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목을 불문하고 스포츠 선수들의 성적은 나이에 의해 상당한 영향을 받습니다. 나이에 따라서 신체적인 능력뿐만 아니라 집중력, 기억력, 연산력 등의 정신적인 능력까지도 크게 변화하기 때문입니다. 지역과 리그 및 포지션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야구에서는 선수들이 평균적으로 약 26-28세에 전성기를 맞이하며, 축구에서는 24-28세 사이에 전성기를 맞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심지어 육체적인 능력이 매우 제한된 바둑조차 20대 초중반에 전성기를 맞이하며, 세계 대회 우승자들의 평균 연령이 20대 초중반이라는 점과 세계 랭킹 15위 내에 30대 선수가 한 명도 없다는 것이 이를 뒷받침합니다.
그렇다면 리그 오브 레전드 이스포츠에서의 에이징 커브는 과연 어떨까요?
이스포츠에서 동체시력, 반응 속도 등을 포함하는 신체적인 능력뿐만 아니라 메타 적응력, 상황 분석 등을 포함하는 다양한 정신적인 능력이 나이에 영향을 받는 것은 분명합니다. 만약에 평균적인 선수들의 에이징 커브를 이해한다면 선수들의 영입과 육성 등에 있어서 큰 도움이 될 수 있기에 매우 흥미로운 주제입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이에 대해서 이뤄진 연구는 없는 상황입니다. 따라서 본 글에서는 LCK에서 선수들의 나이가 선수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고자 하였습니다.
-연구 방법
LCK 2016 스프링부터 LCK 2020 서머까지 총 10개 시즌 내에 193명의 선수의 데이터를 수집하였습니다. 플레이오프/선발전/국제대회 데이터는 진출팀 중에서 상대적인 약팀 선수들의 데이터 왜곡을 심화시키므로 제외하였습니다. 또한 일시적인 포지션 변경이나 정글 몰아주기 메타 등으로 인한 데이터 왜곡을 막기 위하여 매 정규리그마다 최소 동일 포지션으로 7경기 이상 뛴 선수들의 데이터만으로 한정하였습니다.
선수들의 나이에 따른 영향을 분석하기 위하여 선수들의 나이에 따른 ‘출전 경기 비율’, 평균적인 '승률'을 비롯하여 '팀 내 데미지 비중(%)'과 ‘15분 CS/Gold 차이’를 중심으로 비교하였습니다. 현재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는 야구에서의 WAR이나 wOBA와 같은 선수들의 실력을 정량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지표가 개발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가장 널리 사용되거나 직관적이면서도 시즌에 따른 변화가 거의 없는 지표들을 중심으로 비교하였습니다. 분당 평균 딜량이나 와딩 점수, 평균 골드 수급량 등은 널리 쓰이는 지표이기는 하지만 메타에 따라 크게 변화하기에 일관적이지 않으므로 제외하였습니다.
나이는 편의상 ‘만 나이’가 아닌 ‘한국식 나이’로 표기하였습니다.
-결과 및 토론
포지션별 나에 따른 ‘출전 경기 비율’, ‘평균 승률’, ‘팀 내 데미지 비중 변화’ 및 ‘평균 15분 골드/ CS 차이’를 알아보았습니다. 포지션 중에서 특정 나이에 해당하는 선수가 4명 미만인 경우에는 위의 그래프에 표기하지 않았습니다.
먼저 출전 경기 비율을 살펴보면 LCK에서 각 나이가 차지하는 출전 경기 비율은 포지션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습니다. 가령 미드는 출전 경기 비율의 절반 이상을 20, 21세 선수들이 차지할 정도로 어린 선수들의 비중이 높은 편이지만, 반대로 서포터의 경우에는 23세 선수들이 가장 높은 출전 경기 비율을 차지하고 있으며 26세 이상의 선수들도 상당할 정도로 노장의 비중이 높습니다. 그 밖에도 탑은 21~23세 선수들이, 정글은 20~22세 선수들이, 원딜은 21~23세 선수들의 출전 경기 비율이 높은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후, ‘평균 승률’, ‘팀 내 데미지 비중 변화’ 및 ‘평균 15분 골드/ CS 차이’ 지표들에 대해서 포지션별로 세분화해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LCK에서 포지션별 나이에 따른 15분 CS 차이
1. 탑
탑은 19세부터 점차 성장하여 22~24세 사이에 전성기를 맞이하나 25살에 승률 및 15분 라인전 지표가 모두 급격히 하락하는 에이징 커브를 보여줍니다. 한편 위의 그래프에는 표기하지 않았지만 탑 포지션의 시즌 당 평균 솔로킬 횟수가 24세에 9.5회에서 25세에 7.2회로 급격히 감소하였습니다. 평균적으로 25세부터 라인전이 급격히 무너지며 에이징 커브가 오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2. 정글
정글은 20세부터 22세 사이의 이른 시기에 전정기를 맞이하지만 마찬가지로 이른 시기인 23세부터는 승률이나 데미지 비중, 골드, CS 모두 급격하게 감소합니다. 한편 정글러는 나이에 따른 FB%, 즉 퍼스트 블러드에 관여하는 비율이 급격히 변하는 것이 관찰되었습니다. 22살까지는 약 39%대를 유지하지만 24살이 되면 31%까지 하락합니다. 소위 ‘날카로움’이라고 불리는, 초반 설계나 초반 정글 교전에서의 피지컬 등이 나이에 따라서 점차 감소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다만 정글러 중에서 이러한 평균적인 에이징 커브를 크게 벗어나는 두가지 사례가 존재합니다. 모두가 아는 lck의 전설, 엠비션과 스코어입니다. 이 둘은 27살 이상까지도 현역으로 활동하였으며 26살까지도 상당히 좋은 지표를 보여주었던 매우 특이한 케이스입니다. 이 둘의 케이스로 인해서 정글러의 에이징 커브가 느리게 온다고 인식하게 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3. 미드
미드의 경우에는 흥미롭게도 나이에 따른 성적과 지표가 상승하는 뚜렷한 구간이 없습니다. 다만 24세를 기점으로 승률 지표를 비롯하여 데미지 비중이나 라인전 지표인 15분 cs, 골드 지표가 모두 급격히 하락합니다.
이는 미드는 원딜과 함께 프로에 대한 진입장벽이 적은 것이 중요한 요인이라 보입니다. 미드, 원딜은 다른 라인들에 비해서 솔로랭크와 대회와의 관련성이 높은 라인으로 알려져있습니다. 솔로랭크에서 두각을 보여주는 미드의 유망주들은 대회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령 페이커, 유칼, 쵸비, 비디디, 클로저 등의 선수들은 무려 18세에 데뷔하였지만 첫 시즌부터 우수한 성적을 거뒀습니다.
4. 원딜
원딜은 매우 이른 시기인 20세부터 23세까지 전성기를 유지합니다. 다만 원딜 역시도 24세를 기점으로 승률 지표, 특히 15분 라인전 지표가 급격히 하락합니다. 한편 그래프에는 나와있지 않지만 퍼블 관여율은 23세에 21.3%에서 24세에는 15.9%로 급격히 하락할 뿐만 아니라, 반대로 퍼플로 희생되는 비율은 4.7%에서 5.7%로 크게 상승하는 것으로 보아, 라인전에서 상대방에게 더 많은 킬을 허용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원딜 역시도 미드와 마찬가지로 솔로랭크와 대회의 간극이 적은 것이 주 원인으로 보입니다. 가령 데프트, 룰러, 테디, 에이밍, 바이퍼 등의 LCK를 대표하는 원딜 선수들 역시도 데뷔 시즌부터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5. 서포터
서포터는 평균적으로 21세부터 25세 사이의 가장 긴 전성기를 유지하는 라인입니다. 서포터에게는 의미가 부족한 지표인 15분 골드 및 CS 지표를 제외하고 살펴보면, 21살까지는 뚜렷하게 지표가 상승하는 모습을 보이나 21살부터 25살까지 승률뿐만 아니라 데미지 지표나 기타 킬 관여율, 퍼블 관여율, 시야 점수 등에 있어서 특정한 경향을 찾기 어렵습니다. 다만 26살부터는 위의 전반적인 지표가 모두 감소하는 것으로 보아 26살부터는 에이징 커브가 오는 것으로 보입니다.
서포터의 경우에는 대회와 솔랭에서의 역할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는 포지션입니다. 이는 크게 두가지 요소에서 찾을 수 있는데, 첫번째는 팀원 간의 커뮤니케이션에 관한 부분이고 두번째는 시야 장악에 관한 부분입니다. 서포터는 일반적으로 팀원 중에서 상대방에 대한 아이템, 스펠, 맵 상황 등을 비롯한 다양한 정보를 소통하는 중추 역할을 요구되기에 팀원 간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이 필수입니다. 또한 서포터는 팀이 요구하는 시야 장악을 만족시켜야 하며, 때로는 상대하는 팀에 따라서 맞춤형의 시야 확보 및 상대방 시야 제거가 요구되기도 합니다. 이처럼 서포터는 대회에서 상당한 진입 장벽을 가지고 있기에 에이징 커브가 매우 늦은 시기에 찾아오는 것으로 보입니다.
-결론
본 글에서는 LCK 2016스프링부터 2020서머까지 10개의 시즌 동안에 선수들의 나이가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았습니다. 선수들의 나이가 미치는 영향은 포지션에 따라 크게 다른 경향을 보여주었습니다. 탑은 22~24세에 전성기 이후 25세부터 성적과 실력이 하락하였으며, 정글은 20~22세에 전성기 이후 23세부터 하락, 서포터는 21~25세까지 전성기 이후 26세부터 하락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한편 미드와 원딜은 나이에 따라 성적이 상승하는 뚜렷한 구간은 찾을 수 없었으나 24세부터 성적과 실력이 하락하였습니다.
다만 본 글에서는 LCK만을 대상으로 분석하여 선수의 수와 데이터의 수가 매우 한정되어 있기에 다른 지역에서는 지역의 성향에 따라서 상이한 결과를 보여줄 수 있습니다. 또한 평균적인 경향을 살펴본 것이기에 선수의 성적을 무조건적으로 나이만을 통해 판단하는 것은 무리가 있습니다. 가령 엠비션이나 스코어와 같은 경우에는 평균적인 에이징 커브를 크게 벗어나는 경향을 보여주었습니다.
요약:
LCK 2016부터 2020까지 10개 시즌 동안 선수들의 연령에 따른 평균적인 에이징 커브를 알아보았음.
탑: 22~24세에 전성기 이후 25세부터 하락.
정글: 20~22세에 전성기 이후 23세부터 하락.
서포터: 21~25세까지 전성기 이후 26세부터 하락.
미드/원딜: 전성기 없이 처음부터 전성기 이후 24세부터 하락.
앰비션과 스코어는 대단히 예외적인 케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