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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9/02/24 20:57:03
Name 여자예비역
Subject [일반] 어린 시절에 관한 소고


#.1 시골스러움

저는 드넓은 평야(주로 논)가 펼쳐진 시골에서 자랐습니다.
아궁이에 불을 때는 자그마한 한옥집에서 할머니,할아버지, 어머니,아버지,작은아버지,작은어머니, 그리고 아이들.. 10식구가 복작복작사는 말그대로 전형적인 농가였지요.

유치원에 들어가기도 전부터 저녁아궁이를 지피기위해 집 뒷산에서 싸릿대나 낙엽부스러기를 한 삼태기씩 모아오는게 당연한 거였고..
집겹에 있던 100여마리 남짓 있건 닭장의 병아리를 족제비로부터 지키기 위해 닭장의 구멍을 메우고 다녔던 꼬맹이었죠..
초봄에는 할머니와 냉이를 캐고 쑥을 뜯으러 다녔고, 늦봄엔 에 파종하는 어머니를 도우려, 이랑에 비닐을 씌우고 모종구멍을 내고 다녔죠..
여름엔 애써지은 수박농사 망칠까.. 라기본단 아부지가 끓여주는 야식라면에 끌려서.. 모기에 뜯겨 가며 원두막을 지키기도 했지요..
늦여름엔 뙤약볕 아래서 고추를 땄고요.. 가을엔 고추랑 나락(벼의 탈곡전 낱알)을 말리느라 신작로변에서 하루를 보내곤 했어요..
늦가을엔 참깨며 들깨, 콩들을 도리깨로 타작하고, 겨울엔 어머니와 메주를 쑤었지요..

도시의 아이들에 비하면 몸은 고되고 힘들었을지 모르겠지만.. 전 그 모든게 너무 재밌었어요..
땡볕에 고추를 말리면서 먹던 아이스크림의 맛, 비록 반찬은 김치란 계란후라이뿐이었지만.. 나무그늘아래서 어머니와 먹던 도시락의 맛..
콩 타작을 하며 도리깨를 풍차처럼 돌리던 것.. 타작해놓은 깨를 키로 이는 것을 서로 해보겠다고 하다 마당에 다 쏟았던 것..
어느하나 포기하기 어려운 추억이네요...


#.2 엽기스러움 - part 1

전 그때는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행동한건데.. 지금 생각해보면 좀 웃겼던거  같아요..

4살때였던가요.. 시내에 나가는 막내고모를 따라 버스를 탔는데.. 고모는 저를 못보고 그냥 목적지에서 내려버리고..
전 그대로 종점까지 갔다나봐요..
당연히 집에서는 난리가 났죠.. 코딱지만한 동네에서 애가 없어졌으니... 한참을 뒤지는데.. 동네 어르신 한분이 막내고모 따라 버스타는 저를 보셨대서.. 막내고모 오기만 기다렸는데.. 막내고몬 저는 못봤다고.. 혼자 집에 온거에요..
이래저래 찾다가 결국엔 버스회사에 전화 해봤더니.. 제가 거기 있더래요..
그런데 버스회사 분이 하는 말이 더 가관인게.. (정확히는 제가 한말이었죠)
집에 전화가 없어서 전화번호를 모르니 여기로 전화가 올거라고 당당하세 주장했대요...ㅡ_ㅡ;;
심지어는 애간장 다태우고 엄마가 왔을때는 버스기사 아저씨들 앞에서 주현미 언니의 "밤비내리는 영동교"를 열창하고 있었다나요..?

제 첫번째 18번은 주현미 언니의 "밤 비내리는 영동교"입니다...(_ _)



#.3 엽기스러움 - part 2

중학교때 였어요...
그때는 회수권으로 버스를 타고 통학을 했었는데... 군산이 타지역에 비해 버스요금이 엄청 비싼 편이거든요...
기억에.. 180원에서 280원이 되었을 때였어요...
보통은 지갑에 천원짜리 한장정도는 가지고 다녔는데.. 그날따라 집에 지갑을 주고 나온거에요... 회수권은 교복안주모니에 있었는데..
그날이 회수권 요금이 오르고 난 직후라.. 180원짜리 회수권 한장만 있었던 거에요..
집에는 가야는데 버스요금이 100원이 모자라잖아요..?
친구들한테 빌릴랬더니 친구들도 새로나온 회수권 사느라 돈이 없다는 거에요...
그래서 전 당당하게 다른 곳으로 돈을 빌리러 갔어요..





파출소였죠... ㅡ_ㅡ;;

지금 생각해 보면 그런 생각을 어떻게 했는지 모르겠는데... 아주 당당하게 파출소에 들어가서 말했어요...


"경찰 아저씨.. 저는 중앙여중 2학년 8반 조여역인데요~ (학생증 보여드리고) 지금 집에 가야하는데 차비가 100원이 모자라요.. 좀 빌려주시겠어요? 내일 가져다 드릴게요."

라는 말을 얼굴하나 붉히지 않고 했었답니다..  
순간 파출소안은 정적이 흐르고.....
소장(?)님쯤으로 보이는 아저씨께서 웃음을 참으며.. 흔쾌히 100원을 주시면서..

"안가져다 줘도 되니까.. 공부 열심히 해라~" 하셨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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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행인간
09/02/24 21:09
수정 아이콘
꿋꿋하라..
당당하라..
뻔뻔하라..

네에....
스타바보
09/02/24 21:11
수정 아이콘
우왕~ 아주 멋진 경찰아저씨군요~ 후덜덜

그런데 소고의 정확한 뜻이 뭔가요??
다른 데서는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데 유난히 피지알에서 많이 보네요~
레빈슨
09/02/24 21:29
수정 아이콘
작은 생각.. 아닐까요? 걍 한자 생각해서 제멋대로 풀이해봄 -_-;;
arq.Gstar
09/02/24 21:31
수정 아이콘
중앙여중 나오셨군요~ 저는 동중학교 나왔답니다. 킥킥~
09/02/24 21:41
수정 아이콘
족제비...정말 흔한 동물이었는데, 농약의 대중화와 쥐약놓기운동이 큰 타격이었죠. 담비처럼 아예 멸종 위기까진 아니지만, 지금은 천수만 일대를 비롯하여 근근히 명맥을 부지하는 수준입니다. 날씬한 몸매와 긴 목, 귀여운 얼굴과 탐스런 꼬리를 가져서 애완용으로 길러지기도 하죠.

그런데 친척인 스컹크처럼, 족제비 역시 취선을 갖고 있어 그곳에서 고약한 냄새를 가진 액체를 내뿜어 스스로를 보호하기도 합니다. 다 자라도 10킬로가 안되는 이 조그만 동물이 어찌나 영악하고 재빠르며 사나운지, 커다란 노루를 사냥하기도 하지요. 일제 시대에 함경북도 무산 일대의 침엽수림에서 사냥을 즐기던 영국 고관들이 데려온 포인터와 세터들이 자기 몸집의 반도 채 안되는 족제비에게 물려죽곤 했다는 일화는 유명합니다. 반면 토종 풍산개들은 족제비를 넓적하고 커다란 앞발로 때려잡는 위용(?)을 과시했었지요.

족제비는 워낙 민첩해서 그 천적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놀랍게도 포악하고 둔한 오소리에게 자주 잡아먹힙니다. 오소리는 족제비보다 배나 느리지만, 나무도 잘 타고 헤엄도 잘 치지요. 족제비가 신경질을 부릴 때까지 악착같이 냄새를 따라 추적해 옵니다. 그러면 족제비는 결국 나무로 올라가다가 따라 올라온 오소리에 질겁하고는 마지막 수단으로 땅을 파고 들어갑니다. 그런데 오소리는 뒷발보다도 두껍고 튼튼한 앞발을 지닌 땅굴파기의 명수거든요. 족제비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스피드로 땅을 파고 들어가서는 발버둥치는 족제비를 큼직한 앞발로 눌러 죽입니다. 심지어는 담비도 같은 방식으로 잡아먹지요.

족제비들과 달리, 오소리는 중국산 오소리가 사육용으로 반입되는 등 많은 농가에서 기르고 있습니다. 최근 정부는 오소리를 가축으로 지정했었지요.
낭만서생
09/02/24 21:51
수정 아이콘
역시 판본좌 강림하셨군요 판본좌를 찬양하라
09/02/24 22:13
수정 아이콘
스타바보 님// 뭐 이런 경우에는 '단상'과 비슷한 의미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자기 생각'을 낮춰부르는 뜻도 있지만요.
보통 '체계가 없이 그냥 떠오르는 대로 읊는 생각' 정도로 생각하시면 될 듯해요.
09/02/24 22:15
수정 아이콘
드디어 판님 소환스킬 쿨타임이 끝났군요~
학교빡세!
09/02/24 22:19
수정 아이콘
오....예상치못한 판님소환글
09/02/24 22:50
수정 아이콘
"판"님의 귀환이시군요. 하하
09/02/25 01:10
수정 아이콘
오오 판님을 찬양하라~!
Zakk Wylde
09/02/25 09:35
수정 아이콘
그 뒤로 공부는 열심히 하셨나요? 흐흐
오소리는 제가 군 생활할때 창고로 들어와서 오소리와 사투를 -_ -;;
오소리는 정말 흉칙하게 생겼더군요.. 그 이빨이며 발톱이며 정말 무서웠던 기억이 나네요.
[NC]...TesTER
09/02/25 10:29
수정 아이콘
누구에게 지갑을 주고 오셨는지요
나두미키
09/02/25 12:32
수정 아이콘
판네르바 복귀하셨네요. 유게에서 많은 분들께서 기다리시던데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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