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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2/09/29 22:05:36
Name AhnGoon
Subject [일반] 쌀쌀한 가을이 오면 아련히 생각나는 에피소드 하나...
요 며칠간의 PGR의 분위기에 편승하여 저도 글 하나 남겨봅니다...

때는 몇년전, 뺨을 스쳐가는 차가운 바람이 제법 따갑게 느껴지기 시작하는 어느 가을날, 일요일이었죠.
저는 언제나와 다름없이 교회일을 마치고, 남아있는 사람들과 작별인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 중에는, 마치 미스에이 수지와 같은 촉촉한 눈빛을 가진 자매님도 있었습니다. (편의상 A양이라 합니다.)

인사를 다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발걸음을 옮기려는 순간,
A양이 제 소매를 잡아끌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오빠, 잠깐 시간 좀 내주실 수 있겠어요?"
순간 저는 이게 왠 떡이냐.... 아.. 아닙니다.

어쨌거나, 분위기 좋은 커피숍으로 우리 둘은 이동했지요.
따뜻한 커피 두 잔을 앞에 두고, A 양이 먼저 입을 열었습니다.
"오빠... 다름이 아니라요, 제가 진로 문제 때문에 고민이 있어서요..."
아...... (그러면 그렇지)오늘도 어김없이 고민상담 셔틀이었던 겁니다.

그렇게 저는 별의별 얘기를 다 들었습니다. 진로문제, 집안문제, 친구들 문제, 심지어는 연애상담까지......
한참을 얘기하던 그녀는, 식어버린 커피를 앞에 둔 채로 테이블에 엎드려 흐느껴 울더군요.
저는 남자답게, 울고 있는 그녀의 차가운 손을 두 손으로 따뜻하게 감싸쥐며 위로해 주었죠.
"A야... 울고 싶을땐 울어. 괜찮아. 오빠 앞에서는 울어도 돼."

그렇게 훌쩍대기를 10분가량... 조금은 진정이 된 그녀는 저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A: 오빠.. 오빠는 참 좋은 사람이에요. 오빠 앞에서 내가 속옷을 갈아입더라도 문제가 없을 것만 같은 기분이에요.
안군: 꿀꺽!

(여기서 꿀꺽!...의 의미는, 응큼한 생각이 아닌, "고~뤠? 그럼 내가 당장 망사 속옷 세트를 사올테니, 한번 내 앞에서 갈아입어봐!!"라는 멘트가 목구멍까지 올라오는걸 삼키는 것을 표현한 것입니다.)

그래놓고선 A 양은 생글생글한 얼굴로 손을 흔들며 귀가했습니다.
뭐 그랬습니다. 허허허... 뭔가 아련하군요... (=_=)*

P.S1: 여초사이트 PGR에 묻습니다 - 대체 저 드립은... 대체 무슨 생각인겁니까??
P.S2: 위험한 남자로 변신하는 비법을 알려주세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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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9/29 22:13
수정 아이콘
울때 안아주면서
괜찮아 오빠가 다른건 못해줘도 너 우는거 하나는 가려줄 수 있어
하고 안아준다음에 키스하셨어야죠!! 크킄

그럼 안군님은 위험한 남자 등극인데 크크
토니토니쵸파
12/09/29 22:18
수정 아이콘
교회오빠시군요!!!!
12/09/29 22:22
수정 아이콘
세상에서 제일 인기많은것도 교회오빠, 제일 호구도 교회오빠죠. 크크크...
12/09/29 22:32
수정 아이콘
안생겨요 ㅠㅠ
유치리이순규
12/09/29 22:40
수정 아이콘
앞에서 속옷을 갈아 입어도 문제가 없을것 같은 남자라면...그즈 또는 그으 같다는 의미겠죠?
12/09/29 22:48
수정 아이콘
그즈 나 그으만도 못한거죠. 걍 방안에 놓여있는 곰인형 정도?
12/09/29 22:43
수정 아이콘
도대체 저 드립은 뭔가요 진짜 ... 저같으면 '뭐야, 왜 이런 미친 소리를 하고 있는거야'라고 생각했을텐데 ;;;;
12/09/29 22:45
수정 아이콘
저라면 삼켜버린 멘트를 밖으로 뱉었을텐데..
그러면 안생기는 이유가 명확하여 억울하지 않잖아요..
흑백수
12/09/29 22:51
수정 아이콘
안군님과 결혼하고 싶다는 완곡한 표현인 것 같은데, 그 참 드립이 안타깝네요..
12/09/29 22:52
수정 아이콘
분위기상... 아니었습니다. ㅠㅠ
남자친구가 자기 맘을 몰라줘서 속상하다는 얘기 잔뜩 해놓고 저랑 결혼하고 싶다면... 이상하잖아요? 크...
Absinthe
12/09/29 22:54
수정 아이콘
헛 -_-;;;
절대 남자로 안보인다는 뜻....;;
12/09/29 22:54
수정 아이콘
빙고!
절대, absolutely, perfectly... 남자가 아닌거죠. ㅠㅠ
구국의영웅오세훈
12/09/29 22:55
수정 아이콘
아질게요 [m]
12/09/29 22:56
수정 아이콘
님 미워요~ 차라리 유게감이라 해주세요~
jjohny=Kuma
12/09/29 23:13
수정 아이콘
"고마워 오빤 너무 좋은 사람이야~" http://www.youtube.com/watch?v=-M_ecYD8wYs
"오빠, 오빤 좋은 사람이에요~" http://www.youtube.com/watch?v=lqlI2ZKf7Eo
"며칠 전 한 친구가 내게 말했지 너는 정말 좋은 사람이라고~" http://www.youtube.com/watch?v=hX6o5QWOFR0

역시 오빠 중 甲은 교회 오빠죠. 같은 교회오빠로서 동질감을 느낍니다.
제가 있어 정말 의지가 된다는 (남자/여자) 동생들이 한 둘이 아니네요. 며칠 전에도 한 처자가... 아, 아닙니다.
12/09/29 23:41
수정 아이콘
크크크크...
근데, '아마도 마흔 전엔 결혼하겠지...... 정말?' 이 저한테는 레알이라는게 함정.. ㅡ.,ㅡ
20대들은 그걸 몰라요... 천년만년 청춘일것 같죠? 아~~니에요~~

그리고.. 잠깐.. 어디서 이 틈을 타서 자기 노래 홍보질이십니까?!!
Love&Hate
12/09/29 23:50
수정 아이콘
그런거 아닙니다. 그렇다고 정작 앞에서 속옷을 갈아입지는 않잖아요???????? +_+
차라리 속옷을 갈아입고 그말씀을 하시지.......................




농담이고 정말 그런거(정말 남자로 생각하지 않은거) 아닙니다.
저한테 그런 비스무리 한 말하던 여자분은 지금 3년째 여자친구로서 하드코어 반성 하고 있습니다.
12/09/29 23:52
수정 아이콘
크크크크크크... 다음번 생일때는 레알 망사팬티 선물을 똭! +_+
피와땀
12/09/30 00:03
수정 아이콘
교회녀도 조금은 생각있으니 스스로 자신에게 다짐하기위한게 아닐까요 크크 아니면 진짜 남자로 안 보인다거나 안 보인다거나 크크
지나가는회원1
12/09/30 00:04
수정 아이콘
괜찮아요. 진짜 속옷 갈아입는거 본거보다 낫거든요.....
이건 진짜 남자도 아니라는 확인사살입니다.
여자애네 집에 들어갔는데 부모님도 있는데 거기서 그냥 잠옷으로 홀라당...
감흥이 없는 제가 XX같았습니다 ㅠ.ㅠ
12/09/30 00:55
수정 아이콘
아.. 그리고, 한가지만 덧붙히고 잘께요.. ^^;;
저 정도의 충격적인 멘트를 들어본건 처음이긴 했지만, 저런 상황은 두 손으로 꼽아야 할 만큼 많았죠;;
교회동생, 직장후배... 심지어는 바텐더 아가씨들까지 인생상담을 받으려 들더군요...;;
멘토질도 이제 지겹네요 하아... 이젠 좀 좋은 인연을 만나야 할 터인데...
12/09/30 00:59
수정 아이콘
저는 솔직히 저런상황 나오면 다 -0-...연애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는 쿰이겠죠? 크크;;
12/09/30 01:07
수정 아이콘
많은 사람들이 모르고 계시는 부분.. <좋은 오빠>는 <좋은 인연>으로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이 오히려 높습니다..

그만큼 그녀를 더 자주 볼 수 있고, 더 자주 진솔한 대화 나눌 수 있으며, 더 자주 보듬어줄 수 있기 때문이죠..

고로 좋은 오빠가 되는 것은 이미 좋은 스킬을 가지고 있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단 여기서 중요한 부분은 <좋은 오빠 to the 좋은 인연(애인)>이 되는 것인데, 이 부분은 Love&Hate님의 조언을 들으시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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