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영화를, 음악을, 그리고 주로 소설을 좋아합니다. 양심상, 책을 좋아한다고 이야기 하긴 좀 애매하고, 대체로 소설, 혹은 이야기거리를 좋아하는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예전에는 제가 어떤 기승전결을 좋아한다고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좋아하는 것들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또 그안을 더 자세히 들여다보다보면 어떤 맥락을, 가끔은 우연을, 그리고 어떤 인과관계를 읽어내는 걸 좋아한다고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래서 이상하게도 제가 좋아했던 두개의 과목은 과학과 역사였습니다. 원인과 결과가 있고, 어떤 흐름이 있으며, 논리적이면서도 또 괴상하기도 하니까요.
여튼, 그런 것들을 좋아해서 이것저것 접하면서 저는 조금씩 나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해봤던 것 같습니다. 어떤 글을 쓰고, 때때로 악기를 다뤄보기도 하고, 영화 관련 워크숍도 해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걸 남들에게 보여주고, 이야기를 듣는 건 참 민망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더라구요. 일단, 제가 스스로 자신감이 많이 부족한 사람이긴 하지만, 또 그렇게 표현을 한 걸 드러내는 건 조금 더 부끄러운 일이라고 생각이 들더라구요. 비슷하게, 제가 커뮤니티나 블로그에 글을 쓰는 것도 쓴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주변에 어쩌다보니 있긴 한데, 막상 그 사람들에게 '글을 읽어 달라'라던가, 혹은 제가 보여준 경우는 또 되게 드문 것 같습니다.
어떤 것을 좋아하지만, 그런 것들을 잘 하지 못한다는 걸 깨닫는 건 굉장히 아픈 경험입니다. 잘하고 싶고, 재능이 있었으면 하지만, 그 재능이 없다는 걸 깨닫는 건 뼈저리고 굉장히 시무룩한 일이죠. 특히나, 그게 굉장히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 시기에 깨닫게 된다면요. 저는 굉장히 빠르게 철이 들었고, (라고 생각하고) 저는 굉장히 빠르게 주변 환경과 제 상황에 대해서 수긍한 케이스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내가 잘 할 수 없는 것들을 굉장히 빠르게 깨달아 버렸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저는 그런 '창작자'들에게 일종의 경외감, 내지 시샘을 하는 것 같습니다.
어떤 세상을 만들어낼 수 있고, 어떤 이야기를 담아낼 수 있으며, 어떤 생각을 그 이야기와 세상 속에 담아 사람들에게 말할 수 있다는 것. 너무 부러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또 저는 저와 반대되는 이야기들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을 더더욱 부러워하는 것 같습니다. 저는 조금은 내성적이고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조금 어둡거나 복잡한 사람이라, 그와 반대되는 낙관적이거나 긍정적인 이야기나 사람들에 대해서는 마치 '제가 도달할 수 없는 지점'에 도달한 사람들인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들고는 합니다.
오늘 갑자기, 이런 생각을 정리해서 쓰고 싶다는 욕심이 든 이유는, 그냥 오늘 아무것도 안해서가 아닐까 싶습니다. 집중의 문제인지, 의욕의 문제인지, 혹은 뭐 다른 것들의 문제인지 책을 읽거나 게임을 하거나 영화를 보거나 음악을 집중하거나 같은 걸 못하고 그냥 이래저래 시간에 끌려다니면서 하루를 보낸 것 같아서요.
전에 제가 넷플릭스 영화 '틱, 틱.... 붐!'을 보면서 굉장히 많은 공감을 했다는 글을 짧게 나마 쓴 것 같습니다. 무엇도 하지 않았고, 또 무엇도 시도하지 않았으면서도 그저 부러워하고만 있는 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면서도 또 막상 나와 내가 만들어낸 무엇인가를 드러내는 건 너무나도 부끄럽고 위험한 일처럼 느껴집니다. 그래서 저는 아직까지 주저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그런 측면에서 모든 창작물에 대해 일종의 애증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닐까 되돌아보게 됩니다. 나도 저런 걸 쓰고 싶다는 부러움과 질시, 그러면서 나라면 어땠을까 하는 상상과 가정 같은 걸요. 저는 그런 측면에서 리뷰를 쓰는 사람으로서, '평론가는 창작자가 되지 못한 사람들이다.'라는 이야기가 모든 경우를 담진 못하지만, 저라는 사람은 담는 건 아닐까 싶긴 합니다.
덧. 최근에 본 가장 제가 '부러운' 이야기는 인터넷 도시전설 위키, SCP재단의 SCP-1342 항목이었습니다.
그 마지막 문장은 너무나도 아름답고 설레는 이야기라, 나무위키에서 꼭 검색해보시길 추천드리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