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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4/04/24 16:02:08
Name 오지의
Link #1 https://brunch.co.kr/@follicle/45
Subject [일반] 다윈의 악마, 다윈의 천사 (부제 : 평범한 한국인을 위한 진화론)
과학 세계에는 네 가지 유명한 악마가 있다. 물론 종교적 의미의 악마가 아니고, 과학자들이 가정한 상상의 존재들이다. 데카르트의 악마, 맥스웰의 악마, 라플라스의 악마는 각각 감각 지각과 인식, 열역학 법칙, 기계적 결정론에 대한 사고실험을 통해 등장했으며, 초월적 능력을 가진 존재들이다. 네 번째 악마는 다윈의 악마이다. 태어나자마자 번식을 시작하고, 일생에 걸쳐 생식을 지속한다. 수명은 무한하며, 영원히 번영할 수 있다. 자연선택으로 빚어진 무시무시하리만큼 완벽한 존재, 다윈의 악마이다. 우리 주변에서 비슷한 것을 굳이 찾아보자면 엄청난 번식력과 끈질긴 생존력을 자랑하는 바퀴벌레가 떠오를지도 모른다.

그런데 바퀴벌레의 번식력은 엄청나지만 수명은 1년 정도밖에 되지 않고 천적도 많다. 무섭기는 하지만 진짜 다윈의 악마가 아니다. 다른 종족도 생각해보자. 대왕고래는 수명과 덩치가 경이로울 정도이지만 한 번에 새끼를 하나밖에 못 낳으니 번식력이 부족하다. 인상적인 생장력을 자랑하는 개구리밥도 후보로 거론되기도 하지만, 다윈의 악마 칭호를 가져가기에 이 자그마한 수생식물은 너무 무력하다. 어째서 진화적으로 완전한 승전보를 울린 다윈의 악마는 현실에 없을까? 하이젠베르그의 불확정성 원리와 충돌하는 라플라스의 악마와는 달리, 다윈 악마는 물리 법칙을 거스르지도 않는다. 생물종들이 이미 진화의 긴 시간을 지나온 만큼, 보다 ‘완벽’하게 다듬어질 수는 없었던 것일까?

과학자들은 현실에 다윈 악마가 없다는 것을 선택과 타협의 문제로 해석한다. 이를테면 생애 초기부터 왕성하게 번식에만 몰두하는 종족은 수명에는 손해를 입을 수 있다. (극초반 러쉬는 어디까지나 초반 올인 전략이다.) 인간처럼 어린 시절 성장에 집중하는 종족은 일찍부터 생식을 시작할 수는 없다. 어차피 현실에서 생명체가 획득할 수 있는 자원에는 한계가 있고, 이 자원을 성장, 유지, 번식에 적당히 할당해야 하기 때문에 모든 면에서 최고점을 달성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물론 자연선택이 생물체의 형질을 잘 다듬는 것은 맞다. 바퀴벌레는 수많은 알을 낳으며 환경 저항력이 높고, 대왕고래는 인간 빼고는 천적이 없을 만큼 강력하고, 개구리밥은 순식간에 호수를 뒤덮을 만큼 빠르게 자란다. 하지만 그 어느 것도 완벽하지 않으며, 그래서 ‘다윈의 악마’가 아니다.

온갖 악마를 상상해낸 기발한 과학자들도 미처 상상하지 못한 것이 있다. 자연 환경의 한계와 무시무시한 천적을 문명의 힘으로 극복해낸 호모 사피엔스가 자발적으로 스스로의 생명력을 거둬들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초저출산 시대를 살아가는 한국인, 바로 우리들은 다윈의 대천사이다. 아이를 거의 낳지 않고, 만약 낳아도 최대한 미룬다. 한국인이 평균적으로 꽤 오래 살기는 하지만, 대신 자살률이 OECD 국가 중 압도적 1등이다. 생을 연장하고 번식을 꾀하는 생명의 본성을 단체로 배반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런 한국인이야말로 여러모로 ‘다윈의 악마’와 반대이니 다윈의 천사로 불리우는 것이 마땅하다. 자, 다함께 팡파레를 불어올리자, 천사들이여.

다윈의 천사는 것은 사실 자조적인 농담이지만, 또 다른 면에서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 다윈의 악마가 없다는 사실로 다시 돌아가보자. 각각의 생명종은 완벽하지 않고, 사실 완벽할 필요가 전혀 없다. 생존과 번식이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제 나름의 ‘적소’를 찾아내는 것으로 충분하다. 각 종족의 생애사 전략이 단일하지 않고 다양하다는 것만 봐도 그렇다. 이뿐만이 아니다. 한 종족 안에서도 내가 꼭 최강자일 필요가 없다. 그래서 ‘적자생존’(survival of the fittest)은 잘못 사용된 용어라는 문제 제기가 있다. fittest는 엄연히 최상급이다. ‘가장 잘 적응한’ 1등 개체가 생존한다는 뜻인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냉혹한 야생에서도 아주 운이 없거나 현격히 부족한 개체만 탈락하는 것이지, 최강자만 살아남는 것이 아니다. 평범한 것으로도 충분하다. 하다못해 야생의 위험과 변수를 상당 부분 극복한 인간의 문명 사회는 기준이 더 널널하다. 꽤 부족한 개체도 그럭저럭 살아 남아 번식할 수 있다. 때로는 유리하지도, 불리하지도 않은 중립적인 형질도 운만 좋다면 다음 세대로 이어진다. 생명체는 이런 잉여와 불합리를 품고도 그냥저냥 살아간다. 진화생물학자 최재천 교수는 자연선택을 ’survival of the fitter’로 표현하자고 제안한다. 최상급(fittest)가 아닌 비교급(fitter)를 쓰자는 주장이다. 조금만 더 잘 적응해도 충분한데, 1등이 되어야 살아남는다는 듯한 표현이 자연선택의 본질을 호도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다윈의 천사들이 살고 있는 한반도의 세계관은 어떤가? 우리는 어떤 개체가 살아남는다고, 혹은 번식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할까? 최근 들어 매일같이 인터넷 커뮤니티를 뜨겁게 불태우는 주제이다. 우리의 인식 속에서 생존과 번식은 범상한 이들에게도 허락되는가, 최적자(the fittest)의 전유물인가? 슬프게도 어느 새부터인가 실수령 급여 얼마, 수도권 몇 평 아파트, 키와 외모에 대한 말도 안되는 높은 기준을 정해놓고 최강자가 아니라면 멸시하는 분위기가 생겨났다. 눈치를 보느라 상대적 박탈감은 극심하고, 결혼과 출산은 감히 꿈꾸기 어렵다. 이 문화는 진화론보다 훨씬 비열하고 가혹하다. 우리는 ‘자연선택’이나 ‘다윈주의’라는 말에서 무심코 무한경쟁과 냉정한 탈락을 연상하지만, 다윈의 세계관이 끊임없이 패배자를 찍어내고 조롱하는 한국 사회보다 훨씬 너그럽다. 과학 이론에 도덕 감정을 대입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지만, 나의 솔직한 느낌이 그렇다.

다윈의 천사들이 살아가는 대한민국은 천국이 아니다. 우리는 이 곳을 ‘헬조선’이라고 부르며 지옥이라고 여긴다. 1등이 아니어도 괜찮다는, 다윈의 지혜가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참고 문헌>
최재천. (2009). 다윈 지능. 사이언스북스.
다니엘 S. 밀로. (2021). 굿 이너프. 다산사이언스.

<덧붙이는 말>
- 이 글에서 '다윈의 악마'는 학술적 의미는 아니구요. 그냥 제 상상력의 소재로 쓰였습니다.
재미로 읽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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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쥐
24/04/24 16:07
수정 아이콘
왕성하게 번식에만 몰두하는 동물.. 하니 호주의 토끼가 생각나네요. 수명은 어떤지 잘 모르겠지만요.
아케르나르
24/04/25 16:49
수정 아이콘
몸집이 작은 종은 대체적으로 수명이 짧습니다. 토끼도 마찬가지에요.
하아아아암
24/04/24 16:51
수정 아이콘
도킨스적 관점에서, 개체가 아니라 유전자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았을 때 살아남아 자손을 둘 이상 낳고 (유성 생식의 경우), 그 자손도 둘 이상의 자손을 갖는 사이클을 영원히 반복할 수 있다면 그 유전자는 불멸하며 영원히 번식하는 "다윈의 악마" 그 자체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안군시대
24/04/24 17:22
수정 아이콘
제가 생물학에 대해서는 잘 몰라서 조심스럽긴 한데, 겉핥기로만 아는 자연선택설은 생존에 유리한 형태로 진화하는 것이지, 그 종 자체가 어떤 고도화(?) 되는걸 설명하기 어려운 것 같아 보였습니다.
예를 들어 말하자면, 호주의 토끼가 엄청난 속도로 번식을 하고는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인간처럼 다른 생명체를 지배할 수 있는 어떤 종으로 진화해가기에는 좀 부족해 보인단 말이죠? 지능이 높아진다던지, 앞다리를 손처럼 사용할 수 있게 된다던지 하는...
이런 부분에 대한 연구가 진화학이나 유전학 쪽으로 더 있는지도 궁금하네요.
PARANDAL
24/04/24 17:35
수정 아이콘
지능이 높아야만 살아남는 환경, 앞다리를 손으로 써야지만 살아남는 환경이면 진화가 일어날테지만 토끼는 그런 환경이 아니기에 말씀하신 진화가 일어나지 않죠.
안군시대
24/04/24 17:48
수정 아이콘
그런 것 같습니다. 토끼를 전멸시킬 수 있는 바이러스를 풀었지만, 거기 내성이 있는 토끼들이 살아남아 재번식했다는 이야기를 보면, 저게 진회지 하는 생각이 들기는 하더라고요.
PARANDAL
24/04/24 17:29
수정 아이콘
말씀하시고자 하는 주제랑은 다른 얘기지만 환경이 계속 변하기 때문에 말씀하시는 다윈의 악마가 있을 수 없습니다. 예전에 유리했던 유전자가 지금은 불리하게 되기도 하고 반대로 불리했던게 유리해지기도 하죠.
오지의
24/04/24 18:09
수정 아이콘
네 저는 종족 생애사 위주로 언급했는데요,
사실은 물리 법칙의 한계, 환경 변화, 희소한 자원, 유전자 부동도 다윈 악마가 없는 이유로 거론되더군요.
24/04/24 17:32
수정 아이콘
(수정됨) 저는 처음 문장들을 읽고는 유전자 얘기를 하시려는 건가 했는데...
진화든 자연선택이든 단위는 유전자이지 개체가 아닐테니, 개체에 대해 생각하는 것보다는 유전자를 기준으로 생각해야 하지 않나 싶어요.
자기복제를 할 수 있는 분자라는 거 자체가 말씀하신 '악마'라는 이름을 붙여줄만한 게 아닌가 합니다.
개체들은 그런 유전자를 옮겨주는 기계에 불과한데
특정한 개체가 성능이 좋거나 한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그 개체들 전반이 해당 유전자를 계속, 많이 퍼뜨릴 수 있느냐를 보는 거겠죠.

그리고 특히 진화론을 공격하려는 사람들이 '진화론이 약육강식을 정당화한다'라는 식의 말을 하는 걸 종종 보는데,
진화의 원리는 적자생존이지 약육강식이 아니죠.
근데 그런 사람들 뿐 아니라 보통들 이 둘을 많이 헷갈리는 것 같습니다.
말씀하신 우리의 현실이라는 건 개체간의 약육강식인 것일 거고, 우리 각 개체들은 적자라기보다는 강자가 되고 싶어하는 거겠죠.
하지만 진화적으로 보자면 '강자'가 아니라 환경에 적응한 '적자'가 살아남는 것일 거고...
전기쥐
24/04/24 17:45
수정 아이콘
그래서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게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한 거라는 명언이 있죠.
오지의
24/04/24 18:00
수정 아이콘
유전자는 영원하라! 그런데 다윈의 악마라는 가상의 존재에 대해서 말할 때는 기준이 '생체'더라구요.
재미있는 아이디어라고 생각해서 소재로 가져와 보았습니다. :)
그리고 말씀해주신 적자생존과 약육강식의 차이가 제가 생각하는 문제 지점과 정확히 동일하네요
진화는 어디까지나 적자생존이죠. 그런데 한국 사회를 약육강식으로 몰아가는 일부는
지나치게 가혹한 현실을 마치 진화의 원리(자연법칙)인 양 정당화하고자 하는 것이 부적절해 보였습니다.
24/04/24 18:11
수정 아이콘
네, '진화론에 따르면 강자만이 살아남는다. 그러니 우리는 강자가 되어야 한다', '우수한(?) 백인의 유전형질을 보존하고 개량하여 품질을 향상시키자'는 등으로 진화론을 이상하게 갖다 써먹는 사람들이 있죠.
리얼포스
24/04/24 17:45
수정 아이콘
현대 한국인이라는 종의 강력한 자살원망적 성향은 진화생물학적 논리로는 잘 설명되지 않는 특별한 경향성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인종은 같으나 환경은 극히 다른 북한이나 조선족, 재미교포들의 출산률도 똑같이 세계 최저 수준이라는 게 대단히 신비롭지요.
전기쥐
24/04/24 17:46
수정 아이콘
동아시아 유교문화권 전체적으로 출산율이 낮더군요.
오지의
24/04/24 18:03
수정 아이콘
2월 출생아수가 1만명대로 박살났다는 뉴스를 오늘 읽었습니다.
한국인의 특징이 보편적 생물의 속성으로 설명할 수 없다는 인상을 받게 되더라구요.
진화를 중심으로 다양한 이야기를 해 볼 수 있어서 흥미롭네요.
제로투
24/04/24 18:50
수정 아이콘
미국에서 사는 한인 출산율도 엄청 낮죠. 한국의 환경과는 크게 관련 없을수도 있습니다.
아우구스티너헬
24/04/24 23:19
수정 아이콘
이건 비단 한국인만이 아니고 인간에게만 생기는 현상도 아닙니다.
일반 동물들도 단위면적당 개체수가 일정한계를 초과하면 생식을 멈추거나 집단 자살을 선택하는 종도 많이 있습니다.

그냥 물리적이던 정서적이던 스트래스가 증가하여 나타난 집단 행동일 뿐입니다.

한국인은 현 환경에서 다른 나라보다 더 높은 스트래스를 받는다는 말이죠
오지의
24/04/25 06:23
수정 아이콘
그죠 제가 정정하겠습니다. 진화생물학적으로 설명 불가능한 것이 아니고, 진화생물학적 일반 패턴을 이례적인 수준으로 거스르는 것이 맞겠지요 :)

말씀하신 관점에서 초저출산을 해석한 분이 진화생물학자 장대익 교수님인데 저서에서 같은 논지로 말씀하시더라구요. 이 논리구조가 <초저출산은 왜 생겼을까?>라는 책에서 장대익, 서은국 교수님이 이야기하는 부분입니다.
리얼포스
24/04/25 07:48
수정 아이콘
왜 유독 한국인은? 이 의문의 요지인데 말씀하신 내용은 그걸 설명해주진 못하죠.
지나가던S
24/04/25 08:46
수정 아이콘
오히려 그 의문에 대한 답인데요? 스트레스를 다른 곳보다 많이 받는 [환경](여기엔 사회적인 환경, 문화도 포함됩니다.)이기에 자살자가 많다는 거죠. 유전자하고는 상관없습니다.
구급킹
24/04/25 09:57
수정 아이콘
이민 가는 곳 마다 그나라 최저 출산율 찍는 경향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아우구스티너헬
24/04/25 10:04
수정 아이콘
이민 간다고 문화가 바뀌지 않습니다.
그나라에서 한국인으로 살고 있는거죠
물론 이민 3세대가 넘어가면 조금씩 희석되기시작합니다.
구급킹
24/04/25 10:10
수정 아이콘
그럼 답이 없겠군요. 다른 나라, 다른 문화, 다른 인종, 다른 제도 속에 본인의 삶을 통채로 집어 넣는데도 출산율 꼴찌라고 하면 한국에서 정책 건들면서 출산율 올린다고 몸 비틀기해봐야 아무 의미가 없겠네요.
아우구스티너헬
24/04/25 10:16
수정 아이콘
단기적인 해결책은 의지가 있으나 상황상 출산을 망설이는 경계층을 출산하도록 유도하는 경제 유인책이 있겠지만
근본적인 장기 해결책은 문화가 바뀌어야 가능할 겁니다.

그리고 인구가 줄어들고 그에 따라 경쟁이 완화되면 다시 출산율이 오를 유인도 있구요
인구밀도는 문화에 상당히 영향성이 큰 부분이라서요
구급킹
24/04/25 10:40
수정 아이콘
인구가 적다고 경쟁이 덜한지는 모르겠습니다. 요즘 세태를 보면 웬만한 경제력이 아니면 아이를 낳지 않을 뿐더러 일단 낳으면 가진 자원을 몰빵해서 키우죠. 예전보다 나라에서 해주는 것도 많지만 그만큼 기준도 높아졌고. 그들만의 리그에서 무제한 출혈 경쟁하는 경향은 전보다 더 커보이고요. 인구가 줄면 그만큼 내수가 줄어들고 등용문이 좁아지는 문제도 있죠. 말씀하신 대로 문화가 바뀌어야 하는데 타국에서도 3세대가 지나야 좀 바뀌는 게 본국에서는 얼마나 걸릴지는 모르겠습니다..
아우구스티너헬
24/04/25 10:58
수정 아이콘
구급킹 님//
한국은 내수보단 수출비중이 큰 나라라 인구가 줄면 등용문은 상대적으로 넓어질겁니다.

전 인구가 줄어드는게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줄을만해서 줄어드는 자연선택의 일종이니까요
구급킹
24/04/25 13:40
수정 아이콘
(수정됨) 아우구스티너헬 님// 사실 절대적인 등용문은 지금도 넓죠. 젊은 사람 못구해서 허덕이는 곳도 많고 일을 하려면 얼마든지 할 수 있으니까요. 다들 가고싶어 보따리 싸들고 줄서있는 곳의 문이 실시간으로 좁아지고 있을 뿐이죠. 그런곳에 들어가려고 어릴때부터 피터지게 경쟁을 하는 거고요. 지방소멸, 수도권집중, ai 발전 같이 경쟁을 가중시키는 요인들도 많습니다.

저출산 문제라는게 절대인구의 감소가 아니라 인구구조가 박살나는게 문제 아닌가요? 본인과 가족분들의 커리어 및 노후가 든든히 보장되어 있으면 괜찮으시겠지만 그렇지 않은 수천만명에게 심히 재앙적인 미래가 기다리고 있다는게 (이견이 거의 없는) 공통된 견해 인데요. 사회가 망해버리면 결국 누구나 피해를 보고요.
24/04/25 12:44
수정 아이콘
개인적으로는 답이 없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절대적인 수치가 초저출산에 이른 요즘에 이르러서야 문제의식이 본격화되었지만, 출산율의 하락이라는 추세로는 7-80년대가 더 급격합니다. 최소 5-7명씩 낳던 전후 세대 이후 2자녀가 정착한 기간이 놀라울 정도로 단기간이거든요. 물론 산아제한 정책의 영향도 있겠죠. 하지만 지금 저출산 대책을 보듯이 출산이라는 지극히 개인적인 선택에 산아제한 정책 따위가 얼마나 유의미한 영향을 미칠 수 있었을까 회의적이구요. 이미 산업화 단계부터 출산율 위기는 본격화 되었다고 봅니다. 그 거대한 흐름을 재정 지원 따위의 딸깍으로 바꿀 수 있을 것 같지 않아요.
아우구스티너헬
24/04/25 10:03
수정 아이콘
한국의 문화죠
1. 경쟁적 입신양명 문화
2. 공동체 안에서의 위치로 상대적으로 자기의 가치를 인식하는 문화
3. 자식에게 올인하는(그래서 자식도 부담이 큰) 문화
4. 고도성장기를 거치며 후진국,개도국,선진국의 세대가 공존하는 그래서 재산형성에 상대적 박탈감이 큰 문화
5. 복지등 사회안전망의 미비로 경쟁에 밀리면 도태되는 문화

등등 많은데 일부는 동아시아가 공유하는 문화에 한국만의 상황이 시너지를 일으킨다고 봐야죠
동아시아계 전체가 공히 낮은 출산율을 유지하는 것도참고할만한 일이죠
탑클라우드
24/04/24 18:01
수정 아이콘
나는 왜 이글의 제목에서 '다윗의 막장'이 떠오르는가...
Karmotrine
24/04/24 20:57
수정 아이콘
세상에~ 너를 좋아하는 여자는 없어~
애플프리터
24/04/24 22:16
수정 아이콘
네? 막창이요? 군침도네요.
24/04/24 21:59
수정 아이콘
??: 진화생물학 자체가 엄청난 무지의 산물... 유전자의 목표는 유지이고 전략은 다양화임. 즉 분산투자, 체계 전체의 복잡화 자체가 전략. 유전자는 자기 종이라는 관념도 초월해 있음. 진화에는 공짜가 없고 하나를 선택하면 하나를 포기해야 함. 진화는 전략 중 하나임. 다윗의 악마가 있다면 저그 하지 않는 이상(지구를 떠나지 않는 이상) 주기적으로 바이러스에 의해 학살 당할 것임. 이걸 경쟁이라고 불러봤자 의미 없음. 유전자에게는 최고위 지적 생물체도 하나의 수단에 지나지 않음. 이제 너무 늘어나서 적당히 줄여야 할 시점.
안군시대
24/04/24 23:12
수정 아이콘
그러고보니, 종족보존이 최우선 과제인 유전자 입장에선 지구에 인간이 너무 많아지면 한방에 뻥 터져버리거나 환경오염, 식량부족, 에너지 고갈 등으로 멸종해버릴 위험도 있으니 인구를 줄이는 게 더 좋은 선택일수도..
쿠키루키
24/04/25 01:02
수정 아이콘
1등이 아니어도 괜찮다는 마음은 다른 것보다 임금 차이가 주요한 문제죠.
오지의
24/04/25 06:23
수정 아이콘
네 솔직히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지요...
구급킹
24/04/25 10:06
수정 아이콘
남이 얼마나 버는지 관심 없으면 되는 일이긴 합니다. 한국보다 빈부격차 큰 나라는 많지만 한국인보다 빈부격차를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사람들은 거의 없을 거라고 단언할 수 있습니다.
아우구스티너헬
24/04/25 10:24
수정 아이콘
전 그게 한국전쟁 때문이라고 봅니다.
왠만큼 사는 나라에서 한국처럼 신분제가 깔끔하게 리셋돠고 부의 재분배(공평하게 거지로 리셋)가 이루어진 나라가 거의 없습니다.
한국 전쟁 때문이죠

선진국 후진국을 가리지 않고 기존 지주계급 및 귀족계급이 여전히 하이소사이어티를 장악하고 로우소사이어티에 대부분의 국민이 머무르며 계급간 이동이 매우 낮은 그리고 수백년동안 그걸 당연히 여거지고 받아들여지는 나라와는 차이가 좀 있죠
이선화
24/04/25 10:24
수정 아이콘
적자생존이라는 말 만큼 진화론을 한 번에 나타내는 말도 없지만, 그만큼 오해하기 쉽게 만드는 말도 없죠.

개인적으로는 소개하신 fitter보다도 부적자도태가 더 적합하지 않나 합니다. 사실 진화적으로 안정되기에는 딱히 다른 종보다 조금 더 나을 필요도 없는 경우가 왕왕 있어서... 다른 종보다 떨어지지만 않으면 되니까요.
지나가던S
24/04/25 11:20
수정 아이콘
굳이 따지자면 진화는 [생존에 크게 불리하지 않은 유전자가 긴세월동안 이어진 결과 생긴 변화] 정도에 가깝죠. 그 [생존] 조건이 보통 환경이기 때문에 적자생존, 자연선택 정도로 설명되는 거고요. 단적인 예로 인간은 진화가 사실상 멈췄다고 봐도 좋은 게, 특정 유전 성질만 가진 사람들만 유전자를 이어갈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지 않기 때문이고요.
계층방정
24/04/25 12:33
수정 아이콘
인간이 진화하고 있다는 좀 더 명시적인 증거는 사랑니의 소멸 같은 현상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건 제 가설인데, 한국의 초저출산을 보면 한민족이라는 유전자 풀의 도태가 일어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도시라는 환경 자체가 도시에 거주하는 인간을 진화적으로 불리하게 하는 환경 압박으로 작용하는 것 같아요.
Quantum21
24/04/25 12:13
수정 아이콘
진화론적 경쟁의 최강자로 다윈의 악마로 표현한것 같습니다.

관련없어 보이지만 수학기초론에서 Zorn's lemma 라는게 있습니다.
문득 생각이 나서 그것을 진화적 경쟁의 관점에서 해석해보겠습니다.

먼저 partially ordered 집합과 그 원소들을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생각해봅시다.
집합의 원소들은 각 진화적 경쟁을 하는 개체들입니다. order는 진화적 경쟁으로 해석합니다. 경쟁은 동일 환경에서 존재할때만 일어나기때문에 그런 경우에는 진화적 경쟁우위를 따질수 있고 환경이 다른 경우에는 경쟁이 불가능하여 우열을 가릴 수 없습니다. 따라서 진화적 경쟁을 하는 가능한한 모든 개체를 모아놓았은 집합에서는 자연스럽게 partial order가 주어집니다. 여기서 order 라는 것은 정의상 transitive 해서 a가 b를 이기고 b가 c를 이기면 a는c를 이깁니다.

Zorn's lemma는 이처럼 partially order 집합에서 chain 있을때 항상 최강자가 존재한다면 이라는 조건이 주어졌을때 어떤 일이 생기는지를 말합니다.
여기서 부분순서가 있으므로 그 순서에 따라 일렬로 줄을 세워질수 있는 경우를 chain이라고 말합니다. 그러한 chain 내에서는 제일 큰값 즉 최강자가 있다는 조건입니다. 우리의 진화적 경쟁을 하는 개체들의 집합에서는 비교경쟁을 할수 있는 상황에 있는 개체들만 뽑아서 일렬로 줄을 세웠을때에 그 일렬로 서있는 다른 모든 이들을 이기는 최적합자가 존재한다는 조건으로 해석할수 있겠습니다.

이러한 조건하에 Zorn's lemma는 그 집합에 maximal element가 존재한다 라고 주장합니다. maximal 이라는 뜻은 그 원소와 비교할수 있는 모든 대상에 대해 우위를 가진다는 뜻입니다. 가능한 모든 chain에서 최강자가 존재한다면, 그 집합내의 모든 비교가능한 모든 상대를 이기는 최강자가 존재한다.

너무 당연해 보여서 증명할게 없어보이지만 Zorn's lemma는 수학기초론에서 선택공리(Axiom of Choice)와 동치라고 알려진 유명한 명제입니다.

수학이론이나 논리세계에서는 선택공리를 채택하느냐 마느냐는 그저 선택의 문제입니다만
우리사는 세상의 원리(nature)가 axiom of choice를 따르는지 아닌지는 우리가 알든 모르든 간에 이미 결정되어 있을 겁니다
만약 Zorn's lemma가 참이라면 다시말해 선택공리를 따르고 있다면 진화적 경쟁을 하는 모든 개체들을 모아 놓은 집합에서 경쟁가능한 대상들에게만은 늘 이기는 "다윈의악마"가 존재해야 할겁니다. 반대로 자원법칙이 선택공리를 상정하고 있지 않다면 다원의 악마가 존재한다는 보장은 없는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너무 급조한 생각이라 좀더 생각하면 헛점이 많이 있을것 같습니다만 재미삼아 기록남깁니다.
계층방정
24/04/25 12:34
수정 아이콘
급조한 반박으로 진화적 경쟁은 추이적이지 않은 것 같네요.
Quantum21
24/04/25 16:16
수정 아이콘
저 역시 급조한 생각이라 헛점이 많습니다.
지적하신 추이적에 관련한 생각도 잠깐 하고 글을 쓰긴 했는데, "환경"에 대한 셋팅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transitive 가 성립하도록 할수 있지 않을까 란 생각을 했습니다. 예를 들어서 생물학적으로 동일한 개체A와 개체B간의 경쟁일지라도 주어진 환경에 따라 A가 우위일수도 B가 우위일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동일한 생물학적 개체라 할지라도 어떤 방식의 경쟁을 고려할것인지가 달라지면 집합내에서 다른 원소로 대응할것입니다. 즉 환경 x에 있는 A와 환경 y에 있는 A는 제가 상정한 집합에서는 다른 원소입니다.
보통 추이적이지 않은 방식의 order는 다른 종류의 비교를 합쳐서 한번에 볼때 발생합니다 예를들어 수학은 A가 잘하고 영어는 B가 잘하고 국어는 C가 잘하는데 각기 비교하는 방법을 정함에 따라 A>B>C>A가 되도록 비 추이적인 비교관계를 만들어줄수 있습니다.
물론 진화적 경쟁이 발생하는 환경을 어떻게 정의해야 추이적이지 않을지는 고민의 여지가 매우매우 많습니다. 어쩌면 원천적으로 불가능할수도 있고요. 생존경쟁이라는게 보통 단일한 척도로 이루어지지는 않기 때문에 수학적 모델을 그럴싸하게 만들기는 쉽지 않은 연구일것 같습니다.
오지의
24/04/25 13:31
수정 아이콘
와 저는 이런 이야기는 처음 듣습니다
타당성을 떠나서 다양하게 논의를 할 수 있다는게 즐겁네요.
나중에 이 주제로 글 써주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아수날
24/04/25 12:24
수정 아이콘
카오스의 에버초즌 아카온이 인류의 지도자가 되어야합니다
짐바르도
24/04/25 12:30
수정 아이콘
답은 퀴사츠 헤더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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