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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5/07/24 15:43:15
Name 이직신
Subject [일반] 진격의 거인을 보고 (스포 약간)


일본 애니 뿐 아니라, OTT, 영화 이런걸 거의 보지 않는 편입니다. 보는 시각적 취미라곤 롤 일정 쫓으며 대회나 유튜브 보는게 다 이기때문에 이런쪽으로 제가 자발적으로 찾아보는 일은 매우 드문데 진격거는 정말 하는 유튜브,사이트 마다 언급이 많이 되는 작품이라 결국엔 보게 되었는데요.

이번에 나온 단군 리뷰에서 단군이 한 감상평 첫마디가 저의 느낌과 정확히 일치하더군요. '놀랍다'.
제가 일본 소년만화에 거부감이 있는건 그 석연치않은 개연성때문에 그렇습니다.
보통 소년만화 하면 나쁜놈 A 를 물리치면 나쁜놈 B로 넘어가고 C로 넘어가고 이런 단계를 거치면서 당연히 주인공도 쌔지고 그 나오는 악당의 힘도 앞에 악당보다 파워업이 되는게 기본이죠.

근데 인기때문에 연재가 길어져서 그런가 나중 가다보면 아니 이렇게까지 억지로 적을 쥐어 짜야 되는거야? 그냥 앞에 그 놈도 정말 정말 쌨는데 그 즈음해서 이야기 마무리 했으면 안돼? 라고 생각이 들곤합니다. 제가 그래서 드래곤볼, 원피스 같은 메가히트작도 쉽게 건들지를 못하겠더라고요. 그 피곤함때문에. 그냥 작가가 인기 많으니 유지는 해야되겠고 계속 파워 인플레 소리 들어가면 적을 한 주 한 주 갑자기 생성 시키는 느낌. 실제로도 그렇게 하겠지요.

진격의 거인도 그런 느낌이 있습니다. 첨에는 열혈 주인공의 거인 소탕 대작전으로 시작했다가 나중에 다른 국가가 나오고, 갑자기 핏줄에 대한 얘기가 나오고.. 얘기가 계속 확장 되는게 소년만화의 클리셰랑 상당부분 일치하지요. 근데 진격거는 보면서 느낀게 처음부터 끝까지 작가가 줄곧 머리에 이미 다 짜여놓은 얘기를 그냥 쭉 그려놓은 느낌입니다. 갑자기 생성된게 아니라 이미 작가가 다 생각해놓은 이야기였고 확장이었고 그게 개연성이며 자연스러움이며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그대로 전달이 되었습니다.

궁금해서 진격거 작가 인터뷰를 조금 찾아보았는데 '나중에 한참 뒤에 나올 이러이러한 부분을 그릴 생각을 할때는 매우 흥분되었다 ' 이런식의 말을 했던걸 보고 와 이 사람은 정말 앞에 그리면서도 뒤에 나올 부분까지 다 구상하고 그거에 대해 어떻게 그릴지도 생각하면서 했구나 라는게 절실하게 느껴졌습니다.  심지어 이를 증명하듯 미리 미리 본인이 알아서 암시도 주고 그걸 다 회수합니다. 정말 머리가 좋다 생각했어요.

그림체도 전체적으로 미형의 캐릭터를 그리는 기존 소년물과도 약간 거리감이 있지만 거인을 표현하는데 있어 그 그로테스크함을 정말 멋지게 잘 표현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종미의 거인 디자인이 정말 멋졌습니다. 하반신을 안보이게 배치해놓고 마치 목 멘 사형수 마냥 공중에 얼굴만 뼈대와 함께 날라다니는게 종말의 이미지와 찰떡이었습니다.

오랫동안 언급될만한  마스터피스 급 작품이라고 느꼈고요, 데스노트와 비교하는 분도 계시던데 오히려 데스노트는 본 입장에서 진격거에게 매우 실례가 될 정도로 차이가 있어 보였습니다.  강연금도 엄청나게 수작으로 감명깊게 봤었는데 개인적으로 진격거가 한단계 위의 작품으로 느껴졌고요.

애니나 이런쪽으로 해석해가며 리뷰할 능력은 안되는 문외한 이라 이정도 짧은 감상을 적어봤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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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이오냐지금
25/07/24 16:04
수정 아이콘
저도 참 재밌게 봤습니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1위는 강연금입니다
1위 강연금
2위 진격거
3위 슬램덩크 정도
마음속의빛
25/07/24 18:39
수정 아이콘
저에게도 1위는 강철의 연금술사입니다.
다만, 다회차(여러번 반복) 시청을 할 때는 제외입니다.

1번 봤을 때 정말 완벽하다 생각되는 작품이 있고,
여러번 봤을 때 계속 재미있다는 작품은 따로 있더라구요.
한방에발할라
25/07/24 16:07
수정 아이콘
진격거가 진짜 소름 돋는 씬이 몇 개 있는데 1화에 앨런 아버지가 앨런에게 지하실을 보여주겠다면서 말할 때 의도적으로 아버지의 시선이 어디에 있는지 절대로 보여주지를 않죠. 애니에서도 여러 각도로 나오는데 어느 각도에서도 절대 아버지의 눈을 보여주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진짜 한참이나 뒤에 나오고요
25/07/25 15:51
수정 아이콘
엇...제가 본 지 오래돼서 그런가 기억이 안 나는데 이유가 뭔가요?
...And justice
25/07/24 17:10
수정 아이콘
10년 간 정주행하고 끝난 이후에 2번 더 정주행 했습니다
이런 감정 드는 작품이 몇 없었는데 언젠가 또 충분한 휴식 시간이 주어진다면 보고 싶을 작품입니다
플리트비체
25/07/24 18:03
수정 아이콘
재미,작품성,메시지 3박자를 모두 갖춘 작품은 정말 흔치 않습니다 아카데미 유명 영화들을 봐도 정말 흔치 않은데 진격의 거인은 다 갖췄다고 감히 평가합니다
고민시
25/07/24 18:15
수정 아이콘
거의 연재 10년했다고하는데 어떻게 저렇게 판을 짜놨는지 신기합니다.
ost도 엉망인 독일어라고는하지만 그로테스크한 분위기가 너무 좋아요
이직신
25/07/24 19:08
수정 아이콘
매우 공감합니다. 독일인이 보면 발음이 어떻게 들릴지는 모르겠으나 오히려 일본어 선택을 안하고 장엄하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추구하는 OST에 불분명한 언어가 더 잘 맞다고 느꼈습니다.
ArcanumToss
25/07/24 19:58
수정 아이콘
저는 진격거는 재밌었지만 강철의 연금술사는 너무 유치하고 지루해서 못 보겠더라고요.
실제상황입니다
25/07/24 21:23
수정 아이콘
그런데 진격거가 개연성이 높은 작품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개연성이 높다기보단 아다리가 잘 맞는 작품이었다고 봐요. 그 아다리 설계가 나름 치밀했긴 했지만 아다리 맞추려고 그때그때 편의적이고 작위적인 전개방식을 썼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개연성을 포기하는 대신 만화적인 임팩트와 박진감을 최대한으로 이끌어냈다고 봐요. 서사를 밀어붙이는 힘이 정말 대단한 작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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