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4/08/09 00:05:00
Name aDayInTheLife
Link #1 https://blog.naver.com/supremee13/223541465095
Subject [일반]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 - 너무 많은 걸 대면한, 그때의 소년(들).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은 제목과 영화 전반적인 질감이 묘하게 다릅니다. 마치 스릴러스러운 제목과, 묘하게 향수가 느껴지는 포스터를 지나 거의 4시간에 달하는(!) 이 영화를 접하면 만나게 되는 영화의 모습은 건조하되, 굉장히 촘촘한 느낌입니다.

영화의 호흡은 길고 느린 편입니다만, 영화의 장면이 허투루 쓰였다는 느낌을 찾기는 힘듭니다. 4시간에 가까운, 3시간 57분의 이야기입니다만 굉장히 촘촘하다는 느낌이 듭니다. 그게, 연기의 측면이든, 연출의 측면이든, 서사의 측면이든요. 물론 호흡 자체가 워낙 길기도 하지만...

영화의 이야기는 1961년의 대만, 타이페이를 배경으로 펼쳐집니다. 주인공 샤오쓰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에서 느껴지는 건, 건조함 속에서 묘하게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비틀린 세계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영화가 130분 부근에서 한번 인터미션(쉬는 시간)을 가지는데요, 이때까지의 제 감상은 '소년, 세상을 만나다.' 였습니다. 그러니까, 처음 만나는 감정, 관계, 어려움, 고난 등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이 들었거든요.
2막, 그러니까, 인터미션 이후의 이야기는 훨씬 더 폭발적입니다. 그러니까, 전반부의 이야기가 세상과 대면하는 이야기라면, 후반부의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충돌하고 폭발하는 이야기에 가깝습니다. 다만, 실제로 폭발하고 충돌하는, 조금 더 공격적인 영화라기보단, 조용히 눌러담다 분출하는 방식에 가깝긴 하지만요.

이 영화가 어딜 범인으로 지적하는지 찾기는 애매합니다. 그러니까, 워낙 폭력적이고 혼돈스러운 세상에서 가장 폭력적인 방식으로 그 세계에 대응해버린 이야기처럼 느껴지기도 하거든요. 어떤 측면에서는 저는 이 영화가 <아키라> 내지 <크로니클> 같은 폭발하는 소년에 대한 이야기의 원형 같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때때로 등장하는 시대적 배경을 의심하게 되기도 하고, 알 수 없는 관계와 감정에 대한 이야기같아 보이기도 하는 이 영화는, 결국 그 세상 전체를 놓고 바라볼 수 밖에 없는 이야기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듭니다.

제가 좋아하는 리뷰 웹툰, 부기영화에서 <시계태엽 오렌지>에 대해 이런 이야기를 한적 있습니다. '폭력에 길들여진 아이들과 새로운 세대'에 대한 이야기라고.
어떤 측면에서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은 비슷한 말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폭력적 세상이 길들여버린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바보영구
24/08/09 05:42
수정 아이콘
정말 좋아하는 감독입니다. 안타깝지만..
aDayInTheLife
24/08/09 07:28
수정 아이콘
정말 인상적이더라구요
오하이오
24/08/09 09:04
수정 아이콘
'안타깝지만'의 의미를 여쭤봐도 될까요?
바보영구
24/08/09 13:33
수정 아이콘
에드워드양 감독이 하나그리고둘 만들고 좀 지난 후에 돌아가셨었습니다. 영어로 자신이 직접 코멘터리 달아주시던 감독님이라 그의 영화들을 더 좋아했었습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02435 [일반] 행복해야 하는 건 맞는데... (아내의 출산과정을 지켜보며) [246] Yet54960 24/10/10 54960 12
102434 [정치] 진중권 "국회 전체가 김건희 김건희, 여사만 사라지면 다 정상화 되나" [78] 베라히17019 24/10/09 17019 0
102433 [일반] Nvidia, RTX 5090 & 5080 스펙 유출, 5080은 스펙 후려치기? [59] Nacht12395 24/10/09 12395 4
102432 [일반] <와일드 로봇> - 온 힘을 다해 추종하는 따스함.(노스포) [18] aDayInTheLife7052 24/10/09 7052 3
102431 [정치] 최근들어 북한의 행보가 심상치 않습니다 [94] 보리야밥먹자18283 24/10/09 18283 0
102430 [일반] [닉네임 공유] 한글날은? 무슨날? 닉변하는날! [75] 윈터8598 24/10/09 8598 0
102429 [일반] 도요토미 히데요시 입장에서 본 전국시대 [7] 식별10134 24/10/08 10134 11
102428 [일반] 웹소설 추천 : 스마트폰을 든 세종 [11] 아우구스투스9447 24/10/08 9447 1
102427 [정치] 명태균 “한 달이면 하야·탄핵, 감당되겠나” (채널A 단독) [118] 덴드로븀19472 24/10/08 19472 0
102426 [일반] 삼성전자 공식 사과문(?) 기재 [87] Leeka15734 24/10/08 15734 3
102425 [일반] [2024여름] 여름의 끝. [2] 열혈둥이5026 24/10/08 5026 5
102424 [일반] 소리로 찾아가는 한자 39. 지렁이 인(蚓)에서 파생된 한자들 [4] 계층방정5129 24/10/08 5129 3
102423 [일반] [2024여름] 카시마 해군항공대 유적답사 [8] 서린언니5772 24/10/08 5772 1
102421 [일반] [2024여름] 길 위에서 [3] 글곰5509 24/10/07 5509 6
102420 [일반] 못생긴 흙수저로 태어나 천하를 제패하다 [29] 식별11446 24/10/07 11446 28
102419 [일반] 유비소프트의 매각 가능성 소식을 듣고 - 어쌔신크리드 [20] 가위바위보7837 24/10/07 7837 0
102418 [일반] 과연 MZ세대의 문해력이 선배 세대보다 더 떨어질까요? [82] 전기쥐10924 24/10/07 10924 5
102417 [일반] 결혼하고 아이 낳는게 너무 멀게 느껴져요 [51] 푸른잔향10352 24/10/07 10352 1
102416 [정치] “소아심장 분야는 아웃사이더… 과감한 투자 시급” [154] Leeka13360 24/10/07 13360 0
102415 [일반] 아이폰 16 프로맥스 2주차 짧은 후기 [7] Leeka6661 24/10/07 6661 1
102414 [일반] [서평]《팀 켈러의 용서를 배우다》 - 기독교적 용서란 정의와 관계를 모두 회복하는 것이다 [3] 계층방정5616 24/10/07 5616 6
102413 [일반] [풀스포] 살아서 고짐고를 두번 당하다니 : 조커 2 폴리 아 되 [9] Farce7673 24/10/06 7673 17
102412 [일반] 나는 왜 <조커: 폴리 아 되>가 아쉬웠는가. (스포) [17] aDayInTheLife6784 24/10/06 6784 3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