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버워치 리그 플레이오프의 3일차 리뷰입니다.
오늘 경기 결과로 4팀의 탈락팀이 나왔고, 이제는 8팀만이 남았습니다.
메타는 왜 망했는가?
이번 오버워치 리그 플레이오프는 역대급 밸런스 붕괴 상황입니다.
특정 다섯 영웅의 선택률이 95% 정도가 나왔으니 말이죠.
2가 오픈하면서 시청자 수와 관심은 늘었는데, 막상 메타가 이러니 걱정입니다.
여러가지 원인을 꼽을 순 있겠지만 키리코가 너무 OP입니다.
우월한 생존력과 기동성, 슈퍼세이브, 에임만 좋다면 120의 데미지를 바로 꽃을 수 있는 평타까지 기본 능력이 너무 좋습니다.
거기에다 궁극기는 역대급인데 공속 60%, 이속 50%, 재장전 50%, 쿨타임 가속 300%를 10초씩이나 제공해줍니다.
모든 팀이 키리코를 중심으로 조합을 짤 수밖에 없는 셈이죠.
그리고 소전도 여전히 메타를 지배하고 있습니다.
풀차지 레일건 헤드샷 260으로 탱커를 제외한 거의 모든 영웅을 삭제시켜버릴 수 있기 때문에 변수 창출 능력이 무궁무진하고,
분열 사격으로 거점 장악도 가능한데다가 이동기는 히트스캔류 중에 최상급입니다.
자리야, 디바, 솜브라, 겐지가 너프먹었는데 소전은 너프먹지도 않았고요.
OP 영웅들보다 많은 관계자들이 지적하는 부분은 팀들이 메타를 연습할 시간이 별로 없었다는 점입니다.
패치 내용이 팀들에게 공유된 것이 고작 플레이오프 5일 전이라네요.
이 정도 시간이면 다양한 메타에 대해 실험을 해 볼 시간도 없고, 몇 번의 스크림에서 좋았던 조합으로 통일되기 쉽습니다.
최소한 플레이인부터 패치 내역이 공유가 되어서 팀들이 이것저것 실험을 해 볼 시간을 충분히 줬어야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나마 조금씩은 나아지고 있긴 합니다.
조금씩 변주를 두는 팀들도 있고, 써킷 로얄 같은 맵에서는 기존 조합보다 더 좋은 조합이 나오기도 했고요.
한 해 농사가 걸린 플레이오프이니만큼 안정을 많이들 추구하지만, 리스크를 지지 않으면 우승할 수 없으니까요.
너무 똑같은 조합에 질리신 분들이라면 이런 것들을 찾아 보시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싶습니다.
패자조 1라운드 리뷰
LA 글래디에이터즈 vs 필라델피아 퓨전
1세트를 퓨전이 따내면서 혹시 했는데, 글래디가 무난하게 나머지 세트를 가져가면서 싱겁게 끝났습니다.
4세트 밀기맵 에스페란자에서는 끝까지 로봇을 밀기도 했고요.
경기 끝나고 필라델피아 퓨전 갤러리의 제스트 선수의 아버지가 글을 남겼는데,
제스트 선수의 팔 부상이 생각보다 심각했다고 하네요. 의사가 6개월 동안 팔을 쓰면 안된다고 했다고...
비록 패배해서 시즌은 끝났지만 부상 투혼을 발휘한 제스트 선수의 쾌유를 빕니다.
필라델피아 퓨전 갤러리에 올라온 제스트 선수의 아버지가 남긴 글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owlphi&no=53075
샌프란시스코 쇼크 vs 상하이 드래곤즈
19-20 챔피언과 디펜딩 챔피언이 너무 이르게 만난 경기에서는 쇼크가 상하이를 떨어뜨리고 살아남았습니다.
경기 자체는 예상을 할 수 없는 구도로 꽤 재밌게 흘러갔습니다.
1세트 리장 타워에서 상하이가 다 이겼다고 생각한 순간 기대도 하지 않았던 마이키가 한타를 뒤집어 엎으면서 쇼크가 이겼고,
2세트 아이헨발데에서는 쇼크가 상하이의 공세를 막아냈다고 생각한 순간 이재곤의 센스 넘치는 플레이로 상하이가 이겼습니다.
2019년 때 애틀랜타에게 C9를 당해서 졌을 때처럼 쇼크 선수들은 멘붕을 했고요.
승부의 분수령은 3세트였는데, 쇼크가 써킷 로얄을 선택하고 더블 히트스캔 + 시그마 + 더블 서브힐러라는 롱레인지 조합으로 변수를 뒀고,
상하이가 상대 조합에 대처를 하지 못하고 무너지면서 경기 흐름이 쇼크쪽으로 넘어갔습니다.
선수들의 주력 영웅을 전부 꺼낼 수 있는 조합을 선택함으로서 쇼크의 장점을 살리고,
페이트가 나오면 시그마가 나올 수 없는 상하이의 약점을 부각시키는 정말 좋은 수였다고 생각합니다.
비록 경기를 패배했지만 립의 활약은 눈부셨습니다.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굉장히 많은 잘하는 소전을 봤는데, 이 정도로 무서운 소전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상하이가 떨어지면서 저 무서운 소전을 안 만나도 될 거란 사실에 많은 팀들이 안도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쇼크가 상하이를 꺾고 올라가면서 글래디 vs 쇼크라는 미드시즌 매드니스 결승전의 리매치가 패자조 2라운드에서 펼쳐지게 됐습니다.
시즌 내내 승패를 주고받았던 팀이고 은근히 라이벌리 관계가 형성된 팀이라 재밌는 경기가 나올 것 같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살아남은 팀은 댈러스 vs 서울의 패자와 붙습니다.
참 대진 한 번 험난하네요. 리그 포인트 20점+ 팀 다섯이 한 쪽에 몰릴 줄이야...
플로리다 메이헴 vs 애틀랜타 레인
첫 날 경기의 리매치였던 만큼 패배한 애틀랜타 쪽에서 변화가 있었습니다.
시즌 중반부터 주전에서 밀린 네로가 리퍼를 맡았고,
이번 시즌에 본 적이 몇 번이었는지 가물가물할 정도로 나온적이 없었던 게이터가 탱커로 나왔습니다.
결과만 보면 약간의 효과는 있었습니다. 그래도 1세트는 먼저 따냈으니까요.
하지만 나머지 세트는 첫째 날과 똑같이 흘러갔고, 플로리다가 무난하게 승리했습니다.
항저우 스파크 vs 토론토 디파이언트
11번 시드와 12번 시드가 만난 경기답게 매우 치열했던 한 판이었습니다.
토론토가 휴스턴과의 경기에서 활약했던 희수에게 소전 대신 리퍼를 주는 특이한 선택을 해서 샤이의 소전을 막을 수 있나 싶었는데,
샤이가 미쳐 날뛰기는 했지만 피날레가 의외로 무너지지 않고 활약하면서 경기는 시소게임에 가깝게 진행되면서 풀세트를 갔습니다.
하지만 5세트 위기의 항저우를 구하러 샤이가 또 한 번 갔고,
팀의 근본이 왜 레일건인지 보여주는 소전 실력으로 항저우를 다음 라운드로 진출시켰습니다.
항저우 스파크의 진출로 플로리다 vs 항저우라는 핑크 더비가 성사됐습니다.
한 쪽 팀은 하얀색 원정 스킨을 입고 나와야겠지만요.
경기는 샤이 vs 하이드론, 중국과 미국을 대표하는 두 소전 유저의 손에서 갈릴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