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리어를 쌓아올리는 과정에서 팀 자체에 대한 애정이 있는 T1 팬들도 충분히 많았을 테지만
이번 일을 통해서 T1 팬들 중 정말 학을 뗀 사람들도 많을 것 같습니다.
T1 팬인 줄 알았는데 페이커 팬이었다고 커밍아웃(?)하는 분들도 많았고요.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는 팀 게임에서 반드시 지켜야 할 덕목이라 할 수 있는 명언마저 거부하는
비뚤어진 팬심이 팀 전체를 갉아먹고 있습니다.

선수와 감독은 오직 승리만을 바라보고 시즌을 준비합니다.
선수 기용에 있어 단 몇 퍼센트라도 승리의 가능성이 높아지리라 판단된다면
교체 기용에 있어 어떠한 주저함도 없어야 할 것입니다.
그 때문에 선수 기용에 대한 감독의 판단과 권한은 존중되어야 합니다.

와카 전을 앞두고 페이커 팬은 두 가지 마음이었을 겁니다. 페이커가 나와서 하드캐리로 ‘플옵의 페이커’를 증명해내길 원하는 마음,
한편으로는 폼도 안 좋은데 큰 부담감을 지고 출전했다가 혹시라도 패배하게 되면 큰 비난을 받게 되니 나오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

그런데, 아프리카전에서 페이커가 나오고 결국 졌습니다. 여전히 롤딩크 밴 픽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로요.
페이커 팬은 이제 범인 찾기로 돌입합니다. 이번엔 감독이네요.

클-클-클을 해도 욕먹고, 클-페-클을 해도 욕먹고, 클-페-페를 해도 욕먹는 상황입니다.
가불기 걸린 건 입 잘못 놀린 감독 때문이랍니다.

감독이 선수를 혼내면 안되는건가요?
페이커 자리는 신성불가침의 영역인가요?
팬심을 거두고 인터뷰 전문을 보면
프로팀의 감독으로서 선을 넘는 발언을 했다고는 도저히 보기 어렵습니다.

건강한 T1팬들은 다소 직설적인 화법을 구사하는 김정수 감독의 스타일이겠거니 하는 수준이었습니다.
적어도 타팀 팬들이 봤을 때조차 '저건 엿먹이는 발언이지'정도는 되어야 선을 넘었다고 볼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터뷰 발언을 문제삼는건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든 수준의 감수성을 갖고계신 '그 팬덤' 뿐입니다.

페이커는 자신의 커리어에 대해서 자화자찬할 법도 한데 그렇지 않으며
자신의 자존심 또는 명예를 위해 타팀 선수 또는 같은 팀원을 깎아내리는 언행도 일절 하지 않는 인격적으로 훌륭한 선수입니다.
결국 ‘팀보다 위대한 선수’를 만들어버리는 건
페이커 자신이 아닌 무조건적인 찬양과 같이 땀흘리며 뛰는 동료에게조차 비난의 화살을 쏟아붓는 비뚤어진 팬덤입니다.

‘팀보다 위대한 선수’ 앞에서 감독과 동료선수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어떤 감독이 선수기용이라는 고유권한마저 위협받는 T1의 감독 자리에 앉으려 할까요?
이제 어떤 정글이 페이커와 호흡을 맞추고 싶어할까요?

팀보다 위대한 선수가 있다구요?
T1이 곧 페이커고, 페이커가 곧 T1이라구요?
다른 4명의 팀원과 감독은요? 그런 소리를 이렇게 매번 들으면서 T1에 남아있다면 참 기분이 가관이겠군요.

이지훈, 블랭크, 클리드, 피레안, 마타, 제파, 이젠 김정수 감독까지..

이렇게 불타오르는 거, 선수들과 감독은 전혀 영향 없을 것 같나요?
지금 T1의 팀워크를 해치며 롤드컵 선발전의 가능성을 점점 낮추고 있는 자들은 과연 누구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