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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07 06:56
영화 그냥 즐길줄만 알지 깊이는 모르는 입장에서 보면, 영화 스토리나 설정이 참신은 한데, 결론과 은유 같은게 좀 뻔했던것 같습니다.
24/01/07 09:03
저도 보면서 주명화 캐릭터한테 느낀 감정은
뭔가 대안은 없고 불만만 있는 캐릭이라고 생각 했습니다. 영화 흐름상 마지막 파멸은 뭐 정해져 있긴 했지만, 그 파멸을 가속화 시킨건 주명화 아닌가? 하는 생각도.. 그리고 제가 예상한 흐름은 외부인을 일단 다 내보내고, 뭔가 자원을 기부하는 사람만 빈 집을 분양(?) 하는 방법이었는데, 그냥 빈 집을 방치하는 것도 좀 이상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마지막 씬부분도, 난민들이 주는 음식이 주먹밥인거에 이질감을 느꼈어요. 쌀도 구하기 힘들고, 식수도 구하기 힘든데, 그걸로 밥을 해서 먹는다고? 그리고 그걸 공짜로 나눠준다고?? 뭐 근처 식자재 마트라도 점거한건가?
24/01/07 09:10
전체적으로 공감합니다.
이런 장르에서 도덕적 우위를 가지고 맞말을 하지만 사실 민폐인 등장인물은 감독도 그렇게 캐릭터를 잡는데 명화는 주인공 포지션이라 갸우뚱 했습니다. 아포칼립스는 극한의 상황에서 인간군상을 보여주는게 장르적 재미인데 .. 장르 비틀기라기 보다는 장르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하단 느낌을 받았습니다. 저런 주제를 전하고 싶더라도 집단의 이기적인 선택으로 파멸되는 과정만 보여줘도 충분히 전달이 될텐데 자살하는 주민이나 병화의 입으로 반복해서 전달하는게 살짝 피로하기까지 했네요. 양쪽의 갈등을 잡아줘야 하는 민성은 작품 마지막까지 흔들리기만 하다가 죽어버리고 종교적인 메시지까지 노골적으로 넣다보니 이도저도 아니게 되버려 후반부 아쉬움이 컸습니다. 중반까지는 상당히 괜찮아서 더 아쉬운거 같아요 흐흐
24/01/08 13:46
이런 작품에서 영탁이 주인공역할을 끝까지 가져가버리면 너무 평면적인 이야기가 될테니 결국 반대편에서 이야기를 뒤엎어주는 게 필요해보이긴 한데 민성이나 명화나 영탁에 비하면 캐릭터가 너무 약하긴 했어요. 영탁이 명이나 암이나 확실한 인물이고 거기다 이병헌의 미친 연기력까지 더해지다보니 더욱 그렇게 느껴졌습니다
24/01/07 09:14
포스트 아포칼립스라는 극단의 설정을 해놓고는, 생존이나 생존을 위한 선택/경계가 후순위인 인물들이 너무 많습니다. 박보영 캐릭터가 그 정점이고요. 박보영 캐릭터도 그렇지만 난민(?)들이 쫓겨나면 죽을 상황이면 쫓겨나기 전에 더 강하게 뭐라도 하지 않았을까 싶은 그런 부분들도 있고요.
초반에는 꽤 흥미로운 부분이 많았는데 결과적으로는 이병헌 연기 제외하고는 많이 실망스러웠습니다.
24/01/07 09:15
포아의 껍데기를 쓴 아파트 불패론에 대한 고찰이라고 생각하면 좀 더 이해가 되는...
부녀회장 중심으로 배타적 아파트 환경 구성 으랏차차 = 영차영차 밈 아파트 못 사면 다 망해요 아파트 가격 방어를 위해 공생을 포기하다보니 공멸 아파트 가격 방어 정책 때문에 실물경제(아파트 바깥)는 망하고 그 때문에 아파트 외부에서 재화를 조달하기도 어려워짐 부녀회장 아들이 죽음으로써 아파트 하나만 부양하다가 미래가 망할 수도 있다는 암시 아파트 못 사고 집 값 내리기를 바라는 사람들은 바퀴 취급 등등...(농담) 근데 일반 포아물로 생각하면 디테일도 없고 허술한게 너무 많죠...
24/01/07 09:29
저는 의외로 나쁘게 안봤습니다. 하도 욕을 먹길래 볼 엄두도 못내다가 2주전쯤에 넷플로 봤는데
워킹데드의 분량 뻥튀기용 트롤들에 비하면 박보영은 선녀중에 선녀. 감독이 박보영 캐릭터를 완전 선역으로 설정한건지 아닌지는 모르겠는데 제 눈에는 얘도 처음부터 맛이 간 걸로 봤거든요 크크 이 캐릭터가 정상적인 선역이었으면 이병헌의 정체가 아파트 주민인지 아닌지에 대해서는 별 신경을 안썼어야 했는데, 입으로는 아파트 주민여부로 사람 가리지 말자고 해놓고 이병헌 공격의 중요 명분은 "여러분! 이 사람, 아파트 주민이 아니었어요! 세상에나 마상에나!" 이러고 앉았으니... 근데 또 이게 현실에 많은 타입이거든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위선적임. 감독은 대한민국의 부동산 집착과 이기주의를 풍자하고 싶어서 박보영을 대척점을 대표하는 캐릭터로 도구화하다가 삐끗한거 같은데 의도치 않게 현실의 다른 지점을 까버리는 모양새가 돼서 꽤나 흥미로웠습니다 크크
24/01/07 09:46
마지막 부분이 너무 설득력이 떨어진다는데에는 저도 동의합니다만 그래도 이 영화가 좋은 영화라고 생각하는건 생각해볼만한 지점이 많아서 인거 같습니다.
이병헌도 자기가 가진 선이 있습니다. 김영탁과 충돌이 있을때도 김영탁이 칼로 찌르기 전까지는 죽음에 이르게 하는 폭행까지는 아니였고, 극 초반 외부인을 내보내는 과정에서도 쇠파이프로 머리를 3대나 맞고 나서야 나가라고 일갈했고, 슈퍼마켓에서도 발포 이후에도 적극적으로 공격했죠. 혜원과의 충돌 역시 최초에는 협박으로 그쳤으나 혜원이 본인의 원죄를 폭로하자 그제서야 폭발하죠. 또 김영탁의 노모도 어느정도 시점이 지난 이후에는 온전히 모실 이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대소변 수발까지 들어가면서 돌보는 모습이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살짝 결이 다르긴 하지만, 혜원을 겁박하는 장면에서 혜원은 발이 시리다며 자기집에도 신발을 신은채 들어가지만 그 이야기를 듣고도 이병헌은 신발을 벗고 들어갑니다. 또 최후에 비틀거리며 집으로 돌아와서도 기어코 신발을 벗고 들어가고, 외부인들이 신발을 신고 침입하자 "왜 남의 집에 신발을 신고 들어오고 지랄이야"라는 대사를 합니다. 선악에 대한 부분은 아니지만, 역시나 개인이 가진 선이라는 의미에서는 이런 부분도 있었죠. 박서준 역시 지진 발생 당시 트럭에 깔린 여성의 남자친구가 자리를 뜨고난 이후에도 최선을 다해 여성을 구하고자 했고, 외부인 모자가 문을 두드렸을때 최초 문을 열어준건 박서준이였고 "문을 열어준 곳도 여기뿐"이라는 대사가 나옵니다. 또 박보영의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는 안다, 오빠는 나쁜 짓 하고도 살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 라는 대사를 보더라도 박서준은 근본적으로 선한 인물이라는걸 알 수 있습니다. 그런 박서준이 본인의 선한 인간성을 잃어가면서까지 지키고자 했던건 가족, 즉 박보영입니다. 그런데 박보영을 지키기 위한 선택이 갈수록 박보영과 괴리되는 원인이 되죠. 박보영의 언행은 트롤이라는 표현에 저는 거부감이 조금 있는데, 트롤짓을 안했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박보영은 인간이 가지는 일종의 양심, 혹은 최소한의 선을 의인화해놓은 인물에 가깝고, 그런것들은 논리적인 대안 제시와는 상당히 떨어져있는 부분이거든요. 우리 마음속의 양심이 하는 말들은 "이러저러하기 때문에 이렇게해야한다" 라기 보다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해야하는 일들에 대한 이야기니까요. 그리고 인간은 이성과 감성이 섞여 있는 존재라는 점까지 생각하면 보다 박보영 언행이 이해가 가는 부분이 많아지더라고요. 부녀회장은 이병헌을 꼭두각시로 앞에 세우고 뒤에서 배후조종하는 모습을 원했던것 같으나, 실질적인 물리력 + 생존에 필수불가결한 방범대가 아니면서 생기는 힘의 차이를 결국은 극복하지 못했습니다. 또 감정이 배제된 실용적인 시스템을 만드는 역할을 했고 시스템에 따라 움직이는것 같았으나, 아들의 사망 순간 결국은 인간으로 돌아와 감정에 휘둘리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인간은 이성만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걸 반증하는 인물이기도 하고요. 소장 역은 부상 이후에 하는 역할이 없어 배급이 적습니다. 그런데 소장의 부상은 외부인과의 충돌과정에서 생긴거거든요. 일종의 상이용사라고 생각하면 머리가 복잡해지는 부분입니다. 또, 결국은 이에 불만을 가진 소장이 외부인을 끌어들이는 역할을 하게 된다는 점 까지 생각하면 더더욱요. 하는만큼 배급한다는게 너무나 심플하고 당연한 사실 같지만 인간 사회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는 점을 보여주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외부인 입장에서는 이미 쫓겨난 순간 돌이킬수 없는 사이라고 봐야겠지만, 이후 떼로 몰려다니며 약탈을 벌이고, 외부인들을 바퀴벌레 취급하고, 이빨을 모은다고 시체를 능욕하고, 그 이빨로 아이들 장난감으로 삼는 등, 황궁 아파트 측에서 감정적으로도 선을 넘는 일을 지나치게 많이 했습니다. 이것 역시 인간은 이성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부분이라고 봐야겠죠. 이런 디테일들이 담겨있는 영화라서, 더 많이 생각하게 되었고 그런 면에서는 상당히 좋은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마지막에 꼬라박았다는 의견에 동의하면서도, 더 아쉽기도 합니다. 단순히 생각하면 스테인글라스 뒷편으로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장면에서 끝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긴 한데... 모르겠네요.
24/01/07 10:26
전 오히려 박보영이 다른 스케빈저 무리에서 살아가는 게 마음에 들었습니다. 인간에게는 선한 마음이 남아있고, 아비규환에서도 인간성을 유지 해야 인간으로 살아갈수 있다는 엔딩이니까요.
24/01/07 11:24
솔직히 말하자면, 영화가 19금이었으면, 부상당한 남편을 데리고 가는 것을 목격한 노숙자는 인육을 먹고 있는 것이었으며, 잠시 쉬러 앉은 부부에게 노숙자들이 습격해서 그대로 파멸하는 엔딩으로 갈 수도 있었습니다..
제가 생각한것과 완전 같습니다 김민성 죽고 유리창에 비친 인물들은 노숙자 무리였고, 주명화의 끌려가는 비명과 함께 김민성이 선물한 머리핀이 떨어지고 클로즈업 되는건 어땠을지
24/01/07 12:30
콘유 후기는 피지알에 생각보다 많습니다.
댓글마다 수작이다 범작이다 후기가아쉽다 평이 많은데 이런 반응들만 봐도 저는 충분히 수작이라 봅니다. 의견내놓을게 많고 생각할거리를 주는 영화니까요
24/01/08 13:38
명화 포함해서 모든 인물들이 그냥 인간으로서 있을 수 있는 범위의 판단과 행동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제일 많이 비판받는 명화의 언행이 결국 의료지원 제외하면 공동체의 생존에 도움이 된 게 없다시피하지만 저런 상황이 벌어지면 명화같은 사람이 없을까? 생각해보면 한명쯤은 있지 않을까 싶더라고요. 결국 많은 사람들에게 고구마를 준 명화만 살아남는 게 불합리하다고 느끼는 분들도 많지만 저 작품에서 명화는 혼자 살았다고 행복할 수는 없는 인간인 게 아이러니가 아닐까 싶습니다. 까이는 이유와 동일하게,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상에서 생존을 장땡으로 생각 못하는 인물이기 때문에 아마도 평생 민성의 죽음을 짊어지고 괴로워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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