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0/09/23 13:44:16
Name 상상하는 책
Subject [일반] 꿈을 포기한 한 사람
안녕하세요 상상하는 책입니다.
추석 명절 잘 보내고 계신지요? 부침개, 송편 많이, 맛있게 드셨고, 친지분들과 즐거운 한때 보내셨으리라 생각합니다.

그저께의 서울 일부지역빼고는 다들 잘 지내셨으리라 생각합니다.
큰집가다가 능동사거리 부근에 비가 많이온 관계로 물이 안빠져서 바퀴의 반조금넘게 찰 정도로 물이 차올랐었는데 다들 괜찮으신지 모르겠군요.

그럼 본론으로 돌아가서 제목처럼 꿈을 포기한 한 사람인 저의 사촌에 대해서 글을 쓰고자 합니다.
저랑은 한살 터울인 동생인데요, 고등학교때부터 미술학원 다니면서 대학은 미대, 그리고 사회 생활은 그래픽쪽에서 했었지요.
회사생활하다가 프리랜서 하다가 알바하다가 공부도 병행하면서 말이지요.
그런데 어제 저녁때 큰집에 와서 잠깐이나마 이일에 대해서 얘기를 나눴습니다. 이젠 꿈을 포기하기로 결정했다고요.
이유인 즉슨 그동안 참고, 참아왔었지만 결정적인 한 사건때문이었습니다. 사건이라고 쓰긴 하지만 나름대로는 꿈을 포기하기 때문에 그렇게 적었습니다.

이 친구가 그래픽 CG쪽 일을 하는데요, 쉽게 얘기하자면 왠만한 사람이라면 알만한 유명한 영화 포스터라던가 광범위하게는 광고물 등을 회사에서라던지 프리랜서로 하던지 했었는데요, 한 병원의 의뢰로 광고면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동안 다른 회사들에게 맡겨왔었는데 마음에 안들어서 많은 이들의 손을 거쳐 결국 지인의 소개로 이 친구에게까지 왔습니다. 그런데 꿈을 포기한 계기는 바로 어느 업계이든지 마찬가지의 관행처럼 되어버린 단가 후려치기!! 때문이였습니다.

회사에 의뢰를 준 것도 아니고 개인에게 준것이라고 하더라도 단가를 대략 알고 있는 그 친구 입장에서 회사단가의 반정도 수준을 단가로 책정하고 제시했었는데 만족하고 수긍했답니다. 물론 글자같은 기획단계부터 몇가지 콘셉 등 모든 디자인을 다 했지요. 그런데 이젠 파일만 넘기면 되는건데, 하루전날에 갑자기 7분의 1수준으로 단가를 깍더랍니다. 물론 명분아닌 명분으로요, 자기네들이 제시한 콘셉데로 해주고 앞으로 계속 마지막에 제시한 금액대로 하자는 데서 이용당했다는 생각에 완전히 접기로요, 물론 그동안 쌓이고 쌓여왔던게 결국 이 한방으로 해결(?)된 셈이긴 하지만요. 참고로 그 병원의 간호사 연봉이 후덜덜 하더군요.

IT 업계가 야근잦고, 박봉이란건 이해한답니다. 기업에서 중간의 누군가에게 오더를 주면 그 중간자가 한 곳에또 의뢰하면서 가뜩이나 박한 금액에서 한다리 걸치니 더욱 단가는 낮게 책정되고, 악순환의 연속이 되면서 결국 버티다 버티다 버티지 못한 많은 이들이 무대에서 내려가고, 다시 새로운 꿈나무(?)들의 출연 이런식이 반복되니 나아지질 않는다면서요.. IT 업계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겠지만요.
그리고, 여기저기 이력서를 넣었더군요, 서울 생활 청산하고 지방으로 간다면서요. 그리고 전직한다고 하면서 왠지 서글프게 느껴졌습니다. 열심히 살면서 꿈을 이루기 위해 상경했지만 이렇게 다시 내려간다하니.. 그리고 대기업 생산직까지 알아보면서 넣어봤지만 그마저도 안되고, 결국 선택한 길이 큰돈을 벌기 위해 산다고 하던 그 친구는 조만간 서울을 떠나게 될것 같다면서..

제눈에 비친 그 동생의 모습은 홀가분해지면서 한편으론 착잡한 그리고 새로운 도전에 대한 의지가 보였습니다.
10년넘게 한길에 투자했지만 어두운 단면에 무릎을 꿇으면서 쓸쓸히 퇴장하는 그의 모습에서 많은 그분야 분들의 어깨들이 오버랩됨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속으로 내가 아무런 도움도 되질 못해서 정말 미안했습니다.
틈틈이 알바하면서 학원등록해서 더 배우려 노력하고, 날밤새고, 다시 일상의 연속

그 분야에 종사하는 이들의 많은 부모님들도 못마땅하게 생각한다더군요, 많은 돈을 투자해서 한달에 가져가는 돈은 100만원 남짓...
그리고 무한루프......

집안에서 제일 크게 될 것 같았던 제 마음속의 기대주는 그렇게 꿈을 접고, 새로운 꿈을 향해 준비중입니다.
제가 제일 크게 일어나서 다른 사람을 도와주면 좋겠다는 연휴가 된 한해가 되었네요.



PGR 분들은 모두 크게 되시고, 꿈을 포기하지 않고, 모두 이루었으면 좋겠습니다. 진심으로요.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무리수마자용
10/09/23 20:24
수정 아이콘
ㅜㅜ 그런데 저런 후려치기방식을 쓰는 기업과 제대로 협상하는 기업과 경쟁하면 누가 살아남을까 생각하니 전자가 더 수월할거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씁쓸하네요 [m]
스폰지밥
10/09/23 21:00
수정 아이콘
IT업계 종사자분들의 고충, 얼마나 큰지 잘 알겠습니다. 사실 예전에 PGR에서도 정말 많은 글을 통해서 알았구요..

아무튼... 각자 자신의 꿈을 포기하지 않게.. PGR인들 모두 파이팅요.
10/09/23 21:49
수정 아이콘
저 역시 본인의 노력만으로는 이루어질 수 없는 꿈때문에 좌절하고 뜻을 꺾은 이들을 많이 보아와서 참 가슴이 아프네요. 한 분야에서 자신의 꿈을 이루며 소위 성공이란 걸 한 분들은 정말정말 대단한 분들입지요... 이러한 분들 혹은 자신의 예를 들며 노력만 강조하는 분이 가끔 있던데 그게 참 그렇지도 않습디다 사회라는게... 부디 사촌 분의 새로운 도전이 성공하기를...
10/09/24 16:51
수정 아이콘
그래서 전 동생뻘 되는 애들에게는 밥벌어먹겠다고 혹은 아무 생각없이 IT로 가지 말라고 합니다.
정말 그곳에 꿈이 있다면 모르겠지만...
저희떄도 마찬가지였지만 대학 갈때 되면 흔히 애들이 정보통신이나 혹은 웹디자인이나. 혹은 컴퓨터 공학과나 뭐 이런데를
많이 생각합니다. 특히 남자아이들이요. 여자애들같은 경우엔 한마디 합니다.
"대학에서 여신생활하고 졸업하고 그냥 시집가서 남자한테 기대 살려면 IT가도 된다. 다만 그걸로 직업하려면 가지 마라..
생물학적으로 남자가 여자보다 IT계열에 많은 재능을 보이는데 그네들도 X빠져라 경쟁해야 셀러리맨 월급 가져갈지 모르는데가
IT다"라고요. 제 친구들 이제 슬슬 졸업하거나 졸업을 앞두고 있는데 다들 한숨쉽니다.
제가 27살인데 이제껏 대학 안다니다가 갑자기 생각을 바꿔서 보건계열로 입학해서 지금 1학년인데
제 친구들이 제가 오히려 장래성이 있다고 부럽다고 말할정도로 한숨만 나오는게 현 IT의 주소더군요.
상상하는 책
10/09/24 21:13
수정 아이콘
저도 IT쪽 학과를 나왔는데요, 그때 한창 벤처기업이다 IT 열풍이 불어서 저도 모르게 휩쓸려 가다시피 과를 정했는데 후회하고 있습니다.

만약 그때 과를 다른쪽으로 정했으면 미래의 진로도 상당히 달라졌을거다라고요. 다니면서 IT쪽의 많은 곳에서 박한 연봉, 열악한 근무환경 등이 기다리고 있는것을 알고, 흥미도 없던차에 접는게 낫겠다 싶어서 깨끗이(?) 포기했습니다. 졸업하자마자 손털었죠. 발을 담그기도 전에..

어느분야던지 다 자기가 가면 3D가 되는 현실 앞에선 오십보백보 겠지만 그래도 이 선택을 후회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다가 여차저차 먹고 살기 위해 돈을 벌기 위해 사회생활하면서 다람쥐 챗바퀴의 연속인건 마찬가지가 되긴 하지만 그래도 지금이 그때 발을 담근것 보다는 낫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32682 [일반] 임상실습 1주일차인 머리에 깡통찬 학생이 들려주는 작업치료 이야기. [7] 럭스5115 11/10/29 5115 1
32035 [일반] 제2의 김태원은 없다. (내시경 점막하 박리절제술에 관한 이야기) [39] 사악군8595 11/09/30 8595 0
30913 [일반] PGR21의 주옥같은 글쓰기와 의문점. [92] 사람사는세상6855 11/08/07 6855 0
30300 [일반]  신생아 퇴원기 (부제 : 종합병원 소아 응급실은 정말 비추에요) [130] 나두미키7370 11/07/14 7370 0
29894 [일반] 입원중입니다. [20] 물맛이좋아요5454 11/06/23 5454 0
29797 [일반]  [1/5] 이공계 학도 이야기 - 1. 공과대학에 진학하기 까지, 그리고 1학년 1학기 [15] The Warrior6203 11/06/17 6203 0
29548 [일반] 2011년 어느 늦은 밤 - 행복의 조건 - fd테란4852 11/06/04 4852 0
29211 [일반] 무사히(?) 잘 돌아왔습니다. [8] 아영아빠5075 11/05/19 5075 1
29187 [일반] 잡담하기 좋은 날 [18] fd테란5485 11/05/18 5485 0
29049 [일반] OOO 스타크래프트(?) 해설의 아버님을 만났습니다. [16] Noki~6465 11/05/11 6465 0
28146 [일반] 비행기 내 환자 발생! [17] Timeless8444 11/04/03 8444 0
27998 [일반] 어머니께서 대학병원에서 수술을 받으셨습니다. 외 몇가지. [11] nickyo5965 11/03/26 5965 0
27819 [일반] 일본 인스턴트 컵라면& 라면 시식기 입니다 (有) [20] Eva01010233 11/03/16 10233 0
27107 [일반] 설날, 그냥 가벼운 이야기를 즐겁게 해 보아요. [10] DEICIDE4682 11/02/03 4682 1
26827 [일반] 지난 주 1박2일 보셨나요? 외국인 근로자 3탄!! [18] 맥주귀신5359 11/01/20 5359 1
26764 [일반] 의료보장제도에서의 환자 본인부담금에 대해 알아봅시다 - 무상진료는 합법인가? [2] Dornfelder3528 11/01/15 3528 2
26164 [일반] 군대식 문화와 그에대한 고정관념... [73] 마빠이7189 10/11/03 7189 0
25969 [일반] 일본 자전거일주중 (코우치) [2] Eva0103735 10/10/24 3735 0
25671 [일반] 요즘 보는 드라마들 [21] Cazellnu5568 10/10/10 5568 1
25296 [일반] 꿈을 포기한 한 사람 [5] 상상하는 책5266 10/09/23 5266 0
24852 [일반] 전학생은 홍어녀에 대한 잡상 [34] 눈시BB13434 10/09/04 13434 0
24819 [일반] 저 궁금 합니다 !!!! [56] 절세환이8259 10/09/03 8259 0
24662 [일반] 우리나라 외과 전공의들 [30] 늘푸른솔솔10110 10/08/28 10110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