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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1/09/30 19:31:34
Name 루나틱
Subject [일반] 연필을 깎다.
"내일 학교 갈 준비 다했나?"

"책가방 다 쌌다! 근데, 연필 깎아서 가야되는뎅 ..."

"아부지한테 얘기해라."

.
.
.
.
.

"아빠, 연필좀 깎아주세요"

"필통열어봐라. 하이고~ 우리 공주님. 공부 열심히 했는갑네? 연필이 싹 다 닳아있노~"

"헤헤헤헤~ 아빠아빠, 요거는 몽당연필인데~ 선생님이 연필 아껴쓴다고 칭찬해줬다?"

"아빠가 모나미 볼펜에 요렇게 쏙 꽂아서 쓰라고 다 만들어 줬잖아."

"히히, 아부지 최고~"

"그래그래, 아부지가 다 깎아줄게. 어여 가서 신문지 들고오이라."

.
.
.
.
.

그때 그시절,
필통 한 가득 연필을 넣어서 다닐 때.
연필깎이로 깎여진 뾰족한 연필보다는, 아버지가 깎아주시던 뭉툭한 연필이 문득 그리워집니다.

지금은 머리에 소복한 눈이 점점 쌓여가는 우리 아버지.
가끔 전화를 주시면,
"딸, 밥은 잘 챙겨묵고 있제? 어쨌거나 많이 묵어야 한다. 돈 부족하면 꼭 얘기하고."
라며, 언제나 딸을 위해 노심초사 하시는 우리 아버지.

얼마간의 세월이 흘러서야, 주신 은혜의 티끌만큼이라도 갚을 수 있나 늘 걱정합니다.

글을 쓰면서도 울컥울컥 하네요.
가게 마치는 시간에 한 번 전화나 드려봐야겠습니다.
분명, "아이구, 우리딸~ 밥은 잘 챙겨묵었나?" 라고 어김없이 말씀하시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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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진이빵조아
11/09/30 19:37
수정 아이콘
제가 항상 궁금하게 생각하는게 있는대요. 그래서 질문 하나 드립니다.
보통 자식이 나이가 들면 아들 같은 경우에는 어머니에게 더 깊은 정을 느끼는 듯 한대요.(물론 어머니, 아버지 다 똑같지만 그래도 조금이라도 더 기우는 듯한, 물론 개인차도 당연히 존재)
딸의 경우는 어머니와의 정이 더 깊은가요? 아버지와의 정이 더 깊은가요? 잘은 모르지만 아들에 비해서는 아버지의 경우가 좀 더 많을 것 같아서요.
어둠의 무법자
11/09/30 23:37
수정 아이콘
저도 나이가 들면 들수록 어머니도 지금도 좋지만 아버지에 대한 정이 예전에 비해 깊어지네요.
확실히 저도 아들이라 그런지 아버지에 대한 영향을 많이 받게 되는 것 같습니다.
아버지들은 자신의 인생처럼 살지마라고 말하지만 아들은 그걸 들으면서도 자신도 모르게 닮아 가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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