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2/01/10 01:50:28
Name Absinthe
Subject [일반] 내 친구 기시 (奇詩)

저의 친구 기시를 (奇詩) 소개합니다.
기이한 시 라는 뜻으로 본인이 지은 가명인데 실제 이름보다 더 애착이 가는 이름입니다.
친구가 쓰는 시 스타일, 뭔가 지구와는 어울리지 않는듯한 포스 - 여러모로 좋은 의미에서 기이하기 때문에
더욱 그렇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순수한 마음의 소유자이며 누가봐도 힘들법한 상황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열심히 앞으로 전진하는 멋진 친구입니다. 요즘 자유게시판에 좋은 시 관련글이 많아 저도 대세에 편승하고자(?)
친구의 허락을 받고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기시군의 시를 올려봅니다.



가정

양치질을 했지만, 하지 않았다, 아니 하지
못했다 혹은 하는 것인 줄 몰랐다, 라고
말하고 싶다

아홉 살 무렵, 누런 옷을 입기 시작한
치아

그러나, 위치의 不在
'누구도' 혹은 '아무도' 그것을
가르쳐 주지 않았다

하얀 것을 하얀 것 그대로 보존하는 방법.

이동하는 車輛에 몸을 실을 때마다
덜컹거리는 이빨, 이빨, 이빨

성장통과, 통(桶)과 나란히
잇몸을 드러낸 구멍 난 바퀴 혹은
타이어

벌어진 타이어 속은 검다
나는 어찌하여 '인식'하기 전부터 검은가

나는 어찌하여 나는 어찌하여
나를 담아두기 전부터 검은가


---------------------------------------


무얼(木耳)*

기타의 코드를 짚어보니
손끝이 소시지 먹기 좋으라고
칼집 내놓은 것 같았다

기타를 엎어 놓으니
아버지께서 기타는 뉘여 놓는 게 아니라
세워 놓는 것이라고 하셨다

어째서? 라는 나의 반문에
기타의 재질이 벌어질 수 있단다

그렇다면, 왜 棺은 뉘여 놓는 것일까
어떤 목재는 이렇게 현을 메달아
설움을 달래는데 말이지

棺은 일으켜 봐야 심지어 館도 되지 못한다

한번은 울림통 속으로
피크가 투신해
그것을 꺼내려 거꾸로 들고
흔들어대니까 웬 걸
항 우울제가 튀어 나왔다

저번에 놓친 파란색의 약물이
울림을 이루고 있던 것이다

나는 기꺼이 알 수 없는 감정을
알려 들려 하지 않고
소시지가 되기로 했다

기억될 순 없어도
이대로 현존하고 싶었다.

* 중국 변혁기 시인 꾸청의 아들 이름을 따옴.



--------------------------------------


4번째 자음

삶.에 있어 가장 疏遠한 침묵은
받침 리을이다

보이지만 잘 읽을 수 없는 혹은
읽으려 하지 않는 그것.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쎌라비
12/01/10 02:09
수정 아이콘
재밌는 시네요. 시보다 소설을 좋아하는 편이지만 각기 다른 맛이 있는거 같아요. 관은 일으켜봐야 심지어 관도 되지못한다는 구절이 인상깊네요. 멋진 친구분을 두신거 같습니다.
PoeticWolf
12/01/10 10:30
수정 아이콘
와. 싱싱하네요. 특히 1번 3번이요 흐흐.
드럼씨어터
12/01/10 11:09
수정 아이콘
1,2,3번 모두 어디 빼놓을수 없네요!
Absinthe
12/01/10 13:56
수정 아이콘
PoeticWolf 님// 드럼씨어터 님// 감사합니다 ^^ 친구에게 싱싱한 시 써줘서 고맙다고 전해주려고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34725 [일반] 대몽항쟁 1부 - 3. 지옥문이 열리다 [9] 눈시BBver.27910 12/01/16 7910 6
34724 [일반] 통합진보당은 정말 뭐하는걸까요 ? [138] 키토7180 12/01/16 7180 1
34723 [일반] 시국선언 [25] spin6057 12/01/16 6057 0
34722 [일반] MLB 월드시리즈 최고의 순간 Top 40 [3] 김치찌개3858 12/01/16 3858 0
34720 [일반] 안철수씨가 대선에 영향을 끼친다면 [41] 뜨거운눈물6685 12/01/16 6685 0
34719 [일반] 케이블TV협회 "오후 3시부터 지상파 방송 중단" [34] 강가딘6746 12/01/16 6746 0
34718 [일반] 파나소닉 주가 31년 전 수준으로 추락 [39] 다음세기7742 12/01/16 7742 0
34717 [일반] 주간 <스포츠 뉴스> 올립니다.. (최희섭, 넥센 트레이드 불발) [30] k`8578 12/01/16 8578 2
34715 [일반] 다음주 나가수 2차경연이 기대됩니다.(스포유의) [25] 7559 12/01/16 7559 0
34714 [일반] 靑春 [2] 제이나3551 12/01/16 3551 0
34713 [일반] 태어나자마자 연봉 1억 찍는 나라 [26] 김치찌개10673 12/01/16 10673 0
34712 [일반] 환상과 환장, 양치질과 양치기질. [36] 삭제됨4638 12/01/16 4638 7
34711 [일반] 미필적 고의 [未必的故意, dolus eventualis] [17] 영원한초보6280 12/01/15 6280 0
34710 [일반]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아침식사 비교 [35] 김치찌개9435 12/01/15 9435 0
34709 [일반] K팝스타 이하이양, 이승훈씨 입이 다물어지지 않아요. [63] 브릿덕후9247 12/01/15 9247 1
34708 [일반] 오늘 죽치고 집에서 본 1월신작 일본애니메이션에 대한 이런저런 평가 [21] 방과후티타임5648 12/01/15 5648 0
34706 [일반] 술자리를 필사적으로 피해야겠습니다. [97] 로렌스8317 12/01/15 8317 0
34705 [일반] 혼자 춘천에 다녀왔습니다. [10] 해소5360 12/01/15 5360 0
34704 [일반] [K리그] 이적 분쟁이 생겼군요. [29] 해피스마일4796 12/01/15 4796 0
34703 [일반] 와이프와 같이 게임하기 [22] 란돌10059 12/01/15 10059 0
34702 [일반] 갓 돌을 지난 조카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29] 애국청년6210 12/01/15 6210 0
34701 [일반] [야구] 기아 타이거즈 용병구성 완료/최희섭에 대해 강경책으로 선회 [36] giants6432 12/01/15 6432 0
34700 [일반] 대몽항쟁 1부 - 2. 어긋난 시작 [5] 눈시BBver.25448 12/01/15 5448 3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