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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0/03/14 15:21:59
Name Pho
Subject [기타] "오리와 도깨비불" - 만족스러운 후속작 (데이터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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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게 학창시절 추억의 게임을 묻는다면 스타, 창세기전, 카트라이더, 워3, 마비노기 등을 꼽겠지만
좀 더 근원적인, '처음으로 이게 게임이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던 게임을 꼽아보라면
유년시절 접했던 마리오 시리즈를 꼽을거에요. 게임으로서의 재미, 브금, 튜토리얼을 녹여낸 스테이지 구성,
용량을 줄이기 위한 노고 등등 이젠 겜덕이라면 속속들이 알고있는, 플랫포머 장르의 토대를 닦은 유명한 게임이지만
그 당시의 저에겐 (그리고 마리오와 함께한 대부분의 게임 세대들에게도) 친구나 가족과 함께 둘러앉아 웃고 떠들고
자랑도 하던 '그 시절의 게임'으로도서도 그렇고, 컨트롤러를 조작해 캐릭터를 움직여서
장애물과 난관을 해결하는 간단한 방식에서 오는 '원초적인 즐거움의 게임'으로서도 그랬어요.

그래서인지 와우나 롤, 옵치에 한창 빠져있을때도 일퀘에 지치거나 연패의 늪에 빠졌을 때엔
스팀이나 콘솔을 통해서 플랫포머 장르 게임을 꾸준히 즐겨왔어요. 사실 힐링용 게임 장르는 아니지만서도..
'저길 어떻게 통과할까, 어떻게 해야 점프를 더 멀리, 높이 할 수 있을까' 고민하며 컨트롤러와 씨름하다
결국 클리어 했을 때엔, 성취감 뿐만 아니라 간단한 조작과 도트 그래픽, 사소한 성공에도
기쁘게 웃던 유년시절의 나를 마주하는 느낌도 가끔 받습니다. 그래서 더 좋아하는 걸지도 모르겠어요.

이런 플랫포머 장르도 시대를 지나며 많은 방향으로 달라지기도 했죠. 잘 아시는 록맨이나 메탈슬러그처럼
런앤건 형태로도 많은 흥행몰이를 했고, 레이맨 시리즈처럼 독특한 분위기와 액션을 추가해서 변주를 한 게임도 있죠.
메트로이드, 악마성, 최근엔 할로우나이트로 대표되는 아예 여러개의 스테이지를 하나의 거대한 맵으로 만들고
한 지역을 모험하며 장비와 능력들을 찾고, 그 장비들로 그 전엔 갈 수 없었던 지역을 뚫고 보스를 무찔러 더욱 강해져가는
메트로배니아 장르로 불리는 게임들도 있구요. 브레이드같이 퍼즐과 스토리를 강조한 형태도 있고,
3D로 넘어와서도 슈퍼 마리오 갤럭시나 오딧세이 같은 훌륭한 게임들로 명맥을 이어오고 있죠.
한때 국민 모바일겜이었던 쿠키런도 점프액션을 강조한 플랫포머라 볼 수 있구요.

전작인 '오리와 눈먼 숲'은 여러 플랫포머 분화장르를 적당히 섞은 게임이었어요.
메트로배니아식 거대한 하나의 맵과 모험을 통한 기믹 획득, 오브젝트와 적을 활용한 점프 액션,
기믹을 활용한 퍼즐과 보스의 존재, 게임을 관통하는 뚜렷한 스토리라인 등등.
어쩌면 뻔하면 뻔하다고 할 수 있는, 잡탕같은 게임이지만 이 모든 요소를 한데 어우르는 기막힌 그래픽과 음악,
그리고 그걸 극한까지 활용해서 플레이어가 자연스럽게 녹아들게 하는 연출이 호평을 받은 큰 이유 중의 하나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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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신작인 '오리와 도깨비불' 에서도 아름다운 그래픽은 여전합니다. 전작에서도 설산과 화산 등 다른 기후와 지형을
보여주긴 했지만 후반부에 몰려있고, 대부분의 활동을 '숲의 여러 모습' 을 보는 게 대부분이었지만
이번작에선 늪지와 호수, 설원, 사막 유적와 지하 동굴에다, 당연하겠지만 아름다운 가을 숲의 모습도 볼 수 있어서
그저 배경 감상하는걸로도 눈호강 잔치였습니다.


무엇보다도 강렬했던건 광원의 활용이었어요. 물론 전작도 훌륭했었지만, 이번작에선 무기를 사용한 전투가 주가 되기 때문에
이런 강렬한 느낌이 더욱 와닿습니다. 지하동굴을 탐험할 때 특히 그랬어요. 아예 어둠에 잠기면 죽어버리는 지역이었는데,
맵 여기저기 널린 조명 오브젝트를 활용해야 생존할 수 있었고, 그런 점이 더욱 동굴의 분위기와 그곳을 모험한다는 체험에
몰입하게 해줬습니다. 특히 동굴 속 보스전에서 어둠이 드리워질 땐 표현의 화려함에 한동안 입을 못 다물면서 플레이 했어요. 


불꽃만 쏘던 이전작과 다르게 무기나 스킬을 총 3개 단축키에 등록해 쓸 수 있습니다.
전투 시스템 자체는 최근엔 할로우 나이트로 대표되는 묵직하면서도 날카로운 전투보다는 화려함과 경쾌함 쪽이에요.
난이도도 평이해서(일반난이도) 전투때문에 죽은 경우도 초반부 정도 빼곤 없었어요.
물론 이런 게임의 최대의 적은 때릴 수 있는 몬스터들이 아니라 맵 곳곳의 함정이나 자신의 손가락이라고들 하지만
그걸 떼놓고도 대충 키 연타해도 화려한 그래픽과 함께 '오 나 좀 괜찮게 싸우는데?' 느낌이 들게해주는 쪽이에요.


메인이 되는 점프액션도 같은 맥락에서 경쾌하고, 판정이 후하다면 후한 편이에요.
물론 플랫포머를 많이 안해보셨으면 까다롭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지만,
제일 메인이 되는 '배쉬' 라는 스킬(오브젝트나 탄환, 적 등을 튕겨내면서 그 힘으로 추진력을 얻음)을 쓰는 동안
불릿타임이 걸리기 빼문에 고민할 시간이 충분히 있어서 손이 느려도 충분히 해결이 가능해요.
게다가 게임이 진행될 수록 더블점프에 대쉬, 삼단점프에 이동스킬까지 늘어서 후반부엔 거의 날아다니듯 다닐 수 있습니다.

사운드도 훌륭합니다. 지역의 분위기와 어우러지는 배경음악은 더할나위 없고, 특히나 환경음이
게임의 모든 기믹들과 잘 맞아떨어져서 몰입에 큰 공헌을 하고 있어요. 나뭇잎 밟는 소리, 장대의 탄력있는 소리
무기마다 다른 타격음 등등. 특히 몇몇 지역의 어둠이 다가오는 소리, 숨어야 하는 구간에서 적이 다가오는 소리들이
효과음이 아니라 마치 배경음악의 일부로 느껴질 만큼 잘 어우러지게 배치를 해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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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는 쓰다보면 스포일러성 내용을 저도 모르게 쓸까봐 느낀점만 짧게 쓰자면.. 괜찮은 편이었어요.
꽤 몰입력있게 초반부가 흘러가고 - 메트로배니아식 구성이 다들 그렇지만 - 중반부의 모험에 정신이 팔리면서
살짝 희미해지나? 했다가 클라이맥스에 들어서선 가슴 찡해지게 만드는 내용이었습니다.

사실 플랫포머류는 여러 액션을 통해 탐험하고 장애물을 뛰어넘는 그 자체에 즐거움이 있는 거라 생각해서
'납치된 공주구하기(수십번째)'마냥 이런 장르에선 스토리야 뭐 있으면 좋은 (포르노와 관련된 그 명언처럼) 거라고 생각했는데
서사를 통해서 좀 더 게임 전체적인 몰입에 도움이 됐어요. 게임을 관통하는 큰 메시지가 느껴지는 편이라기보단
그래픽과 음악에 어울리는, 한 편의 아름다운 동화를 재밌게 읽은 느낌을 받았어요.


사이드 퀘스트나 수집요소들은 뭐,  '이걸 해(모아)봐야겠네' 싶은 흥미요소를 가지게 만든 점에선 괜찮았습니다.
대부분의 수집요소는 게임 내 주요 NPC들이 다 모여있는 마을을 키우고, 그 마을을 돌아 다닐 수 있게
(마을도 하나의 지역이라 처음에는 높은 곳이나 깊은 곳은 못들어감) 꾸미는 데 쓰여서, 자연스럽게 기회가 되면
모아봐야지~ 라는 생각이 들게 했어요. 게임 말미까지 진행하다보면 수집요소가 어디있는지 다 밝혀주는 지도도
습득 할 수 있어서 찾아헤맨다고 하루종일 구석구석 밝히는 짜증은 없었습니다.

사실 체력이나 마나를 늘리는 구슬은 탐험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접근하게 되고, 게임 진행에 필요한 스킬은
모두 진행하는 지역에서 얻을 수 있기에 작정하고 모을 필욘 없어요. 게다가 전작은 마나가 세이브 포인트를 만드는데 사용되서
'마나로 회복이나 전투를 할것인가, 세이브를 할것인가' 하는 선택을 편하게 하기 위해서라도 모을 필요가 있었지만
이번작은 그냥 자동세이브를 이용하는거라 더 그래요. 또, '이만큼 모으지 않으면 여기 못넘어가' 하는 구간 자체도 없구요.

그런 점에서 이 게임의 제일 마음에 들었던 점이 '플레이 디자인'적인 부분이었어요.
플랫포머류, 특히나 메트로배니아로 불리는 게임들의 구성이 장애물 통과 - 통과한 이후에 새로운 능력 습득
- 습득한 능력으로 더 험난한 장애물 통과 - 이후 반복인데, 이걸 지역마다 잘 분배해 놨고, 그걸 자연스럽게 익히도록
잘 디자인 해 놨어요. 지역 초입부에는 모래 막혀있는 곳을 갈 수 없어서 꼬이고 꼬인 다른 루트를 점프 기술들로만
힘겹게 통과하고, 그 루트 끝에 모래대쉬 를 배우고, 모래대쉬를 배운 이후엔 손쉽게 모래로 막힌 루트를 통과하는 식.


여기서 한단계 더 나아가요. 다른 지역을 통과하며 배웠던 올가미 기술과 대쉬를 함께 써야 피할 수 있는
장애물이 나오는 변주를 한번 하고, 말미에서는 이걸 총동원하는 (도망쳐야 하거나, 싸워서 무찌르거나) 보스전이 있죠.
이런 구성이 전작에서는 지역 두세군데였던 반면, 이번작에서는 지역마다 - 그리고 게임 전체를 아울러서 - 구성되어 있어요.
그리고 이 모든게 아름다운 그래픽과 연출력, 몰입되는 음악과 합쳐져서 플레이어가 자연스럽게 익히게 되죠.

이렇게 지역이 반복되면서 컨트롤이 복잡해지거나, 너무 많은 형태의 장애물이 나와 난잡해지는 실패한 구성이 되곤 하는데
이런 기믹들을 군더더기 없이 배치해놔서 충분히 예상가능한, 혹여 죽더라도 어떻게 해야할 지 금방 계산이 나오는
디자인이에요. 플레이어가 '와 나 쩔었다' 소리가 나오게 만들지만, 시시하지는 않게, 라는 완급조절을 잘 해냈어요.

아쉬운 점으로는 몬스터들이 그렇게 다양하지 못해요. 물론 적들마다 개성적인 패턴을 쓰지만 이 지역엔 탄환 쏘는 애,
저 지역엔 레이져 쏘는 애 등의 팔레트 스왑이에요. 그런 점에서 전투 쪽도 사실은 아쉬워요. 스킬칸은 3개나 주고,
오로지 공격만을 위한 스킬도 6개나 되는데도 이걸 한번씩 활용해 봐야지 하는 적들이 다양하게 나오진 않아요.
솔직히 조금 더 재밌게 만들 요소들이 분명히 있는데, 힘을 적당히만 준 느낌이라 아쉽습니다.

볼륨도 큰 편은 아니에요. 손가락이 그리 빠른편이 아닌 제가 (물론 전작도 해봤고, 플랫포머를 꾸준히 해오긴 했지만)
모든 수집요소 100% 채우고도 일반 난이도에서 16시간 남짓 걸렸습니다. 2회차 요소같은것도 없구요.
솔직히 게임이 마음에 들어서 더 짧게 느껴지는 점도 있긴 하겠네요.
참, 잔버그도 조금 있긴 해요. 진행에 방해될 정돈 아니지만
그리고, 한국어판은 맑은고딕 폰트 자막이 너무 게임 분위기를 깬다는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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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았던 점: 아름다운 그래픽과 음악, 그걸 잘 활용해낸 연출.
               상쾌하고 화려한 전투, 전투를 떼놓고라도 플랫포머 자체로서도 훌륭한 점프액션의 재미.
               자연스럽게 게임의 기믹들을 익히게 되고 그걸 활용하게 만드는 게임 디자인.

아쉬운 점: 팔레트 스왑 몬스터들. 그로 인해서 상쾌하긴 하지만 좀 가벼운? 전투.
               좀 깨는 한국어판 자막 폰트. 잔버그.

전염병에, 날뛰는 주가에.. 풍파가 끊이지 않는 요즘. 잠시 세상 일 잊고 아름다운 동화같은 게임 하나 즐겨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두서없는 감상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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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이온다
20/03/14 15:27
수정 아이콘
새로운 건 없지만 지난 작품을 완성한 느낌이죠. 스토리는 전작에 비해서 좀 심심하다는게 아쉬웠습니다. 그래도 오리 시리즈는 완결이 난 것같으니 이제 이 스튜디오가 어떤 작품을 만들지 기대가 됩니다.
조말론
20/03/14 15:43
수정 아이콘
뭔가 글이 유튜브 리뷰 영상 스크립트같아요 잘보고 갑니다
공대장슈카
20/03/14 16:02
수정 아이콘
전작도 정말 여러면에서 만족하면서했는데 후속작도 해봐야겠군요
하루빨리
20/03/14 16:29
수정 아이콘
본문과는 상관 없는 이야긴데 이거 부제가 '도깨비불'로 해석하는게 맞는건가요?
스포라 자세히 적진 못하지만 여튼 게임은 '도깨비불'과는 상관 없는 내용인 거 같고, 또 도깨비불 전승은 will of the wisps 가 아니라 will o` wisp 혹은 will o` the wisp이라 쓰니 부제를 도깨비불이라 하는건 오역인 거 같습니다.
거울방패
20/03/14 18:01
수정 아이콘
그걸 다르게 번역하면 스포가 됩니다.
20/03/14 17:41
수정 아이콘
우와 이게임 정말 그래픽이 아름답네요!
20/03/14 19:07
수정 아이콘
개인적으로 게임성 자체는 이미 전작에서 완성했던거 같고 이번작은 전작에서 개발진들이 구현하고 싶었던 부분들을 마저 완성한 기분이 들더군요
엑박판으로 다 소장중인 게임인데 제가 알기로 1편은 pc판에 유저한글화가 되어있다고하니 참고하시면 될듯 합니다
20/03/14 19:18
수정 아이콘
와 그래픽 미쳤네요 진짜
20/03/15 01:17
수정 아이콘
저도 열심히 달리고 있습니다. 전작보다, 그리고 일반적인 메트로베니안 플랫포머보다 빨리빨리 이동스킬을 주는 느낌이네요. 특히 극초반에 더블점프 주는 것 보고 놀랐습니다. 아무튼 너무 재미있네요. 기다린 보람이 있습니다.
블루레인코트
20/03/15 13:38
수정 아이콘
오리가 영어로 ori였나요? 충격~
Winterspring
20/03/18 14:11
수정 아이콘
으으 하고 싶은데 당분간 시간이 없군요ㅜ
오리와 눈먼 숲이 제 인생 게임 중 하나인데 이번 작도 너무너무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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