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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5/03/05 22:34:45
Name aDayInTheLife
Link #1 https://blog.naver.com/supremee13/223785058591
Subject [일반] <콘클라베> - 신의 일이든, 신의 뜻이든, 결국 인간이 하는 것. (노스포)
'콘클라베'는 창작자에게 정말 많은 영감을 주는 소재가 아닐까 생각하게 됩니다. 단일 종교로써 가장 큰 교파의 수장을 뽑는 과정인 동시에, 특유의 방식과 분위기 등이 창작 소재로 쓰이는 원인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오늘 개봉한 영화 <콘클라베>는 역시 이 '콘클라베' 선거를 소재로 한 영화이자, 로버트 해리스의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삼은 영화입니다.

영화 상에서 두드러지는 건, 아무래도 가치관 내지 사상의 대립이라고 생각됩니다. 본질적으로 반대편에 극단적 보수주의로 분류될 수 있는 '테데스코' 추기경이 반동으로 표현되고, 그 중간 단계에 다른 추기경이 있는 구조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이 영화는 본질적으로 '폴리티컬 스릴러'로 분류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후보 하나 하나를 지워가면서 표를 얻고 설득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으니까요.

다만, 이 구조가 100% 잘 작동하냐는 조금 애매합니다. 영화적으로 비슷한 구조라고 한다면, <1987> 같은 영화가 떠오르는데, 하나의 악역 내지 반동 인물이 있고, 이 인물이 모든 어그로를 끌어주는 구조라고 할 수 있을텐데, 테데스코 추기경이 이 모든 어그로를 끌어가는지는 조금 애매하다고 생각이 들긴 하거든요. 물론, 영화 자체가 로렌스 추기경이라는 후보이자 선거 관리자라는 인물을 따라가고 있기에, 그리고 어찌되었건 추기경이기에 매우 공격적으로 묘사하기에는 애매한 지점이 있긴 했겠지만요.

그걸 떼놓고 봤을 때는, 말 그대로 잘 다듬은 정갈한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정치적인 이야기에서 개인적인 이야기로 전환되는 지점이 있긴 합니다만, 어찌되었건 이 부분이 매끄럽고 잘 만들어졌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가장 '킥'이라고 할 만한 부분은 레이프 파인즈 배우의 연기를 비롯한 연기 차력쇼에 있구요.

이 영화를 보면서 가장 즐거웠던 부분은 정갈하게 다듬은 이야기와 그걸 구현해내는 연기, 배경에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보면서 소재는 비슷한 <천사와 악마>류의 이야기와는 다른 느낌이거든요. <천사와 악마>가 어찌되었건 '로마를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영화라면, 이 영화의 시각적 느낌은 그 '분위기'에 빠져들게 하는 류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부분에서 연기의 역할도 굉장히 뛰어나구요.

어찌보면, '신의 뜻'을 이루고자 하는 '신의 일'을 하는 성직자도 결국 사람이고 철저하게 인간이라는 점, 그래서 사람이기에 흔들리고 의심하며, 그 개인적인 일로 인해 무너지는 것임을 보여주는 영화는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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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승장구
25/03/05 23:23
수정 아이콘
콘클라베라는 신성한 영역을 염탐하는 호기심으로 시작했다가
사람사는곳 다 똑같다는 안도감?으로 마무리...인줄 알았는데
여러 의미로 꽤나 영리한 진짜 마무리가 있었네요
과도한 비틀기 없이 묵직함을 즐기고 싶은 분들께 추천드립니다
aDayInTheLife
25/03/05 23:33
수정 아이콘
그쵸, 약간 반칙(?) 같은데 재밌었습니다.
듣는사람
25/03/05 23:56
수정 아이콘
영화관에서 보고싶은 영환데 상영관이 많이 없는거같아서 아쉬워요
aDayInTheLife
25/03/06 00:13
수정 아이콘
ㅠㅠ
인민 프로듀서
25/03/06 00:20
수정 아이콘
흡입력 좋고 긴장감도 잘 유지되는데, 마지막의 마지막에 너무 다른 이야기로 점프해버려서 오히려 몰입이 깨지더군요.
aDayInTheLife
25/03/06 05:15
수정 아이콘
추리물 식의 페어-언페어 논란이면 이건 좀 언페어에 가깝긴 한 느낌이긴 했어요.
25/03/06 00:22
수정 아이콘
요즘 콘클라베가 아니라 옛날 콘클라베였으면 만장일치 나올때까지 갇혀서 지내야했습니다 크크크크크
aDayInTheLife
25/03/06 05:15
수정 아이콘
아니 지금 이해가 안되나 본데 우리 만장일치 뜨기 전까지 못나간다니까?!? 크크
25/03/06 00:35
수정 아이콘
(수정됨) 조금은 다른 이야기인데... 콘클라베가 관련된 SF 소설이 '노인의 전쟁'시리즈가 있습니다. 인류가 우주 콘클라베와 대립하는 이야기 인데... 간단히 읽기도 재미도 있고 몇편 읽다보면 철학적으로도 생각할만 해서 권해드립니다.

아무튼 교왕 프란체스코님의 회복을 기도드립니다.
aDayInTheLife
25/03/06 05:16
수정 아이콘
노인의 전쟁 1부는 이상하게도(?) 군 권장 소설로 읽어 봤습니다. 크크
25/03/06 10:57
수정 아이콘
개봉날 극장에서 너무 재밌게 봤습니다.
시청각적으로도 훌륭했고 각색상을 받을만한 전개가 끝까지 집중하게 만들더라구요
aDayInTheLife
25/03/06 11:19
수정 아이콘
네 재밌었습니다 흐흐
크낙새
25/03/08 14:42
수정 아이콘
방금 보고 왔는데 몰입감이 엄청났습니다. 배우들의 연기도 훌륭했구요. 로렌스추기경이나 다른 배역 배우들도 좋았지만 특히 아그네스?아녜스? 수녀 역의 이사벨라 로셀리니의 연기가 인상깊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며칠전에본 미키17보다 높은 평점을 주고 싶네요.
aDayInTheLife
25/03/08 14:43
수정 아이콘
이사벨라 로셀리니가 이번 조연상을 9분 나오고 탔더라구요. 보고선 이해가 되었습니다. 크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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