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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5/10/28 02:03:37
Name 신정상화
Subject [일반] 자고 일어나니 재벌그룹이 해체됨
헌법 공부를 하며 알게된 사건을 검색 도움을 받아 정리하고 공유합니다.

* * *

1985년 초 국제그룹은 21개에 달하는 계열사를 거느리며 재계 서열 7위에 올라 있었다. 1947년 양정모 회장이 부산에서 시작한 '왕자표 고무신' 사업은 반세기도 지나지 않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브랜드 '프로스펙스'를 탄생시킨 국민 기업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1985년 2월 21일 주거래 은행인 제일은행은 국제그룹 전체를 해체한다는 충격적인 발표를 내놓았다. 훗날 양정모 회장은 "자고 일어나니 기업이 해체되어 있었다"고 표현할 정도였다.

명목은 부실기업 해체였지만 의아한 점들이 있었다. 국제그룹의 부채비율이 900% 비율로 높다지만 예금 금리만 10%인 초고호황 시절에, 다른 기업들도 500~600%는 된다는 점. 집권 여당의 부산 지역 총선 패배 이후 제2금융권 등이 일제히 국제그룹의 돈줄을 묶었다는 점. 해체를 선언한 제일은행조차 전날 그 결정을 받았다는 점 등이었다. 해당 시기 전후로는 정권의 미움을 받았음을 꼽는다. 양정모 회장은 청와대가 주도한 일해재단 성금으로 다른 재벌보다 적은 5억 원을 어음으로 내려다 재단 이사장에게 "야박하다"는 면박을 당했다. 국제그룹은 이미 영부인과 대통령 동생이 운영하던 재단에 성금 3억 원만 기부하여 전두환의 눈 밖에 난 상태였다. 전두환이은부산에서 선거 협조를 부탁했으나, 양정모 회장이 다음 날 아들의 49재를 챙기기 위해 부산을 떠나자 전두환은 이에 크게 분노했다는 일화가 가장 유명하다.

민주화 이후 양정모 회장은 그룹을 되찾기 위한 긴 법적 투쟁에 나섰다. 일전일퇴 끝에 1993년 7월 헌법재판소는 국제그룹 해체 조치가 사유재산권을 침해한 명백한 위헌 행위라고 판결했다. 이 결정은 대통령의 통치행위 역시 사법 심사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천명한 판결로 회자된다. 하지만 이 결과가 실질적인 구제로 이어지지 못했다. 대법원은 정부의 강압 행위가 위헌이라 할지라도 그 결과로 체결된 인수 기업과의 사적인 계약까지 무효로 볼 수는 없다고 판단하여 1996년 양 회장 측에 최종 패소 판결을 내렸다.

돌이켜보면 권력 핵심이 재단과 단체를 세우면서 기업 돈을 뜯는다는 말 부터가 기이하다. 결국 독재는 시장경제와 거리가 멀다. 독재가 불러오는 수많은 권력 횡포는 우리가 받아들이기 어렵다. 이런 정리를 굳이 처음부터 다시 쌓아올릴 필요는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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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층방정
25/10/28 05:11
수정 아이콘
그러나 대부분의 기업인들에겐 이렇게 삥 좀 뜯기고 가끔은 기업이 삭제될지언정 독재정권이 노사관계에서 기업 일방적으로 편들어주고 기업비리 눈감아주고 기업에 호의적인 금융정책 펴는 게 훨씬 더 만족스러웠던 것 같습니다.
임전즉퇴
25/10/28 05:45
수정 아이콘
(수정됨) 비하처럼 들릴지 모르겠지만 가축화 개념이 딱 들어맞네요. 그런데 일반 가축은 아니고 조금 애매하지만 말?
다람쥐룰루
25/10/28 07:39
수정 아이콘
기업들은 딱 그정도지만 그 밑의 노동자들은 노예개미 취급이니까요 정말 딱 밥만 먹여주면 노예처럼 일했는데 그래도 덕분에 먹고살 수 있다며 고마워했다죠
강문계
+ 25/10/28 08:59
수정 아이콘
뜯기는 것을 넘어서 친인척 관계를 맺고 자식이고 돈이고 적극적으로 가져다 바치면 더 만족스러웠던 경우도 많죠.
에이치블루
25/10/28 07:04
수정 아이콘
지금의 용산 LS타워가 옛날 국제그룹 빌딩이었죠. 여러 각도에서 볼때마다 다르게 보이는 빌딩...수십년 지나도 멋진 디자인입니다.
+ 25/10/28 08:53
수정 아이콘
헐.. LS타워가 국제그룹 빌딩이었군요...
카케티르
25/10/28 08:24
수정 아이콘
유명한 사건이죠..
25/10/28 08:32
수정 아이콘
정의론으로 보면 피해자가 당연히 국제그룹쪽이지만,

또 반대로 옛성현 말씀대로 지나치게 뻣뻣하면 부러진단 인간관계의 맥락으러 보면 국제그룹이 원인을 제공한게 맞죠.

경영인은 시대에 맞게 살아야죠. 

저 시대는 폭력의 시대인데 말입니다. 

독재정권만 문제라 생각했는데 글을 읽어보니 시대 흐름을 못읽은 경영자의 과실도 일부 보이네요. 
강문계
+ 25/10/28 09:00
수정 아이콘
그러게요 알아서 기면서 독재와 민주주의 후퇴에 돈으로 이바지 했어야 했는데 말이죠.
그러고 보니 일본제국주의 시대에도 비슷한 일이 많이 있었을텐데, 참 역사에서 배울 줄 모르는 사람이었네요.
사업드래군
+ 25/10/28 09:06
수정 아이콘
근데 당연히 독재자가 잘못한 건 맞는데, 저 정도 기업을 운영하는 회장이면 산전수전 다 겪고 눈치가 엄청났을 텐데 전두환이 어떤 사람인지 몰랐을 리도 없고 나는 새도 떨어뜨릴 만한 권력이 있었는데 왜 그렇게 뻣뻣하게 굴었을까요?
마음만 먹으면 기업하나쯤 날리는 건 일도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었을 텐데요.
시린비
+ 25/10/28 09:08
수정 아이콘
사람들이 죽어나간다는걸 알아도 항쟁한 사람들도 있었으니 뭐... 굽히지 않는게 그렇게까지 이상한가 하면 그정도는 아닐지도요
Liberalist
+ 25/10/28 09:20
수정 아이콘
굽혔으면 당연히 지금도 멀쩡하게 살아 있었겠습니다만, 안 굽혔다고 뭐라 하고 싶지는 않네요.
노둣돌
+ 25/10/28 09:30
수정 아이콘
5공 청문회에서 양정모 회장 특유의 발음이 생각납니다.
'브라자 호텔'
+ 25/10/28 09:46
수정 아이콘
양대 재벌이었던 현대와 삼성도 신군부 때 현대양행(현 두산에너빌리티)과 TBC(현 KBS2)를 뺏기다시피 내놨던 것을 봤을텐데
양 회장은 어떤 생각이었는지 모르겠네요.
+ 25/10/28 09:47
수정 아이콘
이건희 회장이 훗날 전두환, 노태우 재판에 나가서 했던 말이 있습니다.
“3공 때는 청와대에서 전화를 해서 돈을 달라고 했어요. 5공 때는 영수증을 주더라구요. 6공 때는 이심전심이예요.”
+ 25/10/28 09:49
수정 아이콘
제5공화국에서 1편인가 2편 다뤘을겁니다.

눈치가 없었다 라고 말하기엔 재수가 없었던 지점도 있고, 결국 그 별거 아닌거 전부 모아서 일벌백계를 하는걸 보여주겠다의 본보기가 되었을뿐..


결국 그 결과들로 나온것중에 하나가 정주영 회장의 정치활동과 대선후보 출마가 된거죠...
+ 25/10/28 09:50
수정 아이콘
야사에는 왕회장이 계산기 두들겨보고 '이 돈이면 차라리 대선 나가는 게 훨씬 싸게 먹히겠다'라고 생각해서 출마했다는 썰도 있죠.
로하스
+ 25/10/28 10:17
수정 아이콘
액수가 적은 것도 그렇고 본문에 ' 일해재단 성금으로 다른 재벌보다 적은 5억 원을 어음으로 내려다' 이렇게 나온 것처럼
어음으로 준거에서 제대로 빡쳤다고 하더군요. 어음이라는게 보통 큰 기업이 하청기업 결제해줄때 쓰는 건데
뭔 생각으로 대통령한테 내는 성금을 어음으로 낸건지...너무 나갔어요.
+ 25/10/28 10:20
수정 아이콘
현금도 아니고 어음이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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