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4/12/15 07:29:59
Name 독서상품권
Subject [일반] 하나밖에 없던 반려묘 보리를 떠나보내고
지난주에 보리가 무지개다리를 건넜던 날에 제가 썼던 글 = https://pgr21.net/freedom/103063?divpage=20&ss=on&sc=on&keyword=%EB%AC%B4%EC%A7%80%EA%B0%9C%EB%8B%A4%EB%A6%AC

우리 가족들에게 하나밖에 없던 반려묘 보리가 떠난지 이제 6일이 지났다. 원래는 저번주 안에 이 글을 쓰려고 했으나 당시 피지알의 상태가 잇다른 정국 혼란으로 인해 도저히 이 글을 써도 사람들이 읽어줄 분위기가 아닌거 같아서 그동안 쓸 엄두도 내지 못했는데, 이제는 그 정국 혼란이 어제를 기점으로 사실상 일단락되어가는것으로 생각해서 이 글을 이제 쓰려고 한다.

우리집 가족들이 고양이 보리를 반려묘로 들였던 때는 내가 막 수능을 마치고 난 2008년 12월이었다. 처음에는 지금은 해외취업을 하고 살고 있는 여동생의 권유로 인해 들이게 되었고, 그 이후 보리는 하루하루 나와 내 부모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랐다. 사실 우리 가족은 이전에도 병아리, 잉꼬, 십자매, 햄스터 등을 반려동물로 키웠던 적은 있었지만 보리만큼 나중에 떠나보낼때 슬퍼했던 적은 없었다. 그만큼 보리는 우리 가족들에게 있어서 하나의 식구였고 반려동물 그 이상이었다.

보리는 올해부터 새벽만 되면 토하는 날이 잦아졌고 몸도 쇠약해져가서 골골대는 날도 많이 늘어났다. 그러나 그때만 해도 우리 가족들 중 그 어느 누구도 보리를 이렇게까지 갑작스럽게 떠나보낼 것이라고 생각했던 적은 없었다. 지난 12월 9일, 내가 막 직장에서 퇴근하고 돌아왔을 때만 해도 우리 부모님은 보리가 그때만 해도 엄청 아파했지만 살아는 있었던 것으로 알았다. 그러나 내가 집에 돌아오자마자 보리의 상태를 확인했을 떄, 보리는 이미 우리 집 소파에서 숨을 거둔 뒤였다. 그때가 우리 가족들 모두가 가장 많이 울고 가장 많이 슬퍼했던 날로 기억난다.

지금 와서 다시 생각해보면, 보리가 자면서 갑자기 우리 곁을 떠난게 어찌보면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한때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헐리우드 배우였지만 치명적인 치매 증상으로 인해 더이상의 배우생활은 물론 이전에 돈독한 사이였던 다른 헐리우드 여배우 데미 무어마저 알아보지 못하게 된 지금의 브루스 윌리스의 상황을 인터넷으로 최근에 접하고 나서 더더욱 그러한 생각이 들었다. 만약 보리가 자다가 조용히 숨을 거두지 않고 한동안 가족들도 알아보지 못하고 치매에 걸린 채로 하루하루를 보내다가 죽었다면, 우리 가족들은 그때보다 훨씬 더 슬퍼했을 것이고 더더욱 일상생활에 많은 지장도 초래했을 것이다.

지금도 보리가 갑자기 죽었던 그때를 생각하면 눈물이 나온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그렇다. 하지만 보리는 저세상에서는 분명히 그 세상의 다른 고양이들에게 우리 이야기를 지금도 엄청 많이 해줄 것이고, 거기에서는 항상 행복하게 지내리라 믿는다.

p.s. 저를 위해 짧게나마 보리 추모영상을 만들어 저에게 보내주신 모 피지알 회원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 은혜는 꼭 잊지 않겠습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如是我聞
24/12/15 09:24
수정 아이콘
가끔 꿈에 찾아올겝니다.
독서상품권
24/12/15 09:38
수정 아이콘
안그래도 보리가 죽던 그날 밤 제 꿈에 찾아왔습니다 저와 같이 엉엉 울면서 사람 말로 그동안 너무 고마웠다고 하더군요 흑흑
如是我聞
24/12/15 19:46
수정 아이콘
아마 그친구 진심이었을거에요.
리듬파워근성
24/12/15 11:20
수정 아이콘
흑흑 저희 고양이가 다음달이면 16살인데 너무 두렵습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03374 [일반] [2024년 결산] 2024년을 마무리하는 달리기.jpg [4] insane6323 24/12/31 6323 6
103373 [일반] [2024년 결산] 개인적으로 뽑아본 2024년 올해의 노래.list [5] eigergletscher7057 24/12/31 7057 5
103372 [일반] LLM을 대학 교실에 도입하는 것은 필연적인가? [15] 스폰지뚱6684 24/12/31 6684 0
103371 [정치] 최상목 대행 헌재 재판관 2명임명, 쌍특검법은 거부 [365] 감모여재30410 24/12/31 30410 0
103369 [일반] 소리로 찾아가는 한자 63. 집 호(戶)에서 파생된 한자들 [9] 계층방정7101 24/12/31 7101 5
103367 [정치] [속보]법원, '내란 수괴' 혐의 윤 대통령 체포영장 발부...현직 처음 [154] 하나23569 24/12/31 23569 0
103366 [일반] AI 리서치툴, genspark.ai 추천 [20] 깃털달린뱀8406 24/12/31 8406 17
103365 [일반] 천재가 생겨나는데 필요한 비용 [10] 번개맞은씨앗10514 24/12/31 10514 26
103364 [일반] [2024년 결산] MCU 2023, 2024 짤막한 감상 후기 (스포 다수) [17] 은하관제6154 24/12/31 6154 5
103362 [정치] 몇 가지 정치뉴스 [100] 감모여재18500 24/12/30 18500 0
103361 [일반] 오징어2 게임 감상 (스포일러 많을수 있음) [59] Lord Be Goja9614 24/12/30 9614 3
103360 [일반] 전에 소개했던 보이스피싱이 확산되나 봅니다 [25] 삭제됨12361 24/12/30 12361 9
103359 [정치] 공조본, 尹 대통령 체포영장 청구 [80] 아조레스다이버19171 24/12/30 19171 0
103358 [일반] 제주항공 참사 동일 기종서 랜딩기어 이상으로 회항 [177] 윈터20366 24/12/30 20366 0
103357 [일반]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 현지시간 12월 29일자로 100세를 일기로 타계 [12] 독서상품권8322 24/12/30 8322 0
103356 [일반] 시국이 어지러워 잘 알려지지 않은 다른 큰 일들 [15] 바밥밥바16411 24/12/29 16411 13
103353 [일반] 무안공항서 175명 태운 항공기 착륙 중 추락사고 [477] 바밥밥바57757 24/12/29 57757 1
103352 [일반] [2024년 결산]런린이 3개월 경과보고 [17] 마리오30년8958 24/12/29 8958 5
103351 [정치] 정보사, 인민군복 170벌 주문 확인 [45] 어강됴리15880 24/12/29 15880 0
103349 [정치] [스압] 2024년 한해를 정리하는 오브디이어 A to Z [4] 말랑5628 24/12/28 5628 0
103348 [정치] 문재인 정부의 군, 윤석열 정부의 군 [59] 만월12903 24/12/28 12903 0
103347 [일반] 고금리와 인플레이션에 대하여 — ChatGPT와의 대화 [14] 번개맞은씨앗6159 24/12/28 6159 0
103346 [정치] 한강과 이영도: 사랑보다 증오가 쉬운 세상에서 [9] meson6307 24/12/28 6307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