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을 나름 뜻뜻하게 달궜던 부울경 메가시티는 지선 이후 파국을 맞습니다. 민주당 도지사, 시장들이 주도하던 프로젝트인데 셋 모두 국힘으로 바뀝니다. 그나마 박형준 부산시장은 나름 의욕적이었는데(이명박 정부 시절 5+2 광역 경제권 추진하더 사람임) 경남도지사와 울산시장은 빨대효과의 우려로 파토냅니다.
참 아쉬울 수밖에 없습니다. 흔히 부울경, 동남권 메가시티라고 부르는 부산울산경남특별연합은 법적 근거를 지니고 권한도 일부 이양받는 실체였거든요. MOU 맺었다가 시장 바뀌면 파토내는 식의 임시 조직이 아니란 소립니다. 그러나 결국 여러 이유로 파토나고 결국 다시 부울경은 각자도생의 시대로 나아갑니다.


사실 부울경이라고 많이 묶고 실제로도 교류는 많지만 수도권과 비교하면 꽤나 뜻뜻미지근한 연결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압도적인 서울 일극 체제인 수도권과는 다르게 주체마다 다 덩치가 있는 상호 보완적인 경쟁관계에 가깝습니다. 수도권처럼 자발적으로 서울에 붙어서 콩고물 받아먹는 구조와는 다르죠. 알력다툼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그 위에서 조정해줄 기구가 절실했습니다. 중앙정부가 있긴 하지만 사실 여기에 별 관심이 없으니까요. 선거용으로 단발성 공약이나 남발하다 떠날 뿐 장기적인 시각이나 비전따윈 없습니다.


부울경 젊은이들이 떠나는 이유는 결국 일자리 부족입니다. 사실 썩어도 준치라고 제조업 일자리는 그래도 좀 있는 편입니다. 문제는 제조 이외의 사무직이죠. 우리나라 대기업 본사는 죄다 수도권에 박혀 있습니다. 좀 내려가봐야 충청도? 당연하다면 당연한 게, 전국을 넘어 세계적으로 경영하려면 서울이 입지가 제일 좋거든요. 근데 그러면 사무직 구직자들은 마땅한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죄다 수도권으로 빠질 수밖에 없죠. R&D 연구직도 마찬가지고요.

본사 기능을 서울과 경쟁하기는 솔직히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제조라도 잘 돼야 하는데... 아시다시피 질이 문제죠. 부울경 주력 산업은 조선, 정유, 자동차, 기계 등인데 죄다 상태가 뻑적지근합니다. 사실상 제조업 중에서도 한물간 저부가가치 산업만 갖고 있어요. 그나마 정유나 자동차는 나은 편인데 이것도 경쟁이 심화되고 미래를 내다보기엔 좀 무리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제조업이라도 좀 부가가치가 높은 첨단산업 위주로 유치를 해야하는데... 첨단산업? 반도체? 인력 수급 이유로 죄다 수도권에 몰려갔습니다. 배터리? 충청권 위주로 돌아가더군요. 그나마 소재는 전국구로 퍼지고 포항에도 좀 많은데 셀은 죄다 충청도더군요. 울산에 전기차용으로 삼성 SDI 공장이 있긴 합니다만 부족하죠. 결국 제조업도 구조상 임금이 높을 수가 없으니 더더욱 (괜찮은) 일자리가 부족한 거고요. 솔직히 기반 잡힌 기존 세대면 모를까, 이제 취업하는 세대라면 공장을 가더라도 돈 많이주는 수도권을 가지 열악한데를 왜 가겠습니까...


결국 살아남기 위해서는 아직 수도권이 선점하지 않은 분야의 R&D라든지 제조 관련에 특화해서 고오급 일자리와 산업을 늘려야하는데... 힘을 다 모아도 힘든 판국에 각자가 자기 지자체 이익을 따질 수밖에 없는 현재로써는 힘들죠. 저라도 부울경의 판교를 만든다 치면 죽어도 우리 지자체에 넣자고 하겠습니다.


그냥 각자 협력을 하자기에는 특히 부산이 좀 많이 절박합니다. 울산? 그래도 공장 잘 돌아가고 투자도 요새 많이 받습니다. 창원? 힘들지만 그래도 제조업 공장 많고 방산이 숨통을 틔어주긴 하죠. 부산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저 인구 원툴. 가덕도 신공항이나 신항에 그렇게 힘을 쏟는 이유가 거기에 있습니다. 제조업은 기반이 약하고(있는 것도 하필 르노임) 고급 일자리는 죄다 서울에 몰리는 상황에서 답은 인프라 투자와 물류 정도밖에 없는 거죠. 엑스포 유치에 사활을 건 것도 그렇습니다. 결국 엑스포 유치해서 인프라에 돈 쏟아 붓는 거 말곤 방법이 없거든요. 문제는 그게 애초에 안 될 싸움이었다는 게 문제지...

사실 처음엔 부산이 인구규모만 믿고 오만해서 자꾸 양보 안하다 파토내는 줄 알았습니다만... 애초에 양보는커녕 당장 생존에 급급해서 어거지라도 쓰고 있는 거 같습니다. 문제는 그렇게 고수하면 타 지자체가 꼴받아서 협력이 안된다는 거고. 당장 부산 신항만 해도 60%는 경남 부지인데 둘이서 주도권 다툼 하고 있습니다... 신항 운영은 물론 그 배후지 조성에서도 자기네 유리하게 주도권 다툼 하고 있는데 협력이 될 리가 없죠...


울산이 그나마 상황이 제일 괜찮습니다. 조선이 힘들긴 해도 정유 자동차 등 제조업이 탄탄하니까요. 근데 그래서인지 협력에 별로 필요성을 못느끼는듯 합니다. 오히려 해오름 동맹인지 뭔지로 포항, 경주 쪽에 붙으려는 느낌이고...


그나마 제가 가장 주목해서 보고 있는 게 부산-마산 철도입니다. 창원과 부산 도로교통 출퇴근시간 정말 헬입니다. 이게 철도로 연결되면 시간도 빨라지고 수송도 분담 돼서 교류도 훨씬 잦아지겠죠. 심리적으로도 훨씬 가까워지고요. 서울에서 1호선이나 무궁화 타고 수원 가는 정도? 하지만 이것도 20년도에 지반 문제로 터널 무너지고 아직까지 그거 뒷수습하고 있습니다. 빨라야 내년 후반 개통이라네요. 이렇게 밀린 것만 몇 번째인지 생각하면 사실 내년도 불투명합니다. 그리고 뚫려도 문제에요. 국토부에서 전철 수요 안나온다고 배차간격 90분짜리(...) KTX-이음 넣겠다고 하거든요. 효과가 확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GTX 같은 건 전국민적인 관심이 몰리고 정치권, 대통령도 방문하며 힘을 실어주는데 여긴 뭐 아무도 관심이 없습니다. 지방 사업이 다 그렇긴 하지만요.



이렇게 각자 따로 놀아 제대로 대응도 못하고 미래 먹거리도 점점 수도권, 충청권에 몰려 천천히 고사할 것 같은 암울한 걱정이 듭니다. 특히 부산은 이대로 놔두면 진짜 처절하게 몰락할 것 같아요.

정치권도 죄다 눈이 수도권에만 쏠려 있어 지방엔 관심이 없고, 지자체장이란 사람들도 지방에 대한 애착보다는 중앙정치의 발판 정도로 생각하는 느낌이 드는데 앞으로 개선이 될 수 있을런지 싶습니다. 뭐 결국 이대로 가면 충청권까지 확장한 수도권에 인구 산업 다 몰려가는 결말이 나지 않을까싶습니다만... 할데까진 해봤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