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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5/09/02 15:15:21
Name onDemand
Subject [일반] 제프 딕슨: 우리시대의 역설
건물은 높아졌지만 인격은 더 작아졌다.
고속도로는 넓어졌지만 시야는 더 좁아졌다.
소비는 많아졌지만 더 가난해지고
더 많은 물건을 사지만 기쁨은 줄어들었다.

집은 더 커졌지만 가족은 더 적어졌다.
더 편리해졌지만 시간은 더 없다.
학력은 높아졌지만 상식은 부족하고
지식은 많아졌지만 판단력은 모자라다.
전문가들은 늘어났지만 문제는 더 많아졌고
약은 많아졌지만 건강은 더 나빠졌다.

너무 분별없이 소비하고
너무 적게 웃고
너무 빨리 운전하고
너무 성급히 화를 낸다.

너무 많이 마시고 너무 많이 피우며
너무 늦게까지 깨어 있고 너무 지쳐서 일어나며
너무 책을 적게 읽고, 텔레비전은 너무 많이 본다.
그리고 너무 드물게 기도한다.

가진 것은 몇 배가 되었지만 가치는 더 줄어들었다.
말은 너무 많이 하고
사랑은 적게 주며
거짓말을 너무 자주 한다.

생활비를 버는 법은 배웠지만
어떻게 살 것인가는 잊어버렸고
수명은 늘어났지만
시간 속에 삶의 의미를 넣는 법은 상실했다.

달에 갔다 왔지만
길을 건너가 이웃을 만나기는 더 힘들어졌다.
외계를 정복했는지 모르지만 우리 안의 세계는 잃어버렸다.
공기 정화기는 갖고 있지만 영혼은 더 오염되었고
원자는 쪼갤 수 있지만 편견을 부수지는 못한다.

서두르는 것은 배웠지만 기다리는 법을 배우지 못했고
엄청나게 일을 하지만 성공하지는 못한다.
자유는 늘었지만 열정은 더 줄어들었다.
키는 커졌지만 인품은 왜소해지고
이익은 더 많이 추구하지만 관계는 더 나빠졌다.
맞벌이가 늘어나지만 이혼은 늘고
집은 근사해지지만 가정은 깨지고 있다.
세계 평화를 더 많이 얘기하지만 전쟁은 더 많아지고
여가 시간은 늘어났어도 기쁨은 줄어들었다.
식품은 다양해졌지만 영양가는 줄어들었다.

수많은 컴퓨터를 설치하여 더 많은 정보를 얻지만
소통은 더 줄어들었다.
아는 사람들은 늘어났지만
친구는 줄어들었다.

더 빨라진 고속철도
더 편리한 일회용 기저귀
더 많은 광고 전단
그리고 더 줄어든 양심
쾌락을 느끼게 하는 더 많은 약들
쇼윈도에는 수많은 상품들이 전시되어 있지만
저장고에는 아무 것도 남아 있지 않은 시대

-----------------------------------

*호주 최대 항공사인 콴타스항공의 경영자 제프 딕슨이 1999년 미국 콜로라도주 리틀턴의 콜럼바인 고교에서 벌어진 총기난사사건을 접한 뒤 인터넷에 쓴 시라고 합니다.

무려 99년 글이지만, 지금 당장 적용하더라도 많이 공감이 되는 내용입니다. 기술은 여전히 빠르게 발전하고 있고, 이제는 달이 아니라 화성에 가고자 하고 있으며, AI는 우리의 직장을 대체하려고 하고, 여전히 더 빠르게 살고 있으며, 더 많은 것을 하기 위해 더 많이 일하고, 더 편한 세상이 도래했지만, 우리는 서로 멀어지고 있습니다. 더 많은 것이 생산되고 소비되고 있으며, 빠르게 사라지는 업체들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지구는 더 뜨거워지고 있고, 환경을 보호하고자 하는 염원도 여전하고, 쇼윈도우는 오프라인을 넘어 온라인에 더욱더 많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이제는 술담배가 문제가 아니라 마약이 문제가 되고 있고, 끊임없는 도파민을 유도하는 장치들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20년을 넘게 버텨온 이 시는, 더이상 바뀌지 않을 우리 시대의 방향을 잘 보여주는 듯 합니다. 더 이상 세상은 이상을 꿈꿔왔던 과거로의 회귀는 어려울 수 있다는 가슴아픈 현실을 직시하게 해줌과 동시에, 한편으론, 결국 사회를 바꾸기보다 이러한 '사회에 적응해야만 하지 않을까'하는 단말마 같은 시 처럼 느껴집니다. 요즘 사회가 힘들다고 하지만, 항상 사회는 힘들어 왔습니다. 이미 많이 읽어보신 글이겠지만, 그럼에도, 이러한 사회에 비난이 아닌 공감이 될 수 있을만한 글 한토막 남겨두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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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드래곤
25/09/02 18:26
수정 아이콘
소비자에게 더 편리하고 좋은 제품을 제공하기 위해서 무한한 경쟁이 시작된게 이른바 풍요 속의 빈곤을 만드는 것 같습니다.
가격을 x축에 두고 퀄리티를 y축에 둔다면 필히 모든 제품은 로그함수를 그릴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어느정도 일정 수준 이상의 퀄리티를 추구하는 것은 비용대비 편익이 적은 작업 일 수 밖에 없고, 그만큼 비효율적이지만 사회가 고도화되고 자본주의가 성숙해지면 질수록 대다수의 사람들은 비효율을 지향하게되는 거죠.

기술의 발전속도가 가면갈수록 빨라지는 것처럼 느끼지만 지금 진보하는 통신 기술은 전보 발명이 가져다준 효율의 향상에는 비할바가 못 됩니다.
얇고 튼튼한 접히는 휴대폰을 개발할 때 들어가는 비용대비 편익과 Boolean 형태로 전파를 보내 멀리있는 사람에게 소식을 전달하는 비용대비 편익을 보면 이 당시의 발명이 가져다준 사회의 편익은 압도적이죠.

하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 비효율을 추구하지 않는다면 더 이상의 경쟁력을 잃고 그간 쌓아올린 모든 것을 또 잃어버리는 구조이기 때문에,
기술 개발하게 없더라도 R&D 비용의 증가는 악순환의 반복으로 비효율은 점점 더 심화되는 이른바 구조화하는 구조가 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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