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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1/10/19 17:59:36
Name ipa
Subject [LOL] 방금 다 본 젠지의 그룹 2라운드 짧은 감상평

요새 진짜 너무 행복하면서도 불행합니다.
할 일이 잔뜩 쌓여 있을 때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롤드컵 게임도 잔뜩이라니... ㅠㅠ
길티 플레저라 하던가요?
아침 일찍 일어나도 하루의 진짜 시작은 저녁 8시인 느낌. 뭔가 제 자신이 되게 쓰레기 같이 살고 있는 거 같은 자괴감 만땅인데 넘 행복해요...


어제는 도저히 못 버틸 것 같아 젠지 대 TL 전까지만 보고 자버렸습니다.
그리고 오늘 아침부터 짬짬이 한 경기씩 진도를 맞춰서 조금 아까 조 추첨까지 다 보았네요.
게임들이 뭔가 다 나사 빠지고 허무하고 재미는 없는데..... 그래도 몰입감은 장난 아니더군요. 사자 재경기라니요.


구 킹존 팬이자 스멥 디디 시절부터 KT를 응원하기 시작해서 4대 미드 중에서도 각별한 애정과 부채감을 가지고 있는 미드가 비디디입니다.
승강전을 밥먹듯이 가면서 "챌린저스의 비디디라 불리우는 사나이 = 비디디" 같은 드립에 웃펐던 그 시절, KT 팬들이 주구장창 아쉬워했던 부분은 비디디의 시야 장악과 미드 라인전 이득의 확산력이었습니다. 아 물론 비디디의 그 약점이 패배의 주 원인이다, 그런 건 아니었습니다. 그 정도로 노 양심은 아니어서...;;
곧 죽어도 통신사 라이벌이라고, 승강전을 들락거리던 그 시절에도 킅붕이의 시선은 저 멀리 T1에 꽂혀있었습니다. 칸과 페이커의 부지런하고 노련한 와드 플레이가 참 부러웠죠. (그때 이미지 때문인지 아직도 T1팬분들이 시야 관련해서 불만을 토로하면 공감이 잘 안 됨....)


젠지로 이적한 후에는 비디디가 KT에 있을 때처럼 플레이 하나하나를 꼼꼼이 보지는 못했습니다.
근데 어제 경기를 몰입해서 보다보니 제일 거슬리는 부분이 젠지의 시야 플레이더군요. 비디디가 아니라 라이프와 클리드의 문제가 큰 것 같습니다.
스프링 때 T1이 용 타이밍에 시야 다 잡아놓고 템 사러 가버리는 이상한 운영으로 지적 좀 받았던 기억이 있는데요, 젠지는 아예 시야 자체를 안 잡더군요.
유미 픽이 두 번이나 나왔던 것도 있겠지만, 유미가 아닌 서포터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였어요. 클템 해설 표현대로 너무 약속시간 정시에 맞추려고 하는 느낌? 조금의 시간 손해, 조금의 와드 낭비도 하지 않겠다는 생각인건지, 그러다가 오브젝트 자리잡기에 늦어버리는 경우가 너무 많이 눈에 띄었습니다. 그나마 전령에서는 그런 경향이 덜한데, 용과 바론에서의 시야 싸움은 좀 심하다 싶더라고요.

라인 주도권이나 CS로 체급 불리는 데에 비중을 너무 두어서 그런건지... 특히나 골드 차이가 좀 나고 한타가 더 좋은 조합과 상황에서는 라인을 조금 손해보는 한이 있더라도 미리 시야 잡고 좋은 자리 맡아놓은 후 상대를 싸움으로 끌어들이는 운영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하는데요. 가장 좋은 싸움거리가 오브젝트니까요. 비디디의 울트라 수퍼플레이였던 조이 암살 장면이 블라인드 샷이었던 걸 보면, 옛날 무슨 벵기 전설처럼 비디디를 더 강하게 만들기 위한 팀적 훈련을 수행하고 있는 건가... 하는 말도 안 되는 생각이 들기까지 했습니다.

젠지의 움직임을 보면, 선수들이 다들 각자 사정만 생각하면서 플레이하고 있는 느낌이 들어요.
조합상 지금 싸워야 하는 상황인데 누군가가 '어 근데 나 이거 하나만 밀면 템 나와', '어 근데 나 아직 스펠 안 돌았어', '어 나 6렙만 찍고 와드 채워올게' 뭐 이런 식으로 전투 합의가 불성립하는 그런 게임 보는 느낌이요. 큰 그림이 공유되지 않고 각자의 타이밍이 조금씩 엇나가면서 상대의 실수나 누군가의 수퍼플레이로 명백한 기회가 생기기 전까지는 팀플레이가 안 되는 것 같은....

언제까지나 비디디의 돌발적인 수퍼 플레이만 운영의 바탕으로 삼을 수는 없지 않나요. 상위 라운드로 갈 수록 상대의 실수나 비디디의 초능력 발휘 가능성은 점점 낮아질테고요.
제발 시야 문제와 운영 조율 부분을 잘 피드백해서 남은 경기에 임했으면 좋겠습니다. 다른 팀들은 설사 조금이라도 피드백이 되었다는 느낌적인 느낌이라도 있는데, 젠지는 그룹 2라운드 경기 동안 그냥 선수들의 컨디션과 스킬샷 기복에 따른 차이만 있을 뿐 팀적으로 뭔가 피드백되었다는 느낌조차 받을 수 없었습니다.
비디디, KT에서도 고생 엄청 하고 간 선숩니다. 부디 잘 좀 부탁드려요. 젠지 코칭스탭님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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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취침
21/10/19 18:21
수정 아이콘
아까 비디디 소년가장 댓글 쓰면서 킹존이후 팀이 순간 생각이 안났었는데...KT였었죠...흠흠흠
이정도면 비디디 사주풀이를 좀 해봐야 할 것도 같고...
21/10/19 18:30
수정 아이콘
C9전은 박주선생과 루카 '퍽즈' 페르코비치 중 누가 출전하느냐가 관건
로즈엘
21/10/19 18:33
수정 아이콘
룰러가 바텀에서 어떻게 할 수 없는 상황이 큰거 같더군요.
미드밴에 집중 투자하면서 바텀 밴픽에서 이득 본것은 없고, 초반 압박을 하고 싶어도 서폿 로밍이 강제되는 추세라서 쉽지 않아요. 한타 구도에서 돌풍 스펠 믿고 줄타기를 계속 하는데 쉽지 않네요.
Lord Be Goja
21/10/19 18:35
수정 아이콘
제가 느끼던 위화감의 정체가 이런거였군요.시야가 없으니 잘큰 룰러가 있어도 어떻게 써먹을수가 없었나봅니다.
c9전에는 잘했으면 좋겠습니다
티모대위
21/10/19 18:52
수정 아이콘
해설들이 그렇게 미리 자리잡으라고 이야기 해도... 크크
큐베가 객원해설중에 유난히 조용한 편인데, 오브젝트 준비 이야기할때는 부쩍 말이 많아지더군요
까먹었다
21/10/19 19:16
수정 아이콘
젠지는 시야도 그렇고 운영단계에 가면 콜이 서로 전달될까 궁금합니다. 오프더레코드 보면 시장통이던데 크크크
한타 끝나자 마자 퍼즈걸고 한 명 잡아서 “야 방금 비디디가 상대 누구 노플이라고 콜했어 말해봐!”하면 대답 못할 거 같이 서로 할 말만 하던데요 크크크
toujours..
21/10/19 20:09
수정 아이콘
오더 정리가 아직도 안되니 시야쪽도 문제가 있겠죠
누군가입니다
21/10/19 20:31
수정 아이콘
젠지는 다큐 찍을때부터 불협화음있다고 광고하더니 아직도 못고친거보면 누구말따나 간절함이 없거나 모이면 안될 선수들이 모인탓이겠죠.
한화보면서 어이없던적이 한두번이 아니였지만 돌이켜보면 그래도 앞으로 나아가고 있구나 싶은데
얘넨 좋은 재료를 가지고 계속해서 썩히고 있구나싶어서 한화보다 마음속 평가가 떨어져버렸네요.
조미운
21/10/19 21:00
수정 아이콘
저는 젠지 선수들이 게임을 어떻게 풀어 나가야 할지 잘 모르거나, 강력하게 의견을 내는 사람이 없다고 느껴집니다. 젠지가 [클래식]픽을 잡았을 때 괜히 경기력이 좋은게 아니더라고요. "최소 2라인 우위 -> 유리한 오브젝트 싸움 -> 누군가 해줘! (대개 비디디) -> 체급을 불려 나가며 승리" 이게 가장 기본 공식이고, 정석적으로 게임을 풀어나가는 쉬운 방법인데, 클래식 픽을 잡았을 때 이런 방식으로 게임을 하기가 쉽거든요. 가장 많이 연습했던 패턴일테고요.

근데 다른 조합을 사용해 플레이 스타일이 달라져야 하거나, 경기 전에 생각했던 구도가 망가지면 운영 퀄리티가 급격하게 내려갑니다. 실시간으로 상황을 피드백해서 유리할 때 굳히는 플레이, 불리할 때도 참았다 각 잡고 터뜨리는 결단력이 안보여요. 경기를 자세히 볼수록 변수에 약하다는 이미지가 괜히 생긴게 아니라는 느낌이 듭니다. 이제 2년을 다 채워가는데 아직 팀 전체가 완전히 신뢰하는 메인 오더가 없는 걸까요. 이런 면에서 현재는 젠지보다 한화를 더 고평가 합니다. 한화의 운영 퀄리티는 둘째치더라도, 다 같이 해야하는 플레이를 만들어 간다는 느낌은 들어요.
21/10/19 21:07
수정 아이콘
그래서 저는 한 포지션만 바꿔야 한다면 서폿이라고 생각합니다. 라이프가 운영 개념이 생각보다 없는 것 같아요. 발언권도 약하고요. 코장급 베테랑이 와야….
아르네트
21/10/19 21:11
수정 아이콘
개인적으로 룰러가 너무 센 듯한...성격적으로...
21/10/19 21:14
수정 아이콘
여차저차한 경로로 들은 바에 의하면 룰러 예의도 바르고 성격 엄청 좋다던데 게임적으로는 다를 수도 있겠네요. 저도 원래 성격은 예의바르고 착하거든요. 크크크
HA클러스터
21/10/19 21:48
수정 아이콘
펜타무새, 개새좌의 위엄
조미운
21/10/19 21:15
수정 아이콘
코장급 정도의 베테랑이 오면 팀의 방향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롤 이해도가 높고, 실력도 있으면서, 권위도 있어야 하는데 그런 선수가 많지 않죠. 사실 젠지 다큐를 보면... 왜 라이프의 발언권이 약하고, 과감한 플레이를 쉽게 하지 못하는지 이해가 되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한 포지션만 바꿔야 한다면 감독이라고 봐요. 사실 타팀 팬이라 조심스러운 것도 있고, 감독/코치 평가를 잘 안하는 편이기도 한데... 주영달 감독이 욕 많이 먹는 손대영 감독보다 더 별로라고 봐요. 전술, 전략, 픽밴 같은 것보단 팀 분위기 만드는 것과 방향성을 잡아주는 면에서요.
1등급 저지방 우유
21/10/19 21:45
수정 아이콘
인보이스 들려줄때보면 유독 시장통 같다~~라는 얘기가 많았던 곳이 젠지였던거 같네요
키모이맨
21/10/19 23:44
수정 아이콘
딱 T1에서 커즈-페이커-테디 붙여놓으면
한명한명은 아직도 충분히 리그 상위권 기량인데 게임 산으로가던거랑 똑같다고생각합니다

선수끼리 어디선가 평행선이 있으면 2년 붙여놔도 안되죠
여긴 선수조합 다시짜야죠 내년에 어차피 그렇게 되겠지만
위대함과 환상사이
21/10/20 00:03
수정 아이콘
(수정됨) 저도 젠지를 누군가, 아마 현 LCK해설진 중 1명이 이번 월즈 직전 참가팀들 전력분석하면서 내렸던 평가라고 기억하는데, 자신들만의 리그오브레전드를 한다고 평했던 말이 어제 경길 보면서 생각나더라구요. 1라운드에서는 픽밴에서 그런 모습이 나타나더니 어제는 인게임 시야싸움과 오브젝트앞 한타싸움준비에서 그런 모습이 나타나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가령 용앞 한타싸움 준비해야할 타이밍에 시야장악을 전혀 안하고 뒤늦게 오브젝트 앞에 집결하니 이미 상대방은 시야장악을 다해놓고 전투에 유리한 진형을 갖추고 대기하고 있었죠. 그러니 경기초반에 얻은 이득을 바탕으로 차지한 전투견적상의 우위를 전혀 활용하지 못하고 이미 전투에 유리한 진형과 시야를 점유한 상대방이 무서워서 허무하게 상대에게 오브젝트를 허용하고 유리한 상황을 전혀 못굴리더군요. 사실 초반의 유리함을 바탕으로 오히려 오브젝트 싸음을 적극적으로 유도해야하는건 젠지인데, 오브젝트가 젠되기전 시야장악을 상대방한테 밀린다는게 말이 되는 상황인지 모르겠습니다. 결국 이건 용이나 전령시간을 알면서도 팀적으로 사전 전투준비를 등한시한다는 건데, 이 또한 자신들만의 롤을 한다는 평과 일맥상통한다고 봅니다.

어제 젠지가 결국 조1위를 차지했지만 이기는 경기도 보는 내내 너무 답답하고 어렵게 끌고 가는 걸 보니 당장 8강경기부터도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그리 좋은 전망하긴 어렵겠단 생각부터 들더군요.
21/10/20 01:23
수정 아이콘
사실 조 자체가 가장 치열한 조라서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게 팀리퀴드전까지.
특히 팀리퀴드전은 개인적으로 젠지가 굉장히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마지막 매드전이 너무 실망스러웠습니다.
올라프유미가 언터처블인 상태에서 시야까지 상대 억제기 앞까지 다 잡아놓고 아무것도 안합니다.
상대가 어찌어찌 시야 뚫고 나오니 바론을 트라이하는걸 보고 도대체 이 팀은 뭔가 싶었습니다.
딱 서머 초반 양대인 경질전 T1 경기 보는 느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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