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1일 진행된 2020 LG 울트라기어-Hot 6 GSL Season 2 8강 경기를 끝으로 우승을 노리는 4명의 도전자가 결정되었다. 재미있게도 테란 반란군의 리더 짐 레이너가 네이밍 콜을 담당했던 시즌 1에선 테란 선수만 3명 진출하고 저그는 8강에서 전멸하는 수모를 겪었는데, 이번 시즌에서는 저그의 수장 케리건이 네이밍 콜을 맡은 덕분인지 2명이나 4강에 이름을 올리며 선전하는데 성공했다.
게다가 두 저그가 4강에서 맞붙는 만큼 결승전 자리에 저그 한명은 확보한 셈인데, 그 대결의 주인공은 아프리카 프릭스의 'DRG' 박수호와 진에어 그린윙스의 'Rogue' 이병렬이다.
8년 만의 결승 도전 vs 2시즌 만의 결승 도전
이번에 대결하는 두 선수는 묘한 공통점이 많다. 우선 둘 다 GSL 결승전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경험이 있다. 박수호는 2012 Hot 6 GSL Season 1에서 프로토스 정민수를 4:2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고, 이병렬 또한 2019 마운틴 듀 GSL Season 3에서 프로토스 조성호를 4:0으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그리고 이들은 바로 전 시즌인 2020 GSL Season 1 24강에서 가시 촉수 러쉬를 당하며 탈락했다. 다만 이병렬의 24강 탈락은 의미가 사뭇 달랐는데, 박수호야 복귀 이후 마땅한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었지만 그는 다름 아닌 이전 시즌의 우승자인데다 IEM Katowice 2020까지 연이어 우승하며 최고의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24강에서 사이좋게 탈락했던 두 저그는 계속 하락세를 겪을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8강에서 테란(이신형, 조중혁)을 3:0으로 셧아웃시키고 4강에 진출하며 화려한 부활탄을 쏘아 올렸다.
김준혁과 샤샤 호스틴(Scarlett)에게 가시 촉수 러쉬를 당하며 탈락한 박수호(위)와 이병렬(아래)
이번 경기 첫 번째 관전 포인트이자 최대의 변수는 박수호의 저그전 실력이다. 16강에서 디펜딩 챔피언 전태양을 꺾고 8강에서 이신형까지 쓰러뜨린 테란전은 말할 나위 없지만, 이번 시즌에서 저그전 경기는 한 번도 치룬적이 없는 만큼 그의 실력은 미지수이다.
활발하게 참여했던 온라인 대회에서도 동족전이 크게 인상을 남기진 않았으며, 팀 동료인 어윤수가 연습을 도와줄 순 있지만 그 또한 이병렬과의 상대전적에서 밀린다.
이병렬과 박수호가 공허의 유산으로 치른 경기는 스타크래프트 BJ 멸망전 밖에 없으며, 전적은 2:1로 이병렬이 우세하다.
이병렬 역시 올해 GSL 경기로만 따진다면 강민수와 천적 샤샤 호스틴에게 패배하며 전패를 기록했긴 했다. 하지만 그는 IEM Katowice 2020에서 리카르도 로미티(Reynor)과 박령우 등 쟁쟁한 저그를 꺾으며 우승을 차지했으며, 원래부터 동족전 잘하기로 정평이 난 선수였기 때문에 박수호의 고전이 예상된다.
이병렬은 최근 진행된 온라인 대회 Douyu Cup 2020 24강 C조에서 탈락하긴 했지만, 저그 최강자인 요나 소탈라(Serral)를 2:0으로 꺾었다.
이번 경기의 두 번째 관전 포인트는 박수호가 '7전제의 이병렬'를 이길 수 있는가이다. 하위 라운드에서 우세해 보였던 상대에게 일격을 맞고 패배하거나 5전제로 진행되는 GSL 8강에서 번번히 탈락했던 이병렬이었지만, 일단 7전제로 진행되는 4강에 진출하면 반드시 우승을 차지하고야 만다. 이병렬의 다전제 판짜기 능력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사실 처음이자 유일하게(이번 경기 제외) GSL 4강 진출에 성공했던 대회가 우승을 차지한 2019 GSL Season 3이기 때문에 당연한 이야기이긴 하지만, 이병렬은 코드 S뿐 아니라 슈퍼토너먼트나 IEM 등 다른 대회를 포함하더라도 7전제 오프라인 경기 전승 무패라는 대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물론 이병렬은 이때에도 코드 S 7전제 무패를 기록하고 있었다. 재판에서 져본 적이 없다는 <역전재판 3>의 고도 검사처럼 말이다.
이병렬이 무너지지 않는 대기록을 보유하고 있다면, 군필 복귀 게이머로서 새 역사를 써나가고 있는 박수호는 걸어다니는 기록 제조기이다. 만약 박수호가 승리할 경우 그는 군필 최초 결승 진출자인 동시에 이병렬을 7전제 경기에서 최초로 쓰러뜨린 선수가 되는 만큼 이번 경기는 동족전임에도 흥미로운 대결이 예상된다.
저그는 스타크래프트 2의 3종족 중 유일하게 GSL 코드 S에서 우승과 준우승을 동시에 차지한 선수가 없는 종족으로, 그만큼 GSL 저그 우승자라는 이름이 갖는 무게감은 남다르다. 화려하게 복귀한 8년 전 챔피언과 1년 전 챔피언, 둘 중 왕위를 찾으러 갈 저그가 누구일지는 오는 5일 18시 30분 SBS 아프리카TV(afreecatv.com)와 네이버 스포츠(sports.news.naver.com/esports/index.nhn)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