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8강이라 말을 줄이려고 했지만
제가 그룹 스테이지부터 지인들에게 항상 말했던,
그리고 수년 동안 SKT가 주장해왔던 [우리가 실수 안 하면 이긴다]의 정수를 본 것 같아 소름이 돋았네요.
이제까지의 [우리가 실수 안 하면 이긴다]는 어딘가 한 번은 미끄러지는, 그런 느낌을 받아왔는데
이번 롤드컵, 그리고 오늘 경기는 정말 김동준 해설이나 피글렛 전 선수가 말했던 것처럼 실수를 경이로운 수준으로 안 하더군요.
상대가 숨이 턱 막힐 지경으로. 4강에 대한 기대감이 커질 수밖에 없는 경기였습니다.

1세트 쵸비의 수면방울 적중률은 역대급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미 기세가 너무 많이 기운 탓에 킬이나 인상적인 장면으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제가 본 경기 중에서 일 순위로 둘 수 있을 정도로 적중률이 좋더군요.
솔직히 말해서 페이커의 광팬이지만, 쵸비에게 라인전을 많이 밀릴 것이라고 생각 했는데 미드 1티어 픽인 르블랑을 내주고도
라인전을 4.5:5.5 혹은 5:5로 해준 것만으로도 미드 원맨캐리팀을 파훼하는데 많은 기여를 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티원의 운영이나 체급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을 정도로 단단하고 강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9SKT보다도 더욱 체급이 높아진 느낌이에요. 그 때도 우승까지도 노려볼만한 체급이었지만, 실수가 터지며 패배한 느낌이었습니다만,
당하는 팀 입장에서는 그냥 숨만 쉬다가 정신 차려보니 게임이 이미 터져있는 모습이었고요.
구마유시가 3연 아펠을 하는 내내 무기 관리가 아무리 생각해도 핵을 켜놓고 무기를 사용하는 건가? 싶을 정도로 적재적소에 무기를 사용하더군요. 너무 인상적이었습니다.

추가적으로 한화의 밴픽에서 딱 [후반 가면 절대 못 이기니까 초반 강한 픽으로 변수 만들자] 이 마인드가 3세트 내내 보이더군요. 탈론을 상대로 짜오, 올라프를 쥐어주고 르블랑,레넥톤으로 미드 탑 라인전을 강하게 가져가고 원딜 또한 아펠 상대로 포킹 바루스면 라인전을 무조건 리드할 생각으로. 물론, 압도적인 체급차로 초반이 무난하게 넘어가고 그 반동으로 더욱 빨리 게임이 터진 것 같고요.


두 팀 모두 수고 많으셨고, T1의 건승을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