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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4/07/27 17:05:59
Name 플레스트린
Subject [일반] (스포있음)기생수: 더 그레이 탈주 후기 - 개연성에 재능이 부족한 감독... (수정됨)
저는 기생수 원작을 인생 만화로 꼽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기생수 스핀오프 드라마를 볼 때도 원작의 재미를 구현해주길 바라는 것은 당연하겠죠.

하지만 연상호 감독의 기생수 스핀오프 드라마가 원작의 주제의식을 재현하지 못했다, 독자설정을 가졌다고 비판하는 것까지는 옳지 못하다고 생각해요.

원작과 똑같은 얘기 할거면 따로 새 판을 만드는 의미가 없죠. 설정 부분에서도 주인공이 상처를 입은 채로 기생수와 융합하다보니 이중인격으로 공존하게 되었다... 는 부분도 그럴 듯하다고 생각합니다. 원작의 신이치는 오른팔만 먹혔기에 기생수와 공존할 수 있었는데요. 신이치 또한 뇌의 일부분까지 먹힌 상태였으면 인격이 변이되거나 스위치식 이중인격자가 될지 누가 알겠습니까. 기생수 자체가 미지의 존재이지 않습니까.

기생수: 더 그레이의 설정은 원작자가 감수한 것으로 아는데요. 원작자도 작중 묘사가 합리적이라고 생각했을 겁니다. 충분히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고요.

그러나 원작재현을 관대하게 넘어간다 하더라도 기묘하게 기생수: 더 그레이는 보다보면 덜컥덜컥 걸리고 몰입이 왕창 깨지는 부분이 산재했는데요. 원작의 숨도 못 쉬고 페이지를 넘기게 만드는 몰입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원작 재현이고 뭐고 간에 그게 문제가 아니었고요. 그냥 원작 떼놓고 봐도 작품 자체가 구리게 느껴졌어요. 왜일까? 고민을 해 보았습니다.

일단 기생수: 더 그레이의 1화 스토리를 봅시다. 쓰다보니 좀 길게 요약이 되었는데요. 이미 다 아시는 분들은 점선 스킵하시고 아래로 내려가서 보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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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클럽 장면 : 기생수가 취한 남자를 먹어치우고 몸을 강탈함. 그 후 EDM 페스티벌에서 촉수 칼날을 휘두르며 연쇄살인을 벌인다. 기생수의 존재를 소개하는 장면.

2. 부랑자와의 마찰 장면 : 마트에서 캐셔로 일하는 여주인공이 고기를 사려는 부랑자와 마찰 겪음. 여주인공이 고기를 구입하려면 정육코너에서 가격표를 부착해 오라고 권유. 그러자 부랑자가 쩌렁쩌렁한 발성으로 욕설을 내뱉으며 난동을 부리고 협박한다.

(뭐지? 이 난데없는 비현실적 장면은? 이라는 생각듬. 여성이 폭력에 노출되는 현실을 나타내고 싶은 건가?)

3. 여주인공의 융합 장면 : 그 부랑자가 심지어는 여주인공을 쫒아와서 차로 여주의 오토바이를 받아버리고 흉기로 난도질한다. 그러던 도중 부랑자는 갑자기 뭔가에 의해 몸이 대차게 베여 죽어버린다. 나중 밝혀진 경찰 조사로는 이 남자가 폭력 전과도 있고 조현병 환자라고.

(여전히 아무 개연성도 없고 현실감이 없다는 느낌 듬. 현실에서는 뜬금없이 벼락에 맞을 수도, 차에 치일 수도, 살인자가 갑자기 날 죽일수도 있음. 그러나 서사에서는 최소한의 인과적 빌드업을 해서 살인자가 사람을 죽이려 들어야 하지 않나?)  

칼로 난자당한 여주인공은 놀랍게도 몸이 멀쩡했음. 오래된 흉터가 갑자기 생겨났을 뿐. 사건을 수사한 경찰은 의문투성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조사를 마무리함.

4. 특수부대와 기생수의 교전 장면 : 시점이 전환됨. 껄렁껄렁한 바람둥이 하나가 여자를 꼬시려 애씀. 그런데 남자가 여자를 따라 가보니 기생수 소굴이었음. 남자가 공포에 질려 도망나오는 순간, 특수부대가 진입해 충탄을 퍼부음. 기생수들은 대부분이 전멸당함.

5. 기생수와의 접촉 : 몇달 지나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여주인공. 그런데 기생수들이 그녀를 쫒아와 동족이냐고 물음. 그러자 왜 이러시냐고 뿌리치던 여주인공이 순간 촉수 낼름낼름하며 각성하여 동족들과 인사를 나눔. 동족들은 교회 팜플렛을 건네며 여기가 우리 본거지라고 안내하고 헤어짐.

6. 여주인공의 정체 설명 장면 :  그런데 각성한 여주인공을 몰래 지켜보던 남자가 있었음. 여주인공은 촉수공격으로 남자를 제압하고 명령을 내림. 명령을 따르지 않고 달아나면 반드시 찾아서 죽여버리겠다고 함. 그런데 왜 자신의 정체를 내보여가며 명령을 내려야 했는가?

사실 각성한 여주인공은 멀쩡한 기생수가 아니었음. 기생수가 여주인공에게 침입하려 할 때, 여주인공은 부랑자에게 칼로 난자당해 있었기 때문에 그 상처를 회복시키다가 뇌를 완전히 장악하지 못함. 그래서 여주인공과 기생수는 이중인격으로 공존하게 됨.

그 때문에 기생수는 이 사실을 잠들어 있는 여주인공에게 알려야만 했던 것. 그래서 남자를 제압해서 이 내용을 전달하도록 시킴.

7 . 필담 소통 장면 : 남자에게 이 사실을 전달받고 미심쩍은 상태로 집으로 돌아온 여주인공. '내 안에 누군가가 있는 거야?' 라는 의문 품음. 여주인공은 내면의 침입자에게 수첩을 통한 필담으로 질문을 시작. 답변이 달린 것을 보고 경악하며 필담을 나눔. 그 과정에서 자신의 정체를 파악하게 됨.

8. 브리핑 장면 : 한편, 기생수들의 소굴을 습격했던 특수부대 팀장(더 그레이 팀)은 경찰 고관들을 소집하여 브리핑을 염. 그레이팀은 기생수의 정체, 인간에 기생하여 촉수가 변이하는 메커니즘을 모두 파악하고 있었음. 스캐너로 인간을 스캔해 기생수 여부를 가려내는 기술도 보유. 게다가 EDM 페스티벌 살인사건을 일으킨 기생수 개체까지 포획한 상태였음. 이 모두를 경찰들에게 공개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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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까지 보고 저는 급 탈주하였습니다. 중간중간 급짜증이 몰려오다가 브리핑 장면에서 폭발했기 때문인데요. 저 브리핑 장면에서 그레이 팀 팀장인 이정현의 연기가 너무 과잉되었다는 지적은 이미 많았죠. 저도 해당 부분 연기가 매우 거슬리긴 했어요.

그런데 전 그것보다도 전개 자체의 개연성과 핍진성이 너무 덜컹거려서 불쾌했습니다.

자, 일단 도입부의 여주인공이 습격당하는 장면을 봅시다. 이 장면은 순전히 여주인공이 기생수로서 각성하는 전개를 위한 도구입니다. 여주인공이 겪을 생명의 위기는 어떤 형태든 상관없습니다. 생명의 위기를 겪었기 때문에 이중인격 기생수로서 각성한다는 전제만 충족하면 되거든요. 논리만 따지면 그냥 길가다가 트럭에 깔려도 상관 없었을 겁니다.

그러나 서사에서는 그럴 수가 없습니다. 스파이더맨이 각성한 건 동네 산책하다 거미에 물려서가 아니고 연구 행사에 참석했었기 때문이죠. 연구소에 갔으니까 생물학적 변이가 일어난 거미에게 물릴 수 있었던 겁니다. 또 추격자에서 희생자들이 하정우에게 험한 꼴을 당한 건 하정우가 전화로 보도방 여자들을 불렀기 때문이죠.

즉, 서사에서는 벼락 떨어지는 급의 우연이 아니라 이야기로서 최소한의 인과적 흐름이 있어야 시청자가 자연스럽게 개연성을 받아들이게 된다는 겁니다. 왜 하필 주인공에게 그런 일이 일어났는가를 납득하기 위한 흐름이 필요해요.

여기서 좀 더 나아가면 각성의 계기는 필연적 성격을 띄며 작품 전체에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한 번 도구로 써먹고 없었던 일인 양 싹 잊어버리는 하수식 전개와 경지 차이가 나는 것이죠. 배트맨 시리즈에서 주인공의 부모님 상실 장면 이후, 복수심을 통해 자경단으로서의 정체성 각성 전개, 원수인 조커와의 대립까지 흐름이 이어지듯이요.

그런데 기생수: 더 그레이는 너무 덜컹덜컹입니다. 폭력적인 부랑자의 습격 이전 부랑자와 여주인공은 아무 관계도 없었을 뿐더러, 부랑자가 여주인공을 습격해야만 할 이유도 딱히 없었습니다.

더군다나 그냥 분해서 구타하는 수준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차로 오토바이를 받아버리고 칼로 난도질한다고? 대체 왜? 그 이유는 남자가 조현병 환자라 순간적으로 꼴받아서입니다. 이거 길가다 번개에 맞은 것과 뭐가 다릅니까.

돌려차기남에게 폭행당한 여성 사건 같은게 연상되기는 한데요. 그래도 스토리텔러라면 이것보다는 좀 납득가능한 흐름을 제시하면 안됩니까. 여주인공이 구남친에게 지속적인 스토킹과 데이트 폭력을 당하다가 끝내 살해의 위기에 몰렸다 정도도 어렵냐구요.

여성은 언제 어디서든지 남자한테 별 것도 아닌 이유로 죽을 수도 있다 뭐 그런 얘기를 하고 싶었던 걸까요? 아니 그런 얘기 하는 건 좋은데 이렇게 덜컹거리는 전개를 꼭 가져가야 할까요?

그 다음으로 넘어가 볼게요. 이 작품은 타임라인이 이상합니다. 기생수: 더 그레이와의 비교를 위해 원작의 전개를 제시해 볼게요.

원작 기생수는 기존 크리쳐물에 비해 사회 묘사가 탁월했어요. 왜 뱀파이어물 같은거 보면 사회가 그들의 정체를 모르는 이유가 되게 부자연스럽고 바보같잖아요. 아예 정부나 경찰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듯 굴거나 무슨 고지라 영화 헬기 격추되듯 한심하게 묘사되기도 하고요.

그에 비해 기생수 원작은 작중 사회적 양상을 굉장히 사실적으로 풀어냈습니다. 기생수가 적당히 두루뭉술하게 안 들키는 편의적 전개 대신 아예 대놓고 정부와 충돌하게 만들어 버렸죠. 그게 리얼하고 자연스러웠고요. 애초에 연쇄살인을 저지르고 다니는 놈들이 안 들킨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니까요. 그래서 기생수가 네스 호의 괴수 같이 논리적으로 말도 안되는 허황된 괴담이 아니라 실감나게 느껴지죠.

원작의 흐름을 자세히 살펴보자면,

1. 기생수와 융합한 신이치 - 오른쪽이와 이런저런 충돌과 소동을 겪으며 기생수의 정체를 재미있게 풀어감.

2. 사회와 접촉하는 기생수들 - 기생수 무리는 인간 사회를 파악해가며 그 속에 숨어든다. 그 과정에서 희생당한 사람들과 목격자를 통해 각종 도시전설과 불온한 분위기가 퍼져나감.

3. 국가 권력에 노출된 기생수 - 기생수가 저지른 전면적 연쇄 살인 사건 이후 국가는 기생수의 정체를 포착하고 생물학적 연구를 통해 기생생물의 정체, 인간과의 구별법을 밝혀낸다.

그 다음 최종 흐름이 4. 국가 권력과 정면으로 충돌하며 전면전을 벌이는 기생수들이라는 전개였죠.

그런데 이와 비교하면 기생수: 더 그레이는,

1. 기생수가 나타났다!

4. 경찰이 모든 것을 파악했다! 간지나는 액션으로 촉수와 맞붙으며 쏴죽인다!

라는 흐름으로 느껴졌습니다.  2, 3 과정의 핍진성과 흐름이 완전 박살났어요. 그래서 급 탈주하게 되었고요. 이 작품은 국가, 사회, 시민들이 기생수라는 특이현상을 받아들이는 흐름과 과정이 완전히 증발해 있는 것 같아요. 본작 세계관에서 2, 3의 과정이 절대 없지는 않았을 겁니다. 근데 묘사를 너무 게을리 하고 생략을 일삼아요.

주인공들이나 경찰이 기생수라는 초현실을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부분도 '원래 그려려니' 식의 대충대충 무덤덤 은근슬쩍이고요. 너무 고인물 서사입니다.

1화 중반에 갑자기 뛰쳐나와 기생수 소굴을 토벌하는 그레이 팀부터 봅시다. 이 팀은 이미 기생수에 대해 모든 것을 알고 있습니다. 생물학적 생태부터 인간 판별용 스캔 장비까지 이미 만렙이예요. 심지어는 기생수를 무력화해서 포획하는 미용실 파마 기계 같은 것도 봉고차에 싣고 다니죠.

그레이 팀은 기생수를 봐도 딱히 놀라거나 두려워하는 인상도 없어요. 긴장감 제로입니다. 한드 클리셰인 '자~ 선수 입장. 들어갑니다.' 식 허세와 우월감 넘치는 마인드거든요? 자기가 전문가라는 걸 과시하고 싶어 안달이 난 태도요. 익숙해서 지겹다는 식이죠. 이게 아마 이정현의 연기가 오그라드는 과잉으로 느껴지는 원인일 겁니다.

이러면 시청자들 역시 기생수의 정체가 시시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습니다. 작품이 소재를 깔아뭉개는 거나 다름없어요. 가뜩이나 작품 자체가 '응. 이미 기생수 뭔지 다 알아. 정체 알고 시작함 '으로 일관하고 있는 상황인데 말입니다. 그럼 시청자가 대체 뭘 궁금해하고 호기심을 가지겠습니까.

주연인 이정현부터가 기생수를 같잖게 보고 긴장감이라곤 없이 유치원 선생 어조로 잘난체만 일삼는데요. 심지어 포획한 기생수 호송하는 특수부대원은 완전군장에 실탄총기까지 차놓고 히죽거려요. 잠깐 나가서 쉬고 오라니 좋다고 기생수 내버려두고 나가 놉니다.

아니 근데 그보다도 지적하고 싶은 문제는요. 도대체 기생수와 접촉을 언제 했길래 기생수의 정체를 다 파악하고 포획장비까지 제조할 수가 있죠? 논리적으로 따지면 그렇게까지 연구가 진행될 정도면 이미 기생수의 최초 습격으로부터 상당한 시일이 지나야 하지 않나요?

그런데 일선 경찰과 시민들은 기생수에 대해서 전혀 모르고 있다고요? 최소한 경찰은 의문의 난도질 연쇄살인이 증가한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하잖아요. 역사적으로 유례가 없던 사건들이니 심각하게 받아들였어야 하고요. 근데 경찰도 '? 몰르겠음. 부랑자는 여자 습격하다 갑자기 왜 죽었대' 모드입니다. 전혀 모르고 있어요.

기생수: 더 그레이의 브리핑 장면에서는 그레이 팀이 언론 통제를 통해 기생수의 정체를 철저하게 숨겼다고 하는데요.

원작에서도 일본 정부측 요인들이 사회 혼란, 정부의 이득, 군사병기로 쓸 수 있니 없네 따지며 비공개하자고 갑론을박을 했거든요. 정부가 숨기려고 시도는 할 수 있지요.

문제는 숨길 수 있긴 햐나가 결정적 구멍입니다. 원작의 시점인 1980년대 후반대에는 인터넷도 휴대전화도 없었거든요? 하지만 기생수: 더 그레이의 시점에선 SNS와 스마트폰이 일상화되어 있잖아요.

그런데 이 작품은 오프닝 장면부터 화제의 중심에 설 EDM 페스티벌 한가운데서 기생수가 무차별 난도질을 벌이게 만들었습니다.

(쓰읍. 근데 이 장면 역시 좀 그래요. 원작의 기생수들도 미숙해서 인간들에게 들킬 때 많았지만 최소한 정체를 숨기려는 노력은 하던데... 또 기생수들은 목적 지향적으로 기계적 사고를 하는 애들이거든요? 대체 무슨 이득이 있어서 난도질을 한 걸까요? 굉장히 비논리적이고 무의미해 보여요. 그냥 장면 간지와 임팩트때문에 논리를 팔아먹은 듯한... )

이러는데 사람들이 모를 수가 있다고요? 도대체 이 세계관의 사회는 기생수와의 접촉을 어떻게 해나간 건지 흐름이 도저히 납득이 안 됩니다.

거기에 여주인공이 필담으로 자신의 정체를 인식하는 장면도 지나치게 숙제식으로 느껴져요. 특히 각성한 기생수가 구교환 배우에게 자기 정체를 여주에게 전달하라고 명령을 내리는 장면이요. 이거 국어책 낭독과 뭐가 다릅니까.

작중 설정을 갖다가 '응 니 정체는 ABCD고 DEF야. 하하 어이가 없네. 이런 말 하는 내가 웃기지만 일단 믿어.' 로 어린애 감기약 떠먹이듯 떠넘기는 건 최악의 설정 활용 아닌가요? 작중에서 사건과 장면을 통해 자연스럽게 드러나게 하는 게 창작의 상식 아니었습니까?

이렇듯 이 드라마는 모든 빌드업에서 너무 덜컹거리고 조급합니다. 대체 감독이 왜 그런 걸까요?

아마도 제가 추정하는 창작 의도는 원작에서 다룬 기생수와의 접촉과 교류 서사, 탐구 과정은 대차게 생략하고 엔딩 이후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 같네요. 기생수가 이미 공식화되고 정부 및 사회와 투쟁을 벌이는 서사요.

터미네이터 시리즈로 치면, 터미네이터가 정체불명의 사이보그 암살자인 시점이 아니라 레지스탕스와 로봇 군단이 미래전쟁을 벌이는 시점의 이야기겠네요.

근데 그거 원작이 있는 작품들의 참패 원인이거든요? '응 원작 스토리 설정 방대해서 다 못다뤄. 니네 다 알지? 난 니들 다 아는얘기 재탕 안해. 신선한 딴얘기 할거야' 로 일관하다 이해 못 시키고 매력 전달도 못해서 패망한 작품이 얼마나 많습니까. 원작이 성공했던 핵심 셀링 포인트를 팽개치는데 잘 되기가 쉽겠어요.

사실 애초에 그런 류의 '엔딩 이후의 스토리' 식 시도 자체가 허망한 것도 문제긴 합니다만. 터미네이터나 에일리언이 의문의 습격자고 힘 약한 주인공이 저항할 때가 재밌지 걔네 정체 초장에 다 까발리고 정부, 군대가 나서고 나면 뭐가 재밌습니까. 그냥 특수부대 총쏘는 양산형 액션영화죠.

이거와 좀 다른 예시로, 스파이더맨과 엑스맨, 다크나이트 트릴로지는 모두 2가 마스터피스죠. 근데 감독이 머리속에 2 스토리 뽕만 가득차서 1편 성장서사 빌드업이 지루하다고 때려치고 2부터 만들면 그게 재미 전달이 쉽겠어요? 코믹스로 다 했던 얘기라고 스킵한다? 그렇게 접근하는 영화는 본 적이 없는 거 같군요.


이것저것 씹어댔으니 이제 리뷰를 정리해 보겠습니다. 제가 연상호 감독의 작품을 많이 보지는 않았는데요. 아마 감독은 이런 개연성, 핍진성 문제가 다른 작품들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나지 않을까 싶어요. 그래도 이 같은 덜컹거림, 형편없는 논리적 흐름을 참아내면 분명 뭔가 볼만한 전개가 있긴 하겠죠? 숙제식 국어책 낭독 전개를 감수하고서라도 하고 싶었던 얘기가 분명 있을 거예요.

근데 거기까지 가는데 인내력이 너무 많이 필요하네요. 그리고 한편으로 이런 불안감도 듭니다.

개연성, 핍진성 빌드업 다 개판친 다음 하려는 얘기가 별 대단할 것도 없는 식상한 얘기일 수도 있겠다는 불안감이요. 그냥 특수부대가 기생수 쏴죽이고 쫒아가고 다급한 척 하고 전문가인척 하는 스토리면 어쩌죠? 기생수 추적하고 본거지 교회 수색 뭐 그런거 하고... 적 기생수 나와서 촉수 배틀하고... 그냥 기생수와 주인공 일행의 사투와 추적을 다루는 크리쳐 스릴러 전개 말입니다.

그런 와중에 후반부쯤 마무리 한답시고 인간을 염세적으로 비판하는 메시지병까지 걸린다면? 생각해보니 꽤나 높은 가능성이네요.

기생수가 재밌는 건 정체불명의 외계 생명체가 인간을 막 죽이고 촉수로 실감나게 싸우기 때문만이 아니잖아요. 해당 전개의 긴박감도 물론 재밌긴 한데요. 원작이 기생수를 그저 싸워야 할 신기한 적으로 그리는데 그쳤으면 지금 평가의 절반에도 못 미쳤을 겁니다.

원작을 빛나게 만든 요인은 기생수가 인간 세계와 교류하고 그들 나름대로의 생존을 도모하는 묘사였죠. 기생수가 인간을 파악하고 자신들을 규정하며 교류하고 성장해 나가는 입체적 과정이 재밌는 거거든요? 거기에 작가의 인간 사회 통찰 아래서 기생수라는 리얼한 생명체의 생태학적 묘사가 어우러지며 세계관을 완성하고요.

결정적으로 '인간은 기생충이야. 지구를 해칠 뿐이야' 같은 질 낮은 중2병 철학을 뛰어넘어, 인간을 인간 그 자체로서 바라보고 평가하는 놀랍고도 냉철한 주제의식이 기생수를 걸작으로 만들었죠.

근데 그걸 걷어차고 다른걸로 대신 하려면 알맹이가 있는 걸 가져와야 할 것 같군요. 원작을 재해석하고 새로운 시도를 얼마든지 할 수 있는데 그러려면 잘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냥 액션 볼만한 타임킬링 작품이면 외계인하고 싸우지 뭐하러 원작 가져다 쓰나요.

뭐 전 그보다는 보다보면 불현듯 튀어나오는 박살난 핍진성이 더 마음에 안들지만요. 별 생각없이 볼만한 타임킬링 액션 무비도 가치가 있거든요? 근데 그런 영화라 해서 개연성, 핍진성이 정도 이하로 떨어져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국제시장, 해운대 같은 영화 볼때도 안 했던 경험을 시키면 어떡합니까.

감독 의도를 찾아보니 한국에 기생수가 나타나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가 궁금했다고 하는데요. 그 이야기를 설득력있게 구성하는 논리력이 많이 부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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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은 1화 탈주 후기지만 옆에 틀어놓고 욕하다보니 완주했네요. 중후반부에도 논리가 얄팍하거나 몰입 깨는 사례가 많이 나왔습니다. 본문 설득력 보충을 위해 덧글로 적었던 핍진성, 개연성 파괴 사례를 추가해 놓겠습니다.

1. 구교환의 신고 장면 - 구교환은 여주가 아는 경찰에게 새진교회에 촉수괴물이 득실거린다고 익명 신고한다. 근데 상식인이라면 이런 판타지적 신고를 경찰이 믿어줄까 의심하는게 정상. 새진교회에서 시신을 발견했다 같은 신고가 훨씬 합리적. 설령 촉수괴물 신고는 하더라도, 아 이 신고가 말이 되냐 고민은 한번 하는 게 정상.

작중에서는 우연히 여주가 아는 경찰이 그레이팀에게 정보를 공유받은 사람이라 촉수괴물 신고를 믿어주지만 구교환 입장에서는 알 수 없는 내용임.

2. 이정현의 남편 사건 회상 장면 - 이정현 남편이 기생수에게 몸 탈취된 뒤 사람 득실거리는 마트에서 대학살 벌임. 근데 작중에선 기생수의 존재가 밝혀지지 않고 은폐됨. 최면어플 쓰지 않는한 말도 안되는 얘기.

자꾸 기생수 더 그레이의 기생수들은 인간 기생 이후 대학살을 벌인다. 원작 묘사와 너무 동떨어짐. 기생수: 더 그레이는 설득력과 빌드업이 부실해서 문제일 뿐 원작에 대체로 충실한 편이라 생각. 근데 기생수가 초장부터 대학살 벌이는 전개만큼은 원작과 많이 다름.

기생수들이 처음부터 대로 한복판의 인간 몸을 뺏어서 대학살을 벌이는 게 디폴트라면 기생수들의 존재 은폐는 도저히 불가능함. 원작 기준 기생수들은 주로 집이나 골목에 혼자 있는 인간을 습격하고 주변인들을 통째로 먹어치워 영양분을 흡수했음. 그래서 몇개월 간 은폐가 가능했음. 그러다 폭주한 몇몇 개체 때문에 정체가 드러난 것.

애초에 이들의 본능은 인간이 됐건 개가 됐건 숙주를 차지하고 생존하는거지 닥치는대로 인간을 죽이는 게 아님.

3. 이정현은 기생수 최고 전문가라는 인간이 왜 샷건 하나들고 기생수 쫒아가는 것? 거기다 왜 밀폐된 공간에 혼자 뛰어드는 것인가.

Z축 넘나드는 기생수의 촉수 공격력과 초현실적 스피드를 모를 수가 없는데 어케 인간 운동신경으로 혼자 이기려 듬. 왜 전에 했던 것처럼 특수부대를 대량으로 투입시키지 않는 것인가.

보다보니 이정현이 아까는 또 혼자 닥돌하더니 이젠 또 당연하다는 듯 특수부대랑 같이 붙어다님. 왜 행동에 일관성이 없을까.

4. 작중 그레이 팀은 포획한 기생수에게 제압장치를 씌워 기생수 감지추적용으로 씀. 그리고 봉고차에 태워다님. 근데 이걸 지키는 인원이 한 명도 없음. 무슨 전자제품 취급.

상식적으로 이걸 지키는 인원이 있는 게 정상. 제압장치가 무적일 리도 없고 기능이상이 생길 수도 있음. 전원 이상이 생길수도 있는 것. 혹은 시민에게 발견되거나 적 기생수가 탈취할 수도 있음. 최소한 한명은 옆에서 모니터링 하면서 감시 추적 작업이라도 해야함. 어떤 이유로든 지키는 사람이 있어야 하는데 아무도 안 지키고 있다가 적에게 제거당함.

아니 호위 인원이 세명쯤 있었으나 습격한 기생수가 강력해서 제압당했다는 전개로 가면 어디 덧나는가. 그리고 보유중인 기생수가 살해당하는 사건이 터졌으면 경찰이 수사를 해야지 왜 차 블랙박스 영상도 안까는가.

5. 정부 요인들의 어처구니 없는 회의 - 군수 따리가 지역 풍물축제 해야된답시고 축제 취소 못한다며 기생수 소탕 작전 발목잡음. 띠용...  

여기서 지적한 다른 부분들은 그려려니 할려면 넘길 수 있긴 함. 이정현이 샷건들고 혼자 기생수한테 닥돌하는 것 정도는 다른 평작 영화에서도 간혹 나오는 덜 생각하고 걍 내보내는 평이한 장면이라고 칠 수 있음.

근데 5번은 너무 능지가 박살남. 그 누구도 실드 불가. 뭐지 대체? 한국 관료 사회의 권위주의적 병폐를 묘사하고 싶었나? 참담한 수준. 너무 유치하고 단면적이고 깊이가 떨어짐.

이런 걸 하려면 현실에서도 그럴 법하다는 리얼한 공감을 줘야 함. 춤추는 대수사선 드라마에서 경찰들이 뭐만 할라치면 보고서부터 쓰고 쓸데없는 행정서류 꾸미느라 수사는 뒷전되는 것처럼. 근데 본작의 풍물축제 어쩌구는 너무 묘사가 멍청한 수준이라 얼탱이가 없어지고 리얼리티와 몰입감이 박살남.

그리고 이 회의의 논리도 이해불가. 무슨 작전을 하고 싶은 건지 모르겠음. 회의 참가자들의 대사도 연결이 잘 안되고 부자연스러움.

A : 축제 강행은 불가합니다. 취소하십시오. 그러다 인명 피해 생기면 감당 안됩니다.
B : 취소는 말도 안됩니다. 우리 군에서 얼마나 오래 준비했는데요.

저기서 A 대사가 쏙 빠지고 B만 나오는 식임. 대본의 기본기가 이상함. 연상호 감독은 극본 본인이 쓰시면 안 될 것 같음.

6. 여주인공이 자기가 저주받은 괴물이라 독백하는 장면 - 대체 뭘 했다고 지가 괴물이란 것? 주변인들이 여주가 아빠 학대 신고했다고 괴물로 치부하는 반응도 비현실적이고 괴이하게 느껴짐. 어떻게든 여주인공 비극적 컨셉 잡아주고 기생수와 공통점 형성하려고 작위적 주입하는 듯함.

이 부분도 연상호 감독의 태생적 문제로 보임. 화면 칙칙하고 주인공 안색 거무튀튀하게 썩어있고 불행한 일 가득하고 막 디스토피아로 보이려 안간힘을 씀. 근데 그 불행이 너무 얄팍하고 깊이가 없음. 설득력과 공감을 얻어내기가 어려움. 그래서 연상호의 염세주의는 치기어림으로 느껴짐.

7. 작중에서 간혹가다 뜬금포로 인간 비판이나 분석을 시도하는데 딱히 설득력이 있지도 않을 뿐더러 깊이도 그다지 없음. 반대편인 기생수가 정당성 있게 묘사되지도 않음. 원작 기생수 개체들이 보여준 교류와 정체성 탐구를 왕창 빼니 드라마 속 기생수는 그저 기계적 생존을 추구하는 학살기계임.

애초에 주인공 포함해서 공감이 가거나 캐릭터적 매력이 느껴지는 인물상이 거의 없음. 그런 와중에 후반부 시원찮은 감정묘사 빌드업을 거쳐 6화에서 기생수와 인간의 공존을 시청자에게 떠먹임. 아니 드라마 내내 카체이싱하고 추적하고 음모 꾸미기 바쁘다가 갑자기? 인물들간 캐미도 딱히 안 느껴지는데? 기생수 하나는 후반부 시점 배신당했다는 이유로 급작스럽게 감정을 깨닫고 사과하며 희생하는 신파 전개 개시함.


이런게 자꾸 쏟아지니 6화 완주하고도 평가를 바꿀 일이 없습니다. 논리 뿐만 아니라 감정 흐름도 덜컹거리니까요.

제가 뭐 대단히 까다로워서 이런다고 생각하실 수 있는데요.

그냥 추석 흥행영화, 천만영화, 공중파 드라마 같은 대중적인 작품들과 비교해봐도 이 정도로 논리적 구멍이 자주 튀어나오는 감독 드물어요. 보통의 상업 대중영화는 웬만하면 상식적으로 흘러가고요. 정 따지면 구멍이긴 해도 보다보면 흐름상 모르고 넘어가게 되는게 보통이지요. 흥행한 대중작품들은 업계 최고의 실력있는 작가들이 집필하거든요. 그래서 굳이 안 그래도 될 불필요한 오류를 잘 내보내지 않아요.

근데 연상호 감독은 유독 튀고 뒤떨어집니다. 기생수: 더 그레이의 품질만 보면요. 넷플릭스에 흔한 전형적인 별 2개 반 정도의 평작 액션 드라마거든요? 기생수 이미지빨, 소재빨 가지고 식상하게 전개하는 전형적인 평작이요. 근데 웬만한 대중작품들 하는 만큼만 개연성, 핍진성 평타 치는게 어렵지도 않은데 유독 그 부분이 망가져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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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7 17:10
수정 아이콘
저랑 비슷하시네요 기생수를 인생작 중에 하나로 기대했는데 역시 연상호가 연상호 함
저도 중도 포기하고 연상호 +넷플은 믿거 하는 걸로
원작이나 제대로 읽고 만들었는지 의심이 듭니다.
플레스트린
24/07/27 17:13
수정 아이콘
(수정됨) 원작자가 호평한 걸로 봐선 원작 설정이나 세계관과 의외로 큰 차이는 없었을거라 생각합니다. 원작 파악을 안 했을거 같지는 않고 원작에 애정도 있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근데 그걸 설명하는 방법이 너무 덜컹거리고 생략을 일삼는게 문제가 아니었을까요.
켈로그김
24/07/27 17:43
수정 아이콘
연상호는 나름의 장르적 상상력이 있는 감독.
원하는 그림을 연출하는 능력은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기본적인 스토리텔링, 캐릭터설정, 빌드업 등등이 심하게 짜치는걸 반복해서 보다보니 이제는 그거 원툴이라는 평가가 굳어지는 듯 합니다.

저는 지옥 보고 '아 앞으로 이분껀 거른다' 생각을 했습니다;;
플레스트린
24/07/27 17:51
수정 아이콘
(수정됨) 제가 1화만 보고 탈주해서 캐릭터까지는 파악을 못했는데요. 1화는 전체적인 베이스를 설명하는 전개였으니까요. 그런데 2화부터 파기 시작하면 분명 캐릭터도 거슬렸을 거란 예상은 됩니다. 이야기의 인과관계 흐름, 핍진성을 못 맞추는 감독이 캐릭터들이 자연스럽게 행동하고 감정표현하게 만드는 걸 과연 잘 할까? 라는 의문이 드네요.

물론 말씀하셨듯 연상호 감독이 비주얼적인 그림을 임팩트있게 잘 뽑아내는 것은 분명한 장점입니다. 부산행에서 좀비떼가 기차역에서 쏟아져 내리는 장면 같은 거 분명 감독의 머리 속에 다 있던 거겠죠.

제 궁예추론으론 그 간지나는 이미지를 먼저 떠올리고, 그게 성립하기 위한 이야기를 나중에 짜맞추는 스타일 아닐까 싶은데요. 그래서 이야기의 선이 단순하고 간명할 수록 단점이 감춰지는 부분이 있지 싶네요. 괜히 야심 가지고 복잡한 깊이의 메시지 있는 이야기를 하려다가는 패망할 거 같고요,
24/07/27 18:26
수정 아이콘
이정현 배우 부분을 좀 참고 넘어가면 그 뒤부터는 뭐 그럭저럭 볼만하더군요. 씨지 효과도 나쁘지 않고, 졸작은 절대 아니라고봐서..평작보다 좀 나은 수준이라고 봄.
24/07/27 19:22
수정 아이콘
장르물치고는 나쁘지 않았고,
기생수를 재미있게 본 입장에서도
확장된 세계관을 추가로 즐길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탑클라우드
24/07/27 18:29
수정 아이콘
드라마는 나름 재미있게 봤습니다...만, 사실 아쉬운 점이 한두개가 아니기는 하죠.

특히 이정현이 연기한 역할은, 퓨리오사와 같은 이미지의 길쭉하고 중성적인 여성이 했어야 했다고 생각합니다.
가뜩이나 몸집도 작은데다 앵앵대는 발성을 가진 배우가 그런 역할을 맡으니 과장된 연기를 할 수 밖에...
24/07/27 18:40
수정 아이콘
모두 봉준호 박찬욱이 되긴 힘들죠
재미 없는 드라마는 아닙니다 다만 원작이 워낙 훌륭했던거죠
24/07/27 19:10
수정 아이콘
정성스러운 리뷰지만....
끝까지 보지도 않고 탈주한 상태에서, 이렇게 정성스럽게 작품을 평가하는게 맞는건가 싶습니다.
이 작품은 ...드라마를 끝까지 봐도 그 평가가 바뀔 여지가 없긴한데...
플레스트린
24/07/27 19:25
수정 아이콘
1화 리뷰도 세상엔 많으니까요
24/07/27 20:55
수정 아이콘
그렇다고 하기엔 너무 많은 얘길하고 있어서
문득 든 생각입니다.
그냥 1화 리뷰만 하셨으면 저도 이런 댓글은 안 달았죠.
플레스트린
24/07/27 21:20
수정 아이콘
1화로 충분히 파악되는 내용인걸요.
항정살
24/07/27 19:37
수정 아이콘
전 재미있게 봤습니다. 핍진성이니 현실성을 따질거면 그냥 다큐멘터리를 보지요.
플레스트린
24/07/27 19:45
수정 아이콘
개연성이나 핍진성은 다큐멘터리에 적용하는 개념이 아닙니다. 경찰 수사극에서 경찰이 지문 검사도 안하고 미란다 원칙도 고지 안하면 그것도 시청자가 드라마가 그럴 수도 있지 하고 양해할까요.

꼭 현실과 똑같아야 한다는 얘기가 아닙니다. 그 세계관 내의 논리는 유지가 되어야 하는 겁니다. 이건 짱구는 못말려나 뽀로로에서도 마찬가집니다.

짱구 만화에서 짱구가 다람쥐옷 입고 하늘을 날 수도 있고 악당이 세뇌전파를 쏠 수도 있어요. 현실에선 안 되지만 짱구 세계관에선 가능하니까요.

근데 훈이가 갑자기 짱구한테 시비걸고 일진들 겁도 안내면 안 되는 거지요.
항정살
24/07/27 20:00
수정 아이콘
댓글을 수정하기 보다는 제가 봤을때는 기생수더 그레이의 현실성은 그냥 저냥 그럴수도 있지 하면서 볼만 했습니다. 기생수들이 활동하는 공간이 대한민국이 아니라, 그 별도의 공간인 지역안에서 펼쳐지는 극이니까요.

게다가 이미 훈이는 짱구를 배신하고 팔아먹은 전적이 있습니다.
플레스트린
24/07/27 21:07
수정 아이콘
(수정됨) 훈이가 짱구를 배신하게 된 데는 악당들에게 쫒기고 위기에 빠져서라는 빌드업 과정이 있죠.

그런 보충이 없이 난데없이 사건이 일어날 때 핍진성이나 개연성이 부족하다고 하는 겁니다. 훈이는 심약하기 때문에 타인에게 공격적으로 굴거나 적의를 사는 걸 피하니까요. 훈이가 멀쩡하게 유치원 다니다가 짱구 통수치면 그냥 짤없이 캐릭터 붕괴예요.

기생수 더 그레이에서 경찰들이 이상하게 행동하는 것처럼 말이죠.

EDM 페스티벌 한복판에서 사람들이 촉수에 썰려나갔는데 그 장면이 뉴스에 안 나오고 사람들이 SNS에도 안 올렸다는 것도 그렇구요.
쉐도우포스
24/07/27 19:45
수정 아이콘
막눈인지 저는 재밌게 봤어요.
그럼에도 눈을 넓혀주는 리뷰 잘 읽었습니다.
mychoiand
24/07/27 20:11
수정 아이콘
(수정됨) 전 엄청 재밌게 봤습니다
하지만 이런 건전한 비판은 환영합니다
하지만 재능 부족은 동의가 전혀안되군요
그리고 일본 원작 캐릭터와 퓨젼 예고 2편 엄청 기대중입니다
24/07/28 01:08
수정 아이콘
댓글을 몇 개 나누다보니... 건전한 비판이라는 것에 공감하기 어렵네요.
그냥 가볍게 즐기면 되는 작품이고, 대중적으로도 딱 그 정도 평가를 받았는데...
마치 '나의 기생수는 이렇지 않아!'라면서 폭주하는 모습을 보는 것 같은 느낌도 드네요
덴드로븀
24/07/27 20:28
수정 아이콘
연상호 감독 작품들을 보면 능력 부족이라기보단 실력 부족 느낌이 너무 강하다고 해야할까요 설명이 잘 안되는 느낌인데 아무튼 크크

그나마 지옥이나 이번 기생수처럼 이야기할 시간을 많이 주는 드라마에서는 능력 발휘가 좀 되는데
2시간 내외의 영화는 이제 안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죠.

부산행을 신기하게 잘만들었을뿐...

[연상호 감독 영화 필모]
2016 부산행
2018 염력
2020 반도
2021 방법: 재차의
2023 정이
한발더나아가
24/07/27 20:30
수정 아이콘
본지 오래되어서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몇자 끄적여보자면
원작도 개연성이 떨어지는 부분이 없잖아 있었지만 그래도 꽤 흥미진진했던건 타미야료코나 다른기생수들이 자신의 존재에관한 고민을하고 인간사회에대한 나름의 정의를 내려가며 적응이나 진화해가려는 깊진않아도 나름 했을법한 철학적인 사고를 하는 모습에서 어느정도 현실성이 느껴지고 생동감이 있어서 재미있었던방면
연상호의 기생수는 동기도 없고 사고의 일관성도 없고 오로지 살육의 기계로서 인간의 적으로서만 존재하는 구조인데다가 그와 상대하는 인간들이 개연성없이 움직이는 모습에서 액션이나 영상에서 주는 쾌감과 별개로 답답함이 심했습니다
Mephisto
24/07/27 20:42
수정 아이콘
전 오히려 그 부분이 현실성 있다고 봤습니다.
물론 너무 과도하긴 하지만요.
본작의 일본과는 달리 빠른 대처로 인해 빠르게 사냥꾼에서 사냥감으로 바뀌다보니 철학적 사유를 할 시간적 여유가 없는게 당연하다고 생각했거든요.
Mephisto
24/07/27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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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됨) 기생수의 파워 벨런스 조절에 실패한 것 빼곤 다 괜찮던데요?

그리고 여주가 공격당하는 상황에서 가해자는 부랑자가 아니라 조현병력 있는 폭력 전과자죠.
과도하게 억측하고 쓰신듯 합니다.
플레스트린
24/07/27 20:55
수정 아이콘
(수정됨) 저 말고 다른 분들의 글을 읽어봐도 그 남자가 조현병이라고 인식한 사람이 없던데요. 설정상의 내용인가요? 그게 작중에서 자연스럽게 설득이 안되면 아무 의미가 없는데요.

그리고 그 사실을 알아도 딱히 평가가 바뀔 것 같진 않네요. 벼락맞는 우연에 의존하는 전개인 건 변함이 없어 보여서요.
Mephisto
24/07/27 21:12
수정 아이콘
아뇨.
오프닝 처음이 환경파괴 장면에서의 나레이션, 다음이 그 범인이 여주 공격에 대한 복선, 그 다음이 페스티벌 장면이죠.
여기서 앞으로 일어날 사건에 대한 기본적인 흐름은 다 깔아놨습니다.
핍진성과 개연성의 범주에서 문제될 건 없었다고 봅니다.
Mephisto
24/07/27 21:17
수정 아이콘
아마 작품이 맘에 들지 않으셔서 건성건성 보고 넘기신 분들이 많아 그러실거라 생각합니다.
여주 보호자인 형사가 사건 브리핑 듣는 씬이 있습니다.
플레스트린
24/07/27 21:27
수정 아이콘
(수정됨) 제가 브리핑 부분을 대충 보긴 했네요. 죄송합니다. 변명하자면 남자의 연기가 딱히 조현병 환자의 언어구사나 사고패턴과 연관이 없이 분노조절장애같이 묘사되어서 연상이 어려웠던 것 같네요. 본문에 조현병 환자라는 사실을 첨가해 둘게요.

그래도 갑자기 조현병 환자가 마트에서 난동을 부리더니 여자를 차로 치고 죽이려 들었다는 장면이 딱히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느껴지지는 않는군요. 너무 현실감이 읍어요.

작품 전체적으로도 왜 하필 그 장면이 그런 형태로 들어가야 하는가? 작품의 테마와 연계되나? 꼭 필요한가를 잘 모르겠고요. 뭐 인간의 보편적 폭력성을 드러낸다는 목적이 있음 모를까 그냥 폭력적 성향이 있는 특수한 인간이 꼴받아서 습격한 개별 사건에 불과하잖아요. 조현병이면 뭐가 달라지는가? 딱히 읍는거 같은데요.

차라리 1. 오프닝에서 기생수의 지구 강하를 그려서 베이스를 깜, 2. 여자가 기생수한테 습격당하다가 각성했다는 건 말이 되겠는데요.

남자가 악플달고 키배하는 장면 넣었다고 베이스가 깔리냐? 본 소감으론 잘 모르겠고 안 와닿았다는 느낌입니다. 글케 치면 번개 우르릉거리는 장면 앞에 깔면 여주가 번개에 맞아도 되는 셈이죠.

키배하는 장면이 조현병을 잘 나타낸 것 같지도 않고요. 그거 같습니다. 이말년 작가가 인물을 못알아보게 웃기게 그려놓고 이름표 붙여서 구분하는거...
Mephisto
24/07/27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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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오래됀 영화적 기법이라서 그러실 듯 합니다.
소설에서 자주 보여주는 건데 하나의 소재가 여러가지 용법을 가지는 거죠.
오프닝에서의 환경파괴 모습을 보여주면서 거기에 더해 인간의 자기 파괴적 모습 또한 보여주는거죠.
그리고 여주의 사건에 소모시키면서 모든게 연결된듯한 느낌을 주려고 했을 겁니다.
단지 잘 짜여진 건 아닌........
플레스트린
24/07/27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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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됨) 기생수의 지구 상륙과 인간 비판, 폭력적인 남자를 교차시키고, 어릴적부터 학대당한 여자가 반복적으로 희생되는 흐름이죠.

뭘 하고 싶은 건지는 저도 알겠어요. 근데 저 남자가 인류의 폭력적 악덕을 대표하는 게 당연한가? 인간 비판 나레이션 뒷장면에 나오는 게 설득력이 생기나? 등등이 물음표 무한이네요. 님 말씀대로 잘 짜여진 것 같지 않고 뜬금없어보여요.

기생수 원작이 '크크 인간은 지구에 기생하는 환경 파괴범이야'를 한없이 초월한 통찰을 보인 거에 비해 너무 유치하고 단면적이고요.

그냥 기생수가 지구에 세포로 내려와서 여주 습격하는게 훨씬 간명하고 말이 되는거 같아요. 그럼 여주가 기생수의 정체를 인식하는 과정도 훨씬 자연스러워집니다. 구교환이 이상한 국어책 낭독 연기, 설정 줄줄 읊는 숙제 할 필요가 없는 거예요.

아니면 여자를 어릴적부터 괴롭히던 아버지가 감옥에서 풀려나서 또 여자를 학대했다, 그 와중에 칼부림이 나다가 기생수와 변이적 융합이 이뤄졌다. 이런거면 인과적 흐름이 훨씬 필연적이예요.
24/07/27 20:48
수정 아이콘
저는 기생수 찐팬들은 별로. 기생수 잘 모르는 사람이 보기엔 그냥 재밌게 볼 수 있는 시리즈 라고 생각해요. 댓글도 그런거같고
기생수 보면서 아쉬운 장면 많은데 그건 기생수 세계관이라던가 그런것들이 잘 표현 못되서.....
하지만 마지막 화 마지막 1분은 기생수 원작 팬들의 도파민을 쫙 올려주는 장면이지 않나 싶네요.
오타니
24/07/27 21:56
수정 아이콘
저는 진짜 재미나게 봤습니다.
유일하게, 이정현은 조금더 현실적으로 연기하는게 좋지 않았나 생각은 듭니다만
24/07/27 22:08
수정 아이콘
별로죠

그냥 재능부족
동굴범
24/07/27 22:41
수정 아이콘
동의되는 부분도 많지만 1화 리뷰라고 하기에는 티끌 하나까지 끄집어내서 지나치게 해부하는 느낌이네요.

핍진성, 개연성은 명확한 기준이 없는... 사람마다 제각각의 기준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정답이 없는 부분입니다.

물론 확연히 기준 미달인 부분이 있다면 그부분에 대한 비판은 할 수 있지만 기생수 더 그레이의 경우는 그게 참 애매한 경계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보면 연상호 감독의 작품들이 공통적으로 가진 특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무리수인 것 같으면서도 그럴 수도 있겠는데 하는 선을 잘 탄다고 느낍니다.

경계를 허락하지 않는 디테일에 미친 감독들의 작품들과 달리 이정도는 넘어가도 되겠다 싶으면 과감하게 생략하고 점프하는 게 연상호 감독의 특징입니다. 그래서 성공과 실패를 오가는 이유도 사람들이 경계를 넘었다고 생각하면 실패하고 경계를 넘은 것 같지는 않다고 생각하면 성공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어떻게 보면 대단한 재능이 아닐까 싶네요. 경계만 잘 설정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거니까요.. 물론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플레스트린
24/07/27 23:13
수정 아이콘
(수정됨) 좀 미안해서 4화까지 보고 있는데 감독이 개연성, 핍진성, 이야기의 논리 구성 부분에 재능이 떨어진다는 평가에 전혀 변함이 없습니다.

자꾸 이상한 게 튀어나옵니다.

1. 구교환의 신고 장면 - 구교환은 여주가 아는 경찰에게 새진교회에 촉수괴물이 득실거린다고 익명 신고한다. 근데 상식인이라면 이런 판타지적 신고를 경찰이 믿어줄까 의심하는게 정상. 새진교회에서 시신을 발견했다 같은 신고가 훨씬 합리적. 설령 촉수괴물 신고는 하더라도, 아 이 신고가 말이 되냐 고민은 한번 하는 게 정상.

작중에서는 우연히 여주가 아는 경찰이 그레이팀에게 정보를 공유받은 사람이라 촉수괴물 신고를 믿어주지만 구교환 입장에서는 알 수 없는 내용임.

2. 이정현의 남편 사건 회상 장면 - 이정현 남편이 기생수에게 몸 탈취된 뒤 사람 득실거리는 마트에서 대학살 벌임. 근데 작중에선 기생수의 존재가 밝혀지지 않고 은폐됨. 최면어플 쓰지 않는한 말도 안되는 얘기.

자꾸 기생수 더 그레이의 기생수들은 인간 기생 이후 대학살을 벌인다. 원작 설정과 너무 동떨어짐.

기생수들이 처음부터 대로 한복판의 인간 몸을 뺏어서 대학살을 벌이는 게 디폴트라면 기생수들의 존재 은폐는 도저히 불가능함. 원작 기준 기생수들은 주로 혼자 있는 인간을 습격하고 주변인들을 통째로 먹어치워 영양분을 흡수했음. 그래서 몇개월간 은폐가 가능했음. 그러다 폭주한 몇몇 개체 때문에 정체가 드러난 것.

애초에 이들의 본능은 인간이 됐건 개가 됐건 숙주를 차지하고 생존하는거지 닥치는대로 인간을 죽이는 게 아님.

이런 것들이 10분에 하나씩 튀어나와요. 스토리텔링 뿐만 아니라 인물들의 판단력이나 행동 개연성도 이상해요.

지금도 또 하나 나왔어요.

3. 이정현은 기생수 최고 전문가라는 인간이 왜 샷건 하나들고 기생수 쫒아가는 걸까요. 거기다 밀폐된 공간에 혼자 뛰어들까요?

Z축 넘나드는 기생수의 촉수 공격력과 초현실적 스피드를 모를 수가 없는데 어케 인간 운동신경으로 혼자 이기려 드는 걸까요? 왜 전에 했던 것처럼 특수부대를 대량으로 투입시키지 않는 걸까요?

보다보니 이정현이 아까는 또 혼자 닥돌하더니 이젠 또 당연하다는 듯 특수부대랑 같이 붙어다니네요. 왜 행동에 일관성이 없죠?

4. 작중 그레이 팀은 포획한 기생수에게 제압장치를 씌워 기생수 감지추적용으로 씁니다. 그리고 봉고차에 태워다니죠. 근데 이걸 지키는 인원이 한 명도 없어요. 무슨 전자제품 취급입니다.

상식적으로 이걸 지키는 인원이 있는 게 정상 아닙니까. 제압장치가 무적일 리도 없고 기능이상이 생길 수도 있지요. 전원 이상이 생길수도 있고요. 혹은 시민에게 발견될 수도 있습니다. 최소한 한명은 옆에서 모니터링 하면서 감시 추적 작업이라도 해야죠. 어떤 이유로든 지키는 사람이 있어야 하는데 아무도 안 지키고 있다가 적에게 제거당합니다.

아니 호위 인원이 세명쯤 있었으나 습격한 기생수가 강력해서 제압당했다는 전개로 가면 어디 덧나나요. 그리고 보유중인 기생수가 살해당하는 사건이 터졌으면 경찰이 수사를 해야지 왜 차 블랙박스 영상도 안까나요.

5. 여주인공이 자기가 저주받은 괴물이라 독백하는 장면 - 대체 뭘 했다고 괴물이란거지? 주변인들이 여주가 아빠 학대 신고했다고 괴물로 치부하는 반응도 비현실적이고 괴이하게 느껴짐. 어떻게든 여주인공 비극적 컨셉 잡아주고 기생수와 공통점 형성하려고 작위적 주입하는 듯함.

6. 정부 요인들의 어처구니 없는 회의 - 군수 따리가 지역 풍물축제 해야된답시고 축제 취소 못한다며 기생수 소탕 작전 발목잡음. 띠용... 이거는 그 누구도 실드 불가.

그리고 이 회의의 논리도 이해불가. 무슨 작전을 하고 싶은 건지 모르겠음. 회의 참가자들의 대사도 연결이 잘 안되고 부자연스러움.

A : 축제 강행은 불가합니다. 취소하십시오. 그러다 인명 피해 생기면 감당 안됩니다.
B : 취소는 말도 안됩니다. 우리가 얼마나 오래 준비했는데요.

저기서 A 대사가 쏙 빠지고 B만 나오는 식임. 대본의 기본기가 이상함.

이런게 자꾸 쏟아지니 평가를 바꿀 일이 없습니다. 논리 뿐만 아니라 감정 흐름도 덜컹거리니까요.

제가 뭐 대단히 까다로워서 이런다고 생각하실 수 있는데요.

그냥 추석 흥행영화, 천만영화, 공중파 드라마 같은 대중적인 작품들과 비교해봐도 이 정도로 논리적 구멍이 자주 튀어나오는 감독 드물어요. 보통의 상업 대중영화는 웬만하면 상식적으로 흘러가고요. 정 따지면 구멍이긴 해도 보다보면 흐름상 모르고 넘어가게 되는게 보통이지요. 근데 연상호 감독은 유독 튀고 뒤떨어집니다.
동굴범
24/07/28 02:15
수정 아이콘
연상호 감독 작품 중에 정이는 예고편에서 제 기준에서 경계를 넘은 것 같아서 보지 않았고 애니메이션은 제 취향의 그림체와 내용이 아니어서 한편도 보지 않았습니다. 반도는 혹평이 난무해서 안보다가 작년에 큰 마음(?) 먹고 봤는데 혹평 때문에 기대치가 낮아선지 생각보다는 무난했습니다. 물론 보셨다면 제일 먼저 지적하셨을 이정현의 캐릭터에 대한 모든 부분이 걸림돌이긴 했습니다만...^^

연상호 감독 나무위키만 봐도 문제점이라고 지적해 놓은 항목이 어마어마합니다. 그런데도 계속해서 작품을 만들고 실패도 있지만 성공도 많습니다. 물론 비평적인 부분보다 흥행적인 부분에서의 성공입니다.

어쨌든 계속해서 성공하는 작품이 나오는 이유는 대다수 사람들이 연상호 감독에게 기대하는 건 핍진성, 개연성의 디테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말씀하신 부분들 이미 기생수가 공개됐을 때 지적됐던 것들입니다. 저도 그렇고 많은 사람들이 동의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더 많은 사람들은 그걸 그렇게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가 봅니다.

어떤 작품이든 단점과 장점이 있기 마련입니다. 장점보다 단점이 두드러지면 저도 중도에 하차하는 작품들 부지기수입니다. 반대로 단점이 눈에 보이는데도 장점이 그걸 상쇄한다면 끝까지 보고 장점이 단점을 덮을 정도라면 만족하며 재밌게 봤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래도 플레스트린님에게 기생수 더 그레이는 단점이 앞을 가려 끝이 보이지 않나 봅니다. 무리해서 끝까지 보면서 스트레스 받지 마세요.^^;
짐바르도
24/07/27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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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상호 감독은 스토리를 못 짜는 분입니다. 언제까지는, 이런 게 아니라 그냥 못 짜시는 게 디폴트입니다. 그게 애니메이션에서는 잘 안 보였는데 실화 찍으면서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죠. 그래도 장면 연출이나 장르적 상상력 같은 건 좋아서 넷플 아들로 활약은 잘 하시는 중...
윤석열
24/07/28 10:02
수정 아이콘
저는 엄청재미있게봤습니다.
이정현 캐릭터부분 디랙션이 잘못됬는지 거슬렸는데
지나갈수록 점점 과한부분이 사라지더라구요
만화, 영화 모두 원작으로재밌게봤는데
이것도 저는 재밌었던거같습니다
이선화
24/07/28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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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를 보고 마음에 안 들면 비판할 수 있죠. 뒤에서 수습한다 해도 이미 망가졌다고 생각이 들면 보고싶은 생각이 안 드니까요.

아무리 2시간만 하면 재밌다 초반이 진입장벽이다 해봐야 그 부분이 노잼이면 그냥 노잼...이 되는 거죠 뭐. 초반부의 느슨함이 의도적으로 깔아둔 복선이나 장치가 아니라면요.
플레스트린
24/07/28 12:51
수정 아이콘
결국엔 6화까지 다 봤습니다. 평가는 변함이 없고요.

왜 사람들 게임을 엔딩까지 해보고 평가하라 하잖아요. 저는 동의하지 못합니다. 게임 플레잉타임이 50시간일때, 5시간만 해보면 메커니즘은 그 이후로 계속 반복입니다.
유료도로당
24/07/28 11:13
수정 아이콘
글쓴분에게 공감은 갑니다. 저도 아무리 알토란같은 작품이라도 개연성/핍진성 떨어지면 좀 못참고 못보는 타입이라... 연상호 감독이 훌륭한 감독이지만 그런 부분에서는 약점이 있는 연출자이기도 하죠.
24/07/28 11:22
수정 아이콘
전 재밌게 봤습니다. 눈도 즐거웠고요.
24/07/28 11:34
수정 아이콘
부랑자에서 내렸네요
드라마 제대로 보지도 않아놓고 이런글은 왜 쓰는걸까
플레스트린
24/07/28 12:50
수정 아이콘
? 부랑자는 경찰 수사결과 폭력전과 있는 조현병 환자라고 뒤에 정정해 놨잖아요.

처음에는 그부분 몰라서 잘못 적은 건 맞고요. 근데 그 남자가 조현병이든 아니든 우연에 의존하여 지나치게 큰 사건을 진행하는 벼락맞는 전개라고 비판했죠.
아웃라스트
24/07/28 16:08
수정 아이콘
그 부분은 현실에서 유사사례가 기사떠도 이상하지 않은, 별 문제 없는 전개니까요
플레스트린
24/07/29 13:05
수정 아이콘
(수정됨) 현실에서 그런 일이 일어난다고 서사도 그래도 되는 것이 아닙니다. 현실에서는 별의 별 일이 다 일어나죠. 길가다 사람이 벼락에 맞을 수도, 멧돼지에 치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서사에서는 인과관계를 통해서 사건을 내보내야 합니다. 카오스이자 자연물인 현실에 비해 서사는 기승전결의 논리가 갖춰진 가공품이기 때문이예요. 현실의 무분별한 요소들 중에서 이야기적 가치가 있는 것만 작품으로 만드는 것이고요.

스타워즈 보는데 주인공 루크가 갑자기 제국군한테 총맞아 죽는다고 칩시다. 현실에서는 오히려 스톰트루퍼가 그렇게 총을 쏴대는데 다 빗나가고 주인공이 멀쩡한게 이상하죠. 루크가 총맞아 죽는게 현실적입니다. 하지만 서사에서 그러면 시청자는 벙찌고 납득이 안됩니다. 가족사진을 보게 시키던가 해서 빌드업을 시켜서 죽여야 되는 것이죠.

본 작품의 경우, 여주인공의 아버지가 감옥에서 풀려나서 다시 여주인공을 위협한다면 훨씬 인과가 말이 된다고 위에서 덧글 단 바 있죠. 그건 필연에 가까우니까요. 또는 여주인공이 고등학생인데 학교폭력을 당하면 그것도 인과가 있습니다.

그 경우에도 무슨 차로 여주인공 박아버리고 칼로 쑤시는 당위성이 절대 자연스럽지는 않지만요. 정 지금 전개처럼 뜬금없이 폭력적인 정신병자가 열받는다고 여주인공을 갑자기 습격해서 칼로 난자하는 우연 그 자체인 극단적 전개를 가져가려면?

사건 시작은 우연에 의존했더라도 이 정신병자 습격 사건을 소모하고 버리지 말고 이야기 전체에서 활용해서 우연을 서사에 자연스럽게 녹여야 해요. 근데 기생수: 더 그레이는 해당 장면과 캐릭터를 그냥 도구로 쓰고 버려 버렸죠. 그 사건 이후 아무도 그 캐릭터를 기억하지도 않고 사건은 의미도 없습니다. 그럼 결국 뜬금없는 우연에 불과한 것입니다. 여주인공이 벼락에 맞은 것과 아무 차이가 없게 되는 거예요.
24/07/28 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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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됨) ? 님도 1화만 보고 까서 저도 님글 윗부분만 보고 깠네요 수고하세요
24/07/28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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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하게 까기 위해서 이렇게 공들인 글은 또 오래간만에 보네요.
elegantcat
24/07/29 01:10
수정 아이콘
이 분이 그리는 악역은 뭐랄까. 급발진을 한다고 해야 되나? 뭔가 보통 생각하는 수준을 넘는 액션을 취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대충 설명하자면... (악역으로서)10 정도 하겠지 하면. 100을 저지르고 그 90만큼에 대한 설명은 없다고 해야 되나..
본문에 나온 부랑자도 그렇고.. 부산행 김의성 배우분이 맡으신 역할도 그렇고.. 서울역에서 류승룡 배우분이 연기하신 건 진짜 그 정도가 너무 심했던..

저는 부산행 같은 경우는 재밌게 봤는데. 다른 작품들에선 너무 이게 몰입도를 깰 정도로 눈에 띄어서..
서울역을 보고 나선 원래 이렇게 스토리텔링을 하시는 분인가? 싶어서 애니메이션 전작들을 다 찾아봤었던 기억이 나네요.
플레스트린
24/07/29 13:26
수정 아이콘
(수정됨) 저는 부산행 김의성까지는 별다른 거부반응 없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졌던 것 같아요. 부산행이야 뭐 깔끔하게 잘 만들었으니까요.

근데 님이 무슨 말씀하시는지는 확실히 알겠어요. 연상호 감독의 인물들은 행동을 그냥 막 하는 것처럼 느껴져요. '이 사람이 이럴 만하니까 이랬구나. 이런 생각을 하는구나' 같은 과정이 자연스럽지가 못하죠.

저는 악역의 막 내지르는 악행 말고도 인물들의 감정묘사에서도 님이 지적한 문제를 똑같이 느꼈는데요. 기생수: 더 그레이의 후반부에서 적으로 싸우던 기생수가 목숨을 희생하고 사과하거든요. 그러자 구교환은 오열하고요,

물론 그 캐릭터가 구교환의 누나를 살해하고 몸을 뒤집어썼기 때문에 구교환이 좀 더 기생수에게 의미를 느낄 수 있어요. 그 기생수가 희생하면 감정이 흔들릴 거고요.

근데 그걸로는 굉장히 부족하고요. 두 캐릭터가 같이 협력하고 갈등하면서 성장해 나가는 과정이 있어야 되거든요? 근데 그런건 대차게 생략해 버리고 그냥 적당히 일행으로 동행한다 수준인 10 정도만 묘사하다가 갑자기 숭고한 희생과 신파 전개라는 100에 치달아 버리는 느낌이죠. 제가 그때까지 희생하는 기생수 캐릭터에게 느낀 인상은 감정 없는 살인로봇에 불과했단 말이죠.

그 결과, 감동적인 장면은 ??? 왜 갑자기 저러지? 라는 벙찜으로 느껴지고요. 님이 언급한 악행은 너무 밑도 끝도 없이 불쾌하게 느껴지는데 납득이 안되는 단점이 부각되지요.
세츠나
24/07/29 17:43
수정 아이콘
원작의 신이치도 그냥 랜덤으로 걸려서 기생수 팔을 달았는데 더 그레이 여주가 각성하는 부분보다 핍진성이 나은가요? 별 차이 없는 것 같은데...
저도 더 그레이 1편만 보긴 했습니다만 재미없어서 안본건 아니고 지인 집에 놀러갈때만 넷플릭스를 봐서...
어쨌건 저도 더 그레이가 원작만큼 재밌지는 않았는데 막 엄청 괴작이나 망작이라는 느낌은 없었음.
플레스트린
24/07/29 18:24
수정 아이콘
(수정됨) 저도 엄청 괴작이라거나 망작이라고 비판하는 게 아닙니다. 그냥 흔한 평작 킬링타임 시리즈라는 인상이구요. 근데 그런 유형의 작품군 중에서도 유독 핍진성이나 개연성이 좀 떨어진다고 보는 것이죠.

도입부 장면의 경우, 이야기의 시작에서 우연을 도입할 수 있습니다. 원작에서 세포단계의 기생수가 수없이 지구로 강하했고 우연히 기생당한 인간이 엄청 많겠죠? 그 중에 우연히 신이치가 희생자가 되었지만 그 우연에는 원인이 있습니다. 수많은 기생수 세포들이 적극적으로 침입할 인간을 찾아 나섰기 때문이죠.

그리고 기생수에게 당한 수많은 인간들 중에 주인공이 될 법한 한 명, 이야기로 묶어낼 법한 일을 겪은 신이치가 주인공이 된 겁니다. 시작 단계의 사건은 우연이었지만 그 우연으로 인해 이어지는 짜인 이야기이죠. 신이치에게 오른쪽이가 찾아와야만 펼쳐지는 이야기인 것입니다. 신이치에게 오른쪽이가 찾아오지 않았다면 이 이야기는 시작도 할 수 없으며 이후의 전개는 아예 성립이 안 됩니다.

그런데 기생수: 더 그레이의 경우, 조현병에 걸린 폭력적 부랑자의 기습은 이야기적으로 대단히 무의미한 사건입니다. 여주인공에게 하이디라는 기생수가 들어온다는 사실은 원작처럼 의미가 있는 반면에, 부랑자의 난데없는 칼부림은 그냥 트럭에 치이는 장면으로 대체해도 아무 상관이 없는 것이죠.

게다가 단지 부랑자는 여주인공을 피떡으로 만들었을 뿐, 그 캐릭터나 사건 자체는 이후 전개에서 완전히 잊혀지고 소실되어 버립니다. 왜 서사에서 그 사건이 일어나야 했는가가 너무 무의미하지요. 단지 여주인공을 특이하게 각성시키기 위한 도구였을 뿐. 체호프의 경구에서도 드러나듯 서사에서 의미없는 장면은 단 하나도 있으면 안 되거든요? 저렇게 중대한 사건을 겪었으면 그 사건을 가지고 장치로 활용하며 이야기를 풀어 나가야 하지요.

예를 들어 살인 수사극 영화를 가정해 볼게요. 이야기의 도입부는 우연히 일어난 연쇄살인범의 충격적 잔인한 살인극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시작했으면 그 사건을 절대 버리면 안되고요. 살인으로 아들을 잃어 충격받고 복수를 위해 추적하는 경찰... 같은 식의 연계된 극을 구성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본작은 충격적으로 저지른 도입부 전개를 무슨 화장실 휴지마냥 휴지통에 처박고 잊어 버렸습니다.

또한 여주인공이 단지 폭력적 인간에게 구타당하는 정도가 아니라 차로 깔아뭉개지고 칼로 난도질 당하는 중요한 장면의 서사적 인과가 너무도 부실합니다. 연상호 감독이 유독 튀는 점인데요. '아니 갑자기 그렇게까지 한다고?' 라는 감정 전개가 너무 자주 나옵니다. 폭력적 장면이 아니라 감동적 정서가 있는 장면에서도요. 서사에서는 정서적으로 충격적인 장면을 보여주려면 그에 필요한 인과가 깔려야 되는데 그걸 길가다 벼락맞는 급으로 너무 극단적으로 처리해 버린 점이 문제라 보았습니다.

여기서 자꾸 현실에선 미친 놈이 갑자기 칼로 찌르는 재수 없는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얘기가 자꾸 나오는데요. 위에 단 덧글을 다시 달아 보겠습니다.

[스타워즈 보는데 주인공 루크가 갑자기 제국군한테 총맞아 죽는다고 칩시다. 현실에서는 오히려 스톰트루퍼가 그렇게 총을 쏴대는데 다 빗나가고 주인공이 멀쩡한게 이상하죠. 루크가 총맞아 죽는게 현실적입니다. 하지만 서사에서 그러면 시청자는 벙찌고 납득이 안됩니다. 가족사진을 보게 시키던가 해서 빌드업을 시켜서 죽여야 되는 것이죠.]

기생수: 더 그레이의 세계관에선 그냥 길에서 담배피던 백수인데 트럭에 깔리는 와중에 어영부영하다 기생수가 된 인물, 기생수가 된 이후 삽질하다가 총맞고 어이없이 조기 퇴장하는 인물도 있었을 겁니다. 그런 인물도 현실적으로 충분히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서사에서는 그렇게 이야기감도 안되는 애들을 현실적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주인공으로 삼아줄 이유가 전혀 없는 것입니다. 특별하고 그럴 듯한 사건을 겪어서 기생수가 된 인물(ex- 아버지의 학대, 폭력으로 빈사상태에 빠졌다 기생수로 각성, 아버지를 죽이며 자아의 껍질을 깨는 인물), 기생수가 된 사연이 확장되어 큰 이야기가 되는 인물을 주인공으로 삼아야 합니다.

근데 본 작품은 기승전결이 갖춰지지 않은 뜬금없는 사건을 겪은 인물이 주인공이 되어버리니까 서사적 감흥이 엉망이 되는 것이죠. 위에서 예시로 든 [아버지의 학대, 폭력으로 빈사상태에 빠졌다 기생수로 각성, 아버지를 죽이며 자아의 껍질을 깨는 인물]이었다면 여주가 나중에 자기가 괴물이라고 자책하는 장면도 흐름이 이어지면서 훨씬 말이 되고요. 여주의 불행 또한 갑자기 미친 놈한테 칼로 난자당하는 것보다 훨씬 필연적이며 운명적인 불행입니다.

원작에선 걍 주인공이 우연히 기생수에게 침입당해 이야기가 시작되었는데 본 작품은 왜 그게 요구되느냐? 본 작품도 그냥 여주인공이 자다가 기생수한테 물린거면 평범할 뿐이지 별 문제는 없었습니다. 보통은 원한이 극에 달해야 할 짓인 칼로 난도질을 아무 이유도 없이 저질러 버린게 문제죠. 그렇게 충격적인 전개를 쓰고 싶으면 이야기적으로 말이 되는 이유를 제시하라는 겁니다.

원작의 초반부는 잔혹한 살인극 뿐만 아니라 코믹한 소동을 섞어가며 가볍게 시작했는데요. 본 작품은 자꾸 어두운 필터 깔고 여주인공 불행 서사에 집중하며 과거회상 돌리지 않습니까. 이야기가 매우 무거운 톤입니다. 그럼 작품의 비극적 완결성과 일관성을 위해서 불행 서사의 흐름을 정돈해서 다뤄야 하는 것입니다. 여주인공이 폭력에 극단적으로 희생되는 중요한 장면을, 무슨 원한관계라거나 하는 인과적 원인도 없이 그냥 일어나게 해놓고선, 폐휴지마냥 떨이로 고물상에 던지고 까먹으면 안 되는 거고요. 그럼 작품성이 떨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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