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4/09/08 17:46:49
Name 니드호그
Subject [일반] 부탁을 받아들이면 의무가 발생하지만, 부탁을 거절하면 의무는 발생하지 않는다…?
제가 현재 다니고 있는 회사는 대기업은 아니고 중소기업입니다.
한 10년 전 즈음에 문을 연 회사이고, 시작하고 1년 정도 되었을 때 제가 취직하게 되었습니다.
어쨌든 그렇다 보니 당시엔 아직 시스템이 제대로 잡히지 않아서 거래처와의 상담도 의뢰가 들어오면 일단 받고 진행하는 경우가 참 많았었죠.
인원이 없다 보니까 거래처와의 연락을 당시 아직 신입이었던 제가 했던 적도 있었지요.

팀장: 이번에 급한 일이 들어왔는데, 이번 주 내로 진행 좀 해주라.
저: 이미 진행 중인 다른 일도 있는데, 이거 도저히 안되겠는데요?
팀장: ……. 아니, 해보지도 않고 이야기를 듣자마자 안된다는 이야기가 나오면 어떡하라고?
저: 아니, 아니, 그건 아니죠. 냉큼 받아들였다가 뭔가 문제가 생기면 기껏 일하고 나서 욕먹는 건데, 그럴 바엔 처음부터 안된다고 거절하는 게 낫지요!

뭐어, 그렇게 이야기해도 결국엔 사장님까지 이야기가 올라가면 사장님이 절 부르고 (인원이 5명을 안 넘었던 중소기업이라 가능한 일이겠지요.) 제가 할 수 없이 받아들여서 진행을 하기는 했지요. 뭐, 결국 문제가 발생해서 일하고 욕 먹는 경우도 많았지요.

어쨌든 이런 경험이 쌓이다 보니까, 안되면 안된다고 처음부터 확실하게 말하는 태도를 추구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하는 게 결과적으로 좋은 경우도 있었고요.

그런데 그건 직장에서의 업무에 대해서이고, 가정이나 개인적인 친분 관계에서는 또 그게 아니더군요. 여기서도 부탁을 받아들이면 의무라고 할 지 그 부탁을 실행해야 할 책임 비슷한 게 발생하는 건 마찬가지이지만, 부탁을 거절하면 괜찮은 게 아니라 빚이 생겨버리더군요….
전에 했던 부탁 거절했으면, 이번엔 들어줘야 하는거 아냐?! 라고 하면 또 거절하기가 힘들군요….

아니면 직장에서도 부탁을 거절하게 되면 나만 실감을 못할 뿐 뭔가 빚이 쌓이고 있는걸까요…?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망고치즈케이크
24/09/08 18:11
수정 아이콘
명분, 좋게말하기가 참 중요하다고 느낍니다
에이치블루
24/09/08 18:37
수정 아이콘
사람 사이에 일관된 답이 있기가 어렵죠. 그때그때 사정 봐가면서 해야겠지요.
로메인시저
24/09/08 19:26
수정 아이콘
거절이 베이스라는 인식이 퍼지는게 좋죠
shadowtaki
24/09/08 19:28
수정 아이콘
결국 그런 일이 쌓이다 보면 빨리 할 수 있는 일도 늘려서 일하고 일에 여유를 두게 되지요.
그리고 나서 저런 식으로 일이 들어오면 만들어 둔 여유에 일을 끼워 넣고 생색내고 반복되게 되더라구요.
액티비아
24/09/08 19:45
수정 아이콘
직장인은 삶에서 아주 큰 부분이 회사 일이라 소극적 방어적으로 하는 사람들 그다지 좋게 보지 않았는데 비슷한거 몇번 당해보니까 이해는 되더라고요.
외부랑 하는 일은 이미 너무 당연하고, 회사 내에서도 비슷한 이벤트 몇번 겪으니까 확실히 조용히 있게 됩니다.
방구차야
24/09/08 20:34
수정 아이콘
상대방에게 부채감을 안기는 관계는 좋지않죠. 적당히 좋은게 좋은거라는 생각으로 받아주다보면 짬통역할로 굳어질뿐. 내가 끊어내도 빠그러지지 않는 관계가 오히려 걸러낼거 일찍 걸러내고 상호관계가 되는 부류만 남더군요. 내가 안되는거 못받는거 좌우고면 하지말고 잘라버리고, 대신 내가 수용한거 책임져야하는건 수단방법 안가리고 끝까지 해내야죠.
소금물
24/09/08 21:41
수정 아이콘
뭐 그렇죠. 사회생활에선 적당히 쳐내는 것도 능력..
24/09/08 21:44
수정 아이콘
그래서 명분과 책임소재가 명확한것 중요합니다.
내가 받아주지만 내가 시간이 남아서 받는게 아니라는 점.
일이 어그러지면 무리한 일을 받아온 사람이 책임을 져야한다는 점.

호구가 안되면서 능력껏 일하는게 참 어렵습니다.
24/09/08 23:14
수정 아이콘
글이랑은 좀 벗어나지만 요새 CPR 이슈가 좀 있던데 비슷한 결 아닌가 싶기도 하네요. 나서는 순간 책임이 생기는..
24/09/08 23:31
수정 아이콘
직속 상사들에게까자 방어적으로 나오면 대체 일을 어떻게 같이 하나 잘 모르겠습니다. 일정이 부족하고 충돌이 난다면 다시 이야기해서 조율을 해야지, 듣지도 않고 못한다고 하면 참 답답해요. 처음부터 쓸데없는 일일지도 모르지만, 누군가 꼭 해야 하는 일이면 어쩌나요?
24/09/08 23:34
수정 아이콘
우리 팀 팀원이 실장님이 가끔 던지는 일에다가 저런 소리 하는걸 봤는데, 제가 다 식은땀이 나더랍니다. 자기는 자기 할 일 하는데 왜 다른 일 시키냐고 하는데, 그럼 뭐 상사가 일 해달라고 사정하며 부탁이라도 해야 하나... 동료나 상사와 협업하고 업무를 주고받는거도 자기 할 일이잖아요?
24/09/08 23:38
수정 아이콘
저같으면 책임을 지지 않기 위해 일을 안 받는 동료와는 별로 같이 일을 하고 싶지 않네요. 반대로 억지로 일 떠맡겨놓고 책임지라 하는거도 말도 안 되는거죠.
24/09/08 23:41
수정 아이콘
이런 경우엔 보통 무슨 책임을 지나요?
파르셀
24/09/08 23:36
수정 아이콘
윗 사람이 책임지지 않는 시대에서 아랫사람이 굳이 안해도 될 일을 맡아서 처리하다가 잘못되면 범인으로 몰리니 그런거 같습니다

동급에서의 부탁도 내가 맡는순간 마찬가지죠

윗분들 말씀대로 명분을 만들어서 쳐내는 능력이 중요 사회 능력인거 같습니다
24/09/09 01:00
수정 아이콘
(수정됨) 바로 저번주 일인데
땡떙 대사관에서 행사를 하는데, 우리랑 몇몇 호텔에서 케이터링 행사를 진행했습니다
그런 그 행사 2일전에 갑자기 샐러드 단체예약을 행사와 같은날로 받고.
웅 나는 알려줬으니까 너희들이 알아서해~ 하는 우리 사장님에게 정나미가 떨어졌습니다. (뭐 원래도 떨어져있긴 했는데 이젠 마이너스?)
본래 정직원 7명으로 돌아가는 업장을 지금 정직원 3명이랑 외노자 4명으로 돌리는데 급어인상도 없고 ,...
정직원들 퇴사 예정일만 있는데
이런게 X소기업이긴 하겠죠 크크

아 저도 안될껴걑으면 안된다고 사장한테도 단호하게 이야기 합니다.
다만 그 사장이 우리 얘기를 들을생각이 없는게 문제라 그냥 지맘대로 일을 벌일뿐 ....
일 저질러두고 도와줄까? 이러는 꼬라지가 진짜 환멸나는데 .. (와도 도움안됨)
그럴때마다 내가 왜 이 직장에 계속있나라는 생각이 ...
마샬스피커
24/09/09 01:12
수정 아이콘
주변인들이 좋은 사람이라는 전제하에, 신뢰자원을 깎아먹는 것입니다. 평소에는 별 영향이 없지만, 결정적일 때 드러납니다.
물론 주변인들이 자신을 호구잡으려고 하는 인간들이라면 애초에 신의없이 대하는 케이스이니 해당없지요.
아니근데진짜
24/09/09 06:04
수정 아이콘
응급실 이야기같네요
사실 그 이야기인줄 알고 호다닥 왔는데 아니었지만 정말 똑같은 내용이었습니다 크크
오쇼 라즈니쉬
24/09/09 20:59
수정 아이콘
저도요 크크크
임전즉퇴
24/09/09 06:37
수정 아이콘
최선의 방어는 공격인데(항상은 아니지만) 말하자면 점령하자 해도 거기가 불모지란 느낌이라 못 하고 살죠.
집으로돌아가야해
24/09/10 03:50
수정 아이콘
평생 남에게 폐 끼치지는 말자 라는 모토로 살아오면서 웬만한 일은 스스로 해결하려고 노력하는데 주변에 보면 너무 쉽게 타인에게 부탁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누가 정답은 아니겠지만 성향이 안맞는 거겠죠. 거절 못하는 성격에 몇 번 받다보면 나만 손해보는거 같고 고심끝에 한 마디 하면 "그럼 너도 나한테 부탁하면 되잖아?" 라고 하는데 맥이 풀리네요.
무냐고
24/09/11 17:03
수정 아이콘
케바케 아닐까요
모든걸 받는것도 안되지만 자꾸 거절하다보면
정작 중요한일을 거절하지 못하거나, 내가 아쉬워서 부탁해야할때 문제가 생길수 있죠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02247 [일반] 내 인생을 강탈당하고 있습니다. [107] 카즈하15336 24/09/09 15336 100
102246 [일반] 산타할아버지가 없어? [29] Timeless6686 24/09/09 6686 24
102245 [일반] <룩 백> - 백아절현, 혹은, 그럼에도 나아가야 하는 것.(스포) [20] aDayInTheLife5450 24/09/09 5450 4
102244 [일반] 부탁을 받아들이면 의무가 발생하지만, 부탁을 거절하면 의무는 발생하지 않는다…? [21] 니드호그10054 24/09/08 10054 7
102243 [일반] (그알)비눌치고개에서의 33분, 아내 교통사고 사망 사건 [11] 핑크솔져8832 24/09/08 8832 4
102242 [정치] 탄소중립법 헌법불합치 판결과 9월 2024 기후정의행진 [46] 사브리자나7124 24/09/08 7124 0
102241 [정치] 의료..파업이 아니라 사직이라구요? [493] lexial23630 24/09/08 23630 0
102239 [일반] [팝송] 오늘의 음악 "오아시스" [4] 김치찌개4247 24/09/08 4247 2
102238 [일반] 이런저런 이야기 [11] 공기청정기4048 24/09/08 4048 3
102237 [정치] 지금이 한국 정치사의 분기점일지도 모른다 [38] meson10624 24/09/07 10624 0
102236 [일반] 땡볕에서 KISS OF LIFE 'Sticky'를 촬영해 봤습니다. ㅠㅠ 메존일각4019 24/09/07 4019 22
102235 [일반] [서평]《과학적 창조론: 창조의 복음》 - 과학적 방법론으로 창세기 1장을 독해하다 [19] 계층방정4225 24/09/07 4225 3
102234 [정치] 보수정권에서 "호남 인사 소외" 가 두드러지는 이유? [45] 헤일로8448 24/09/07 8448 0
102233 [정치] 수심위, '명품백 의혹' 김여사 불기소 권고…무혐의 처분 수순 [53] 덴드로븀7754 24/09/07 7754 0
102232 [일반] 소리로 찾아가는 한자 29. 가릴 간(柬)에서 파생된 한자들 [4] 계층방정3203 24/09/07 3203 4
102231 [일반] 사기 경험담 [24] 시무룩6743 24/09/06 6743 16
102230 [일반] 여권 재발급 도전기 [19] 계란말이5759 24/09/06 5759 4
102229 [일반] 갑자기 직원 빼가기를 당하니 허탈하네요 [120] 앗흥17296 24/09/06 17296 22
102228 [정치] 이번 의료사태로 인하여 득을보는 사람은 누군가요...? [129] 능숙한문제해결사11310 24/09/06 11310 0
102227 [일반] 오랫만에 하는 미국주식 맞추기 도미노 피자이벤트(완료) [220] 기다리다6504 24/09/06 6504 5
102226 [일반] 내일 결혼합니다 [142] 랜덤여신11358 24/09/06 11358 98
102225 [일반] 인류역사상 9번째로 충돌전 발견된 소행성 [27] Dowhatyoucan't9955 24/09/05 9955 3
102224 [일반] (스포일러) 도쿄 사기꾼들 감상 [10] 한뫼소6798 24/09/05 6798 3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