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Fig.1입니다.
피지알에서 역사글을 꾸준히 올리고 있습니다.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제 개인 뉴스레터에 쓴 글을 피지알에도 올리는 건데요.
지난 뉴스레터를 뒤적여보니 첫 발송일이 2021년 4월 5일이더라구요.
4월이 지나기 전에 뉴스레터 3주년 기념 회고를 써봅니다.
0. 지난 3년간 뉴스레터 타임라인
2021.04.05 - 첫 발송 / 뉴스레터 구독자(지인) 26명
2022.01.31 - 전자제품의 역사로 주제 변경
2022.08. - 까탈로그(유명 뉴스레터)에 소개 됨
2023.01.09 - F&B의 역사로 주제 변경
2023.07.24 - 최초의 브랜드 콘텐츠 시작
2023.09.04 - 뉴스레터 플랫폼 변경(스티비→메일리)
2023.09.11 - <모든 것에 대한 모든 것> 책 출판
2024.01.08 - 사소하지 않은 것들의 역사 콘텐츠 시작
현재 - 뉴스레터 구독자 3,057명
지난 뉴스레터의 타임라인을 살펴보니 생각보다 뭔가 많이 한 것 같기도 하고, 아쉬운 점도 많이 보입니다. 항상 신기한 건 사람을 모으기 위한 액션을 거의 취하지 않았는데도(인스타그램 광고라던가, 유행하는 소재를 조사한다던가) 많은 분이 어디서 알고 구독해주실까 하는 점입니다. (아마 피지알러 분들이 많지 않을까 짐작해봅니다) 늘 감사할 따름입니다.
자, 그러면 본격적으로 3주년 기념 뉴스레터 회고를 해보겠습니다. 칭찬에는 인색한 편이라 아쉬운 점을 조금 정리해볼까 합니다.
1. 타 역사 콘텐츠와 차별점을 찾기 어렵다
[이젠 역사보다 다방면의 인사이트 채널에 가까워진 조승연의 탐구생활]사실 뉴스레터에서는 역사 콘텐츠가 흔치 않지만, 유튜브에는 많은 역사 콘텐츠가 있습니다.조승연의 탐구생활, 지식해적단, 소비더머니 같은 유튜브 채널이 대표적이죠. 조승연의 탐구생활에서는 조승연 작가의 경험과 인사이트가 녹아져 있고, 지식해적단은 화려한 모션그래픽이라는 차별점이 있는 반면, 냉정히 말해 제 뉴스레터는 그 어떤 것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유일한 차별점이라면 뉴스레터라는 매체뿐이었죠.
2. 기획이 없다[까탈로그가 정해준 대로 전자제품의 역사나 계속할걸.. ⓒ까탈로그]
그동안 차별점을 찾기 위해 제가 취한 방법은 주제를 변경하는 것이었습니다. '전자제품의 역사'를 조사하다가, 'F&B의 역사'를 조사하다가 '최초의 브랜드'를 조사하다가, '사소하지 않은 것들의 역사'를 조사하다가.. 이런 식으로 주제를 바꿔왔는데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독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차라리 한 가지 주제로 밀어붙였으면 아이덴티티가 생겼을 것 같네요.
뭐 그건 이미 지난 일이고, 주제를 조금씩 바꾸고 자료조사를 열심히 하는 것만으로는 차별점이 생길 것 같지 않더라고요. 우선 저는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자료조사에는 한계가 있고, 저는 번뜩이는 인사이트가 있지도 않거든요.
결국 차별점을 줄 수 있는 방법은 기획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예를 들자면 그냥 맥주의 역사를 조사하는 것이 아닌 '편의점 맥주로 보는 맥주의 역사' 와 같은 콘텐츠로 만드는 것이죠. 물론 콘텐츠는 좀 더 고민해 봐야겠지만요.
3. 완벽주의의 함정
사실 이런 생각을 이전에 안 해본 것이 아니었는데요. 당시에는 여러 가지 분야의 역사를 두루 조사한 뒤에 그 역사들을 엮어서 인사이트를 제시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러니까 맥주의 역사를 하면서 발효 기법에서 생물학의 역사와 엮을 수도 있고, 중세 수도원에서 만들었으니, 기독교의 역사와도 엮을 수 있겠죠. 또 IPA와 대항해시대를 엮을 수도 있고요. 그런데 그렇게 하자니 넓이에도 깊이에도 끝이 없어 시작도 못 해볼 것 같더라고요. 완벽주의의 함정에 빠진 것 같았죠.
4. 진실보다는 진심
[물론 뉴진스에 대한 진심뿐만 아니라 '악덕 대기업 vs 무고한 개인'의 프레임을 만들어낸 것이 대중의 호감을 얻는 데 결정적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영위부 유튜브 채널]
최근 민희진 대표의 기자회견을 보면서 느낀 점이 있는데, 사람들은 진실보다는 진심을 더 좋아한다는 점입니다. 아직 진실의 여부가 나오지 않은 시점에서도 민희진 대표의 뉴진스에 대한 진심인 모습에 많은 사람들이 호감을 느끼지 않았나 싶거든요.
그런 관점에서 <사소한 것들의 역사> 뉴스레터에서도 역사 그 자체를 보여주는 것보다 제가 역사 콘텐츠를 보면서 즐기는 모습을 보여 주는 것이 더 중요하겠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사실 저는 제가 역사에 진심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었는데요. 3년 동안 역사 글을 쓴 것이 진심이 아니면 뭘까 싶기도 해서 스스로 역사에 진심인 사람으로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5. 소통 그리고 뉴스레터의 한계
[방치해두어서 미안한 나의 작고 소중한 유튜브 채널]
제가 뉴스레터를 운영하는 가장 큰 이유는 마감과 지속가능성 때문입니다. 글은 마감이 쓴다는 것은 진리이죠. 그리고 유튜브 채널을 잠시 하다가 멈춘 것은 자료조사 외에 리소스가 너무 많이 들어서 지속 불가능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반면 뉴스레터는 다른 매체에 비해 글 외에 고려할 것이 적기 때문에 지속하기 수월하죠.
하지만 뉴스레터에도 단점은 있는데 바로 독자의 피드백을 받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저는 이 점을 피지알에 업로드함으로써 해결하긴 했는데요.(항상 댓글 달아주시는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댓글이 없었으면 진작 그만두었을 거예요) 그럼에도 본 채널인 뉴스레터에서 소통이 없다는 점은 많이 아쉽습니다. 그런 점에서 기획 콘텐츠가 어느 정도 안정화되면 유튜브로의 확장을 다시 한번 시도해 볼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결론은,
소재의 카테고리를 계속해서 변경한 건 패착이었다고 생각하고, 앞으로는 기획 콘텐츠 위주로 뉴스레터를 재편해나갈 예정입니다. (하지만 기존처럼 역사를 정리하는 것도 재밌어서 어떻게 잘 녹여낼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볼 계획) 그리고 콘텐츠가 안정화되면 유튜브로의 확장도 다시 시도해 볼 겁니다.
혹시라도 다른 의견이 있으시다면 남겨주시면 큰 도움이 됩니다.
항상 부족한 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