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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5/09/28 15:3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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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일반] 교황의 용병

07_Grégoire_XI_(couronné_par_Guy_de_Boulogne).jpg 교황의 용병

 교황은 존 호크우드가 바라는 용병단의 증강에 뜻을 같이했습니다. 4만 플로린을 선급했고, 200여 개의 랜스 부대와 200여 명의 궁병들을 보충하는 것을 허용했습니다. 그리고 교황은 존 호크우드를 '가장 고귀한 기사'이며 '사랑하는 아들'이라 불렀습니다. 그렇게 존 호크우드는 고용주를 바꿨습니다. 

 베르나보는 호크우드의 정부와 자식들을 옥에 잡아 가뒀고, 그를 격렬하게 비난하는 서한을 보냈습니다. 서한에는 호크우드 군대의 계약 위반사항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돌아온다면 모든 위반사항을 무시하고 이전 조건대로 재고용할 것임이 명시돼있었습니다. 존 호크우드는 돌아가지 않았습니다.

 첫번째 인상적인 전투는 옛 동료 암브로조 비스콘티가 끌고온 밀라노 군대를 맞아 이뤄졌는데, 약탈 전리품으로 몸이 무거웠던 암브로조의 군세는 강을 건너다가 호크우드에게 기습을 당해 수백명이 익사하는 패배를 당했습니다. 이 승전들에 힘입어 교황은 사보이 백작을 움직여 밀라노의 핵심지역인 파비아를 노리는 대담한 양동 작전을 감행했습니다. 

 존 호크우드의 인상적인 두번째 전투는 엥게랑 드 쿠시의 군세와 함께하는 합동작전이었습니다. 전투는 격렬했고, 사상자 및 포로의 숫자는 기록에 따라 상이하지만, 쿠시와 호크우드의 군대가 승리했다는 것만은 분명합니다. (몬티키아리 전투)

 그러나 존 호크우드와 그의 부하들이 여러차례 사선을 넘나들며 인상적인 군공을 남겼지만, 교황은 말만으로 치하할 뿐 제대로된 금전적 보상을 차일피일 미뤄왔습니다. 교황은 허겁지겁 호크우드의 사생아인 존에게 런던의 성직자직을 수여하는 등 '돈 안드는' 회유책을 펼쳤지만, 용병들의 분노를 잠재울 수는 없었습니다. 

 호크우드군은 점차 교황의 명령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토스카나 지역에서 우군과 적군과 중립 세력을 가리지 않고 마구잡이로 손 가는 데마다 엄청난 규모의 대약탈을 자행했습니다. 이 때의 약탈에 영향을 받았던 도시 중 하나이자 피렌체는 오랜 세월 교황의 세력 확장 행보에 대한 울분을 쌓아가고 있었고, 결국 주위 도시들을 대대적으로 선동했으며, 여덟 명으로 구성된 위원회를 발족시킨 뒤, 교황에게 전쟁을 선포했습니다. 위원회는 '자유'라고 적힌 깃발을 동맹 도시들에 보냈고, 그렇게 여덟 성인의 전쟁이 시작됐습니다. 

 존 호크우드는 여전히 교황측의 지휘관으로 남아 있었고, 전투는 잔혹했습니다. 그러나 피렌체 측이 막대한 양의 뇌물 공여를 한 결과, 존 호크우드의 용병단은 교황령 인근을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교황은 존 호크우드의 용병단에 더불어 브르타뉴인들로 구성된 용병단도 추가로 고용했습니다. 교황은 브르타뉴 용병단에게 피렌체를 함락시킬 수 있겠냐고 물었고, 용병단장은 이렇게 답했습니다.


"그 곳에도 해가 뜹니까? 해가 들어갈 수 있다면, 저도 들어갈 수 있습니다." 


 브르타뉴인들은 체제나 시에서 행패를 부리다가 분노한 군중들에 의해 학살당했고, 존 호크우드는 다시 그런 체제나 시민들을 학살했습니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수천의 비무장한 민간인들이 살해됐고, 체제나 시는 사실상 폐허가 되었습니다. 이 사건 이후 존 호크우드는 교황의 곁을 떠났습니다.

 존 호크우드는 다시 비스콘티 가문의 곁으로 갔습니다. 베르나보 비스콘티의 사생아 딸인 돈니나 비스콘티와 정략결혼했습니다. 이 결합은 호크우드로 하여금 이탈리아에서 가장 강력하고 부유한 가문과 친족 관계로 묶이도록 했습니다. 결혼식은 마치 오늘날 조직폭력배 일원의 결혼식처럼 각국 대사의 엄밀한 감시 속에서 이뤄졌습니다.

 그러나 한 번 깨진 사이가 결국 또 깨지듯이, 존 호크우드가 이제는 비스콘티 가문과 혈연으로 묶였음에도 다시 그런 일이 벌어졌습니다. 베르나보는 용병 지휘관들을 자신의 사위로 들이면 더 충성스러워질 것으로 기대했지만, 용병단이 전투에서 보여주는 모습은 그의 기대를 저버리는 것이었습니다. 결국 베르나보 비스콘티는 존 호크우드의 밀라노 영지를 박탈했고, 용병들의 목에 현상금을 걸었습니다. 이제 다시, 존 호크우드는 자유용병이 됐고, 교황이 그에게 하사한 영토인 로마냐의 영지로 향했습니다. 



용병들의 마음가짐

berserk51.jpg 교황의 용병


 일단은, 명목상 거의 대부분의 용병들은 스스로를 로마 가톨릭 신자로 여겼습니다. 물론 명백하게 스스로를 신의 대적자라 선언한 용병대장들도 있기야 했지만 말입니다. 그런 대부분의 용병들은 '가끔' 미사에 참가했고, 전투 직전에 고해성사를 받았습니다. 용병단에는 군종 사제가 따라다녔고, 때때로 현지 교회에 들러 신앙심을 고취시키는 일도 드물지 않았을 겁니다. 

 그런데, 현지의 교회를 약탈하는 일은 더 흔했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수녀들이나 교회의 성물들은 용병들의 전리품으로 전락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용병들에게 신과 돈, 둘 중에 하나만 선택하라 물어본다면 절대다수가 후자를 택했을 겁니다. (사실, 돈이 있는 쪽이 곧 신에 가깝다 여겼을 겁니다.)

 그러나 여기에 '가문'을 추가한다면, 얘기가 또 달라질 수 있었습니다. 점차 용병들 사이에서는 명예로운 충성과 소속감에 대한 감정이 피어오르기 시작했습니다. 대부분의 용병들은 한 용병단에서 장기복무했고, 또 점차 유력한 지도자를 중심으로 강한 결속력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유력자들은 '가문(casa)'을 형성했는데, 그들의 출신성분이 어찌했든 출세한 용병대장들은 기사 취급을 받거나 혹은 현지의 고귀한 귀족들과 혼맥으로 묶였습니다. 그러한 유력자들은 마찬가지로 자신 밑에서 오랫동안 복무하는 하급 귀족들을 계서제 하에 배열했고, 이 크고 작은 용병 가문들은 느슨한 주종적 유대를 형성하게 되었습니다. 비유하자면 중세시대 버전의 마피아가 탄생한 것입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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