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5/04/05 13:33:45
Name 독서상품권
Subject [일반] [자작소설] 역대급 재앙이 터졌던 바로 그날 (수정됨)
1929년 10월 24일, 뉴욕의 월가는 평소와 다름없이 분주했다.

월스트리트 근처의 고층 빌딩들 사이로 슈트를 입은 사람들이 빠르게 오가며 신문 기사들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러나 공기 중에는 묘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뉴스에서는 "글로벌 경제 불안정"과 "주요 경제 지표 악화"에 대한 이야기가 연일 화제였지만,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이번에도 지나가겠지"라며 낙관론을 고수했다. 그 중에서도 존 뉴먼은 30대 중반의 주식 투자자였다.

그는 3년 전 주식투자 붐을 타고 소액으로 시작한 투자를 억 단위 자산으로 불려놓은 성공 신화의 주인공이었다. 그의 개인주택은 뉴욕 한복판에 있었고, 주식 포트폴리오는 통신, 자동차, 라디오 기업들로 화려하게 채워져 있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그의 눈썹은 점점 더 자주 꿈틀거렸다. 시장이 이상했다. 주가가 오를 때는 이유 없이 오르고, 떨어질 때는 더 이유 없이 떨어졌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최근의 개별주 거래량들이 하나같이 평소의 몇 배 수준으로 올라 있었다.

"존, 이번엔 진짜 다를지도 몰라."
친구이자 동료 투자자인 데이브가 카페에서 커피를 홀짝이며 말했다.
"영국을 포함한 유럽 국가들 증시는 이미 붕괴된 상태고, 우리 미국 경제상황도 불안하다는 소식이 자꾸 신문기사에 오르내리던데… 너도 좀 빼놓는 게 어때?"
존은 코웃음을 쳤다.
"폭락설은 매년 나온다니까. 그냥 노이즈야. 내가 지금까지 존버로 이긴 적이 몇 번인데."

그러나 그날 밤, 존은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날 신문을 통해 뜻밖의 충격적인 소식을 뒤늦게야 접했기 때문이다. 다우지수가 그날 하루에만 무려 11%나 급락했다는 비보였다.
그러나 그는 얼마 안있어 애써 마음을 다잡았다. 그리고 속으로 이렇게 생각하며 위안을 삼았다. "몇일만 있으면 내린만큼 다 반등하겠지."

하지만 그 다음주 화요일 아침, 뉴욕증권거래소가 개장하자마자 진짜 패닉이 시작되었다. 다우지수는 그날 개장한지 몇 시간만에 무려 10%가 넘게 폭락. 존의 주식 계좌는 이제는 엄청난 마이너스로 뒤덮혔다. 통신, 자동차 대장주가 20% 하락, 라디오 대장주였던 RCA는 30%가 넘게 곤두박질쳤다. 그는 뒤늦게야 충격에 빠져서 뉴욕증권거래소로 달려간 뒤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거래소 중개인에게 자신이 보유한 모든 주식을 전부 매도하라는 주문을 넣었지만, 이미 거래량이 폭주해 주문이 전혀 체결되지 않았다. 증권거래소에는 이미 존과 같은 처지의 투자자들이 무려 수 천명이나 있었기 때문이다. 충격과 분노에 빠진 군중들 너머로 데이브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존, 난 이미 다 팔았어! 너도 빨리 나와!"
"뭐? 언제?"
"저번 주 목요일 시장 대폭락 소식 보고 그 다음날 바로 다 던졌지. 이건 끝났어!"

오후가 되자 다우지수는 12%가 넘는 하락으로 마감했다. 다우지수가 생긴 이래 역대 최대 폭락이었다. 그 다음날 신문에서는 "최악의 공황"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며 전문가들이 나와 떠들어댔다.

존은 멍하니 신문을 쭉 읽었다.

그의 자산은 반 토막이 났고, 레버리지로 빌린 돈 때문에 마이너스 통장까지 위협받고 있었다.

며칠 뒤, 이전까지만 해도 손님들로 분주했던 뉴욕의 카페들은 텅 비어 있었다. 거리에는 "급매"라는 플래카드가 걸린 개인주택들이 늘어났다. 신문에는 이전까지 잘나갔던 회사들이 직원들은 물론 사장들까지 전부 노숙자가 되었다는 소식이 올라와 있었다. 존은 신문을 보며 중얼거렸다.

"아니 도대체 세상이 어떻게 된 거야..."

진짜 재앙은 모두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바로 그 타이밍에 터지는 것이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호머심슨
25/04/06 20:45
수정 아이콘
무섭잖아요 ㅠ
안군시대
25/04/06 23:18
수정 아이콘
1929년이면 경제대공황이 터진 시점인듯 한데, 현재 상황과 맞물려 굉장히 공포스럽게 보이지만, 실상은 이 글에 나온 내용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04510 [일반] 기후변화로 인한 바닷물 양의 증가와 지진의 관련 [14] 다크드래곤7107 25/07/11 7107 4
104509 [정치] 이재명 대통령 간담회 실언 해프닝 [369] 짭뇨띠20256 25/07/11 20256 0
104508 [일반] 조금 다른 아이를 키우는 일상 20(끝) [25] Poe5205 25/07/11 5205 70
104507 [일반] [서평]그들의 감정은 왜 다가오지 않는가: 《도둑맞은 교회》와 《감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2] 계층방정4714 25/07/11 4714 4
104506 [일반] AI 보이스챗 난민의 Character.AI 정착기 [14] 깃털달린뱀5286 25/07/11 5286 3
104505 [정치] 내년 최저임금 2.9% 오른 시간당 1만320원…17년만 합의로 결정 [38] 철판닭갈비9062 25/07/11 9062 0
104504 [정치] 민주노총 용공 논란은 민주노총이 자초한 측면도 있다고 봅니다. [34] petrus9542 25/07/11 9542 0
104503 [정치] 내란옹호 세력을 싹쓸이하려면 차별금지법이 필요합니다 [88] 코로나시즌10327 25/07/10 10327 0
104502 [정치] 국힘, 尹 재구속 날 ‘계엄·탄핵’ 사죄문 발표…사실상 ‘완전결별’ 선언 [108] 카린13634 25/07/10 13634 0
104501 [정치] 대선 이후 이대남 관련 글 중에서 읽어볼 만 하다고 생각했던 페북 글. [305] petrus16452 25/07/10 16452 0
104500 [정치] 정치적 소신과 의견의 교환 [261] 烏鳳14356 25/07/10 14356 0
104499 [일반] 일본방송의 아날로그 사랑 [22] 無欲則剛7824 25/07/10 7824 5
104498 [정치] 조은희 "내란특별법은 정치 보복…국힘도 계엄 피해자" [116] 전기쥐13428 25/07/10 13428 0
104497 [일반] 아무래도 x됐다. 번뜩 든 생각이었다. [21] 아기돼지7829 25/07/10 7829 2
104496 [정치] 정부, '전시작전권 환수' 협상 카드로 검토 [137] 시린비10885 25/07/10 10885 0
104495 [일반] 페달 오조작 방지장치 의무화, 이제 시작해야 할 때 [72] 굄성7545 25/07/10 7545 23
104494 [일반] 『경험의 멸종』 - 실패, 기다림, 관용에 대한 단상 [6] Kaestro4229 25/07/10 4229 12
104493 [정치] 윤 어게인 [20] 백면서생9362 25/07/10 9362 0
104492 [정치] 윤석열 재구속 [66] 만우12162 25/07/10 12162 0
104491 [일반] 이거 왜 재밌음? 케이팝 데몬 헌터스 간단 감상문 [22] 원장5983 25/07/10 5983 1
104490 [정치] 2030 남성 유권자 지형과 세대 방패 [258] 딕시15516 25/07/09 15516 0
104489 [일반] 40대에 접어든 아저씨의 일상 [24] ItTakesTwo6975 25/07/09 6975 8
104488 [정치] 주 4.5일 (혹은 4일) 근무에 대한 여러분은 생각은 어떤가요? [69] 정대만7001 25/07/09 7001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