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3/12/10 20:30:53
Name aDayInTheLife
Link #1 https://blog.naver.com/supremee13/223288492059
Subject [일반] <헤드윅> - 신도, 인간도 아닌, 오직 헤드윅.(약스포)
<헤드윅> 재개봉을 보고 왔습니다. 워낙 유명한 작품인 만큼 제가 어떤 첨언을 하는 것도 의미 없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상 하던 대로, 저는 보고 후기 비슷한 걸 남겨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헤드윅>은 한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성전환 수술에 실패했고, 어렸을 때 가정성폭력의 대상이었으며, 연인은 본인을 버리고 자신의 곡으로 성공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캐릭터에게 연민을 느끼기는 쉽지 않습니다. 본인이 배배 꼬인 사람이기도 하고 (변호를 하자면, 이런 일을 겪고도 심사가 안 뒤틀리는 것도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만) 과장된 금발 가발과 화장, 금기를 가벼이 여기는 이 인물을 영화도 딱히 동정하라는 식으로 몰진 않습니다.

하지만, 화려하고 시끄럽게 시작한 이 록 뮤지컬은 결국 화장기가 가신, 담담한 곡에서 관객을 끌어들이는 힘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사랑을 갈구하는, 어떤 한 '사람'으로서 영화는 최대의 흡인력을 자랑합니다. 결국 이 순간이 영화에서 가장 빛나는,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장면이 아닐까 싶습니다.

동시에, 영화는 플라톤의 '향연'에서 영향을 받은 이야기가 메인 테마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사람이 원래 두 명이 하나의 생명체였으나, 신에 의해 둘로 갈라져 서로의 짝을 찾기 위해 평생을 보낸다는 이야기가 그 테마인데요. 그 이야기를 통해서 영화를 들여다봤을 때, 사랑을 갈구하는 한 사람의 이야기로 읽힐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영화에서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건 '소수자'의 이야기입니다만, 어떤 정치적 구호나 사회적 메시지로 읽히기보단 사랑받고 싶으나 사랑 받지 못한 한 사람의 이야기로 읽히는 느낌이 강하네요.

p.s. 제목은 게임 <바이오쇼크>에서 따왔습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23/12/10 21:54
수정 아이콘
영화 안에 나오는 노래 하나하나가 다 명곡인~
aDayInTheLife
23/12/10 21:56
수정 아이콘
정말 좋더라구요.
23/12/10 22:11
수정 아이콘
뮤지컬은 더 좋습니다
내년초에 올라온다는 소문 있던데 보러 오세요
크크크
크낙새
23/12/10 22:52
수정 아이콘
Wicked도 2016년에 예술의 전당에서 봤네요. 차지연 엘파바에 아이비 글린다~
크낙새
23/12/10 22:42
수정 아이콘
뮤지컬을 관람했다는건줄 알았는데 영화였네요.
전 2016년인가? 경기아트센터 공연때 변요한 헤드윅을 봤습니다. Angry Inch가 뭔가 했는데 성전환수술 실패후 남은 살덩이를 이야기 하는거더군요. 글쓰신걸 보니 영화로도 보고 싶네요.
aDayInTheLife
23/12/11 08:00
수정 아이콘
영화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외려 좋았죠.
크낙새
23/12/10 22:59
수정 아이콘
뮤지컬이 관객 남녀비율이 2:8 정도 인걸로 아는데 헤드윅은 거의 1:9 정도 되는거 같았습니다. 공연 시작할때 무대가 아닌 객석 옆에 관객 출입문이 열리면서 헤드윅이 짠 하고 등장하는데 거의 광란의 분위기....뮤지컬로도 꼭 보시길 추천합니다.
aDayInTheLife
23/12/11 08:00
수정 아이콘
그렇군요. 뮤지컬도 궁금해지네요.
23/12/10 23:09
수정 아이콘
2005년도인가에 대학로 소극장에서 조승우의 헤드윅을 봤었습니다. 엄청난 쇼크였던...
aDayInTheLife
23/12/11 08:01
수정 아이콘
얘기는 많이 들었는데 정작 접한건 영화가 처음이네요.
2'o clock
23/12/11 14:06
수정 아이콘
(수정됨) 조승우도 좋지만 오만석의 헤드윅도 엄청 좋았습니다. 초연 ost 구하고 싶네요.
https://youtu.be/Vs7WtIl4Euk?si=AAtHb_h6uWwVJVKc
aDayInTheLife
23/12/11 14:07
수정 아이콘
흐흐 아무래도 우리나라에서는 뮤지컬이 초히트작이긴 한거 같네요. 저도 궁금해짐..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00703 [일반] 삼만년만에 노트북을 교체하려다 놀란것들 [42] 자급률10553 24/01/14 10553 2
100672 [일반] 불같은 사랑을 했던 나에게 내가 남기는 회고록 [10] 나선꽃5645 24/01/09 5645 27
100669 [일반] 골수 서구인인줄 알았던 내가 알고보니 MZ유생? [22] 사람되고싶다9235 24/01/09 9235 25
100667 [일반] pgr 삼촌의 시티팝 추천곡 [26] 라쇼8737 24/01/08 8737 21
100654 [일반] [스포일러] 콘크리트 유토피아 관람 후기 [21] 류지나8552 24/01/07 8552 8
100652 [일반] 영화 '괴물' 뒤늦고 가벼운 후기 (노스포) [13] 라라 안티포바5756 24/01/06 5756 1
100648 [일반] 의사분들 환자에게 관심 있으신게 맞죠? [95] Pikachu14410 24/01/05 14410 27
100646 [일반] [서평] '변화하는 세계질서', 투자의 관점으로 본 패권 [50] 사람되고싶다8862 24/01/05 8862 18
100593 [일반] 정보화시대에서 정보를 찾는 것의 어려움의 아이러니(feat. 노트북 사면서 느낀점, 뻘글) [18] 랜슬롯5950 23/12/30 5950 5
100559 [정치] [스압] 2023년 한해를 정리하는 오브디이어 A to Z [7] 말랑5235 23/12/27 5235 0
100542 [일반] 두 번째 연애 이야기 [6] 피우피우6531 23/12/24 6531 16
100539 [일반] 레데리2 스토리 66% 잡담 [25] 그때가언제라도7741 23/12/23 7741 1
100536 [일반] 선즙필승 = 과학 [16] 숨고르기9720 23/12/23 9720 9
100516 [일반] [웹소설 후기] 악(惡)의 등교 <스포주의> [10] 일월마가6546 23/12/20 6546 3
100485 [일반] 보고 읽은 것 푸른 눈의 사무라이(넷플릭스) / 가여운 것들(엘러스데어 그레이) - 스포 주의 [4] mayuri6525 23/12/16 6525 1
100482 [일반] 커뮤니티에서 외모에 대한 선망은 다른 부러움과 다른거 같다. [15] 마트과자10064 23/12/15 10064 0
100475 [정치] 제3지대는 어디로... [137] 대장햄토리14704 23/12/14 14704 0
100454 [일반] <헤드윅> - 신도, 인간도 아닌, 오직 헤드윅.(약스포) [12] aDayInTheLife5080 23/12/10 5080 0
100441 [정치] 이준석, 좌성회, 류호정 넥슨 남혐손 입장 [54] brpfebjfi13195 23/12/09 13195 0
100438 [일반] [일상글] 인생 확장팩 36+1개월 플레이 후기 [38] Hammuzzi6807 23/12/08 6807 28
100431 [일반] 기습애니추천 [27] 키모이맨6945 23/12/08 6945 7
100412 [일반] 4분기 애니메이션 중간점검 [54] Kaestro7416 23/12/05 7416 1
100409 [일반] 허수아비 때리기, 선택적 분노 그리고 평행우주(4.추가) [252] 선인장18713 23/12/05 18713 27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