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GSL Season 1 16강전이 절반 정도 진행된 가운데, 아직 경기를 앞둔 C조와 D조의 온도가 미묘하게 다르다. 두 조의 공통점이라면 누가 진출할지 예상이 어렵다는 것이지만 차이점이라면 C조는 조지명식에서부터 선수들의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는 것. 물론 고일 만큼 고인(?) 선수들이 포진해있는 GSL 16강전이니만큼 만만한 조가 어디 있겠느냐만, 선수들의 GSL 우승 횟수만 9회에 달하는 D조에 비하면 절로 마음이 평온해진다. 심지어 4개의 조 중 유일하게 GSL 우승자가 없는 C조는 선수들의 준우승 횟수만 10회에 달한다. 비록 GSL 우승 트로피는 없지만 그렇기에 서로 얼굴만 봐도 흥겨운 행복 C조 멤버들의 모습을 살펴보자.
진에어 그린윙스 'Trap' 조성호(P) - 2019 GSL Season 2, 3 준우승
2019 GSL 시즌 2, 3에서 연속으로 준우승을 차지하며 콩라인의 새로운 수장으로 떠오른 조성호. 올해에도 박령우, 강민수, 조성주와 함께 2020 GSL Super Tournament Season 1 4강에 진출하며 GSL 16강 시드를 일찌감치 획득했다. 첫 대결 상대로 이재선을 고르며 행복 C조의 밑그림을 그린 그는 상대전적에서 우위인 원이삭까지 같은 조에 들어오면서 3연속 GSL 결승 진출의 발판을 마련하는데 성공했다.
작년 진행된 GSL에서 4강 이전에 탈락한 적이 없는 만큼 꾸준한 기량을 선보이고 있지만 가급적 어윤수와의 그라운드 대결은 피하는 것이 좋다. 최근 저그전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이는데다가 상대전적 역시 열세인 만큼 이재선과 원이삭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고 조 1위로 진출해 D조의 2위 진출자를 기다리는 것이 그에게 있어 가장 좋은 전개일 것이다.
조성호는 최근 진행된 2020 슈퍼토너먼트 시즌 1 4강에서 저그 박령우에게 3:0으로 패배했다.
KaiZi Gaming 'Bunny' 이재선(T) - GSL 준우승 기록 없음
2018년 말부터 잠재력이 돋보이다가 2019년 초 최고의 모습을 선보이며 기대를 모았던 이재선을 추락시킨 것은 이른바 '바지의 저주'였다. IEM Season XII - Katowice에서 어윤수가 우승하면 바지를 벗겠다고 선언했다가 공약을 지키지 못한 이후부터 2019 GSL 시즌 2, 3의 예선에 탈락하는 등 심각한 부진에 빠진 것이다.
372일 만에 이를 극복하고 GSL 무대에 돌아와 16강까지 진출하는 데 성공한 이재선은 조지명식에서 공허의 유산 오프라인 무대에서 이겨본 적이 없는 인간상성 박령우, 테란 최강자이자 상대전적도 앞서는 전태양과 조성주를 피해 그나마 상대전적이 비슷한 조성호의 간택을 받는 것에 성공했다.
조성호에게 첫 상대로 지목당한 후 핫식스를 흔들며 기뻐하는 이재선
자신을 뽑아야 결승전에 갈 수 있다는 원이삭과 '바지의 저주'의 주인공 어윤수 중 어느 선수를 지목할지 고민했지만 결국 두 선수 모두 같은 조에 들어오게 되면서 이상과 실리를 한꺼번에 챙기기까지 했다. C조 조원 중 유일하게 GSL 8강 진출이 최고 성적인 데다가 작년 하반기 성적의 여파로 인해 현재 최약체로 꼽히는 선수이지만 3종족전을 준비해야 하는 프로토스 선수들과 달리 테란전을 준비할 필요가 없다는 것은 희소식이다.
Dragon Pheonix Gaming 'Parting' 원이삭(P) - 2012 Blizzard Cup, 2015 GSL Season 1 준우승
GSL 24강에서 조중혁과 장현우를 격파하며 GSL 16강에 진출한 원이삭. 유달리 C조에 들어가고 싶었던 그는 화려한 언변으로 조성호와 이재선을 끊임없이 유혹하며 C조에 입성했고, 마지막 지명에서도 어윤수의 마음을 들었다가 놓으며 조지명식에서도 여전한 악동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조지명식 내내 상대들이 자신을 뽑아야 8강으로 진출할 수 있다고 어필했지만 정말로 자신이 질 것으로 생각할 리는 만무하다. 조성호의 말대로 언제든 뒤에서 칼을 갈 수 있는 선수인 만큼 이번 경기에서도 다크호스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원이삭은 무난한 플레이를 선호하지 않기 때문에 상대하기 까다로운 선수 중 한 명이다.
아프리카 프릭스 'Soo' 어윤수(Z) - 2013 WCS Korea Season 3, 2014 GSL Season 1, 2, 3, 2017 GSL Season 1, 2 준우승
어윤수는 지난해 감동의 IEM Season XII - Katowice 우승 이후 그 기세를 크게 이어나가지 못했고, 올해 진행된 2020 슈퍼토너먼트 시즌 1 16강에서도 기량이 한껏 오른 이신형에게 3:0으로 완패하며 흔들리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이번 GSL 24강 A조에서 방태수와 김유진을 깔끔하게 제압하고 1위로 올라서며 다시 한번 GSL 결승전 무대에 오르기 위해 시동을 걸었다.
어윤수는 이신형과 더불어 GSL 24강에서 한 세트도 내주지 않은 채 16강에 진출하는데 성공했다.
끊임없이 자신을 괴롭혀온 D조의 조성주와 이신형을 피해 C조에 들어오면서 조지명식 우승에 성공한 어윤수는 첫 경기에서 원이삭을 상대한다. 최근 토스전 실력은 나쁘지 않지만 원이삭과의 경기 경험 자체가 부족한 편이고, 더군다나 1년 전 진행된 GSL 16강에서 자신을 꺾고 조 1등으로 진출했던 그이기에 주의가 요망된다.
화목하게 조지명식을 마치며 회식까지 약속한 C조이지만 결국 8강에 올라가는 사람은 절반에 불과하다. 누가 진출하고 누가 탈락해도 이상할 것이 없는 조이기에 어느 때보다도 흥미진진한 대결이 예측된다. 그 외에도 어윤수와 이재선의 '바지 더비' 성사 여부 역시 중요한 관전요소 중 하나이다. 마지막까지 웃을 수 있는 사람이 누가 될지는 오는 13일 18시 30분 SBS 아프리카TV(afreecatv.com)와 네이버 스포츠(sports.news.naver.com/esports/index.nhn)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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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이미지는 신경림의 [못난 놈들은 서로 얼굴만 봐도 흥겹다]를 모티브로 패러디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