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5/01/29 01:03:36
Name aDayInTheLife
Link #1 https://blog.naver.com/supremee13/223741238687
Subject [일반] <이제 그만 끝낼까 해> - 되돌이표 끝 마침표를 향해.(스포)
<이제 그만 끝낼까 해>를 언젠간 봐야겠다란 생각을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볼 엄두가 나지 않았던 건, 영화가 난해하다는 이야기 때문이 아니라, 이 영화가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에 대해 스포일러를 봤기 때문이었습니다.
호러를 걸어 놓고 있지만, 비슷한 질감과 결의 <보 이즈 어프레이드>가 진짜 호러에 가까운 느낌이었다면, 이 영화는 조금 더 드라마에 가까운 장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기억과 감정이라는 건 상당히 비논리적이면서도 비선형적입니다. 우리가 그걸 말로 표현하는 순간 정리를 할 뿐이지, 기억과 감정 그 자체는 뜬금없이 떠오르기도 하고, 또 그 흐름이 일관적이지도 않으며, 그 깊이와 방향성이 각기 다를겁니다. 그렇기에, 저는 <이제 그만 끝낼까 해>라는 영화는 흔히 '의식의 흐름'이라는 기법을 따라가고 있는 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해요.

'Ending Things'라는 건 굉장히 기묘한 단어 선정입니다. 무엇을 끝내려고 하는 것인가에 대한 것이 뭉뚱그려서 표현되어 있는 단어라고 생각하거든요. 동시에, 그 끝내는 것들이 하나가 아닌 여러가지의 것들이라는 점도 기묘합니다. 그러니까, 불특정한 다수의 무엇인가를 말하는 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우리에게 후회란 그런 것이니까요. 했다면, 이라는 가정은 그럼 어떻게 되었을 것이라는 또 다른 가정을 불러오고, 또 그 가정의 과정 속에서 다른 결과를 상상하는 것이니까요.

그렇지만, 동시에, 그 후회에 대해서 묘하게 허무주의적 감상을 남기기도 합니다. 시간은 흐르고 결국 모든 건 지나갈 뿐이라는 이야기를 하기도 하면서요. 어떤 흐름과 과정 속에서, 시간은 앞으로 흐르기만 하고, 우리는 그 시간 속에서 허우적 거리면서 물밀듯이 밀려오는 후회와 감정을 버텨내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영화의 많은 것들은 내가 하고 싶었던, 되고 싶었던 것들에 대한 투영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TV 드라마 속의 누군가, 영화 속의 누군가, 책 속의 누군가, 혹은 창작자 누구. 어찌보면 이 영화가 싸이코드라마인 만큼, 그 사람의 세계를 표현하기 위해 그만큼의 너비가 필요했던 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굉장히 많은 범위를 가지고 있지만, 어찌보면 한 사람이 그만큼의 경험을 할 수는 있는 정도의 범위기도 하니까요.

그래서, 저는 이 영화가 후회의 되돌이표 속에서 마침표를 찍는, 혹은 마침표를 찍고 싶어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그것이 어디부터 시작한 것인지는 알 수 없는 채로, 우리는 많은 기억과 감정, 혹은 듣고 배운 것으로부터 후회를 하게 됩니다. 혹은, 사랑을 갈구하고 인정을 받고 싶어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 반복되는 고리 속에서 우리는 실패를 경험하고, 아픔을 겪게 됩니다. 그리고 그 끝은, 자의적이든, 타의적이든, 마침표로 끝나는 것입니다.

저는, 결말의 눈 덮인 자동차가 어떤 결론인지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감정과 생각의 잔여물은 결국 모든 걸 덮어버리는 성격의 것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눈보라 마냥) 그것에 압도되는 것일 수도 있고, 혹은 천천히 스며들어 (컵 홀더를 더럽히는) 끈적거리는 것일 수도 있구요.

어쩌면, '이제 그만 끝낼까 해'라는 건, 모든 걸 놓아버렸다는 표현보다는, 너무나도 맹렬하게 끝을 향해 나아가고 싶어하는 마음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리니시아
25/01/29 21:28
수정 아이콘
[후회의 되돌이표 속에서 마침표를 찍는, 혹은 마침표를 찍고 싶어하는 이야기]
매우 공감되는 평이네요.
선형적이지 않은 이영화의 시작이 어딘지 끝은 무엇인지 뒤섞인 흐름을 갖춰야만 했는지에 대한 당위성을 제공한다고 생각합니다.
보는 내내 어지럽지만 결국 가슴 따뜻한 느낌으로 마무리되는..
aDayInTheLife
25/01/29 22:10
수정 아이콘
저는 이게 따뜻한 느낌은 아닌 거 같긴 해요.
그 마무리라는 게 결국은 죽음에 대한 이야기고 그 그림자가 되게 짙게 드리우고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하게 되거든요.
리니시아
25/01/30 11:11
수정 아이콘
제 기억에 오류가 있었나보군요 크크크...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03736 [일반] 딥시크가 그냥 나온 게 아니네요. 중국 과학기술 연구력이 대단하네요. [192] 전기쥐17129 25/02/10 17129 7
103733 [일반] 딥 시크 이거... 야잘알이네요. [24] 닉언급금지9507 25/02/10 9507 1
103729 [일반] 시리즈 웹소설 추천 - <배움의 어머니> 서양식 타임루프 아카데미물. [26] Restar4977 25/02/10 4977 8
103728 [일반] [서평]《명령에 따랐을 뿐!?》 - 부도덕한 명령에 저항하는 길을 찾고자 한 어느 신경과학자의 분투 [14] 계층방정5313 25/02/10 5313 6
103726 [일반] <9월 5일: 위험한 특종> - 미디어의 맨얼굴을 보다.(노스포) [11] aDayInTheLife5586 25/02/10 5586 5
103725 [일반] 생성형 AI 뭘 써야 할까? 유료결제가 필요할까? - 모델 별 평가와 가이드 [120] Quantumwk14693 25/02/09 14693 20
103724 [일반] [일상수필] 성공(LSD)과 실패(딸기케이크) 그리고 어머니의 꽃게탕은 맛있고 [5] 판을흔들어라4096 25/02/09 4096 0
103723 [일반] 과연 결혼과 출산율은 올라갈수 있을것인가?? [113] 한사영우10258 25/02/09 10258 7
103722 [일반] 유료화 임박 웹툰 추천-<이발소 밑 게임가게> 부제: 명불허전 하일권 [9] lasd2416075 25/02/09 6075 4
103721 [일반] 마우스 포테이토에서 MY FAMICOM EXHIBITION 을 관람하고 왔습니다. [2] 及時雨3419 25/02/09 3419 2
103719 [일반] 웹소설은 왜 이렇게 되었을까? [106] 김김김9817 25/02/09 9817 18
103718 [일반] 무엇이 한국을 분열시킬 수 있는가 [67] meson8648 25/02/09 8648 9
103717 [일반] 티베트 지하 어딘가에 있다는 전설의 지하왕국, 샴발라 [18] 식별8307 25/02/09 8307 10
103716 [일반] [팝송] 제가 생각하는 2024 최고의 앨범 Best 15 [10] 김치찌개5861 25/02/09 5861 14
103715 [일반] 샘 알트만 도쿄대 질의응답 번역 [17] Q-tip10589 25/02/08 10589 9
103714 [일반] 전설의 지하왕국 아가르타와 지구 공동설을 알아보자 [9] 식별7204 25/02/08 7204 18
103713 [일반] 2차대전 종전 후 세계에서 트럼프만큼 역사를 혼자 바꾼 사람은 없겠죠?? [28] 홍철8139 25/02/08 8139 1
103712 [일반] 검찰에서 악마를 다시 만났다. [44] 간옹손건미축10483 25/02/08 10483 30
103711 [일반] 『눈물을 마시는 새』 재론 - 눈부시게 잔혹한 이야기 [11] meson4253 25/02/08 4253 6
103710 [일반] 주말엔 고양이 아닐까요? [25] 대단하다대단해5342 25/02/08 5342 23
103706 [일반] 게임게시판 등의 운영 방치 및 전반적 운영 개선에 대하여 [66] 퍼그8240 25/02/08 8240 16
103705 [일반] 글로벌 DeepSeek 논란 정리 [26] 스폰지뚱9491 25/02/08 9491 15
103704 [일반] 그간 감사하고 죄송했습니다(자운위 사퇴) [174] SAS Tony Parker 16278 25/02/07 16278 59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