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경험기, 프리뷰, 리뷰, 기록 분석, 패치 노트 등을 올리실 수 있습니다.
Date 2023/11/20 00:32:57
Name 방거츄
File #1 vllo_1.mp4 (1.16 MB), Download : 25
File #2 vllo_1_(1).mp4 (1020.0 KB), Download : 13
Subject [LOL] 오늘 경기 중국 해설의 클로징 멘트


LPL 해설 王多多:

"T1, 축하합니다. 온 하늘에 흩날리는 눈과 반짝이는 별빛들.
이것은 SKT에서부터 T1에 이르기까지 10년 동안의 계승이자 이상혁이 직접 써 내려간 악장에 속한다.
이 10년 동안 많은 사람이 페이커를 초월하려고 시도했고, 아주 잠시나마 어떤 사람은 성공한 적도 있다.
그러나 페이커는 동요하지 않았으며, 고귀한 사람을 우러러보듯 마치 산과 바다와 같아 우리를 감탄하게 했다.

오늘 우리 LPL의 WBG에 대해 말하자면, 이들은 전력을 다해 싸웠다. 4번 시드에서부터 지금까지 역습해왔다.
이미 좋은 모습을 보여준 이들은 강력한 상대에게 졌고, 이것은 드넓은 바다를 건너지 못하는 나비와 같으니 차마 누가 탓할 수 있겠는가.

페이커는 커리어의 네 번째 소환사의 컵을 들어 올렸고, 나는 우리가 왜 페이커를 존경하는지 생각해본다.
몇 번이나 트로피를 들어 올려서가 아니다. 이 분야에서는 대부분의 선수가 꽃을 피우는 동시에 또 많은 선수가 사라진다.
이런 곳에서 페이커는 고독하지만 집요하게 깨달음을 구하는 자처럼 산을 오르고 내려오며 떠나는 많은 사람을 지켜본다.
우리가 불현듯 뒤돌아보면 페이커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고, 페이커의 확고한 그림자는 이미 산의 일부가 된 것 같다.

나는 페이커가 그간 패배했던 날의 밤에 페이커 스스로 자신이 예전 같지 않다고 괴로워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진정한 영웅은 평범한 몸으로 세월의 무감각에 대항하여 자신을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 미래에서 다시 만나는 것이다.

청춘은 이미 지나갔고, 하루가 우리에게 달려온다. 내일은 월요일이고, 우리는 다시 일상생활과 맞설 것이다.
나는 모두를 이해한다. 방금까지 기나긴 여정을 겪었고 결과는 다소 씁쓸하다. 또다시 갈피를 잡을 수 없는 세상을 마주해야 한다.

누군가는 실의에 빠졌을 수도 있고 약간의 두려움마저도 느꼈을 수 있지만, 아무렴 어떤가.
이스포츠의 정신, 선수들의 힘은 반드시 여러분의 곁에 있을 것이다.

나는 이스포츠가 결코 우리 삶의 전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모든 선수가 승패를 막론하고 자신의 청춘에 이스포츠가 있다는 것을 다행으로 여길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
그리고 우리는 모두 자신의 청춘에 그들이 있는 것을 다행으로 여길 것이고."



ㅡㅡㅡ


p.s

중국은 한시 문화가 있어서 평균적으로 문장력이 높다네요

어릴때부터 시조 암기하고 대학 입학에서도 작문 매우 중요시 한다고..

옛날에 비정상회담이었나 어디서 봤는데 한시 짓는 대결을 티비프로에서 하는데 시청률 개높고 우승하면 뭐 연예인 대접 받는다던데.

뭐랄까 비판이나 논술보다 묘사나 서술할 때의 아름다운 표현을 중시하는 느낌이 있는듯?

우리나라도 2000년대까지는 저런 비슷한 분위기 있었는데 요새는 오글거린다고 다 사라져버린 인터넷 문화가 자리 잡은 듯 하네요.

물론 위트있게 잘하면 괜찮긴 한데.. 쉽지 않죠 크크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키작은나무
23/11/20 00:36
수정 아이콘
(수정됨) 경기끝나고 인터뷰나 sns에 써서 올리기도 힘든 문장인거 같은데.. 이걸 클로징 멘트로 했다는게 대단하네요. 글이 참 좋습니다
23/11/20 00:37
수정 아이콘
아 기가 막히네요
버류버
23/11/20 00:41
수정 아이콘
나는 페이커가 그간 패배했던 날의 밤에 페이커 스스로 자신이 예전 같지 않다고 괴로워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진정한 영웅은 평범한 몸으로 세월의 무감각에 대항하여 자신을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 미래에서 다시 만나는 것이다.

와...
23/11/20 00:42
수정 아이콘
와 진짜 술술 읽히는데 기가 막히네요
생각날때마다 한번씩 보고 싶어지는 글
이호철
23/11/20 00:42
수정 아이콘
저 멘트를 즉석에서 주르륵 생각해서 읊은거면 정말
일곱 걸음 걷는동안 시 지어내는 그런 기행 생각나네요.
23/11/20 00:43
수정 아이콘
부럽네요

저게 오글거린다고 할 수도 있지만
사실 요즘같이 삭막하고 차가운 시대에 제일 필요한게 아닌가 싶네요
Lazymind
23/11/20 00:44
수정 아이콘
따거..
23/11/20 00:44
수정 아이콘
멋집니다.
23/11/20 00:46
수정 아이콘
이승원 해설급 멘트네요
덴드로븀
23/11/20 00:47
수정 아이콘
크....
23/11/20 00:48
수정 아이콘
다 떠나서 LPL4강으로 중중중중 될 수 있었는데 티원
하나에 다 박살나고 저렇게 리스펙 박는게 참...
트리거
23/11/20 01:08
수정 아이콘
문학 하나만큼은 지리네요...
환상회랑
23/11/20 01:24
수정 아이콘
우리나라도 한글로 아름다운 문장을 만들고 서정적인 표현을 잘했었는데, 전부 거세당해버렸어요. 그게 많이 서글픕니다.
스타슈터
23/11/20 01:47
수정 아이콘
제가 어렸을때 중국계 학교를 다녔는대 어렸을때부터 시조 배우고 사자성어도 많이 외우고 아무튼 그 영향인지 표현력이 풍부해질수 있는 계기가 된것 같아요. 살짝 주입식인 면도 있었지만 문장을 쓰는 능력은 다양한 시대를 어우르는 명문을 많이 보면 볼수록 확실히 느는것 같습니다.
오브제
23/11/20 02:05
수정 아이콘
해석한 분이 최소 시인...
모리건 앤슬랜드
23/11/20 02:38
수정 아이콘
교과과정에 출사표 외워쓰는게 있다고 하죠
노래하는몽상가
23/11/20 06:23
수정 아이콘
저런 감성은 또 갬돌이들에게 묘하게 저격되죠 크...멋집니다
청보랏빛 영혼 s
23/11/20 07:06
수정 아이콘
와~ 진짜 아름다운 문장들. LPL 중계진분들 멋지네요
바카스
23/11/20 08:18
수정 아이콘
스크랩하고 향후 인생 고달프다고 느낄 때면 다시 와서 읽겠습니다. 문장 너무 좋네요.
23/11/20 09:09
수정 아이콘
멋집니다, 따거!
너T야?
23/11/20 10:14
수정 아이콘
멋있네요.
페르마
23/11/20 12:46
수정 아이콘
중국 자체를 다시 보게되는 수준의 멘트네요
김포북변동
23/11/20 14:33
수정 아이콘
글 진짜 잘쓰네요
오늘보다 나은 내일
23/11/20 16:04
수정 아이콘
진짜 문장력이 대단해요..

페이커 헌정도 한국보다 더 잘하는 느낌..

이 경기장에 당신이 있기에 비로소 우리의 경기를 "전설에 도전한다"로 부를 수 있게 되었다.

이거 문장 처음보고 진짜 지린다 생각했었는데..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78637 [LOL] 11월 21일 0900시 부로 그의 시간이 시작됩니다. [12] kapH11817 23/11/20 11817 0
78636 [LOL] 2023 롤드컵 T1의 스크림 파트너 광동에 대한 소문 [43] 마음속의빛15072 23/11/20 15072 1
78635 [LOL] 2018 시즌이후 티원이 우승을 할려면 변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14] Nerion16965 23/11/20 16965 12
78634 [LOL] LPL, 적으로 대하지만, 동지애도 느끼다. [15] 마트과자15220 23/11/20 15220 56
78632 [LOL] 오늘 경기 중국 해설의 클로징 멘트 [24] 방거츄16038 23/11/20 16038 22
78631 [LOL] 스토브리그 개막 임박 [37] 무딜링호흡머신13269 23/11/20 13269 1
78630 [LOL] T1 경기 비관람 후기 [18] AMBattleship13854 23/11/19 13854 49
78629 [LOL] 모든 노래는 저를 통합니다 [32] 원숭이손14794 23/11/19 14794 19
78628 [LOL] 마침내 우승을 목격하다 [15] 풍경14784 23/11/19 14784 32
78627 [LOL] 오늘은 막둥이 셋째 첫돌입니다 [25] 아이유IU11087 23/11/19 11087 34
78626 [LOL] 흥미진진했던 2023 월즈를 돌아보며 (및 숭배글) [25] 원장14156 23/11/19 14156 38
78624 [LOL] 안녕하세요. T1은 페이커 10주년 헌정영상 빨리 뽑으세요. [17] 아몬12701 23/11/19 12701 17
78623 [LOL] 과거 임요환 팬으로 페이커의 4번째 월즈 우승을 축하합니다. [14] style11617 23/11/19 11617 10
78621 [LOL] T1 우승 스킨 관련 선수들의 인터뷰 [78] 반니스텔루이16778 23/11/19 16778 0
78620 [LOL] 톰, 조마쉬, 양대인 광동 프릭스 관련 말말말 + 광동 안딜, 태윤 스크림 썰 추가(ver 3) [51] 고세구17680 23/11/19 17680 5
78618 [LOL] 대대대 감독 패배 인터뷰(의 일부) [211] roqur22059 23/11/19 22059 8
78617 역대 롤드컵 우승팀의 1년 전적 [39] HAVE A GOOD DAY13932 23/11/19 13932 10
78616 [LOL] 페이커, 티원을 비하하던 사람들에겐 할 말 없습니다. [54] 삭제됨14437 23/11/19 14437 3
78615 [LOL] 티원 우승 스킨 예상 [73] 묻고 더블로 가!15440 23/11/19 15440 2
78614 [LOL] "롤" [44] kapH13738 23/11/19 13738 31
78613 [LOL] 구마유시의 상상한 우승모습은 현실이 되었습니다. [29] 구성주의13889 23/11/19 13889 17
78612 [LOL] T1과 페이커의 월즈 V4 를 축하합니다! [129] 반니스텔루이17628 23/11/19 17628 38
78611 [LOL] 월즈 결승전 티저 [61] roqur17008 23/11/19 17008 7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