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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2/09 19:45
현재 두살 채 안된 데본렉스를 키우고 있습니다. 항상 이 놈과 부대낄때 어찌나 행복하면서도 가끔 문득 얘도 나보다 세상을 먼저 떠날텐데 얼마나 슬플지가 너무 두렵습니다. 지금부터 10년 넘게 듬뿍 사랑을 주려구요.
24/12/09 20:06
故 보리의 명복을 빕니다.
저도...2015년 발렌타인의 날 때...10년 넘게 기르던 말티즈를 저편으로 보냈었습니다. 하얘서 이름을 모찌라고 지었었죠. 키우기 시작했을 때 저는 막 고등학교 들어갔었던가 그랬을 겁니다. 누나가 반려동물 기르고 싶다고 해서 들였었는데 첫 두 마리는 입양 후 얼마 안 돼서 죽었고, 세 번째였던 이 녀석은 건강히 잘 컸습니다. 일반 말티즈보다 좀 더 큰 편이었고, 엄청난 활동량을 자랑했던 녀석이죠. 정작 저는 입시하랴 대학다니랴 대학원다니랴 거의 녀석에게 신경을 못 썼고 거의 대부분 엄마가 관리하셨죠. 그래도 일찍 친구분들을 떠나보내신 엄마의 좋은 벗이 되어줬습니다. 지금은 포스코더샾이 들어와있는 수서역 화훼농가 주변의 주말농장에 데려가면 그렇게 좋아하지 않을 수 없었어요. 그러다가 한 번 잃어버려서 약 4개월간 못 찾다가 겨우 찾았었고요. 녀석은 죽기 한 2개월? 전까지만 해도 꽤 쌩쌩히 돌아다녔어요. 하지만 어느 순간 갑자기 뒷다리 관절이 말을 안 듣더라고요. 말티즈 종 특유의 병이 관절염이라고 하던데 그게 결국 도졌나봐요. 그 후에 급속히 안 좋아지더니 나중에는 자리에서 일어나지도 못 했습니다. 하지만 눈은 언제나 저희를 보고 있었어요. 발렌타인 데이 당일, 아침을 먹고 평소와 같이 대학원연구실에 등교하려 하는데, 뭔가 녀석의 상태가 이상했습니다. 움직이지 못 하던 애가 어딘가 구석으로 가있더라고요. 가보니...네. 눈을 뜬 체로 혀를 내밀고 이미 운명했더라고요. 자기가 죽는 모습을 안 보이고 싶어서 마지막 힘을 내서 저희가 안 보이는 구석으로 갔었나봐요. 저는 녀석에게 많이 잘해주지 못 했지만, 10여년이라는 세월은 제 마음의 한 구석에 녀석이 깃들기 충분한 시간이었어요. 울음을 참으려 해도 참아지지가 않더라고요. 어떻게 참아요. 일주일은 계속 녀석이 마지막 숨을 내쉬었던 곳을 볼 때마다 눈물이 났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제가, 병원에서 사용할 수 있다는 마지막 항암제의 부작용으로 열이 끓는 상태로 침대에 누워 이렇게 글을 쓰고 있네요. 글을 쓰는 내내 눈물이 계속 납니다... 다시 한 번 故 보리의 명복을 빕니다. 좋은 곳으로 갔을 겁니다. 동물들은 착하니까요. 글쓴이께서도, 아낌없이 슬퍼하세요. 참지 마시고...그리고 이 엄혹한 시기에 이런 따뜻한 글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24/12/09 20:54
저도 고양이도 강아지도 아니지만 토끼를 11년 동안 키웠습니다. 처음에는 왜 귀찮게 데리고 와! 했지만 정이 참 무섭더군요. 배변훈련도 되고 먹이 때문인지는 몰라도 사람 알아보고 나름대로 감정을 온몸으로 표현하는 생명체가 집 안에 있다는게 참.. 집에 오면 온 가족이 토끼부터 찾게 되는 현상이. 하하
토끼 특성상 집 안에 완전 풀어놓고 키우기는 좀 그래서 아예 방 하나를 내주고 공부방 겸 토끼방으로 사용했었는데, 토끼도 나이가 들고 조금씩 덜 활달해지고 덜 움직이고는 했는데. 외관이 너무 어릴때랑 똑같아서 몰랐었죠. 나이가 많이 들었다는 것을. 거의 마지막 순간엔 온 가족 하나하나 보려고 나름 노력했더군요. 가족이 따로 살았는데 너무 대견하게도 토끼는 우리가 하나하나 도착할 때까지 숨을 아껴 쉬고 있었나봐요. 저도 일주일은 너무 슬펐는데 지금은 좋은 곳에서 마음껏 뛰놀고 있길 바랄 뿐입니다. 정말 딱 한가지 소원이 있다면, 저도 나쁜 짓 안하고 좋은 일 하다가 갈테니 혹시 저 넘어의 세상에서 꼭 한 번 만나서 껴앉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것.. 나도 여기서 정말 많이 노력할테니 그 순간이 오면 너도 한 번만 꼭 와주려무나.
24/12/09 21:05
이런 글 보면 저도 우리 멈무 보고싶어져요 헤헤
보리도 글쓴분과 가족분들 덕분에 행복했을거예요. 사랑한 그 시간들은 여전히 그대로 있어요.
24/12/09 21:25
작년에 저도 애묘를 19년만에 떠나보내서 어떤 마음이실지 조금이나마 이해가 갑니다. 양주 모처에 있는 애완동물 화장터에서 가족들이랑 화장할 때 어찌나 눈물이 나던지. 실컷 울으시고 감정정리 잘하시길 기원하겠습니다.
24/12/09 21:34
그 먹먹함이란게 시도때도없이 찾아옵니다. 작년하고 올해 우리집 똥고양이 세마리가 차례대로 떠났습니다.
다른 고양이 사진을 봐도 예쁘다 하다가도 우리집 떠난 놈들이 차례대로 찾아옵니다. 이 먹먹한 느낌이 사라지는데 정말 오래 걸릴 것 같애요. 어떤 위로도 와닿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또 도움이 안되는건 아니에요. 저 위에서 기다리고 있을테니깐 열심히 살다가 나중에 만나서 쓰다듬어주면 될 것 같습니다.
24/12/09 22:20
저도 10년을 넘긴 냥이와 살고있는데....가끔 없을 때 생각하면 황망(?)할거 같습니다.
그래서 근래에는 여건되는대로 많이 만져주고 놀아주고 있습니다. 상심이 크시겠지만 좋은 추억만 남기시고 이겨내시기 바랍니다.
24/12/10 03:24
힘내세요..
남의 일 같지 않은게, 저희집 첫째 강아지가 오늘 림프종 진단을 받았습니다. 유기견 보호소에서 2012년 12월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저희에게 온 친구에요. 사랑 많이 받으라고 이름도 사랑이로 지어줬지요. 말티즈 같지 않게 길쭉한 다리에 체력도 좋아서 13살이라고 다들 안보는 그런 아이인데, 3일전부터 식욕저하 활동력 저하를 보여서 이것저것 검사하던 와중에 암이라고 하네요. 마음의 준비도 하라고 하시구요.. 농담반 진담반으로 아들 대학교는 갈꺼지? 라고 얘기하던게 2주도 안되었는데, 이렇게 갑작스럽게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라는 생각에 계속 머리가 멍하고 와닿지가 않아요.. 당장 지난주만 해도 산책 나가서 뛰어다녔는데... 16년이나 같이 생활한 친구가 떠나다니, 저희 부부도 아직 실감이 진짜 안나는데 얼마나 슬프고 힘드실지 상상이 안갑니다. 부디 잘 추스르시고, 많이 슬퍼하시고, 추억하시고 기억하시고 그렇게 가슴에 묻고 살아가시기를 기도드립니다.. 쉽지 않겠지만, 다들 그렇게 살아진다고 하더라구요... 염치없지만, 저희 강아지 사랑이를 위해서도 한번씩만 기도 부탁드릴께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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