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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2/07/10 14:49:03
Name Neandertal
Subject [일반] [위대한 유산] - 아이 앰 넘버 투!
"내 맘대로 고전 읽기 세 번째" 찰스 디킨스의 [위대한 유산]입니다.
개인적인 감상을 적은 글이라 평어체를 쓴 점 많은 양해 바랍니다...^^


위대한 유산 (찰스 디킨스, 이순주 옮김) 대교베텔스만


나는 영국 사람들은 그림이나 음악 분야에의 소질은 별로 없는 것 같은데 글은 꽤 잘 쓰는 민족이라고 생각한다. 돌이켜 봐도 영국 출신의 유명한 클래식 음악 작곡가나 화가는 별로 생각나는 사람들이 없는데 (일단 이 분야에 대한 나의 지식이라고 하는 것은 보잘것없으므로 이 점은 감안해야 한다) 뛰어난 작가들 이름은 곧잘 생각나는 걸 보면 내 생각이 아주 틀린 것만은 아닐 것이다.

이렇듯 길을 걷다가 보면 글깨나 쓴다는 사람들이 두 사람 건너 한 사람씩 발에 채인다는 영국에서도 찰스 디킨스는 작가로서 셰익스피어 다음으로 넘버 투의 자리에 오를 정도의 명성을 자랑하는 인물이다. 그는 어렸을 때 가정이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바람에 12살 때부터 구두약 공장에서 일을 해야만 했는데 이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데이비드 커퍼필드]라는 자전적 소설을 쓰기도 했다. 아무튼 그러한 경험이 바탕이 돼서인지 디킨스는 평생 노동자와 힘 없는 사람들에게 애정을 가지고 그들 편에서 이야기를 썼던 작가였다. 죽던 해에 빅토리아 여왕이 그에게 기사 작위를 내렸지만 받는 것을 거부했고 죽어서는 문인들에게는 최고의 영예로 여겨지는 웨스트민스터사원에 묻혔다. 그의 묘비명에는 “He was a sympathiser to the poor, the suffering, and the oppressed; and by his death, one of England's greatest writers is lost to the world. (그는 가난하고 고통 받고 박해 받는 자들의 동정자였으며 그의 죽음으로 인해 세상은 영국의 가장 훌륭한 작가중 하나를 잃었다.)”라고 쓰여있다고 한다. 그의 삶과 작품세계를 단적으로 요약해 주는 내용이라 할 것이다.


아이 앰 넘버 투...이프 유 세이 아이 앰 넘버 쓰리, 암 고나비 베리 앵그리...


그는 또 당대의 베스트셀러 작가였다. 그가 쓴 책은 항상 인기를 끌었으며 대중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다고 한다 (물론 지금도 여전히 그렇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그를 현재 미국의 대중 소설가인 스티븐 킹에 비유하면서 19세기에 인기 베스트셀러 작가로 활약한 그가 20세기에 작품성으로도 인정을 받았듯이 스티븐 킹도 다음 세기에는 뛰어난 작품을 쓴 문호의 대접을 받을지도 모른다고 한다는데 개인적으로 내가 아무리 스티븐 킹 팬이라지만 이 말은 선뜻 믿기가 어렵다.


캔 아이 비 넘버 투 인 더 투웬티 세컨드 센츄리???


그의 후기 소설 가운데 하나인 [위대한 유산 (Great Expectations)]은 핍이라고 하는 인물을 통해서 노동자 계층의 진실되고 가치 있는 삶과 상류 계층의 허위와 위선을 대조하여 보여주고 있는 소설이라고 하겠다. 간단히 줄거리를 요약하자면 억척스런 누이와 대장장이 매형과 함께 가난하지만 순수하고 순박한 삶을 살아가던 핍은 어느 날 자신이 신분을 밝히지 않는 사람으로부터 막대한 유산을 물려받을 예정이라는 소식을 듣게 된다. 그 익명의 후원자의 요구대로 핍은 “신사”가 되기 위해서 고향을 떠나 런던으로 오게 되지만 점차 상류층의 사람들과 어울리고 신사가 되기 위한 교육을 받으면서 그 역시 그들처럼 속물이 되어가고 고향의 순박한 사람들 (매형과 누이, 비디 같은)을 멀리하게 된다. 결국 그에게 유산을 물려주기로 한 익명의 후원자의 정체가 마침내 드러나고 유산의 상속도 물거품이 되고 말지만 핍은 처음의 순수함을 되찾고 새 삶을 시작한다는 내용이다.

한 마디로 이 소설은 “돌아온 탕아”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다. 디킨스는 이 소설에서 노동자 계층의 사람들은 순수함을 대변하는 인물들로, 상류층의 사람들은 무능하고 위선적이며 마음의 병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로 대비하여 제시하고 있다. 결국 그는 가치 있는 삶이란 부나 명성, 사회적 지위에 이끌리는 삶이 아니라 정직하고 남을 도우며 어떠한 상황에서도 변치 않고 조건 없는 사랑을 줄 수 있는 삶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삶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등장 인물들이 바로 핍의 매형인 조와 마을 처녀 비디라고 하겠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들의 삶의 가치는 무엇인가? 바로 돈 아닌가? 바야흐로 “돈이 모든 것을 다 지배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돈이 많은 사람들은 많은 대로 없는 사람들은 없는 대로 모두들 돈, 돈, 돈, 돈을 외치고 있다. 남들보다 더 좋은 직장에 다녀야 하고 남들보다 더 좋은 차를 타야 하고 남들보다 더 좋은 아파트에 살아야 한다. 우리 모두 무한 경쟁에 내몰려 치열한 서바이벌 게임을 벌이고 있다. 네안데르탈이 살고 있는 지역의 한 인문계 사립 고등학교는 전체 석차 50위권 이내의 학생들만 집중 관리하면서 나머지 수 백 명의 학생들은 “너희들 인생 너희들이 알아서 살아라”라는 식으로 방치 아닌 방치를 한다고 들었다. 그렇듯 일찍부터 경쟁에서 밀려난(?) 친구들한테 찰스 디킨스의 [위대한 유산]을 내밀면서 조와 같은 삶을 사는 것이 진정한 인생이다라고 한다면 그들이 과연 콧방귀나 뀔까?


머니 톡스...


요즘은 어떤지 모르겠는데 예전에 네안데르탈이 서울 살았을 때 가끔 지하철을 타고 가다보면 “예수천국 불신지옥”이라고 쓰인 띠를 착용하고 성경책이나 십자가를 들고서 큰 소리로 성경 구절을 암송하거나 하면서 전도를 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이럴 때면 승객들 대부분은 눈살을 찌푸리면서 어서 빨리 저 사람이 다음 객차로 넘어가기만을 바라곤 했었는데 지금에 와서 우리는 이 위대한 작가 찰스 디킨스를 그러한 지하철에서 전도하는 사람처럼 만들어버린 것은 아닌가 싶다. 찰스 디킨스가 제시한 올바른 삶에 대한 대답으로 “아, 예~,예~ 좋은 말씀 잘 알겠는데요 지금은 그런 시대가 아니거든요? 댁이나 그렇게 사슈.”라고 면박 주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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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7/10 15:02
수정 아이콘
독일, 이탈리아 등과 비교하면 클래식에서 위대한 음악가가 적긴 합니다만 영국도 헨델, 엘가 등 알만한 음악가들이 꽤 있습니다. 그리고 영국이
음악 분야에서 성과가 적다기엔 현대 음악사에 있어 가장 큰 영향력이 있는 곳이 영국인지라...전설의 밴드 비틀즈의 나라인데요.
찰스 디킨스의 작품은 언제 한번 읽어보고 싶었는데 좋은 참고글 감사합니다.
성유리
12/07/11 02:00
수정 아이콘
위대한 유산 참 잼있죠.. 읽다보면 다음 내용이 궁금해서 계속 읽게 되고.. 다 읽고 나면 먼가 가슴에 여운도 남게 되고요..
앉은뱅이 늑대
12/07/11 18:19
수정 아이콘
글 참 감칠맛 나게 잘 쓰십니다 ^^;
잘 읽었습니다.
12/07/11 23:07
수정 아이콘
항상 고퀄의 좋은글 너무 잘읽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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