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L에서 롤드컵에 진출한 팀들 중 JDG와 TES는 다들 많이 아실 거고, LGD도 비교적 익숙한 얼굴들이 꽤 보이는 반면 한국 팬분들에게 SN은 좀 처음 보는 얼굴들이 많으실 거라고 예상됩니다. 팀의 라이너 중 둘은 올해 데뷔한 신인인데다, '한국인이 한 명도 없는데 용병 슬롯을 꽉 채운' LPL 팀인지라 좀 생소하실 거란 생각이 드네요.
개인적으로 쑤닝은 이번 롤드컵 LPL에서 제일 응원하는 팀이고 높이 올라갔으면 하는 선수들이라... 좀 길게 선수들에 대한 소개글을 써보았습니다.
1. Bin
탑라이너인 빈은 다들 아마도 많이 들어보셨을텐데, 작년 롤드컵 끝나고 천상계 솔랭에 혜성같이 등장한 'love camille' 장본인입니다.
한국에서도 솔랭으로 유명했는데 중국에서는 더 유명했죠. 대충 이 선수에게 붙는 수식어가 '국산 더샤이(=중국의 더샤이)' '최고의 탑솔러 유망주'였던 것만 봐도 당시 중국 내 롤팬들이 빈에게 거는 기대치를 알 수 있습니다.
더군다나 중국은 '더샤이 덕분에 탑라이너 선수들이 칼챔을 연습하기 시작했다'란 소리를 들을 정도로 칼챔을 잘 다루는 선수가 그렇게 많이 있지는 않는 편이었는데,
빈은 LDL(중국의 2부리그. 아카데미 리그)에서 '이렐리아로 펜타킬'을 내고 시즌 동안 솔킬만 40번을 내고는 리그 솔킬왕 따고 드디어 나이가 차서 올해 LDL에서 LPL로 올라오게 됩니다.
당연히 일반인들과 관계자들의 기대치가 거의 폭발 직전까지 치솟습니다. 빈은 그 유명한 PDD도르 수상자 중 하나인데, 이 당시 PDD가 빈을 언급하면서
"빈은 잠재력이 대단하다. 이대로 성장한다면 더샤이와도 맞붙을 수 있을 것."
"애초에 내가 500만 위안 내고 쑤닝 경영진 잘 구슬려서 속여넘기고 사오려 했는데, 쑤닝 경영진이 끄떡도 안 하더라."
라면서 아쉬워한 적도 있습니다. 이때 쑤닝이 또 (나이트와 티안처럼...) 빈을 팔아넘겨버렸다면 올해 스프링 ES Bin을 볼 수 있었겠죠.
이외에도 해설자인 Cat이 이 선수 크면 대박일 거라고 극찬한 적도 있고, 다들 알다시피 너구리가 '러브카밀' 하나 보기 위해 LPL에서 IG와 더불어 쑤닝 경기는 꼭꼭 챙겨본다고 언급한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빈의 스프링은 순탄하게 흘러가지 않았습니다. DMO 탑이자 '도란 징계좌'로 유명한 Natural한테 0/7/9의 처참한 KDA로 서열정리를 당한데다, 그놈의 챔프폭(탱챔을 거의 쓰지 않았음)이 발목을 붙잡아서 "이게 중국의 더샤이?"라고 비웃음을 당하다 교체도 여러 번 되고 하는 험난한 첫 데뷔 시즌을 보내게 됩니다.
그래도 서머 시즌 되니까 경험치 쌓여서 준수한 모습으로 LPL 서머 시즌 솔킬 총 25회로 솔킬 1위를 차지하며 롤드컵까지 진출하게 되죠.
아쉽게 서머 올프로 안에는 못 들었지만, 이 당시 세컨 줌 써드 369에 중국 팬들도 의문 가지면서 빈 들어가야 하는 거 아니냐? 하는 여론이 대세였단 것을 생각해보면 이 선수의 위상이 엄청 올라갔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선수의 가장 유명한 별명이 '국산 더샤이'라는 건 아직까지도 변하지 않았지만, 빈 본인은 더샤이를 그렇게 엄청 높게 평가한다든지, 본인의 선수로서의 목표로 생각하는 편은 아닙니다.
롤드컵 진출이 확정난 후의 인터뷰에서 빈이 더샤이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는데,
Q: 이번 시즌에 당신에게 가장 인상깊었던 선수는 누구인가요?
Bin: "LangX과 369."
Q: 왜 더샤이는 포함되지 않나요?
Bin: "이번 시즌에 난 TheShy를 단 한 번 상대했을 뿐이다. 또한 더샤이가 스크림에서 굉장히 공격적이고 매서운 플레이를 하지만, 그것 때문에 너무 많이 죽는데다 매번 킬을 당한 후엔 GG를 친다. 또한 경기에서 그것과 똑같은 플레이를 했을 때도 계속 죽곤 한다."
이외에도 감독인 차슈가 '빈이 더샤이 같은 선수가 되지는 않으면 좋겠다' '더샤이 챔폭은 자기주장이 지나치다' 등등의 인터뷰로 빈을 더샤이처럼 키우지는 않겠다... 란 의견을 내보인 적도 있습니다.
별명이 더샤이인 것과는 별개로 본인은 더샤이와는 다른 방향으로 크는 게 목표인 것으로 보이는 선수라고 생각합니다. 더샤이와 달리 브루저챔을 많이 다루기도 하고요.
여담이지만 쑤닝 2군에 있을 때랑 1군에 있을 때 대비해서 몸집이 어마어마하게 불었기 때문에,
브이로그 보면 매니저가 빈을 갈구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제발 그만 좀 먹으라고... 어머니가 매니저한테 애 좀 많이 먹이지 말라고 엄청 뭐라 하시는 듯 하네요.
그치만 빈 성격이 워낙 또 무덤덤한 편이라(팀 내 막내인데 별명이 '빈형'입니다. 반대로 두 번째로 어린 후안펑은 '후안펑 막내'인...) 이런 갈굼 따위는 가볍게 무시하고 듣는 척도 안 하는 편입니다.
2. SofM
소프엠에 대해선 아는 사람이 꽤 많이 계실 겁니다. 한국인 하나 없는 쑤닝이 용병 쿼터가 꽉 찬 이유는 대만 용병인 소드아트와 베트남 용병인 소프엠 때문인데,
소프엠은 베트남인 최초로 한국 서버에서 챌린저에 입성한 거로 유명합니다. 이 당시 베트남에서 한국 솔랭을 돌리면 핑이 100씩 찍힌다는 경악스러운 이야기가 있었는데 최근 인터뷰에선 겸손하게 "그건 과장된 거고 실제론 6~70정도만 났다."고 본인이 해명한 적이 있습니다.
이 선수는 1998년생인데 데뷔가 2012년이라 롤드컵 나온 선수들 중에서도 손꼽히게 데뷔 연차가 오래된 선수입니다. 그리고 이 당시 팀 연습실 환경이...
소프엠이 있었던 팀 연습실 사진입니다. 정말 어마어마하게 열악한 수준...
아무튼 소프엠은 14살에 알리스타 정글로 데뷔해서 팀 여럿 옮겨다니면서 마이너 토너먼트 리그에서 GPL(가레나 프리미어 리그, LMS 전신이자 동남아 리그)로 팀을 승격시키기도 했고
겨우겨우 팀 준결승까지 올려놨더니 팀 미드랑 자기 나이가 17세 미만인지라 나이 구라치고 참가한 게 걸려서 탈락하기도 하고
18살 되는 시즌 5까지 근로 증명서를 받을 수가 없으니 결국 띵가띵가 놀면서 동남아 서버 1~5위 전부에 자기 아이디를 올려놓는 등 솔랭만 열심히 하게 됩니다.
그리고 시즌 6 되고 한국 서버를 시작하는데, 처음으로 챌린저를 달성하는 것도 모자라 TOP 10 안에 자기 아이디를 안착시키는 최초의 베트남 선수가 됩니다. 그리고 그 해 Team Snake(지금의 LNG)로 최초의 비한국인 LPL 용병이란 업적을 달성하고 가게 되는데...
LPL로, Snake로 가서도 소프엠은 정말 잘했습니다. 당시 도인비 스위프트 있던 뉴비를 찍어누르고 그랬다고 하네요.
그렇게 정규 시즌도 잘 끝내고 플옵도 잘 끝냈는데 팀이 소프엠을 집에 보내주질 않습니다. 물론 지금은 소프엠이 중국어를 굉장히 잘하는 용병 중 하나지만, 이 당시에는 바로 전년도까지 '하노이 이스포츠'란 베트남 팀에 있다가 중국 오니 중국어가 전혀 안 돼서 영어로 소통하고 그랬는데...
그렇게 소프엠은 어딜 끌려가서 다전제를 하게 됩니다. 거기다 다전제 일정도 엄청나게 빡빡했습니다. 하루에 5전제를 두 번이나 하고 그거 둘 다 이기면 다음 날 또 다전제를 해야 된다네?
그렇게 치른 첫 다전제 상대가 댄디, 이지훈 있던 VG.
이때 VG한테 1, 2세트를 무기력하게 따이다가 갑자기 소프엠이 각성하더니 이어지는 3 4세트를 연달아 승리하더니,
5세트에선 멘탈 나간 VG를 어린애 손목 비틀어 꺾듯 손쉽게 이기며 역스윕을 달성합니다.
그리고 쉴 틈도 없이 바로 미스틱, 시예 있던 WE랑 다음 경기를 진행합니다. 하루를 쉰 것도 아니고, 바로 연이어서 같은 날 또 5전제를 하게 된 겁니다.
이것도 또 풀세트까지 가는 접전이 돼서 진정한 의미의 BO10을 치르게 되는데... 막세트에서 소프엠은 말자하 정글이라는 초강수픽을 꺼내들지만 역캐리하고 패배합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소프엠은 '아, 이렇게 다전제를 많이 치르는 걸 보니 이게 데마시아컵(중국의 케스파컵 비슷한 토너먼트 대회. 시즌 끝나고 함)이겠구나?'라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져도 뭐... 졌구나... 하고 말았다는 듯. 같은 팀 원딜 왈 그렇게 빡세게 게임한 것도 아니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제 소프엠이 2019년까지 LNG에서 뛰다가 쑤닝으로 떠날 즈음 되니까, LNG 매니저가 소프엠 떠나보내면서
"야 우리 2016년에 롤드컵 갈 뻔했는데 아쉽게 됐다!"
"??? 우리가 언제??"
"?? 너 그때 선발전 했잖아? 그날 하룻동안 5전제를 두 번이나 했었잖아 기억 안 나?"
"????? 그게 선발전이라고??"
라며 바로 작년에서야 자기가 갈 뻔했던 롤드컵의 존재를 깨닫곤 올해 롤드컵을 처음으로 오게 된 선수입니다.
이외에도 AD 정글러에는 기가 막히게 통달한 수준이지만 서머 시즌 동안 AP 정글러를 단 한 판도 하지 않았다든지 (이후 선발전 3세트에 릴리아 딱 한 번 꺼내보긴 합니다)
기맹리신 구원올라프 난입자르반 난입올라프 등등 별별 희한한 템트리 개발해서 약 팔고 다닌다든지
그리고 한국 솔랭에서 인성질 트롤링으로 굉장히 유명한 선수인데, 이건 중국에서도 다르지 않는지라 2016년에 중국 와서 솔랭 돌리다 "중국 병신"이라고 채팅 쳤다가 한 달 급료 정지 먹었다든지(sb=shabi가 병신이란 뜻인데 이 뜻을 몰랐다, 솔랭 서버가 거지같아서 그랬다고 변명함)
여친이 게임 해설자였는지 전문가였는데 자기를 보조하기 위해 은퇴하고 펜페이지 관리자가 되었다든지 하는 스토리가 굉장히 많은 선수입니다.
3. Angel
쑤닝에서 제일 존재감이 떨어지는 인물을 뽑자면 아마 바로 미드인 엔젤일 겁니다.
인게임 플레이적으로는 빈과 소프엠이 너무 화려하고, 그 외로 나가자면 후안펑이 파란만장한 과거사나 그런 것 때문에 화제성이 제일 크고, 소드아트도 오랫동안 활동한 만큼 꽤 팬도 많고 그런지라... 엔젤의 존재감이 좀 묻히는 편이 있습니다.
더욱이 이번 월즈에 진출한 나머지 세 팀의 미드가 '나이트' '야가오' '시예'인데 나이트 시예는 미드 캐리를 자주 맡고, 야가오도 팀원들 중에선 제일 무난한 취급을 좀 당하긴 하지만 소위 말하는 '인간계 최강자'인데다 조이 르블랑으로 꽤 눈에 띄는 모습을 자주 보이는 반면 엔젤은... 그냥 무난하다 정도의 인상이 더 크다고 생각합니다.
하나 눈에 띄는 게 있다면 소프엠이 AD 정글만 하는 대신 엔젤은 AP 미드만 한다는 점? 조이 신드라 오리아나(+카사딘) 같은 소위 '공놀이 챔피언'을 잘 다루는 편입니다. 메카닉은 꽤 좋은 편이죠.
참고로 엔젤은 2018년 서머에 쑤닝이 나이트를 2군에 박아버리고 주전으로 쓰게 되면서 LPL에 데뷔한 미드입니다. 당시에도 어느 정도 잘했고, 지금도 어느 정도 잘해주는 미드입니다.
뜬금없이 롤드컵 진출이 확정난 후, 쑤닝 웨이보가 "엔젤네 식당에서 밥 먹기로 함! 롤드컵 동안 여기서 방송 틀어둘 거니까, 근처 친구들이 와서 다같이 응원해줘요!" 라면서 식당에서 다같이 회식하는 사진을 올라오는데...
대충 이 식당이 난닝 다롄 광저우 등등 중국 곳곳에 체인점이 있고 토론토에도 체인점 있고 한 전국적인 규모의 레스토랑이었습니다.
그래서 굉장히 갑작스러운 떡밥으로 '여기 창립자 중 하나랑 엔젤 성이 같더라' '아버지가 여기 전무 이사더라' '엔젤이 시즌7에 RNG 떨어지고 낙심해서 그냥 식당 운영이나 물려받으려 했다가 그냥 프로 도전 했다더라' 라는 관련 얘기들이 댓글 곳곳에서 나오며 엔젤의 금수저 출신이 거의 확정되는 분위기입니다.
정말로 프로가 잘 안 되면 때려치고 아버지에게 식당 물려받고 경영이나 배우면 되는 상황...
엔젤 본인에 대해 말해보자면, 엔젤은 웨이보를 전혀 자주 하는 편이 아니지만(1년에 10번 이하로 글 올리는 듯)
무조건 1년 중 어느 시기에는 꼭 웨이보로 장문의 글을 써올립니다. 바로 롤드컵 감상문.
애초에 웨이보 처음 만들고 제일 처음으로 올린 글이 2018년 롤드컵 조별 리그에 대한 감상문 및 고찰이었습니다. 대충 첫 글만 번역해보자면
[ 안녕하세요. 쑤닝의 미드 엔젤입니다. 이건 제 첫번째 웨이보 글이니, 잘 부탁드립니다.
어제는 프나틱의 경기를 봤는데 캡스가 꽤 강하더군요. IG와 프나틱의 경기를 기대 중입니다.
첫 번째 EDG의 밴픽은 TL을 억제했고, 갈리오는 탱과 공격 지원을 갖춘 강력한 챔피언이었지만 단일 라인에는 걸맞지 않았습니다. 누군가 팀을 이끌어야 하는데 TL은 너무 탱에만 치중했고 게임을 느리게 따라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게임 전반부는 비교적 수동적이었습니다만, EDG는 여기서 정글러가 6레벨이 되기 전까지 뭔가를 할 수 있었고, 갈리오가 쉽게 흐름을 따라올 수 없었습니다. (중략)
어제 두 번째 경기에 대해서 굉장히 기대하고 있었습니다만, 오늘은 Caps가 제대로 보여주지 못해서 조금 실망했습니다. 오늘의 폼은 그닥 좋지 못한데다, 몇몇 의사결정 역시 좋지 못했습니다. 쌍방의 조합은 전반부에 주고받다가 마지막에는 바론을 치지 말아야 했는데, 너무 망설이다가 바론을 먹은 쪽이 승리했습니다. 카이사가 MVP였고, 전반부가 너무 순조로웠습니다.
세 번째 게임은 RNG의 경기였습니다. 상대인 VIT이 굉장히 잘해줬지만, 전체적인 체급에서 RNG를 상대하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조별 리그에서 RNG에겐 별다른 어려움이 없을 거라 보입니다. 여기서는 할 말이 별로 없고, 뒤쪽으로 파고들던 VIT도 포기하면서 게임이 끝납니다.
오늘 LPL은 3전 전승, 연승 중입니다. 화이팅! ]
찾아보니 저 두 번째 경기가 캡스가 잘해서 기대했던 'IG와 프나틱의 경기'인데 캡스가 못해서 좀 실망했던 모양입니다. IG 얘기 대신 프나틱 얘기만 써둔 거 보니 내심 프나틱을 더 응원했던 거 같네요.
작년에도 19년도 롤드컵 조별리그 보고 감상문을 써 올렸던데 올해는 직접 참가하게 되었으니... 아마 올해는 이런 글을 볼 수 없을 듯 하네요.
대신 올해 롤드컵에서 본인의 활약이 크기를 바랍니다.
4. huanfeng
이 선수 이야기를 아는 사람들이 꽤 있을 거라고 예상되는데, 후안펑 과거사 얘기인 [소년은 바다에 왔다] 라는 제목의 기사를 제가 번역해서 게임 게시판에 올린 적이 있어서 아마 보신 분들이 있으실 겁니다.
대충 이 선수의 과거를 요약해보자면, 후안펑은 어릴 때 산 하나만 건너가면 소프엠 살던 베트남 나오는 촌동네 허름한 좁은 집에서 살았습니다.
그리고 어릴 적부터 부모님이 맨날 부부싸움을 하는데 아버지는 딴집살림을 차렸고 어머니는 낭비벽이 있어서 버는 돈 생각 안 하고 사치품 사대고 아들을 아버지한테 대신 사달라 요청하는 역할로 써먹다가, 후안펑이 중1 때 어머니가 짐 싸들고 집을 나갑니다.
그렇게 되니 아버지는 아예 자기 다른 가정으로 거처를 옮겨서 중1 때부터 후안펑은 그 좁고 더러운 집에서 혼자 살기 시작합니다. 집에 조명이 다 고장났는데 중1짜리 어린애 혼자 고칠 수가 없으니, 후안펑은 밤에는 불 하나 안 켜진 채 껌껌한 집에서 컴퓨터 화면 조명 하나에 의지해서 생활하게 됩니다.
이후 아버지는 후안펑이 고1이 될 때까지 보름에 한 번 단 200위안(3만 4천원)씩만 생활비를 주고 그나마도 고1 되니까 한 달에 200위안으로 줄이고 연락을 끊습니다. 그리곤 갑자기 나타난 어머니가 '너 그 집 뺏길 수도 있다?'라며 그 적은 돈마저 뜯어내서 하루에 만두 두 개랑 생수 하나로만 겨우겨우 하루를 버팁니다.
너무 찢어지게 가난하니까 옆집에 모텔 하던 친구가 후안펑에게 생활용품을 지원해주는데 이걸 또 돈을 주려고 하니까 친구가 그냥 가지라며 거절합니다. 이러니 자존감이 아주 바닥을 치는 상태로 "왜 나한테 이렇게 잘해주는 건데?"라면서 굉장히 삐딱하게 반응하는 등등...
그 외에도 명절 때마다 고향 끌려가서 친척들한테 왕따당했다는 얘기, 성적이 전교권인지라 심화반 들어갔는데 거기서 싸우고 아버지한테 학교 욕했다가 학교에 감금당하고 이후 정학 후 자퇴하는 얘기... 등등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과거사의 향연이 이어집니다.
그렇게 집 나와서 피시방 리그 전전하면서 프로생활 하고 돈 쥐꼬리만큼 벌어가며 자기 집이랑 다름없이 열악하게 생활하다가,
예전 피시방리그(본인은 중간에 쫓겨남)에서 같은 팀이었던 레얀이 후안펑을 불러서 들어가게 된 게 IGY, IG 유스팀입니다.
이 당시 레얀은 지금의 이미지와는 다르게 LDL을 말 그대로 씹어먹던 정글러였고, 스프링 시즌이 끝나고 팀 에이스인 레얀 중심으로 대대적인 리빌딩을 하게 되는데 이때 레얀이 직접 데려온 게 실직해서 집에 있던 후안펑이었습니다.
이때 후안펑은 프로가 못 되면 군대나 들어갈 예정이었기 때문에, 지금 와서 따지자면 정말로 레얀이 후안펑을 여기까지 데리고 온 거나 다름이 없습니다. 그래서 본인피셜 자신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사람이 레얀이라는 등 무척 레얀을 각별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레얀이 처음 IG로 콜업됐을 때 충격받아서 "내가 레얀을 캐리해주고 싶은데 난 그럴 실력이 부족하다"라며 매니저한테 상담했을 정도.
이때 일 때문인지 후안펑은 "자신의 LPL 목표는 레얀"이라고 자신한다든지, 서머 정규시즌이 끝난 후의 인터뷰에서 "올해 레얀이 월드 챔피언십에 가지 못하게 되었는데, 그를 대신해 롤드컵에 출전하는 게 지금 당장의 가장 큰 목표다." 라고 인터뷰하는 등 레얀을 꽤 아끼는 편입니다.
레얀 생일 축하한다면서 "내가 조금 더 강해지면 네게 직접 선물을 전해주러 가겠다"라고 인터뷰하는 후안펑... 사망플래그 같은 대사를 날리고 있네요.
이런 파란만장한 과거를 겪으면서 너무 일찍 철이 들어서 그런 건지, 후안펑은 엄청나게 조용하고 타인과의 소통도 거의 없는 성격으로 성장합니다. 그래서 매니저들 왈 심리 상담도 여럿 받고 한 거 같은데...
경기 후 인터뷰나 매체 인터뷰 같은 거 보면 제대로 주변에 집중 못 하고 미친듯이 후드 지퍼를 올렸다 내렸다 한다든지, 말하면서도 불안해하면서 계속 옆에 있는 사람들 눈치를 본다든지 하는 모습이 아직까지도 꽤 자주 보입니다. 인터뷰 질문에 답변하는데 말 한 마디 할 때마다 옆에 있는 소드아트한테 허락이라도 받듯 계속 그쪽 힐끔거린다든지 등등...
이런 식으로...
이런 거 외에도 워낙 소통도 없고 자기 주장도 없고 그런 걸 본인도 잘 아는지라, 후안펑은 본인을 "미움받기 쉬운 성격"이라든지, "이런 나 때문에 다들 힘들었을 거다" 라는 식으로 말하는 일이 잦습니다. 월즈 진출했을 때는 내 성격을 감당하면서 나를 이끌어준 팀원들과 스태프들한테 감사하다고 감사인사 남겼을 정도입니다.
그것과 별개로 프로로서의 마인드는 굉장히 성숙한 선수입니다. 말하는 거 보면 정말로 산전수전 다 겪어서 현자 수준으로 철이 들었나... 싶을 정도입니다.
후안펑 과거사에 대한 인터뷰가 서머 시즌 플레이오프가 시작할 즈음에 나온지라, 그게 엄청 화제가 되고 선발전 끝난 후 개인 인터뷰들도 후안펑 비중이 엄청 높았는데,
롤드컵에 대한 대부분의 질문에 대한 후안펑의 대답은 한결같이 "내게 있어 롤드컵에서의 목표는 강해지는 거다. 최대한 많은 상대들과 맞부딪치며 배우고 싶다."입니다. 롤드컵을 제외하더라도 목표 물어보면 대부분 '더 강해지는 거'라든지 굉장히 일관성 있는 목표를 선언하는 중입니다.
그리고 LCK 원딜러들을 굉장히 좋아합니다. 서머 시즌 시작할 즈음 브이로그에서 대놓고 "바이퍼 같은 선수가 되고 싶어요, 엄청 강하잖아요." 라고 말한 적도 있습니다.
이외에도 롤드컵 나가서 상대하고 싶은 AD 있냐니까 "LCK의 AD들"이라고 즉답한 적도 있고 평소에도 룰러 데프트 바이퍼 등등을 좋아한다고 언급을 자주 하네요.
이번에 조별에선 못 만나니 부디 토너먼트에서 만날 수 있길 바랍니다.
5. SwordArt
소드아트는 한국에서도 꽤 아는 사람이 많으실텐데, 보통은 다들 'ESPN의 사나이'정도로 부르는 것 같네요...
LMS에 플래쉬 울브즈 소속으로 13년 말부터 18년까지, 거의 5년을 있었고 그 동안 리그 우승을 6번을 차지한 서포터입니다. 그 전까지는 미드 선수였던데다 카시오페아를 특히 잘한지라 별명이 '뱀뱀'입니다. 이외 플래쉬 울브즈 관련은 다들 대강 아실 거라 생각하기도 하는데 사실 제가 잘 몰라서 넘어가고...
쑤닝은 LPL에서도 상대적으로 어린 팀에 속합니다. 4시드인 LGD가 비교적 나이 많은 베테랑 멤버들로 구성됐다면, 쑤닝의 라이너들은 올해 데뷔한 02년생 탑-01년생 원딜, 재작년 데뷔한 00년생 미드로 구성됐습니다. 그리고 그에 대비되는 12년도에 데뷔한 98년생 소프엠과 96년생 소드아트가 있고요.
이건 곧 신인 라이너들 멘탈을 소드아트가 챙겨줘야 한다는 거랑 똑같고, 소드아트도 본인 왈 "솔직히 플래쉬 울브즈에 있을 땐, 아니 적어도 작년 쑤닝에서도 사실 입을 열 일이 별로 없었는데 올해는 목이 아프도록 말을 했다"라고 합니다. 그리고 오프더레코드 보면 진짜로 말을 엄청나게 많이 합니다...
바론 오더 안 듣고 빠진 후안펑한테 거의 오열하는 소드아트...
대충 따져보자면 팀 내 마망 포지션이라 보면 됩니다. 농담이 아니라 진짜로 팀 내외에서 별명이 '엄마'인 선수입니다. 인터뷰에서도 언급한 적 있네요.
Q: 올 시즌엔 다들 당신을 '엄마 속성' 선수라고들 하는데, 이런 반응에 대해 대답하고 싶은 게 있나요?
SwordArt: 어차피 내가 해야 하는 일인지라……. 게임에서 중요한 건 나 자신만의 컨트롤이나 조작뿐만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 다섯 사람이 하나로 연결되거나, 평소에 준비를 더 많이 하는 게 더 중요할 것이다. 그래서 평소에는 내가 개인적으로 그들에게 더 많은 일을 해줬을 뿐이고, 그들은 경기장에서 그보다 더 많은 일을 달성해주었다.
Q: 쑤닝의 동생들이 당신의 '엄마 속성'을 자극한 걸까요?
SwordArt: 사실 난 항상 이래왔다. 나는 늘 이렇게 해왔는데, 왜냐하면 팀을 더 좋게 만들 수만 있다면 내가 이런 것 정도는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뭐... 설령 내가 모두에게 죽기 직전까지 욕을 들어먹을지언정, 나는 이렇게 할 것이다. 설령 여러분이, 모두가 나를 싫어하더라도 나는 팀 내에서 우리의 문제를 말할 것이다. 나는 이기고 싶으니까.
후안펑이 인터뷰에서 자주 언급하는 목표가 '강해지는 것'이라면, 소드아트는 인터뷰에서 '희생'을 자주 강조합니다.
본인이 말하는 LPL 내에서의 롤모델은 도인비와 바오란이라고 합니다. 이 둘이 팀을 위해 많은 희생을 한다고 생각한다고 하네요. 그러면서 이야기한 게 꽤 인상깊었습니다.
"한 팀이 성공하기 위해선 다섯 명이 모두 빛날 수는 없다. 누군가는 묵묵히 희생하며 팀원들을 위해 배려하고, 우리 팀 모두를 위해 한 걸음씩 양보하고, 매번 희생할 수 있는 그런 부분이 팀의 성공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환이라고 생각한다."
앞의 인터뷰를 보다시피 팀내 마망 포지션이긴 하지만 소드아트는 팀원들한테는 꽤 엄격한 자세를 유지합니다. 정말로 플래쉬 울브즈에서 말 별로 안 했던 거 맞아? 싶을 정도로 말도 엄청 많이 하고 피드백도 꽤 세게 한다고 주변인들도 그러고 본인도 인정한다는 언급이 자주 나왔습니다.
특히 그 피드백이라든지 잔소리 상대는 올해 데뷔한 자기 바텀듀오인 후안펑이 될 때가 많은데, 자기가 좀 엄하게 대한다는 걸 소드아트 본인도 알아서 좀 미안해하는 기색이 있습니다. 거기다 후안펑은 앞서 말했듯 자기 의견도 되게 적은 편이라 이 둘 사이에서는 소드아트가 일방적으로 말을 쏟아낸다는 느낌이 강합니다.
(대충 중국 내에서 둘 이미지가 이런 느낌입니다. 말 많은 엄마 서포터와 말 전혀 없는 사춘기 아들 정도의 기믹...)
SwordArt: huanfeng한테는 늘 굉장히 엄격하게 구는 편이다. 나는 그가 더 잘할 수 있기를 바라고, 그래서 엄하게 구는 편이라, 그런 걸 생각하면 그에게 좀 미안해진다. 미래에 우리가 더 이상 팀 동료가 아니게 되더라도, 우리가 다시 만날 때 그가 홀로 설 수 있는 ADC로 성장할 수 있기를 바란다.
정작 이런 소드아트의 후안펑 갱생 프로젝트에 불구하고 후안펑은 인터뷰에서 "소드아트가 너네 소통 많이 시키고 싶다는 게 목표라던데 지금 어떤 거 같음?"이라고 질문하니까 "나는 발전이 없는 듯..."이라고 답변합니다. 자기는 가끔 바텀 쪽 피드백만 할 뿐이지 소통 면에선 저 멀리 탑에 있는 빈이 더 발전한 거 같다고...
그래도 선발전 끝나고 월즈 진출 확정난 후 인터뷰에서 둘이 서로에게 하는 말을 보면 여러모로 친하게 잘 지내는 것 같네요.
Q: 서로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huanfeng: 평소 훈련하는 동안, 내 태도나 성격이 소홀해서 좀 마음에 들지 않았을 수도 있었을 거야. 그렇지만 네가 나에게 해준 말들을 나는 전부 생각하고 있었어. 나는 우리가 다른 사람들을 흉내내지 않고, 우리만의 플레이를 할 수 있을 거라고 믿어.
SwordArt: 사실 처음엔 네가 좀 못한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너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고 생각해. 매일 자고 일어나보면 네가 항상 잠자리에서 없어진 걸 볼 수 있는데, 난 너처럼 그렇게는 못할 거 같은걸. 나는 우리가 계속 노력해서 세계 최강의 바텀 듀오가 될 수 있길 바라.
huanfeng: 좋아.
아무튼 올해 데뷔한 01년생 02년생 신인 둘과, 월즈 나간 적 없는 00년생 미드와, 월즈 나갈 뻔 했던 98년생 정글 데리고 롤드컵에 진출한 유일한 팀내 월즈 유경험자 소드아트입니다.
쓰다보니 좀 길어졌네요.
다들 쑤닝 많이 응원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