상 서비스할 수도 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는 상태입니다.


게임을 죄악시하는 무리들이 뭐라고 주절거리고 그로 인해 일이 곤란에 빠져도 그래 너희들은 짖어라 나는 내 갈길 가겠다고 애써 마음을 다잡았고
e스포츠 계에서 누가 조작을 하고 누가 헛짓거리를 해도 잠시 마음만 아팠을 뿐 다시 겨우겨우 일어나 할 일을 했습니다.
그러나 그 동안의 프로젝트가 또 다시 실패로 귀결될지도 모르고 나아가 직장마저 잃기 일보 직전인 지금 상황은. 참 어렵네요.


아직은 꿈을 포기할 생각도 없고 아직은 해야 할 일이 남아 있으니 일을 놓을 이유도 없지만. 각오는 할 생각입니다.
내가 원하지 않는 이유로 또 다시 꿈을 내려놓아야 할지도 모른다는 것을.


- The xia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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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츠야
12/10/18 16:05
수정 아이콘
그래도 우리는 아직 살아있지 않습니까?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축복받을 일이라고 생각하고 다시 일어나세요.
제가 존경하는 김성근 감독님의 인터뷰 중 하나를 소개합니다. 65살에 비로소 성공이라는 걸 해본 남자입니다.

http://news.naver.com/sports/index.nhn?category=baseball&ctg=issue&mod=read&issue_id=438&issue_item_id=8411&office_id=295&article_id=0000000209

오늘 박 기자 컨디션이 어땠는지 모르겠어요. 50%인지 70%인지 몰라요. 하지만 난 그래요. 50%밖에 안 되니까 쉰다? 난 오히려 50%밖에 안 되니까 100%를 만들기 위해 50% 더 노력하자. 그거에요. 그게 성공하는 비결이에요.
여러분도 지금 현실에 좌절하지 말고 땀을 믿으세요. 성공은 곧 노력입니다. 설령 노력했는데도 성공이 좌절됐다고 무릎 꿇지 마세요. 또 도전하세요. 그래도 안 되면 또 도전하세요.
저는 67살이 되도록 그걸 믿으며 살았고, 65살에 성공을 했어요. 좌절하려거든 절 보세요. 절…. 여러분은 반드시 성공합니다. 자신을 믿으세요.
SNIPER-SOUND
12/10/18 16:27
수정 아이콘
우선 힘내세요.

저도 홍대에서 랩하는게 꿈이 었지만...
입에 풀칠 하려고 HTML을 만지고 JAVA 개발을 하고 07년 부터는 생판 해본적도 없는 시스템 엔지니어 일을 하고
그게 지금 까지 이어지고 있네요.

제가 문제인지 .. 문제 있는 회사를 들어간 건지.. 다닌 회사 3곳이 망하고... 덜덜덜...

다 때려치우고 토마토 장사할까 란 생각도 해봤지만... 그래도 이바닥에서 뭔간 하나 이루자 라는 생각에 버티고 있습니다.
예전엔 꿈이 있었는데...

이젠 사회에서 버티는게 꿈이 되어버렸네요 ....
억울하면,테란해!
12/10/18 16:49
수정 아이콘
The xian님 응원합니다. 쪽지 보낼께요...
Tychus Findlay
12/10/18 19:59
수정 아이콘
힘내세요
sisipipi
12/10/18 23:00
수정 아이콘
응원합니다~! 항상 좋은 글 써주셨는데 이정도의 댓글 밖에 못달아 드리겠네요.. ㅠㅜ
아레스
12/10/19 01:32
수정 아이콘
판다리아의 안개까지 나와서 더 힘드실듯하네요..
아스트랄
12/10/19 10:14
수정 아이콘
시안님의 혼자 놀기 시리즈를 우연히 사내커뮤니티에서 보고 pgr 에 가입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무슨 말씀이든 드리고 싶어서 글을 남겨요.
힘내세요. 이런 말씀밖에 드리지 못하는 게 안타깝네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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