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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4/10/30 21:12:45
Name Let It Be
File #1 20041023blog.jpg (49.9 KB), Download : 56
Subject SiR@SoNi. 그를 위한 이야기.


“괜찮아요?”
내가 무척이나 걱정되는 목소리로 물었다.

“예, 뭐 괜찮아요.”

그렇게 말하고 있었지만,
그의 얼굴은 이미 일그러져 있었다.

그렇게 무리할 필요가 없었는데,
역시나 그는 프로게이머다운 승부근성의 소유자였다.


그저 한번 쯤 해 보았을 그런 작은 이벤트에 불과했는데,
그는 그것에 정말 열심히였다.

그래서 난 그 상처가 더 걱정이 되었고,
그가 느꼈을 아픔이 내게로 고스란히 전해져 오는 것만 같았다.













“여기에 싸인해 줄래요?”

난 마우스를 내밀었다.

“나요? 처음해보는데.”

맘이 아파왔다.
그의 그 말 한마디가 내 가슴을 파고들었다.

난 그 마우스를 책상 서랍 깊숙이 넣어 두었다.

감히 꺼낼 생각은 추호도 하지 못하고.













번번이 그는 먼저 gg를 쳤다.

내가 열심히 응원하지 않는 것인가 의심해보기도 했다.

그가 그 날만큼 승부 근성을 발휘한다면 꼭 이길 수 있을 것만 같았는데,
그렇게 그는 주저앉았다.








난 그의 스타리그 진출을 원했었다.
하지만 또 다시 그는 좌절을 맛봤다.

주위 사람들이 말했다.

“프로리그 잘 하고 있잖아.
다음엔 더 잘 할거야.“


난 그를 응원하는 내게 쏟아지는 그 말들이 너무나 싫었다.
그는 단지 그를 위해 존재한다고 믿었다.
그가 팀을 위해 싸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위해 싸워야 한다고 믿고 있었다.













그는 그렇게 프로리그에서의 승수를 쌓아나갔고,
오늘,
결승전 무대에 서게 되었다.

‘제발,
끝날 수 있게 해주세요.‘


난 마음 속으로 빌고 또 빌었다.


이런 내 바람이 그에겐 부담이 될 지도 모르지만,
더 이상 주저앉는 그를 보고 싶진 않았다.













그는 gg를 받아내었다.













난 울고 있었다.
그가 아닌 내 눈에서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그는 승리했다.













‘울지마라. 제발.
눈물은 보이지 마라.
네가 울면, 난 주체할 수 없을지도 몰라.'

난 속으로 그에게 말하고 있었다.













난 짐작만 할 뿐이다.

그가 했을 마음 고생들,
그가 떠맡아야 했던 짐들,
그가 이겨내야만 했던 수많은 역경들.

그는 눈에 고인 눈물을 애써 참는 듯했다.

아니,
어쩌면 내 눈에 눈물을 내가 참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 자리에서 감히 울지 못하는 그를 위해,
내가 대신 울고,
또 그 울음을 꾹꾹 참아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는 팀원들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나는 잊고 있었나보다.

그가 팀원들에게 얼마나 의지하는지.
그는 팀원들에게 힘이 되고 싶었나 보다.

그가 받았던 만큼 돌려주고 싶었나 보다.

난 후회했다.

그가 그렇게 열정을 쏟았던 프로리그에서의 승리.
그 진정한 의미를 몰라준 것만 같아서 미안해졌다.













광안리에서 난 우연히 만난 그 앞에서 ‘이재항 파이팅’을 외쳤다.

그리고 멋쩍게 뒤를 보며 웃는 그를 마음에 담았다.




오늘의 승리가 그에겐 시작이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더 크게,
많이 나아갈 수 있는 발판이었으면 좋겠다.




분명 그는 그럴 수 있다고 믿는다.

아니, 그럴 수 없다고 해도,
난 그렇다고 믿을 거다.

그가 오늘처럼 정상에서 환히 웃을 날이 있을 거라고.














p.s 오늘 그의 미소가 유난히 빛난 것 같습니다.
그의 미소가 오래도록 그와 함께 했으면 좋겠습니다.

(사진은 스플래쉬에서 펌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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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차소녀
04/10/30 21:17
수정 아이콘
좋은 글이네요^^

오늘 이재항 선수 정말 잘하셨죠^^
종합백과
04/10/30 21:19
수정 아이콘
역시.. 결승은 무승부가 없어야 합니다. ^^

소울을 응원했지만, 오늘 하루는 큐리어스의 날입니다.

마음껏 환호하고, 박수받고, 즐기시길 바랍니다.

ps. 감동이 진해서일까요? 그동안의 못다한 좋은 이야기들이 많이 올라오네요. 이런 분위기 좋습니다. ^^
카이레스
04/10/30 21:25
수정 아이콘
농담이지만.....스타는 어쩔 수 없는 무승부가 있을 수는 있죠^^;

이재항 선수 시라소니처럼 강한 저그가 되는 기회가 되시길!
사탕발림꾼
04/10/30 21:28
수정 아이콘
정말 멋진 이재항선수였습니다! 그 어떤날의 경기보다도..
이재항 선수 본인에게는 제일로 기쁜날이 아니였을까 하네요 ^^
04/10/30 21:45
수정 아이콘
제가 처음으로 남에게 싸인을 청했던 사람이 이재항 선수였습니다. 시라소니라는 강한 아이디와는 달리 참 선한 눈빛을 가진 사람이라 놀랐던 기억이 나네요.
소울을 응원했지만 이재항 선수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그 때의 기억이 떠올라서 몇 자 적었습니다.
기뻐할 자격이 있는 선숩니다, 이재항 선수.
04/10/30 21:46
수정 아이콘
재항선수 이제 개인리그에서도 좋은 성적 거두길 기원합니다^^
CoNd.XellOs
04/10/30 22:15
수정 아이콘
이 글을 보니 이재항 선수가 정말 멋있어 보이는 군요 ^^
관심 없던 선수들도 팬들이 이렇게 멋있는 글을 써주셔서 관심이 많이 생기네요 ^^
이재항 선수 개인리그에서도 멋진 모습 보여주시고 프로리그에서도 좋은 모습 계속 보여주세요!
안전제일
04/10/30 22:36
수정 아이콘
오늘..멋있었습니다.
비록 소울의 선전을 바랬지만...이재항선수가 보여주는 멋진경기들은 늘 최고입니다!
앞으로는 개인리그에서도 보고싶어요 이재항선수!!
네버마인
04/10/31 04:04
수정 아이콘
예전 지피플에서 이재항 선수가 부른 조장혁의 노래가 배경으로 흐른적이 있었습니다.
가수가 부른 줄 알고 있다가 밑에 이재항 선수의 이름이 나와서 깜짝 놀랐었죠.
이번 송호창 감독의 결혼식때도 축가를 불렀더군요.
개인적으로 함께 노래방에 가서 줄창 그 노래를 들어보기만 했으면 좋겠습니다.
소울을 좀 더 응원했지만 오늘 큐리어스 선수들 모두 참 근사했어요.
재항선수, 프로리그도 좋지만 개인리그에서도 오늘만큼 건승하길 빕니다.
04/10/31 09:13
수정 아이콘
이재항 선수 아직도 MSL진출했다가 개인적 문제로 출전 못한게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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