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크리틱 점수 1.9에 빛나는 폭망의 상징 디아블로 4를 조금 전에 베테랑 난이도 클리어 후 올려보는 글입니다.

얼마전까지 디아 4 이야기가 많았죠. 다른 커뮤니티는 제가 다니지 않아서 피지알내의 반응만 봤었는데
디아블로라는 ip가 아니었다면 역사에 남을 똥쓰레기 게임이라거나 하는 평가가 꽤나 다수였었습니다. 김실장 채널같은것도 좀 봤구요.
뭐 평은 그렇더라도 직접 해보고 나서 판단하고 싶어서 남들 평은 어떻건 간에 좀 더 일찍 플레이 하고 싶긴 했었는데
갑자기 아내가 자기도 디아4 해보고싶다며 학창시절 메이플스토리 이후로 딱히 온라인게임이란걸 해본적이 없었는데 저 할때 같이 해보고 싶다길래 구매해서 슬금슬금 시작했습니다.
다만 역시 게임에 익숙하지 않은 아내라 장시간 플레이는 어렵고 2~3일에 한두시간정도 하는 정도라 이틀정도만 플레이 후 같이 할 기존 도적 캐릭터는 냅두고 이후 원활하게 게임에서 아내를 이끌어 줄 겸, 드루이드 새 캐릭터를 만들어서 플레이했네요.

게임 시작 전에 제가 피지알에서 봤었던 디아4의 주된 비판점은
몹 밀집도가 낮아서 / 레벨스케일링으로 인해 레벨업을 하더라도 내가 강하다는 느낌을 받지 못하기에
핵앤슬래시의 쾌감이 턱없이 부족하다 였습니다.

그리고 레벨 49로 조금전에 스토리 클리어하고 난 후의 저는 위의 내용들에는 딱히 공감하기 어렵네요. 적어도 스토리를 다 깰 때 까지는요.

서브퀘스트들 적당히 하고 적당히 몬스터 뭉치면 적당히 잡아주고 지나가다가 드루한테 괜찮아보이는 위상을 주는 던전이 보이면 클리어하고 하면서 진행하니 플레이타임 엔딩까지 40~50시간정도는 나온거 같습니다.

제가 디아블로2, 디아블로3를 하면서 가졌던 불만은 해당 캐릭터의 최종스킬을 얼마 써보지 못하거나 혹은 아예 써보지도 못한상태로 최종보스를 잡아버리는 상황이 나오던거였습니다. 피시방에서 옆자리 아저씨가 휠윈드 도는거보고 멋있어보여서 나도 써보고 싶은데 보통 레벨 29 30이면 디아블로를 잡게되죠. 이미 게임은 클리어했는데 휠윈드 제대로 써보고싶으면 나이트메어가서 다시 액트1 가가지고 폴른 잡으라고 하니까 그게 정말 마음에 안들었습니다. 그렇다고 노멀 액트1 가서 휠윈드 돌면 게임이 시시해서 더 하고싶지 않죠.

그런데 디아블로 4는 일단 스토리의 질은 차치하고 스토리의 볼륨은 전작들에 비할 바가 아닙니다. 물론 스토리따위 관심없으신 성향의 유저분들이야 스킵스킵 몬스터 다 무시하고 목표만 목 따고 포탈식의 플레이로 진행하시기에 플레이타임은 엄청나게 줄어들수밖에 없겠습니다만 스토리의 볼륨이 크다보니 그만큼 스토리진행의 플레이타임이 늘어나고, 자연스럽게 레벨도 높아져서 사막 들어가는 시점에 이미 해당 직업의 궁극기를 배워서 잘 쓰고있습니다.
그런데 저렇게 레벨이 높아지면 전작에 비해 같은 진행시점에서의 레벨이 높아지다보니 몬스터들이 픽픽 쓰러져서 싱거운 게임이 되어서 흥미를 잃을 가능성도 큰데 레벨 스케일링 덕분에 몬스터들이 싱거운 존재가 되지 않고 적당한 긴장감이 유지가 됩니다.

오픈월드(비록 유비식 오픈월드긴 해도)답게 주변 풍경을 둘러보기에도 괜찮은 지형들도 있고 지나가다 마주치는 랜덤 이벤트들은 한두번씩 즐기기에 나쁘지 않은 구성이기도 했습니다.

게임의 타격감은 훌륭했고, 사운드도 괜찮았으며 스토리...는 뭐 그저그랬습니다만 못봐줄정도는 아니었고 시네마틱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게임을 종료하며 그럭저럭 괜찮은 게임이었다 라고 생각하며 게임을 종료한 후 그렇다면 어째서 디아블로4는 그렇게 혹평을 받고있는걸까? 라고 생각해봤습니다.

첫번째는 저는 김실장채널 같은데서에서 이야기하던 소위 엔드게임을 플레이하지 않았고 관심도 없습니다.
저의 플레이 성향은 게임 내 스토리를 즐기는데에 최우선점을 두고있고 회차플레이를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첫 플레이에 최대한 많은 요소들을 보기를 원합니다. 그리고 엔딩을 보면 다음회차에 스토리상 변화가 없다면 웬만해선 난이도같은건 신경쓰지않고 게임을 삭제하죠.
엔딩이후 엔드게임 플레이의 내용에는 관심이 없고 엔딩이후의 게임은 게임의 필수요소가 아닌 보너스정도로 치부하는 편입니다. 엔딩 후 좋은 아이템의 반복파밍보다는 엔딩까지의 과정을 중요시하는 타입이라고 생각하시면 되겠네요. 저한테 있어서 이 법칙을 벗어난 게임은 오직 몬헌뿐입니다.
그렇기에 엔딩 이후의 소위 폐지줍기라고 불리는 반복파밍과 레벨링을 하지않았기에 의견이 다를수밖에 없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두번째는 디아블로4는 디아블로4 자체로 플레이해야겠다고 접근하였기에 플레이방식의 고정관념이 없으며 디아블로2의 방식을 계승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디아2는 디아2고 디아3는 디아3며 디아4는 디아4인거죠.
만약 저는 디아4가 턴제 RPG 혹은 하스스톤 모험모드식으로 나왔다고 하더라도 상관이 없습니다.
하지만 기존 팬층이 디아블로는 반드시 핵앤슬래시여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저와 평가가 다를수밖에 없겠지요.

세번째는 디아블로2에 대해 유저들이 착각하고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디아블로2는 생각보다 그렇게 몹 밀집도가 높은 게임이 제 기억속에는 아니었습니다. 몹 밀집도가 높은곳은 카우던전과 디아블로 봉인, 바알방 입구정도였고 나머지 필드의 몹 밀집도는 디아4의 필드에서 마주치는 밀집도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디아2 당시 적어도 제 주변에서는 아이템을 주로 파밍하는곳은 몹 밀집도가 높은곳이 아니라 메피런과 공방 카우킹런이었습니다. 몹들을 몰아서 싹다쓸어버리는 방식이 아니고 그냥 텔포텔포텔포텔포 보스킬 반복이었죠.
실제 디아2의 엔드게임도 보스런이 엔드게임의 주된방식이었는데 다들 카우방 학살의 쾌감만 기억하고 그걸 마치 디아2의 모든맵은 이랬어 하고 착각하고 있는게 아닌가 싶은 추측을 해봤습니다. 물론 이는 추측일뿐이기에, 실제로는 아예 다른 부분일수도 있겠죠.

위의 내용들은 전부 스토리 클리어 기준으로 삼은 내용이기에 엔드게임을 주 목적으로 삼으신분들은 알못이 헛소리한다 싶으실수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솔직히 패키지게임이 8만원에 플레이타임 40~60시간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서브퀘스트들 20%도 클리어 안했는데 플탐 40~50시간정도 나왔으니 서브퀘스트들 다 챙기면서 게임한다면 60~70시간도 나올수도 있겠네요.
우주갓겜이라던 젤다, 엘든링, 몬헌들 플탐 100시간 넘는사람 생각보다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일반적으로는 4~80시간정도에 겜을 중도포기하건 클리어하건 하죠. 거기에서 정말 이 게임을 파고드는 재미를 느낀 소수의 사람은 100시간 500시간 1000시간을 돌파하는거고요.

학창시절에 메이플스토리에서 버섯잡는거밖에 안해본 우리아내가 직접 플레이해보고나서 그냥 평범하게 재미있다 라고 평가하더군요. 복잡하지않고, 스킬도 그냥 좋아보이는거 마음대로 찍어도 게임이 되고(물론 제가 대부분 이끌어주긴 하지만) 더빙도 멋지고 재밌다구요.
요즘 제일 잘나간다는 핵앤슬이 POE라던가요? 그 게임을 과연 저와 제 아내가 같이 플레이했을때 과연 재밌게 플레이할수 있을까요?
저는 시리즈의 오랜 팬들의 니즈를 모두 다 충족하는 마니악한 게임보다 30년이 된 오래된 IP를 신규유저가 진입해보고 거부감없이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게임이 좀 더 좋은 게임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는 디아블로4가 핵앤슬래시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쿼터뷰 액션 RPG라고 생각하며 나름 괜찮게 만들어진 액션 RPG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단점이 없냐면 아니죠. 시대착오적 인벤토리, 도데체 왜 만들어놓은지 의도를 알수없는 말 바리케이트, 불합리한 스킬옵션 등등등....
하지만 만약 디아블로4가 블리자드-디아블로IP가 아닌 AAA라는 회사에서 새로만든 BBB라는 게임이라고 해도 BBB는 희대의 똥게임이라는 평가를 들을까요? 전 아닐거같거든요.

그래서 저는 디아블로 4는 디아블로 2의 최신화버전이 아니며 디아블로4가 필요 이상의 비난을 받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덧붙임)엔드컨텐츠 파밍방식, 난이도, 직업밸런스 등 엔드컨텐츠 관련된 비난과 비판은 제가 겪어보지 않았기 때문에 잘못되었다고 판단하지 않고 있습니다. 본문의 글은 회차플레이 엔드컨텐츠를 제외한 디아블로4 전반적인 평가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