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3/10/28 15:48:10
Name 계층방정
Subject [정치] 갈등이 있어서는 안 되는 나라 - 대한민국
인터넷에서 떠도는 화젯거리는 예전에 나왔던 게 또 새롭게 등장하는 것들이 많습니다. 단순히 수고스럽지 않게 검증된 화제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일 수도 있지만, 그 화제가 시간을 초월한 화제라서 그럴 수도 있지요. 그런 글감 중 하나로 “한국은 (무슨무슨) 갈등이 세계 1위”가 있습니다. 얼마 전 PGR21 유머게시판에도 한국은 남녀갈등이 세계 1위라는 설문조사 결과가 올라왔었는데, 이것도 새로운 것이 아니고 예전 글이 그대로 올라온 것입니다. 이는 한국 사회의 높은 갈등지수가 최근 두 번 발표된 적이 있기 때문인데, 한 번은 전경련의 2016년 조사, 또 한 번은 영국 여론조사 기관 입소스의 2021년 조사입니다.

전경련 조사 결과는 아래 한겨레의 인용 기사로 갈음합니다.

https://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1008235.html

입소스의 조사 결과는 입소스 한국 홈페이지에 간략하게 정리되어 올라왔습니다.

https://www.ipsos.com/ko-kr/culture-wars-in-south-korea

이 입소스 조사 결과에서는 12가지 영역 중 무려 7가지(정당, 이념, 빈부격차, 남녀, 학력, 종교, 세대)에서 1위를 차지했고 나머지 영역에서도 다들 상위권에 있습니다. 이 조사 결과는 두 가지 수용 태도를 보이는데, 하나는 정말로 한국 사회의 갈등이 세계적으로 심각하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한국 사회가 갈등에 지나치게 예민하게 반응한다는 것입니다. 이 글에서 저는 두 번째 태도를 택하겠습니다. 한 가지 예를 들죠. 한국은 종교 갈등의 심각성이 1위로 집계되었는데, 이는 종교가 다르다고 정말로 사람을 죽이는 인도보다도 더 심각한 수치입니다. 과연 정말 한국의 종교 갈등이 인도보다 심각한 걸까요? 아니면 한국인이 종교 갈등을 인도인보다 훨씬 더 민감하게 느끼는 걸까요?

오늘은 좀 통속적이고 너무나 일상이론적인 얘기지만, 한국이 일제시대와 6·25 전쟁을 거치면서 갈등은 나라를 망치는 것이라는 생각이 머릿속 깊이 박혔기 때문에 갈등에 예민해졌다고 생각합니다.

일제시대 일본은 한국이 마땅히 망해서 일본에 병탄되어야 할 나라라고 주장하기 위해 '한국의 민족성'이라는 것을 만들어내서 부정적인 것으로 한국인들의 머릿속에 새겨넣고자 했습니다. 그 중의 하나가 당파성론이라고 하는 것으로, 한국인은 서로 당파를 지어 싸우기만 하고 서로 손잡고 나라를 발전시키고자 하지 않기 때문에 망해야 마땅하다는 것입니다. 이 주장은 사실관계부터 시작해서 여러 가지로 반박이 되었습니다만, 당파를 짓는 것과 서로 싸우는 것을 부정적으로 인식하게 했습니다.

물론 갈등 중에는 사회에 악영향을 끼치는 것도 많습니다만, 이게 갈등이 아예 존재하지 않아야 한다는 식으로 나가면 갈등에 적절히 대처해나갈 수 없게 합니다. 갈등보다 더 확실히 악영향을 끼치는 쓰레기로 비유해 보죠. 쓰레기가 없어야 한다고 집안에 쓰레기통을 없애버리면 쓰레기가 없어지는 게 아니라 집안이 쓰레기통이 되죠. 마찬가지로 갈등이 없어야 한다고 주장하기만 하면 아주 사소한 갈등이 생겨도 사회가 갈등투성이로 느껴질 수밖에 없습니다.

6·25 전쟁은 갈등의 악영향을 훨씬 더 파괴적으로 만들었습니다. 단지 이념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동질적인 한국인들이 수십만 명을 서로 족이고 죽였습니다. 원래부터가 동질적이었던 한국인들에게 이념 하나만의 차이로 이런 심각한 갈등을 겪고 나니, 한국에서 갈등과 차이란 있어서는 안 되는 것으로 더 마음 속에 박힐 수밖게 없게 되었습니다. 차라리 예전부터 존재하던 갈등으로 다투었으면 모를까 그 전에는 존재하지 않던 이념이란 갈등으로 이런 엄청난 사건을 겪었으니 말이죠. 그러니 갈등이란 곧 전쟁이라는 나쁜 인식이 박혔고, 지금도 한국 사회는 갈등을 전쟁처럼 처리하는 미숙한 갈등 처리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갈등은 곧 공동체의 주권을 빼앗기는 길, 갈등은 곧 전쟁으로 가는 길이라는 나쁜 인식이 생겼고, 갈등이 있어서는 안 되는 나라 대한민국을 만든 게 아닐까 합니다. 덧붙여, 갈등이 생기기만 하면 '적대 세력의 분할통치(디바이드 앤 룰) 전략이다', '투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만 높아지고요.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인센스
23/10/28 17:37
수정 아이콘
사실 갈등 없는 나라가 독재국가인데말입니다.
장국영
23/10/28 18:32
수정 아이콘
그렇습니다. 국회는 서로 논리와 말로 싸워야하는 곳인데 말이죠. 조용한 국회가 더 위험합니다.
23/10/28 18:05
수정 아이콘
일본에도 비슷하게 갈등과 의견차이를 억압하는 경향이 있는 걸 보면 한국전쟁이 원인인가 싶어요.
저는 보수적/과거지향적이며 수직 계층/서열 사회를 지향하는 유교 문화의 잔재 탓이라고 보는데요.
‘세상이 어때야 하는지 사람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는 이미 다 정해져 있다(옛 성현 말씀, 미풍양속, 일반 시민의 상식)’는 관념이랑 ‘윗사람 말 또는 다수의 결정에 따라야 한다’는 관념이죠.
옛 세대로 갈수록 의견이 다른 것 자체를 견디지를 못하는 것 같아요.
23/10/28 18:11
수정 아이콘
예전에는 갈등이 없었던 시대가 너무 오래 지속되어서 그런것같습니다.
겟타 세인트 드래곤
23/10/28 18:17
수정 아이콘
일사불란?
그런건 군대에서나 찾으라고
사실 군대에서도 그따위 것은 없지만 말이죠
앙겔루스 노부스
23/10/28 21:49
수정 아이콘
뜬금없는 소리지만 일사[불]란이라고 쓰는, 비전문직인 사람을 보니 너무 반갑네요... 일사분란이라고 쓰는거 볼 때마다 때려주고 싶십니다...
23/10/28 22:07
수정 아이콘
싶십니다.. 라고 쓰는거 볼 때마다 때려주고 싶습니다.
미드웨이
23/10/28 19:01
수정 아이콘
전 좀 다르게 생각하는데 그 원인은 갈등에 대한 태도라기보다는 [향상심]이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남들보다 나아야 하고 내 자식이 남의 자식보다 나아야하고 내가 속한 집단이 남이 속한 집단보다 나아야하고 내 국가가 남의 국가보다 나아야 한다.

라는 사고방식이 굉장히 심한 나라인거죠. 향상심이란 결국 현재에 만족하지 않고 불만을 가져야지만 나올수있는것이기에 당연히 사회에 대한 평가 역시 불만 수치가 월등히 높게 나올수밖에 없는거죠. 갈등에 대한 통계는 향상심이 일으킨 태도의 일부분만을 보여주는것이지 갈등에 대한 태도 그 자체는 부차적인 문제라고 봐요. 이 향상심이야말로 한국을 폐허에서 선진국으로 만들어낸 힘이지만 이젠 독이 되어가고 있고요.

저출산의 원인을 여러가지로 지목하는데 가장 큰 원인으로 2개를 꼽자면 개인주의와 향상심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개인주의에 따라 갈수록 타인과의 접촉은 적어지는데 정작 향상심은 너무 높아서 타인과의 비교는 계속되니, 2가지가 환장의 콜라보를 벌여서 결혼은 남들보다 잘해야하는데 짝을 알아보러 힘을 쓰기는 싫음. 내 아이는 남들보다 잘살아야하는데 아이는 낳기 싫음. 이라는 결과가 나오는거죠.
미드웨이
23/10/28 19:11
수정 아이콘
실제 부패 수치는 그리 높지 않다고 조사되었지만 사회가 부패하다고 생각하는 부패인식지수는 높게 조사되는것. 한국은 국제사회내에서 논란의 여지없이 선진국으로 인정받는 국가이지만 한국인들의 많은 수는 선진국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 이런것만 봐도 한국인이 가진 향상심에서 나온 사회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볼수가 있죠.

이런 태도는 결국엔 자신에 대한 부정적 시각 역시 초래할수밖에 없고 그러니 자기 자신을 더 높은 사람으로 보이고 또 자기 스스로 그렇게 생각하기 위해서 인구와 경제력에 비해서 세계에서 가장 많이 명품을 사고 독일3사/스포츠카를 가장 많이 사는 나라가 되는거죠. 그래야만 자신의 향상심을 만족시킬수있으니까요.
미드웨이
23/10/28 19:23
수정 아이콘
제가 만약 저출산을 해결할수있는 지위에 있는 대통령이나 고위직에 있는 사람이라면 물론 다른 해결책도 필요하겠지만 무엇보다

[향상심]을 줄이기 위해 노력할겁니다. 그게 가장 좋은 해결책이에요. 개인주의의 흐름은 되돌릴수없지만 향상심은 낮출수있습니다.

한국은 다이나믹한 나라이기때문에 국민들이 가지고 있는 인식이나 태도는 국가가 주도적으로 나서서 각종 매체를 통한 홍보를 통해서 어느정도 선까지는 빨리 바꿀수있다고 봅니다. 결혼에 대한 지원 출산에 대한 지원 같은 것도 물론 필요합니다만 거기에는 정말 엄청나게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어야합니다. 반면 향상심을 낮추기 위한 매체 활용은 그보다는 훨씬 적은 돈이 들죠.

그러나 아무리 봐도 국가가 지금 그런 시도를 하는것 같지는 않아요. 이렇게 언론과 매체가 파편화되기전에 빨리 이루어졌으면 이정도까지 출산율이 박살은 안났다고 보는데 소잃고 외양간이라도 지금이라도 해야죠. 이제 파편화가 심해져서 이전보다 더 많은 예산이 들겠지만 국민들이 사회와 국가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가지고 있고 비교문화가 발생시키는 해악이 이제 너무나 막대해졌다는걸 국민들에게 인식시켜야합니다.
피우피우
23/10/28 19:26
수정 아이콘
그런 시도를 안 해본 건 아닌데 했을 때 사다리 걷어차기 취급하며 얼마나 욕을 먹고 조롱을 당했는지 다들 기억하기 때문에..
미드웨이
23/10/28 19:34
수정 아이콘
그건 결국 정권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염려한것에서 나온 해결책이었기때문에 국민들에게 받아들여지지 않은거겠죠. 그게 아니라 저출산이라는 국민들이 공유하는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서 제시한다면 결과는 다를수있지 않을까요. 어느 정권도 저출산을 해결못하고 갈수록 심해지기만 하니 정권의 책임문제에서는 어느정도 벗어날수있거든요. 모두다 못했으니까.
피우피우
23/10/28 20:04
수정 아이콘
그렇다기엔 '따뜻한 개천'류의 담론은 복지국가 지향하는 중도좌파 쪽에선 상당히 오래 전부터 꾸준히 얘기해오던 거였죠. 그런데 이런 얘기를 하는 사람들이 재야에 있다가 제도권으로 올라오니 담론 자체에 대한 국민적 반발이 엄청났습니다.

말씀하시는 요지에 대부분 공감하지만, 저는 정권의 캠페인 수준으로 단기간에 국민 정서를 바꾸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의 대한민국 사람들은 다른 건 참아도 내가 위로 올라가는 걸 어렵게 만드는 건 절대 못 참아요.

국민 정서나 문화를 바꾸려면 김영란 법처럼 아예 법으로 강하게 틀어막거나 교육과 캠페인으로 장기적인 변화를 도모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향상심 가지고 노력하는 걸 법으로 금지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 후자도 적어도 큰 틀에서 이게 옳은 방향이라는 국민적 컨센서스가 있어야 가능하죠. 저출산 대책 얘기하면 맨날 나오는 얘기 있잖아요. '돈 퍼줘라'. 사람들이 원하는 건 더 부유하게 해달라는 거고 향상심 줄이는 건 정반대 방향인데 공감을 얻을 수가 없죠.

그냥 이렇게 극한의 향상심을 가진 문화로 쭉 살다가 이게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걸 국민들이 스스로 깨닫고 변화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23/10/28 21:15
수정 아이콘
그런 담론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개천이 따뜻한걸 직접 증명하면 되는데, 현실은 그런 사람들이 개천에 안들어갈려고 아둥바둥거리는 모습으로 "항상심이 답이다"를 증명하셨죠.
피우피우
23/10/28 21:17
수정 아이콘
그거야 지금은 개천이 따뜻하지 않으니까요?
개천이 따뜻하지 않은 게 문제니 따뜻하게 만들자는 거고, 지금은 차가우니 당연히 들어가기 싫은 건데 지금 차갑다는 이유로 따뜻해선 안 된다는 건 뭔가 좀 이상한 논리죠.
23/10/28 21:20
수정 아이콘
개천은 따뜻할수가 없습니다. 행복은 상대적인 거니까. 소위 말하는 그런 오피니언 리더들이 스스로 개천으로 많이들 내려오면 모를까.
피우피우
23/10/28 21:27
수정 아이콘
(수정됨) 그러니까 우리나라 사람들 인식이 님이 얘기하는 것 같은 상태니 정권이 캠페인으로 인식 바꾸는 건 불가능하다는 겁니다.

행복은 자기 마음가짐에 달린 건데 개천이 따뜻할 수도 있지 불가능할 건 없죠. 따뜻한 개천에 만족하는 문화를 가진 나라들도 있어요.

당연히 개천보다는 넓은 물이 더 쾌적하고 가난한 삶보다 부유한 삶이 더 행복할 가능성이 높죠. 그 사실을 바꾸려 하거나 부정하는 게 아닙니다.

그리고 향상심을 배척하는 것도 아닙니다. 오피니언 리더쯤 되면 상당한 성취를 이뤄낸 사람들인데 이런 사람들이 본인 스스로는 개천 싫어하는 걸 뭐라고 할 순 없죠. 억지로 끌어내리려는 것도 이상하고.
피우피우
23/10/28 20:10
수정 아이콘
조금 덧붙이면 저도 말씀하신 방향이 옳다고 생각하고, 인식 변화가 저절로 일어나진 않기 때문에 오피니언 리더들이 계속 너무 심한 향상심을 경계하는 얘기를 해줘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런 가치관을 중심으로 하는 정치집단도 있어야하구요.

다만 수권을 노리는 집단이 이런 주장을 해야한다고는 못하겠습니다. 그랬다간 집권을 못해요. 했다가도 금방 뺏길 거고..
23/10/29 21:37
수정 아이콘
말씀에 동의하는데 그 향상심이라는게 자기의 발전에만 오롯이 신경을 쓰는 문화면 그나마 낫습니다. 하지만 요즘엔 자기보다 못한 사람을 까내리고 실패자로 낙인찍는 용으로 쓰는게 문제죠. 본인이 잘난건 그냥 잘났다 하면 되는데 본인보다 못살고 있는사람을 실패자로 낙인찍고 무능한 게으르고 사회에 도움안되는 잉여인생이자 무임승차자로 매도합니다. 그사람이 나름의 노력을 하거나 본인의 삶에 만족하거나 등등을 떠나서 말이죠. 게임커뮤니티니 게임으로 예를 들면 "다이아 미만은 사람아님" 풍조가 심해지는거죠. 결국 그 평균올려치기에 들지 못한사람들이 평범한 삶을 살고싶어도 실패자로 매도당하는 사회인데 예비 실패자 만들필요없이 셀프도태를 하는게 현재의 시국이죠. 적어도 평범히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멸시가 없어지는 방향으로 가는게 맞는거같습니다. 이런 분위기가 사회적 해악이 크다고 봐서요.
눕이애오
23/10/28 19:48
수정 아이콘
논의를 꺼내는 것조차 갈등조장으로 몰리는 것도 있는 거 같구 뭔가 그렇네요
밀리어
23/10/28 19:59
수정 아이콘
한국은 자유가 폭넓게 인정되지만 바꿔말하면 자유가 넓기때문에 갈등도 많은거라 느낍니다. 갈등이란건 소수여론vs다수여론도 포함이지만 본문은 팽팽하다는 의미로 쓰신 글이라 여깁니다. 이쪽 입장도 헤아려야 하고 저쪽입장도 들어줘야 하지요.

최근 노키즈존,군대관련 주제,사형제관련 주제에 대해 피지알만 봐도 팽팽한데 낙관론이지만 부딪치면서 조금씩 성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여기에는 조건이 붙는데 다른 사람의 의견에 무조건 따라가기보다
독자적인 판단으로 의견을 주장해야 합니다. 이렇게 하면 누군가에게 선동되는 일은 줄어들겠지요
경착륙
23/10/28 20:10
수정 아이콘
“국룰” 이라는 단어가 존재하는 나라죠. 다름을 용납하기 참 힘들어하는…
23/10/28 20:14
수정 아이콘
갈등은 건강한 인간 사회의 기본이죠. 그런데 언론은 악의적인 용어들로 이런 갈등을 오염시킵니다. "국론분열" "갈라치기" "사표" 등등, 이데올로기적으로 갈등을 나쁜 것으로 몰아 갑니다. 갈등이 문제가 아니라 갈등을 받아들이는 태도가 문제죠.
23/10/28 20:26
수정 아이콘
(수정됨) 저는 갈등이 사회가 다원화되고 복잡해질수록 생길수 밖에 없는 불가결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갈등을 다른 말로 옮기면 개인 혹은 특정 집단의 목소리 라고 얘기할 수 있지않을까요? 따라서 갈등은 없앨 수 있는게 아니라 갈등과 공존할 수 밖에 없다고 봅니다. 우리가 갈등을 갈등이라고 느끼는 이유는 집단이 각자의 목소리만 내고 평행선만 그리고 있지 대화를 안 하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더 나아가서 한국 사회가 갑자기 갈등이 많아졌다고 느끼는 이유는 위의 몇 분께서 말씀하셨지만 위에서 까라면 까는 흭일화된 사회에서 살다가 민주화 이후에 사회가 빠르게 다원화되는 과정에서의 혼란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라라 안티포바
23/10/28 20:35
수정 아이콘
독재정권에서 해방된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는 점,
징병제로 인해 사회에 일부 군대문화가 스며든 점도 무시못할겁니다.
임전즉퇴
23/10/28 20:42
수정 아이콘
(수정됨) 주관적으로 사회에 갈등 심하다는 대답 중 일부는 나랑 [틀린] 사람이 많다는 취지일 것인데 그렇다면 정말 객관적으로도 심하긴 하죠.. 근데 일치단결 상태라고 믿는 것보단 그나마 나은 것 같기도 합니다.
저기에 대답하라면 개인적으로 보통은 다 보통을 찍습니다.
23/10/28 21:04
수정 아이콘
보통하니까 생각났는데
상담원 만족도 조사에서 매우만족이아닌 보통을 누르면 고과에 나쁘게 평가되는것처럼 평가기준엔 좋음과 나쁨만 있는게 아닐까 싶네요 그러니 조금만 흠결이 생기면 매우나쁨으로 인식되고요
바이바이배드맨
23/10/28 21:10
수정 아이콘
밤거리 위험도에 대해 여성분들이 과도하게 높다고 비웃는 글이 유게에 올라온적 있었는데
그 통계 더 찾아보면 남자들도 과도하게 높더군요.

그리고 오히려 나이가들수록 실제상 위험하지만 통계상 오히려 젊을수록 위험성을 높게 인식하구요.
갈등과 위험이 문제다라는 매스미디어 영향도 큰거 같습니다.
23/10/28 21:26
수정 아이콘
좀 구별해서 얘기해야 하는데, 갈등이 없어야 한다는 것과 갈등으로 인한 사회통합을 해결해야 한다는 건 사실 굉장히 다른 얘기입니다.

정확히 사회통합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것이지, 작금의 한국 사회에서의 과도한 갈등 문제를 논의하는 경우 대부분 실제로는 이로 인한 사회통합 문제를 얘기하는 경우인 게 많습니다. 예를 들자면, 여당과 야당이 아무리 정책노선이 심각하게 다르고 선거에서 50대 50으로 치열하게 갈려서 싸운다고 해서 이게 문제라고 생각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오히려 건강한 사회의 활력이라든가 정책 경쟁이라고 표현되죠. 그런데 이게 정강이나 정책 선거, TV 토론 같은 것으로 표출되는 게 아니라 건강하지 않은 음모론과 포퓰리즘으로 얼룩지면 문제인 겁니다. 기능주의적으로 얘기하면 정치가 효과적인 사회통합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는 거죠. 근데 이걸 갈등이 문제라는 식으로 좀 비사회학적인 직관으로 대충 이야기하니까 본문같은 반응이 나올 수 있는 건데, 사실은 앞서 말했듯이 문제 지적하는 사람들 대부분도 갈등이 문제가 아니라 갈등으로 인한 사회통합 문제를 지적하는 경우가 많죠.

비단 정치뿐 아니라 세대간, 성별, 지역, 무엇보다 계급 등등 갈등 자체를 불온시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는 것은 원론적인 얘기입니다. 그런데 한국에서 사회통합 문제는 심각하게 봐야죠. 사회학의 가장 고전인 뒤르켐의 자살론의 주 명제가 자살율은 사회통합의 표현이라는 것이었고, 지금 한국에 뒤르켐이 있다면 출산율 가지고 또 명저를 썼겠죠.

첨언하자면 갈등의 객관적 강도(라는 걸 측정할 수 있다는 전제하에)와 그것이 어떻게 사회통합을 무너뜨리거나 통합에 이바지하는가 라는 것은 어느 정도 구별이 되는 문제인데, 후자의 경우 한국적 특수성은 역시 강도의 객관적 강도 자체가 높다는 것보다는 다원주의적 존재론을 인식론이 잘 따라가지 못하는 문화지체적 현상으로 인한 사회통합기제의 동요라는 측면일 것입니다.
계층방정
23/10/28 21:51
수정 아이콘
(수정됨) 위에서 매스미디어 얘기하는 댓글들이 좀 있는데, 말씀하신 것과는 달리 매스미디어에서 갈등으로 인한 사회통합 문제를 지적하는 것은 표면적이고, 실상은 갈등이 있는 것 자체를 문제시하는 보도들을 볼 수 있지 않나요? 표면적으로는 대화와 화해를 주장하지만 실상은 한쪽의 일방적인 굴복을 주문하는 것처럼요. 그렇지만 갈등이 없어야 한다는 것과 갈등으로 인한 사회통합을 해결해야 한다는 걸 구분해야 한다는 건 중요한 지적이라고 받아들입니다.
23/10/28 22:04
수정 아이콘
암시하시는 바와 같이 갈등 자체를 불온시하는 지배계급의 이데올로기 전략은 실존하며 영향력도 작지 않습니다. 동의합니다. 또 반대편에는 (갈등 억압이 아니라) 사회통합을 위한 노력도 지배계급에 대한 굴종 내지는 포섭으로 폄하하는 이데올로기 전략이 있고요. 선악을 따지기 이전에 이데올로기 투쟁 차원에서는 당연한 전략입니다. 다만 토론의 목적을 위해서는 학술적으로 구별할 필요가 있는 거죠. 본글에서 두 가지 해석방향을 얘기하셨는데 둘 중 어느 해석이 맞는가로 토론지평이 좁혀진 감이 있어요. 저는 위 입소스 여론조사에 드러난 한국인의 갈등과대평가 성향은 갈등의 객관적 강도보다 사회통합에 대한 실재적 위기감을 반영하는 측면이 크다고 봅니다.
머대리
23/10/28 22:17
수정 아이콘
민족성이라는 단어가 조심스럽긴 하지만,,

지금 우리나라 사람들의 성향은
밀집형 군집을 이루고
타인의 삶에 관심이 많고,
비교를 좋아하고,
물질적 가치를 중시하고,
여유가 없이 급하고,
도전보다는 안전, 안정 지향적이라고 느낍니다.

그 결과로
(외국에 비해)
먹고 살만함에도 출산률이 낮고,
강력 범죄가 적음에도 어쩌다 발생하는 범죄는 관심받고 재생산되고,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기보다 안정적인 보상을 받을 수 있는 분야에 경쟁이 몰리는
사회현상으로 나타나는것 같아요.

그동안 급격한 발전을 뒷받침했던 저런 성향이
극단적인 저출산으로 스스로의 목을 조여오는 상황인데,
표를 의식해서 세금도 혜택도 칼을 빼들지 못하는 정치는 그저 개탄스럽네요
번개맞은씨앗
23/10/28 23:13
수정 아이콘
갈등 자체가 잘못된 건 아니라고 봅니다.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있는 거죠. 어떤 사람은 마치 경쟁이 악인 것처럼 이야기하는데, 경쟁도 그 자체가 잘못된 게 아니라고 봅니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경쟁을 많이 했죠. 좋은 경쟁이 있고, 안 좋은 경쟁이 있으니, 좋은 경쟁을 하도록 시스템을 만들어가는게 필요한 거라 보고요. 그리고 갈등은 주목해볼 부분이 그 해결능력이라 봅니다.

갈등은 잘못된게 아니지만, 갈등 해결능력은 과연 뛰어난지 물을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그 부분이 취약하다고 봅니다. 첫째로 우리나라는 문화적으로 집단주의가 강하다고 봅니다. 집단과 집단이 감정적으로 싸울 뿐이죠. 둘째로 주입식 교육의 영향으로 사고력과 표현력이 그리 좋지 않다고 봅니다. 올해 초에 <위어드>란 책을 본 적이 있는데, 서양의 개인주의에 관한 책이었습니다. 칸트 등이 쓴 <계몽주의란 무엇인가>도 읽었고요. 결국 우리나라도 그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봅니다. 스스로 생각하는 자율적이고 독립적인 개인이 낯선 사람들과 협력하며 살아가는 사회 말이죠. 지금은 과도기인 거라 생각하고요. 앞으로 30년 후, 개인주의자들이 사회 주류가 되었을 때, 많은 변화가 있게 될 거라 생각합니다. 변화를 앞당길수 있는지는 미지수이고요.

다시 이야기하자면, 경쟁은 좋은 경쟁과 나쁜 경쟁이 있고, 그건 시스템에 따라 다른 것이니, 더 좋은 시스템을 만들고자 해야 하며, 갈등은 필요하지만 만약에 갈등 해결능력이 떨어지면, 갈등으로 인한 생산성이 떨어지니, 갈등 자체에 피로감을 가질 수는 있고, 이건 갈등 해결능력을 키워야 할 문제이다라고 봅니다. 갈등 해결이란 것은 모두가 일치된 의견을 갖는게 아니라, 그 갈등을 둘러싸고 서로가 더 많은 진실을 알게 되는 것, 그리고 집단주의 즉 소사회를 넘어서 대사회를 두고 공동체의식을 갖게 되는 것, 그리고 낯선 사람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는 것, 그리고 신뢰를 바탕으로 합의를 통해 실리적으로 더 많은 이로움을 추구하는 것, 그리고 더이상 시대에 적합하지 않은 관습과 문화를 깨버리고,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문화, 새로운 환경에 더 좋은 규칙을 적극적으로 만들어가야 하는 것 이런 것들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갈등과 그 해결에 있어서 책임은 정치권에게만 있는게 아니라고 봅니다. 문학과 예술도 그 책임이 있다고 봅니다. 저급한 문학, 저급한 예술은 사회 갈등을 해결하기는 커녕, 안 좋은 쪽으로 몰아가게 만들 것입니다. 문학과 예술에 대한 안목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더 질좋은 문화 컨텐츠를 요구해야 합니다.
퀀텀리프
23/10/29 09:49
수정 아이콘
정당, 국회, 언론 으로 많이 싸움으로 갈등이 해소 혹은 감소 되는 거죠.
안 그런 시대 - 삼국,고려,조선 - 는 이게 민란 이나 반란으로 나타나는 거죠.
부칸 같은 곳에는 그런 싸움이 없죠. 당과 수령님의 교시가 있을뿐이죠.
23/10/29 13:12
수정 아이콘
확실한 건 갈등이 있는 사회가 갈등이 없는 사회보단 건강합니다.
23/10/29 15:16
수정 아이콘
저도 동감합니다

일정 수준의 관리 가능한 스트레스는 사회발전의 원동력이라고 봅니다
로메인시저
23/10/29 16:01
수정 아이콘
행복은 여기에 있다는 말, 이 시대에 가장 필요한 말입니다. 우리 모두 지금 즉시 릴랙스 할 수 있어야 해요.
코도스
23/10/30 08:12
수정 아이콘
입소스 통계를 보면 갈등이 문제다가 아니라 갈등이 너무 커서 문제다라는 거 아닌가요?
계층방정
23/10/30 10:02
수정 아이콘
그렇죠. 그렇지만 그 갈등이 너무 크다는 판단 기준이 너무 빡빡해서 사실상 갈등이 없는 수준을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게 아니냐는 게 제 생각입니다.
안군시대
23/10/30 10:51
수정 아이콘
북한이라는 공동의 적이 있는 상황에서 우리끼리 분열하면 북한이 그 틈새를 비집고 들어와서 국가를 전복시킬거라는 공포가 거의 50년간 한국사회를 지배해 왔고, 그래서 갈등이란 국가안보를 위협할 수 있는 위협이라는 인식이 있죠. 그런 사회인식이 무의식중에 젊은 세대들에게도 주입되어 있을겁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00227 [정치] 서브컬쳐로 부정선거 홍보하는 국힘 정치인 [53] 기찻길14539 23/11/08 14539 0
100224 [정치] 태생적 한계를 가진 인요한의 혁신 [122] 눕이애오17321 23/11/08 17321 0
100221 [정치] "안철수씨 조용히 하세요"…식당 옆방서 고함지른 이준석 [215] 성격미남27941 23/11/07 27941 0
100204 [정치] 인요한 혁신위원장에게 영어로 대답한 이준석 전대표 [626] 주말31587 23/11/05 31587 0
100193 [정치] 인요한 영입도, 김포 편입도 그가 짰다…실세 이철규의 부활 [63] 빼사스23267 23/11/02 23267 0
100176 [정치] 육아 휴직 방식 변경이 추진되고 있나 봅니다. [117] 무냐고16108 23/10/31 16108 0
100175 [정치] 윤석열 정부, 자유시장경제 대신 포퓰리즘으로 가는가 [37] 계층방정12290 23/10/31 12290 0
100174 [정치] 여당 김포시 서울편입 당론추진 [161] DownTeamisDown14170 23/10/31 14170 0
100173 [정치] 상속세 세수를 전액 국민연금에 전입하자 [46] VictoryFood11203 23/10/31 11203 0
100167 [정치] 차기 총선 경기 북부, 포천-가평 여론조사가 나왔습니다. [52] 밥도둑13738 23/10/30 13738 0
100156 [정치] 이태원 참사 1주년입니다. [91] Rio16046 23/10/28 16046 0
100155 [정치] 갈등이 있어서는 안 되는 나라 - 대한민국 [40] 계층방정13835 23/10/28 13835 0
100149 [정치] 與혁신위, 이준석·홍준표·김재원 징계 해제 건의키로(종합) [164] 눕이애오17062 23/10/27 17062 0
100147 [정치] 연금개혁 정부안이 발표되었습니다. 근데 알맹이가 없네요. [49] 김은동12455 23/10/27 12455 0
100145 [정치] 생존 해병의 임성근 사단장 업무상과실치상 고소 입장문 [37] 덴드로븀9981 23/10/27 9981 0
100144 [정치] 어제 박정희 추도식에서 만난 윤석열과 박근혜 [73] Davi4ever12220 23/10/27 12220 0
100141 [정치] 국정감사에 나온 무협지 공문서 좀 너무하네요 [76] 또리토스15043 23/10/26 15043 0
100139 [정치] 국민연금 보험료 9→15%, 받는 연령 63→68세' 유력 [156] 붕붕붕16466 23/10/26 16466 0
100137 [정치] [단독] 검찰, ‘김건희 오빠’ 휴대전화 압수수색 끝내 막았다 [74] Crochen13003 23/10/26 13003 0
100136 [정치] 세수펑크와 지방교부세..이걸 이따위로?? [79] Janzisuka12685 23/10/26 12685 0
100135 [정치] 의료 왜곡의 주범인 실손보험, 어떻게 해야 하나 [71] Gottfried10689 23/10/25 10689 0
100132 [정치] 대통령실 "사우디와 우연한 숫자 행렬 40…파트너 신뢰 상징" [84] 빼사스13475 23/10/25 13475 0
100121 [정치] 유승민이준석 신당, 윤석열 신당 관련 여론조사(토마토뉴스 정기여론조사) [216] 빼사스18047 23/10/24 18047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