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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4/01/09 22:57:22
Name sylent
Subject 제로스, '나다 악몽'에서 벗어나라.
<제로스, '나다 악몽'에서 벗어나라>


서지훈의 '이윤열 징크스'

2004년을 여는 첫 결승 무대였던 'KT-KTF 프리미어리그 챔피언쉽'은 임요환 선수가 변길섭 선수를, 이윤열 선수가 서지훈 선수를 격파하며 임요환 vs 이윤열 이라는 프로 게임계 최고의 빅카드를 낳았습니다. KT 프리미어리그에서 파죽지세로 결승에 선착한 변길섭 선수는 큰 무대에서의 경험이 부족한 탓인지 풀리그 당시의 냉정한 경기 운영을 보여주지 못하였으나 임요환 선수의 적극적인 공세를 잘 방어하며 좋은 경기 내용으로 게임 팬들을 즐겁게 해주었습니다. 이에 반해 서지훈 선수는 초반의 좋은 분위기를 중간 중간 놓치는 바람에 이윤열 선수에게 쉽게 승리를 내주면서 서지훈 선수의 팬 여러분을 안타깝게 했습니다. 이번 경기 가장 큰 관심사였던 서지훈 선수의 '이윤열 징크스' 역시 여전히 유효하게 되었고 스코어는 무려 '0:8' 을 기록하게 되었습니다. 6연패 이후, 다시 보여준 '무기력한 2패'. "서지훈은 이윤열에게 안되는군" 이라고 생각해도 이상할 것이 없는 상황입니다. '퍼펙트 테란'이라는 닉네임이 무색해지는 순간이기도 합니다.


6번? 5번!

이번 'KT-KTF 프리미어리그 챔피언쉽'의 2연전을 제외한 서지훈 선수와 이윤열 선수의 지난 상대 전적은 다음과 같습니다. (승자/맵/대회/날짜)

1. 이윤열/Neo Bifrost/Panasonic 2002/2003-01-03
2. 이윤열/Plains to Hill(D)/계몽사배 KPGA/2003-03-25
3. 이윤열/Neo Bifrost/KTF Ever Cup 프로리그/2003-04-12
4. 이윤열/Lost Temple/수원방송배 올스타전/2003-09-21
5. 이윤열/Lost Temple/KTF Bigi 프리미어리그/2003-11-16
6. 이윤열/Parallellines/LG IBM PC배 TEAM 리그/2003-12-16

수원방송배 올스타전은 이벤트 성격의 대회이므로 제외하고, 정규리그에서 두 선수가 맞붙은 경기는 총 5번 입니다.


잘 싸웠지만

<네오 비프로스트>는 안방(홈 그라운드)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서지훈 선수에게 기분 좋은 맵이었습니다. 서지훈 선수는 닉네임을 각인시켜 주려는듯 <네오 비프로스트>에서 만큼은 언제나 완벽한 플레이를 선보였습니다. 하지만 상대가 이윤열 선수이기에 긴장한 탓일까요, 파나소닉배에서는 강력한 탱크 러쉬를 반박자 차이로 저지 당해서 석패했습니다. KTF Ever 프로리그에서는 스타팅 포인트의 위치 운이 따라주지 않아 이윤열 선수의 '배럭 날리기'에 어려운 초반을 맞았고, 중후반의 좋은 경기 운영에도 불구하고 안타깝게 승리를 내주고 말았습니다. <플레인즈 투 힐>의 경기나 <로스트 템플>에서의 경기 역시 아슬아슬한 상황에서 한 번, 혹은 두 번의 실수가 결기 결과로 직결 되었고,<패러럴라인즈>에서도 불리한 상황을 극복하여 장기전 으로 끌고가는데는 성공하였으나 이윤열 선수의 배틀크루져 한 부대에 GG를 선언하고 맙니다.

지금까지의 기록은 비록 '0:6' 이지만 내용을 꼼꼼히 되짚어보면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이 '한쪽이 승리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생겨난 결과이지, 경기의 질적인 면에서는 '최연성 vs 이병민'의 그것과 거의 유사 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숨막히는 접전 끝에 집중력을 조금(!) 더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윤열 선수가 승리를 가져간 것입니다.


이번엔 다르다?

하지만 이번 'KT-KTF 프리미어리그 챔피언쉽'은 조금 다릅니다. 내리 두 경기를 너무 쉽게 내주었기 때문입니다.

<엔터 더 드래곤>에서의 1경기를 살펴 보겠습니다. 서지훈 선수의 전진 배럭으로 인해 이윤열 선수는 벙커를 건설합니다. 기분 좋은 시작에 더해 이윤열 선수는 벌쳐+레이스, 서지훈 선수는 벌쳐+골리앗으로 병력을 구성합니다. 게다가 이윤열 선수가 센터에서 싸워줍니다(!). 이보다 더 좋은 시나리오가 있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센터에서 펼쳐진 대규모 접전에서 이윤열 선수가 승리 하고 맙니다. 서지훈 선수의 벌쳐와 골리앗이 함께 모여있지 않은 상태에서 싸웠기 때문입니다. 승기를 잡은 이윤열 선수는 고삐를 늦추지 않습니다. 서지훈 선수의 골리앗이 적당히 모였을 때 쯤 탱크+벌쳐+레이스의 조합으로 이윤열 선수가 승리를 잡아냅니다. 서지훈 선수의 조급한 벌쳐 컨트롤이 낳은 결과입니다.

<플레인즈 투 힐 ver 2>에서의 경기 양상도 1경기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경기 극초반 이윤열 선수의 벌쳐 4기를 아무런 병력 피해없이 잡아낸 서지훈 선수는 탱크로, 서지훈 선수의 속업 벌쳐를 의식한 이윤열 선수는 골리앗으로 테크트리를 잡습니다. 역시 '가위바위보' 싸움에서 서지훈 선수가 한 점 먹고 시작한 경기입니다. 먼저 멀티를 시도한 서지훈 선수는 앞마당 앞까지 내려온 이윤열 선수의 골리앗 한 부대를 시즈 탱크로 어렵게 막아냅니다. 소수의 골리앗을 잃은 이윤열 선수는 병력을 잠시 뒤로 돌리고, 이제 서지훈 선수가 수비적인 플레이를 하며 자원을 활성화 하고 팩토리를 늘리는 타이밍이 되었습니다(!)만 서지훈 선수는 탱크 5기와 골리앗 1기로 상대방을 조이러 가고, 서지훈 선수의 병력이 빠져나갔다는 사실을 스캔으로 확인한 이윤열 선수는 서지훈 선수의 빈집을 노립니다. 병력을 돌려 수비하기에 늦었다고 판단한 서지훈 선수는 병력을 적진으로 몰고가지만 이윤열 선수가 준비한 소수의 레이스와 SCV로 인해 서지훈 선수의 공격이 저지되고, 곧이어 GG를 선언하게 됩니다.

1경기에서 벌쳐와 골리앗이 함께 움직였더라면?
2경기에서 앞마당을 지키고 자원의 우위를 바탕으로 장기전을 유도했다면?

이번 두 경기의 패배는 조급함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서지훈 선수는 이윤열 선수를 상대로 어떻게든 빨리 승부를 짓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가스 멀티를 확보하면 '제4의 종족'으로 변하는 이윤열 선수이기에 사력을 다해 장기전/물량전을 피하려고 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스피디한 게임 운영은 실패하였고 결국 이윤열 선수에게 '통합 타이틀 매치'를 치룰수 있는 자격을 넘겨줘야 했습니다.


서지훈이 '퍼펙트 테란'일 수 있었던 이유

테란의 메카닉 플레이 스타일은 크게 '벌쳐와 탱크를 일정 수 모아 일단 센터까지 진출한 다음 진영을 도모하는 돌진형'과, '자신의 본진 혹은 앞마당에서부터 탱크를 시즈하고 터렛을 건설하여 상대방의 본진까지 차근차근 조여가는 인내형'이 있습니다. '돌진형'은 이윤열 선수로 대표되고 '인내형'의 으뜸은 서지훈 선수입니다.

일정 타이밍에 믿을수 없는 숫자의 벌쳐와 탱크로 치고나와 상대방을 앞마당까지 조이고 자원을 말리는 스타일이 이윤열 선수라면, 수비적인 자세로 조금씩 전진해 나가지만 어느 순간 자신의 앞마당에서 상대방 앞 마당 앞까지 일렬로 늘어선 탱크와 터렛을 발견할 수 있는건 서지훈 선수 입니다. '느리지만 깊은 전진'이 서지훈 선수의 손을 통해 완벽함으로 태어났기에 서지훈 선수는 '퍼펙트 테란'이라는 닉네임을 거머쥘수 있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이번 'KT-KTF 프리미어리그 챔피언쉽'에서는 서지훈 선수가 지난 경기들에서 보여주었던 '느림의 미학'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테크트리의 선택에서 좋은 시작을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조금 더 참지 못했기 때문에, 이윤열 선수와의 장기전을 두려워했기 때문에 좋은 경기, 나아가서 승리까지도 놓치고 만 것입니다.


완벽한 승리를 위한 준비

특정 선수에게 연패의 늪에 빠지면, 그리고 이를 인지하기 시작했다면 기량의 향상보다 마인드를 되찾는것이 더욱 중요합니다. 한참 세간의 주목을 받던 장진남 선수가 임요환 선수를 극복하지 못하고 대 테란전에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특히나 강한 테란 유저들이 득세하는 요즘, 플레이 스타일이 '돌진형' (이윤열 선수, 최연성 선수, 이병민 선수 등)인 선수들을 상대하는 서지훈 선수에게는 더욱 강한 인내심이 요구 됩니다. 수비적인 자세를 지키되 상대방의 도발에 반응하지 않고 전략적 요지를 집중적으로 공략하는 서지훈식 테란을 잃지 말아야 합니다.

서지훈 선수는 이번 패배로 눈물을 흘렸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눈물을 흘리는 데서 멈춰서는안됩니다. 눈물을 넘어 스스로를 파고들어야 합니다. 조금 더 '인내'하세요.

서지훈 선수 화이팅!

2004/01/09, sylent.

@오늘 이윤열 선수와 박경락 선수의 일전이 있었습니다.
@경기에 패한 박경락 선수의 눈이 이야기 하더군요.
@"패러독스2 에서는 테란 대 저그의 밸런스가 어느정도 맞는것 같습니다 라는 엄재경 해설의 말이 진정한 역설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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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자공장사장
04/01/09 23:08
수정 아이콘
서테란 빠이팅!
수시아
04/01/09 23:39
수정 아이콘
서지훈 선수가 올림푸스 우승 후 인터뷰에서 다음부턴 다른 경기 양상도 보여준다고 했는데 그것을 의식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이후에 서지훈 선수가 패한 경기들을 보면 이윤열 선수전, 저그전 8배럭 등과 같이 서지훈 선수의 챌린지에서 우승 과정에서 Xellos의 틀과는 다른 면이 많았거든요.

김정민 선수도 한 때 자기 색깔과 다른 플레이를 보여주려다 슬럼프 기간을 겪고 현기증 테란으로 복귀후 재모습을 보여주는데 성공한 느낌이 강합니다. More Perfect? Another Terran? 선택은 선수의사...

파라독스2에서 저그-테란전은 구버전에 비해 탑클래스 사이에선 할만해 보이던데요? 박경락 선수가 섬전은 약한 것도 고려되어야 할 것 같고 홍진호-조용호-변은종 선수의 파라독스 경기를 보고 싶습니다. (섬에서 프토 잡던 시절의 강도경 선수가 해봤으면 더 좋겠지만;) 분석글 잘 봤습니다.
리안[RieNNe]
04/01/09 23:45
수정 아이콘
멋진 분석입니다.

확실히 이번 비기 프리미어 리그 챔피언쉽에서 서지훈 선수는 평소와는 다른 플레이를 보여주었습니다. 1, 2경기의 유리함을 승리로 이끌 수 있었는데도 조급하게 플레이를 펼쳤죠. 그 점이 너무 아쉬웠습니다.

서지훈 선수가 앞으로 조금 더 인내하면서 한 단계 도약할 거라고 믿습니다.
서지훈 선수가 그의 벽을 뛰어넘을 수 있으리라고 믿습니다!!
퍼펙트테란 화이팅!

P.S 좋은 글 감사합니다.. ^^
김군이라네
04/01/10 00:01
수정 아이콘
가스먹으면 제4의종족으로 돌변에 올인~!
개인적으로 전무후무한 이윤열선수의 전승우승(16연승)을 기대해봅니다만.. (XXX님팬들에게 끌려간다;;;;;;;;)
Return Of The N.ex.T
04/01/10 01:11
수정 아이콘
2가스 먹은 이윤열 선수의 승률이 궁금합니다..-_-;
마린걸
04/01/10 01:14
수정 아이콘
여러 프로게이머들 중 특히 서테란의 팬의 입장으로서 참으로 안타까운 마음, 간절한 염원에 공감이 가는 글입니다.
이렇게 일방적으로 패를 기록하는 것이 임요환 VS 장진남 선수의 경우와 흡사하군요.
언젠가 네오비프로스트 맵에서 장진수 형제가 대신 형의 원수(^^;;)를 갚아줬듯이
서테란의 예쁜 여동생 서지수 양이 꼭 설욕을 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무한 삑사리... ^_______^ V 머래는거니? 후다닥~~~)
카나타
04/01/10 02:49
수정 아이콘
서지수 선수는 서지훈 선수의 여동생이 아닙니다만;;
물론 농담으로 하신 말씀이시겠지만요..^^
04/01/10 06:42
수정 아이콘
좋은 분석글 잘 읽었습니다.
。bongbong
04/01/10 12:12
수정 아이콘
박정석선수도, 조용호선수한테 상대적으로 압도당하는 전적이였는데도 불구하고 스타리그에서 당당히 이기지 않았습니까, 제로스에게도 어서 이런날이 오길 바랍니다. 아니 개인적으로 열열한 제로스의 팬으로써 그 경기가 이번 센게임배가되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 매일 밤 정간수 떠다놓고 빌고있다니깐요 ^-^

좋은 분석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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