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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4/10/26 17:46:40
Name 베르커드
Subject [잡담] 붕어빵 하나
근무처와 집, 걸어서 20분 걸리는 거리의 딱 중간지점에는
제가 즐겨 찾는 붕어빵 가게가 하나 있습니다.
이 가게를 즐겨찾는 이유는
다른 붕어빵집들이 4개 천원할 동안 5개 천원을 한
유일한 가게였을 뿐더러, 맛 자체도
4개 천원짜리 가게 보다 월등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반죽의 겉은 과자처럼 바삭하고,
반죽의 속은 실크와 같이 부드러우며,
그리고 그 안에 든 팥은 단단하지도 않고 텁텁하지도 않으며
산뜻하고 달콤한 그야말로 최고라 불러도 손색이 없는 그런 붕어빵입니다.

올 여름이 지나 그 가게를 보기 시작한건
많은 이들이 한순간이나마 옷깃을 여몄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뭐... 결국 2주정도 된 셈이죠.
이 길을 매번 지날때마다, 저는 다이어트를 위해
'점심이후 물외에 취식금지' 라는 굳은 결심을 시험당했고
그 결심은 드디어 오늘 깨졌습니다
그동안 몇번씩이나 본 정겨운 아저씨의 얼굴을 바라보며
천원어치 주세요' 라고 하면서 천원을 건네드렸습니다.
아저씨는 빙긋 웃으시며 그 천원을 주머니에 찔러넣고서는
종이봉투를 열어 붕어빵을 넣어 줬습니다

그런데 이상합니다. 뭔가 하나가 부족하군요.
예, 붕어빵이 4개밖에 들어있지 않았습니다.
그 봉투를 받으며 전 '많이 파세요' 하고 그곳을 떠났습니다.

한 입, 베어물어 보았습니다.
그 맛 그대로, 이 집은 정말 그리운, 몇년만에 먹어보는 듯한 맛을 제게 주었습니다.

하지만 정말 아쉬움을 금할 수 없었던 것은
천원으로 느낄 수 있는 가장 큰 행복이 4/5로 줄었다는 것입니다.

결국 집으로 들어오는 마지막 계단을 밟는 순간까지 천천히 맛을 보며 집에 들어오긴 했지만, 한없이 아쉬울 수밖에 없더군요.

올해 겨울 또한 이 집이 있어서 따뜻하겠지만
4/5로 줄어버린 행복은 다시 찾을 수 없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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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의물량
04/10/26 18:42
수정 아이콘
좋은 글 감사합니다..

1/5의 행복을 뺏어간 세상을 원망.....(먼산)
04/10/26 20:06
수정 아이콘
그 붕어빵 저도 좀 나누어 주세요...

좋은글 감사 합니다.
안전제일
04/10/26 23:09
수정 아이콘
군것질 거리가 가격이 오르면...참 주머니가 허전-하죠....

고등학교 시절 굉장히 좋아하는 군것질 거리가 있었습니다.
고속버스터미널 앞에서 구워주는 땅콩모양의 과자(빵?)이었는데...
사실 집에서는 굉장히 먼거리였음에도 불구하고..이런저런 약속으로 그 앞을 지나가게 되면 꼭 한봉지씩 손에 들고 좋아했었지요...
지금 사는 동네로 이사오고..기차역이 더가까워지는 바람에 더이상 고속버스를 타지는 않습니다만..가끔 그것때문에라도 그 앞으로 지나갈까하는 생각이 들고는 합니다.
슬픈건..그 과자 굽는 아저씨가 더이상 없다는 것이지만요.^^;

좋은글 감사합니다..
빗물은 빈맥주
04/10/27 01:21
수정 아이콘
안전제일님// 우웅......
저도 그 땅콩모양 과자 굉장히 좋아하는데...
정말 먹고싶다...
겉은 과자처럼 바삭하고
안에 든 하얗게 뭉개어 놓은 팥앙금이 너무 맛있어요...
우리 동네에서는 구울 때 기름칠 대신 마아가린을 듬뿍 발라서
먹을 때 구수한 마아가린 향이 듬뿍나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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