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4/06/05 21:55:00
Name aDayInTheLife
Link #1 https://blog.naver.com/supremee13/223470349078
Subject [일반] <존 오브 인터레스트> - 덧칠하고 외면해도 드러나는 실체들.(스포)
세 딸과 두 아들, 이 가정은 모두 행복하고 즐거워 보입니다. 별 다른 어려움도, 고난도 잘 보이지 않는 이 집은, 아우슈비츠 수용소장, 루돌프 회스 중령의 집입니다.

홀로코스트를 다룬 수많은 영화들이 있었습니다. 또, 수많은 충격적인 사건들을 다룬 영화들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대체로, 그런 영화들은 더 상세하게, 더 현장감 있게 사건을 다루게 되는 이야기들이 많았습니다. 그러니까, 그게 나쁘다라는 얘기를 하려는게 아니라, 그저 '그랬다'는 진술입니다. 대체로 그렇습니다. 관객에게 충격을 주기 위해서, 그 참상을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서 연출은 더더욱 현실감 있는 방식을 선택해 왔습니다.

<존 오브 인터레스트>의 접근법은 비슷한 듯, 다릅니다. 가까이 들여다보는 건 맞습니다만, 그 대상이 벽 내부가 아닌 벽 바깥의 수용소장과 그 가족일 뿐이죠. 루돌프 회스는 열심히 일을 하고, 그리고 그 일은 적당한 거리를 둔 채로 묘사됩니다. 그러니까, 영화에서 다루고 있는 이야기들은, 외벽을 가리는 포도처럼, 혹은 보이지만 그냥저냥 넘기는 이야기들이라고 생각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위대의 상징으로부터, 인삿말이나 때때로 등장하는 그 '일'들에 대한 묘사들이 굉장히 충격적입니다.
아마 정원 너머로 등장하는 굴뚝과 연기라는 이미지는 아마 많은 분들이 가장 인상적인 장면으로 뽑지 않을까 싶네요.

저는 이 영화가 되게 냉담하다고 느껴졌어요. 그러니까, 가족의 이야기를 다루면서 어떤 동정이 들거나, 혹은 반대로 되게 사무적으로 그려지지 않게 하려고 노력했다고 생각해요. 너무 가까이 가지도 않았지만, 너무 멀어서 사무적으로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요. 그래서, 이 사람들이 사건에 너무 몰입하거나, 혹은 너무 사무적으로 바라보지 않게 거리를 뒀다고 생각해요. 그렇기에, 이 기괴함이 일상으로 자리잡은 사람들에 대해 느껴지는 이상한 감정과 충격이 이어집니다.

그래서, 이야기의 결말은, 담담하면서, 충격적이었습니다. 미래를 엿보는 어떤 순간이면서도, 사무적이기도 하고, 어떤 죄책감의 발로 같으면서도 그저 아무것도 아닌 일일 수도 있는. 그런 순간들이요.

p.s. 어떤 측면에서는 결말은 (단지 나무위키로 요약만 봤지만) 만화 <프롬 헬> 같기도 합니다.
특히, 그 일련의 사건들이 현재, 지금 여기에서 어떻게 영향을 끼쳤고, 끼치고 있는지에 대한 점을 살펴보면 더더욱이요.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오쇼 라즈니쉬
24/06/06 18:53
수정 아이콘
재밌게 봤고 좋은 영화입니다.
aDayInTheLife
24/06/06 20:54
수정 아이콘
참 좋더라구요. 특히 결말이.. 와..
24/06/06 20:34
수정 아이콘
악의 평범성
aDayInTheLife
24/06/06 20:54
수정 아이콘
평범하면서 사무적인
뭔가 형언할 수 없는 악에 대한 영화 같았습니다.
24/06/07 00:16
수정 아이콘
카메라 위치를 신경쓰면서 보게 되더군요. 말씀대로 적당한 거리를 유지한다는 게 영화의 묘미 같습니다.
aDayInTheLife
24/06/07 11:18
수정 아이콘
네 보이는 듯 보이지 않는 그 위치가 참 절묘하더라구요.
블래스트 도저
24/06/09 05:31
수정 아이콘
재미있게 봤습니다
담넘어 들리는 수용소의 소음들이 결국 영화를 보는 관객들에게도 서서히 익숙해지고 무덤덤 하게 들리더라구요
물론 감독님이 익숙해질 때마다 정신 차리라고 해 주긴 하지만요
aDayInTheLife
24/06/09 11:44
수정 아이콘
그게 익숙해질 듯, 익숙해지지 않는, 그 간극을 잘 표현한 영화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게 너무나도 익숙해진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관객과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대조하면서요.
마갈량
24/06/09 18:52
수정 아이콘
끝없이 불쾌를 공급당하는 영화였어요.
감독의 비난이 학살자들뿐만이 아니라
유리넘어 바라보는 현대에도 미치는 이야기같았구요
aDayInTheLife
24/06/09 19:15
수정 아이콘
결국 지금 현재의 이야기를 안할 수는 없으니까요. 물론 이는 감독의 시상식에서의 발언 덕분이기도 하지만...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05258 [정치] “수십억 아파트 갭투자하고 국민은 안된다?” 정부, 여론 들끓자 전문가 불러 ‘당부’ [부동산360] [424] petrus16681 25/10/22 16681 0
105257 [정치] 조희대의 대법원, 12월 3일 계엄 따른 조치 논의됐나? [462] 빼사스15747 25/10/21 15747 0
105256 [정치] 김건희 이배용과 함께 경회루에서? [18] 삭제됨6142 25/10/21 6142 0
105255 [정치] 돈을 번 아파트, 돈을 못 번 아파트 분석 [45] 바람돌돌이10124 25/10/21 10124 0
105254 [일반] 뉴미디어 시대, 중세랜드의 현대인 [11] meson5682 25/10/21 5682 0
105253 [일반] "트럼프, 젤렌스키에 지도 던지며 압박에 욕설까지" [83] 철판닭갈비13652 25/10/21 13652 11
105252 [정치] “한두 잔 마신” 지귀연 술자리 170만원…대법 감사관 “징계사유 안 돼” [129] 빼사스14379 25/10/21 14379 0
105251 [정치] 이 대통령 '냉부해' 논란 보도, 명태균·김건희 공천 개입 보도보다 2배 많았다 [29] lightstone7364 25/10/21 7364 0
105250 [정치] 부읽남 국토부차관에게 듣는 부동산 썰 [258] 문재인대통령15564 25/10/21 15564 0
105249 [정치] 검찰청 ‘연어 술파티’ 의혹 당일, 김성태 ‘페트병에 술 준비’ 지시 녹취 확인 [112] 베라히11290 25/10/20 11290 0
105248 [일반] 놓치고 뒤늦게 후회하며 쓰는 SMR주 이야기(겉핥기) [30] 깃털달린뱀6005 25/10/20 6005 4
105247 [일반] 나를 스쳐지나간 불꽃 [2] 내꿈은세계정복4135 25/10/20 4135 27
105246 [일반] (주식 관련 글이 올라오길래) 20년 시장생존자의 의견 [21] 퀘이샤6261 25/10/20 6261 11
105245 [일반] 이 시국에 집 팔고 주식에 몰빵한 썰 [154] 휘군13854 25/10/20 13854 23
105244 [일반] <어쩔수가없다> - 기묘한 합리화. (강스포) [10] aDayInTheLife5089 25/10/19 5089 2
105243 [정치] 정부가 보유세 손대려나 봅니다 [470] 비브라늄22550 25/10/19 22550 0
105242 [정치] 국민의힘 당대표 장동혁 윤석열 구치소 면회 [118] 마라떡보끼13517 25/10/19 13517 0
105241 [정치] 정경심 교수가 최성해 동양대 총장을 고소했군요. [59] petrus11902 25/10/19 11902 0
105240 [정치] 한국과 미국 보수 진영의 정치적 동조화 [14] 유동닉으로7203 25/10/19 7203 0
105239 [정치] 석열의 봄이 성공했으면 어떻게 됐을까? [326] 스내치마스터14835 25/10/18 14835 0
105238 [정치] 중국 군 고위직 9명 숙청 [17] 如一9200 25/10/18 9200 0
105237 [일반] 로봇청소기 먼지통이 장착안되어 있다는 에러 메시지가 뜰때. [3] 헝그르르7616 25/10/18 7616 8
105236 [일반] 넷플릭스 공개작 '굿뉴스', 매력적인 기승전결 [15] 빼사스11360 25/10/17 11360 1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