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경험기, 프리뷰, 리뷰, 기록 분석, 패치 노트 등을 올리실 수 있습니다.
Date 2004/09/15 21:50:41
Name 비오는수요일
Subject 한밤의 우중연가(雨中戀歌)
my message 18

잠든 아이들에게 이불을 덮어주고,
쓰다듬고,
살짝 뽀뽀를 하고는 책을 펼쳐들었습니다.

한장, 또 한장을 넘기다 '후두둑'하는 빗소리를 듣게 되었습니다.
창을 열고 밖을 바라보니,
가로등 불빛을 검게 물들이며, 그렇게 비가 오고있었습니다.

무심코 '비가오네'라는 생각은,
이내 운동나간 아내에 미치게 되었습니다.
'우산없이 나갔을텐데....'

전화를 걸어보았지만, 운동중인지 받질 않았습니다.
걸어서 15분.
아내는 매일 그 거리를, 그 시간에 오가며
헬스장에서 운동하는 중이었습니다.

창앞을 하릴없이 서성이는데,
아내의 전화가 왔습니다.

'전화했어? 왜?'
'비온다'
'어머, 그래? 아이 참....'
.................................

잠자는 아이들의 얼굴을 흘낏보고는 아내에게 말했습니다.
'내가 얼른 갈게'
'애들은'
'자. 차몰고 가면 금방인데 머. '
'그래도....'
'기다려'

아내를 싣고 집으로 오는길은 참 멀게 느껴졌습니다.
이윽고 다다른 아파트 주차장은 유난히 넓게 느껴졌습니다.
우산을 펴고 종종걸음으로 가는 길에서, 아내는 말했습니다.
'오빠, 고마워. 언제나 우산이어서....'
짐짓 못알아 듣는척 말했습니다.
'우산을 씌워준거지.'
아내는 하얗게 웃다가, 이내 열쇠를 뒤적였습니다.
'아이참, 왜 이렇게 안나온담.'

불안하고 초조한 마음으로 들어온 집에서는 아이들이 새근대고 있었습니다.
고맙고, 사랑스러웠습니다.

아내는 모릅니다.
내가 그들의 우산이 아니라, 그들이 나의 우산인것을.
그들이 나의 전부인것을....

사랑합니다.....

*여러분도 누군가의 우산이 되어주세요.
  흔한말로, 누가 우산을 씌워주길 기다리기 전에요....
  먼곳에서 찾지말고,
  가까운 이곳,
  pgr에서 타인의 우산이됨은 어떨지요.....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공공의마사지
04/09/15 22:08
수정 아이콘
따뜻한 한마디는 그 사람의 마음 한곳을 평생 따라다닐 수 있습니다.
온라인이라고 해서 다른게 아니고 당장!
피지알에서 따뜻한 댓글하나하나를 적어보는것도 괜찮겠습니다.
어두운 내뱉는한마디 라는 '검정우산'을 버리고 따뜻한 한마디라는 '파란우산'을 사겠습니다.
박용열
04/09/15 22:09
수정 아이콘
이승철의 '긴 하루'의
'나의 편안함은 바로 그대죠'
란 가사가 문득~
Milky_way[K]
04/09/15 22:28
수정 아이콘
아아....비오는수요일님의 아이디와 굉장히 잘어울리네요...
멋지고...부럽습니다.^-^!
총알이 모자라.
04/09/15 22:58
수정 아이콘
GG...
임상훈
04/09/15 23:39
수정 아이콘
하.. 정말 gg네요 ^^; 개인적인 일로 오늘 기분이 좀 우울했는데 이글 보니 뭔지도 모르는 깨달음이 생겼습니다.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
슬픈비
04/09/15 23:44
수정 아이콘
아.... 참..따듯합니다^^ 긴긴 밤 따듯한 마음으로 잘수 있겠군요. 감사합니다^^
04/09/16 00:22
수정 아이콘
음.... 음.... 음....
득묘하셨군요.
안전제일
04/09/16 00:50
수정 아이콘
음....평소같았으면 시샘에 속에 베베 꼬였겠습니다만..
저에게도 좋은 일이 있었으니까..
그냥 부러워만 해야겠군요.
좋은글 잘읽었습니다! 행복하세요!^_^
04/09/16 00:58
수정 아이콘
비 오는 새벽에... 그저 미소만 지을 뿐입니다.^^
비롱투유
04/09/16 01:16
수정 아이콘
전 시샘에 배배꼬이는걸요 ㅠ.ㅠ...
그래도 아주 멋진 염장이네요..
나도 언제쯤이면 다시 염장지르고 돌아다닐수 있으려나....
그리운 아키텍
04/09/16 01:23
수정 아이콘
이제 고정적으로 수요일마다 염장질 하시는 건 어때요? ( 가을이라 효과가 더더욱..)
04/09/16 01:43
수정 아이콘
이런 예쁜 글 정말 오랜만에 보는 것 같네요.
무척 행복한 부부이신 것 같아요. ^^
ShadowChaser
04/09/16 02:49
수정 아이콘
비오는 수요일 님//괜찮으시다면 제 미니홈에 퍼가도 될까요?
기분 좋은 글이라서.. ^^;
04/09/16 05:31
수정 아이콘
^^
Roman_Plto
04/09/16 09:00
수정 아이콘
비가 따뜻하게 느껴지는 글이군요..
저도 이런 사람을 만나길 기대합니다. ^^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7685 [잡담]구관이 명관이라........... [12] estrolls3643 04/09/18 3643 0
7684 힘내지 않아도 괜찮아요.... [7] A.J.6147 04/09/18 6147 0
7683 있는 힘껏 좌절중입니다.; [13] 뉴[SuhmT]3471 04/09/18 3471 0
7682 임요환. 죽음의 조만 걸려라!! [19] 바카스6381 04/09/18 6381 0
7681 취향? 대세? [7] 영웅의물량3423 04/09/18 3423 0
7680 온게임넷과 mbc게임의 차이 [14] DafNen.c4049 04/09/18 4049 0
7679 언제부터인가 스타리그보다 프로리그가 더 재미있게 보이네요. [20] 저그맵을 꿈꾸3573 04/09/18 3573 0
7678 대세는 타이밍 !! [15] 비롱투유4482 04/09/18 4482 0
7677 신정민 선수 [5] hyoni3100 04/09/18 3100 0
7676 온겜 해설에 대한 약간의 유감 [77] 하늘 사랑6637 04/09/18 6637 0
7675 겜하실때 빌드 외우세요? [28] SuoooO4229 04/09/18 4229 0
7674 [잡담]오래도록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 [15] Zard3355 04/09/18 3355 0
7672 계속 벌어지는 온게임과 엠비씨게임의 차이 [115] 열심히 살다보7437 04/09/18 7437 0
7671 NaDa와 Yellow...(그들에게 쓰는 편지) [14] 기억의 습작...3934 04/09/18 3934 0
7670 이길것 같은 선수와 이기길 바라는 선수... [13] 샤오트랙4031 04/09/18 4031 0
7669 drama [1] 올빼미3324 04/09/18 3324 0
7668 고맙습니다. [15] 손가락바보3492 04/09/18 3492 0
7666 One Page Memories, SkyintheSea, JetaimeMina...........그리고 [13] NaDa_mania3567 04/09/17 3567 0
7665 불은 꺼지지 않는다. [10] 해원4670 04/09/17 4670 0
7664 고마워 BoxeR, 감사해 NaDa [11] 비오는수요일5134 04/09/17 5134 0
7663 남자의 눈물 [19] 스타나라3922 04/09/17 3922 0
7662 브라보~ 올드보이 [18] 산적4924 04/09/17 4924 0
7661 지금..가장 떠오르는말. [9] 귀여운곰탕이3457 04/09/17 3457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