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쯤 친해진 한 중국애가 "올해 중국 에어쇼 열리는데 오면 재미있을걸?" 하는 떡밥을 던집니다.
"니 중국 비행기 찍을 기회가 외국인은 에어쇼밖에 없음. 비행장 근처에서 카메라들고 얼쩡거리면 중국에선 바로 공안들 몰려옴. 특히 너 같은 한국인이면 곱게 못돌아갈수도? 중국 공군기를 합법적으로 찍는건 2번 뿐인데 중국 에어쇼와 중국 사관학교 졸업식임."
갈까말까 하다가 당시로써는 아무리 그래도 .. 여력이 없다 생각하고 고민하다가 9월달에 다시 고민에 빠집니다. 중국 비행기들을 볼 수 있는 기회는 흔치가 않습니다. 그것도 중국이 매년 과시하는 에어쇼는 매번 새로운 비행기가 공개됩니다. (올해는 J-35)
2주간의 고민을 끝으로 결론을 "가자" 였고 그때부터 알아보기 시작합니다.
에어쇼 티켓 예매도 장난이 아닙니다. 무엇보다 비즈니스 데이 3일간 입장료가 2000위안, 약 39만원이라는 점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거기다가 중국 특유의 황금방패는 외국인들 접근을 막는지, 티켓 예매하는데에만 2주에 가까운 시간을 써야만 했습니다.
거기다 에어쇼 기간이면 어느나라든 그렇지만 주변 숙소값이 무지하게 오릅니다.
비행기는 주하이로 바로가는건 없지만 마카오에서 내려서 가면 1시간에 도착하니 별 문제가 없습니다.
퇴근하고 짐을 챙겨들고 바로 인천 공항으로 갑니다. 비행기가 40분 지연되는 바람에 가뜩이나 빡센 스케쥴이 좀 더 꼬입니다.
마카오 공항은 국제공항 치고는 매우 조촐했습니다. 우리나라 청주공항? 수준의 작은 공항이라 입국 수속도 빨랐습니다.
호텔에서 4시간 정도 눈을 붙이고 바로 중국-마카오 관문으로 갑니다. 이제 중국에 입국하게 됩니다.
관문에서 수 많은 사람들이 출퇴근을 위해 오고가는 와중에 외국인은 저 혼자라 뻘쭘하게 입국심사를 받습니다.
심사관이 "한국 관광객은 지난주부터 무비자인데 왜 비자가 있음?" 라고 물어봅니다.
무비자 할 줄 몰랐으니까... 알면 8만원 썼겠나...
20분도 안되어 중국 땅입니다. 이제 그동안 쓰던 앱들이 안통하는 곳입니다. 지도 앱 구글맵은 10년전 데이터에서 멈춰 있으며 바이두 맵을 써야 합니다. 한국어? 는 커녕 영어도 지원 안합니다. 다행이도 구매한 eSIM이 황금방패 대상이 아니라 구글 검색이나 인스타그램, 카카오톡 등은 가능했습니다.
150 위안을 주고 도착한 주하이 에어쇼장 입구. 하지만 오전 9시에 도착했으나...
12시 입장이라 기다립니다...
근데 개막식은 10시부터라며........
개막식 2시간은 밖에서 봐야했습니다.
VIP 들과 기자들만 들어간 상태에서 시작된 개막식.. 건물 때문에 제대로 볼 수도 없는...
12시 입장이 되자마자 수 많은 관객들이 입장합니다.
신기한점은 티켓 구매할때 증명사진 한장을 올려야만 했는데, 그냥 티켓 검사 없이 안면인식으로 바로 패스되더군요. (...) 약간 공포스러웠을 정도로 제가 올린 증명사진 하나만으로 카메라로 내 얼굴을 찍으면 내가 누군지 구별하는데 1초가 안걸리던...
비즈니스 데이인데도 사람들이 바글바글합니다. 이거 하루 입장료가 20만원에 가깝고 구매도 심사를 거쳐야만 했는데도 불구하고 많습니다. 도저히 실내 전시를 볼 수가 없어서 그냥 야외로 나갑니다.
다행이도 해외 최초 공개라는 러시아의 5세대 Su-57의 비행이 막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서울에어쇼에서 봤던 F-22와는 전혀 다르지만 정신이 없을 정도였습니다. 공중에서 전혀 예측 불가능합니다. 전투기에 보드카를 먹인것 같습니다.
안타까운점은 역광이라 사진이 제대로 안나왔다는 것...
그리고 그 다음에 펼쳐진 러시아 곡예비행단 Russian Knights. 원래는 MiG-29로 이뤄진 Swifts 를 보내려다가 급을 한단계 더 높여서 보냈습니다. 그만큼 러시아가 자신들의 돈줄 (...) 이 된 중국에 필사적이라는 이야기기도 했겠죠.
Su-35S로 이뤄진 기동이 거대한 크기에 어울리지 않게 날렵합니다. 처음엔 편대비행하면서 슬슬 하길래 고참들은 전쟁터에 끌려가고 신참들만 왔나 했더니 원래 좀 예열과정 (...)이 길더군요.
아슬아슬한 비행을 보여주고 나서는 착륙했습니다.
그 뒤로는 비행이 없어서 일단 숙소로 돌아가려고 했으나....
문제는 도대체 택시들이 어디로 가는지 알 수가 없었다는 겁니다. 택시 어플인 디디를 통해 택시를 불러도 외국인이면 기사들이 취소하고 한 40분 서있으니 공안이 오더군요.
그리고 택시 기사 한대 잡더니 알아서 태워줬습니다. (...)
이미 호텔은 모조리 매진이라.. 저렴한 비즈니스 호텔로 갑니다. 다행이도 깨끗한 편이였습니다. 다만 모기는 좀 많았는데 다음날 홈메트? 같은 모기약을 가져다 주더군요.
두번째 문제.. 배달앱을 이용하려면 중국 로컬번호가 필요한데, 외국인이 그게 있을리가... 그래서 어떻게 했냐면
"한국에 온 중국 유학생 애한테 주문을 부탁"
"한국 유학생이 내 주소로 KFC를 주문"
"그럼 내가 유학생에게 돈을 보내줌."
이라는 3단 거래 (...) 로 첫날 저녁과 다음날 아침까지 어찌어찌 주문했습니다.
다음날 남조선 폭파집단 독수리때 (...) 표식을 입고 출발합니다.
이번에는 셔틀버스를 타고 에어쇼장이 아닌 반대편으로 이동합니다.
바로 진펑타이 관람소였는데 가격도 저렴하고 비행기 찍기는 여기가 더 좋습니다. 왜냐면 에어쇼장에서는 역광이다보니...
하지만 저는 중국친구의 도움을 받아, 중국 로컬들만 갈 수 있는 사설 촬영소로 갑니다. 좀 비싸긴 해도 관람소보다 더 가까웠습니다.
그렇지만 비가 옵니다.... 비행기가 뜰수나 있을가 싶을 정도로 비가 옵니다..
호텔 앞 가게에서 사간 초코파이와 콜라를 먹으며 비가 그치길 기도합니다..
비가 1시간동안 내려치다가 겨우 잠잠해집니다. 그렇지만 도저히 이륙할 상태는 아닌거 같습니다.
이러다 비행 취소되는거 아닌가 걱정했지만 중국애들은 별 걱정 안하더군요.
갑자기 중국이 최초공개한 스텔스 함재기 J-35가 머리 위로 비행합니다. 정신을 못차리고 있는데 그렇습니다.
"비가 오면 비가 안오는 곳에서 띄워 보낸다."
이럴때 중국은 대국다운 해결방법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중국 해군의 신형 함재기들인 J-16T와 J-16D 입니다. J-16D는 전자전기고, J-16T는 신형 항공모함의 캐터펄트 이륙방식에 맞춰서 랜딩기어등을 보강한 신형기입니다. 이미 벌써 양산기들을 여럿 배치했다는 뜻인지 기체 번호가 두자릿수를 넘어갔더군요.
그리고 비가 줄어들자 기다렸다는 듯 러시안 나이츠가 비행을 시작합니다.
그렇게 악천후속에서도 비행을 합니다만 아무래도 많은 기동이 생략되었습니다.
좋은 자리를 잡았는데도 불구하고 날씨 때문에 많이 건지지 못하고 철수 합니다만... 아직 셔틀이 오려면 멀었습니다.
그래서...
저 삼륜차 트렁크에 남자 셋이 타고 입구까지 이동합니다. (...) 20위안 받더군요.. 태어나서 삼륜차는 처음 타본거 같은게 그걸 짐칸에 타는 걸줄은 몰랐습니다.
그러고도 한참이나 걸어갔지만... 택시는 여전히 잡히지 않습니다.
결국 공안에게 택시 잡는걸 번역기 통해 어찌어찌 물어보니 그들끼리 모여서 해결 책을 내줬습니다.
갑자기 그 옆에 공사장에서 퇴근하는 사람 차를 세우더니 1분 정도 공안이 이야기 하니까 그 일반인은 이제 택시기사가 되었고, 저를 태워주었습니다. ...
대충 그렇게 타고 갔는데 담배를 권합니다. 연초를 끊은지 오래지만 중국에서 담배를 권하면 거절하기도 뭐해서 받아 피웁니다. 아주 독한 담배입니다.
그렇게 어색하게 20분 정도 이동해서 저를 태워다 주고 100위안 정도 받더군요. 아무래도 위챗으로 돈 주고 받는게 기본인 나라다보니까 그렇게 돈을 주고 받습니다.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까 좋은 표정으로 담배 한대를 더 권합니다. ...
그렇게 둘째날에도 공안의 도움(?) 으로 숙소에 도착했습니다.
이제 3일째와 4일째가 남았는데 이거 생각보다 길어지네요. 다음 편에 써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